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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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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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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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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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과 죄수의 만남 (1)

DUMMY

방문을 연다.

언제나 어둡고 공허하기만 했던 내 공간.

하지만 지금은


“다녀왔어~?”


“앙! 앙!”


로레인과 우타가 나를 맞이한다.

퍽 괜찮은 하루의 시작이다.


“어땠어? 솔로몬은?”


제국의 수도 솔로몬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다.

첫날은 바로 곯아떨어졌다.

여독을 풀어줘야 했으니까.

이틀 차.

나는 본격적으로 제국의 정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기라고 썩 좋진 않네.”


전쟁이란 녀석은 승전국에도 세금을 톡톡히 받아낸다.

거리에 젊은 남자들은 씨가 말랐다.

여인들만이 한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떠나간 남편, 애인,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


“물가도 장난 아니야.”


추수할 시기에 추수를 못 했다.

이는 곳 식량의 공급이 줄어들고

물가가 상승함을 알려준다.


“이만큼 사는 데 얼마나 들었는지 알아?”


내가 로레인과 우타 앞에 성인 남성 셋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의 음식을 내려놨다.


“얼만데?”


“산적단에서 가져온 루크의 반.”


“히익!!!”


로레인이 미친 물가에 기겁했다.


“아무래도 황궁에 빨리 들어가야겠어.”


숙소 값은 저렴하지만, 음식값이 문제였다.


“우타. 새랑도 얘기할 수 있지?”


“앙!”


우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타는 일부러 변신한 상태로 뒀다.

나와 로레인이 제국어로 대화하는데 익숙한 반면 우타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자토스어를 뱉는 경향이 있기 때문.


“일단 이걸로 버티고 있어.”


“율리.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알았지?”


이제 본격적으로 황궁에 들어갈 시간.

로레인은 황자의 꼴이 이게 뭐냐며 내 옷매무시를 다듬어줬다.

황궁으로 가는 길


“많이 변했네.”


100년 전, 듀발론은 제국이 아닌 왕국이었다.

당시 듀발론의 국왕이었던 솔로몬을

사람들은 시골 변방 귀족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그에겐 왕국을 키우려는 야망이 있었고

그 야망이 100년이 지난 지금 결실을 보았다.


동상도 거대하게 세워놨다.

다른 나라들이 검성, 대마도사, 대사제, 신궁의 동상을 세운 반면 듀발론은 솔로몬의 동상이 거대하게 세워져 있었다. 이 동상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열등감에 꽤나 시달리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황궁 앞에 도착했다.

병사 두 명이 창을 교차하며 나를 막아섰다.


“약속된 일정이 없다면 여기는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썩 꺼져라.”


“약속된 일정이 없어도 난 들어가야겠는데?”


“황궁 병사들을 상대로 장난칠 생각하지 마라.”


“장난이 아니라 진짜 들어가야 되는데.”


“신분증.”


“이거면 되나?”


내가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헉!”


그래.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이 잘생긴 얼굴을.


***


“이야···.”


한 나라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나는 지도자가 기거하는 장소를 화려하게 꾸미는 거로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제국의 위세는 어마어마했다.

사방이 다 금이었다.


“어? 어? 헉!”


“3황자 저하 아니야!”


“어!! 진짜네!!!”


지나가던 귀족과 병사들이 나를 보며 놀랐다.

예상된 결과였다.

지금쯤이면 하이닉의 보고는 물론, 내가 그림자를 통해 뿌린 소문도 황제와 황자들 귀에 닿았을 테니까.


우뚝.


황궁을 걷다 길을 멈췄다.

생각해 보니 정보상한테도 빼 올 수 없는 정보가 있다.


‘내 방 어디냐?’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다.

계속 걷고 있자니 다리만 아프고

시녀들에게 내 방으로 안내해달라 그러면 그것도 그림이 웃기고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율리안!!! 율리안!!!!!”


저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갈색 머리칼에 녹빛 눈.

단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저 여인이 어째서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것일까?


“유울리이아아안!!!”


그녀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나를 때렸다.


찰싹.


“........”


순간 사고가 정지됐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 황자 아닌가?

자격 박탈됐나?

이렇게 황궁 한 가운데서 내 등짝을 때린다고?


“미쳤어! 미쳤어!”


그녀의 키는 내 가슴팍 언저리.

그녀의 손은 쉬지 않았다.

하지만 아프진 않았다.

내 등 근육은 웅장해졌으니까.


물론 내 등 근육이 커진 것도 있지만

이 여인이 힘을 조절하는 것도 있었다.

뭐랄까?

부모님이 아이한테 떼찌떼지하는 느낌이랄까?


“어휴. 쯧쯧.”


“아드리안 영애가 늘 고생이지.”


“뭘 느긋하게 있어. 따라와!”


“어디 가는데?”


“어디긴 대책 회의하러 가야지!”


그녀의 이름은 아드리안.

그녀와의 관계가 궁금했다.

이 녀석은 예전부터 개망나니에 황궁에서도 돌아오길 꺼리는 사고뭉치. 그녀는 이런 사고뭉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 소문 사실이야?”


그녀가 끌고 온 곳은 누군가 기거하는 방이었다.

의자부터 침대 이불까지.

고급이 아닌 게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내 방인가 보다.


“율리안! 듣고 있어?! 그 소문 사실이냐고?”


“무슨 소문?”


“네가 사고 친 거.!”


“음···. 사실일걸.”


“얘가 정말 미쳤어!”


두 번째 맴매가 시작됐다.

그녀가 내 등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앞으로 내 방이 될 곳을 살폈다.

책장에 책이라곤 한 권도 찾을 수 없고

그 흔한 검 한 자루 없었다.


‘도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 거야.’


“어떡하려 그래.”


“대책 회의라면서. 너는 내가 어떡했으면 좋겠어?”


아드리안이 빤히 날 바라봤다.

너무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던 걸까?


“너 율리안 맞아? 사람이 바뀐 느낌인데?”


아무래도 아드리안은 율리안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거 같았다.


“아드리안. 혹시 내 약혼녀야?”


“뭐?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그녀가 진심으로 정색했다.

음. 그런 사이는 아니고.


“나 혹시 약혼자 있나?”


“지금 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약혼녀 타령하고 있어?”


“목숨이야 스스로 지키면 되니까 걱정 말고. 말해줘. 나 약혼녀 있어?”


“네가 네 행동을 생각해 봐라. 있을지.”


아드리안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그녀는 왜 율리안 곁에 머물렀을까?

하지만 장난은 여기까지다.

이젠 본격적으로 논의를 할 시간이다.

아드리안과의 대화를 통해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누구야? 내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놈이.”


“네. 형. 1황자 저하.”


나는 님버트가 나에게 건네줬던 정보를 떠올렸다.


“1황자면 토마스 듀발론이네.”


“..... 전쟁 나갔다 오더니 형 이름도 까먹었니?”


“2 황자는 가이렌. 4 황녀는 루비. 다 기억하고 있어.”


“그래. 이름이라도 기억하고 있으니 다행이네.”


“아드리안. 이제 알려줘. 1황자가 나를 어떤 명분으로 압박할지.”


그녀는 자신의 예상을 쉽게 풀어 설명해 줬다.

첫 번째는 당연히 전쟁에 대한 책임이었다.


“제국이 자토스를 무사히 점령했는데 책임 무를 게 있나?”


“너. 네가 큰소리 뻥뻥 치고 나갔잖아! 검성의 핏줄을 죽이고 돌아온다고.”


“이 새끼는 능력도 없는데 뭘 믿고 이렇게 깝친 거야.”


“자기 얼굴에 침 뱉니?”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연결됐다.

하이닉이 사울과 비비안을 잡을 수 있었지만 내가 인질로 잡혀 둘 다 눈앞에서 풀어줄 수밖에 없었던 일.


“그건 내가 약해서 그런 건데. 그것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


“황궁에선 힘이 곧 법이고 진리야. 그리고 1황자는 알다시피 2 황자보다 목소리 입김이 강하고.”


“그렇다고 당장 날 죽이자고 한다면 토마스의 이미지도 좋진 않을 텐데.”


“너한테 사형을 구형하거나 하진 않겠지. 하지만 그에 준하는 임무를 내리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야.”


“그 임무가 뭔데?”


“그것까지 알면 내가 여기서 네 시중이나 들고 있겠니?”


아드리안.

잠깐 대화했을 뿐인데 그녀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유능해 보였다.


“아드리안. 성이 뭐야?”


“너 진짜 다른 사람이니? 갑자기 성은 왜 물어?”


“기억이 안 나서 그래. 전쟁 후유증이야.”


“진짜? 괜찮아?”


아무렇게나 지어내는 말이었는데 그녀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드리안 슬레인. 우리가 예전부터 소꿉친구였던 건 기억하지?”


아.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내가 혹시 너한테 고백하기도 하고 그랬니?”


“........”


‘이 새끼 했네.’


“황궁에 네가 돌아왔다는 보고가 들어갔을 거야. 내가 예상하기론 3일 뒤, 너를 불러놓고 청문회가 진행될 거야.”


“지금 당장 해도 되는데.”


“1, 2 황자 모두 준비해야 할 게 많으니까.”


나의 청문횐데 1, 2 황자가 준비할 게 많다?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내 예상이 맞다면 1황자, 2 황자 모두 내가 친 사고를 책임지라 말할 거다. 각자의 방식대로. 거기서 채택되는 방식을 통해 어느쪽이 우위인지 알 수도 있고.


“권력 다툼이면 두 사람이 알아서 하지 왜 나를 사이에 끼고 둘이 난리야.”


“그러게. 얌전히 황궁에 있지 전쟁터는 왜 나가서!”


아드리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녀의 한숨이 아니었다.


“아드리안. 지금 황궁의 후계 구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줘.”


“아직..... 아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다 삼켰다.

그녀는 내가 전쟁에 나가 있는 동안의 변화를 설명해 줬다.

요약하자면 웅크리고 있던 두 황자 모두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

1, 2 황자 모두 자신을 지지해 줄 귀족들을 모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니 그러면 계속 여념 없으시지 왜 가만히 있는 나를.”


“네가 가만히 있었니?”


“.........”


아드리안의 말로는 중간 점검이라고 했다.

서로가 얼마나 큰 힘을 길렀는지.

귀족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황자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아···.”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였다.


“아드리안.”


“뭐야?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이제 더 이상 나 찾아오지 마라.”


“........”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리를 들었던 걸까?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왜?”


그녀의 물음에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의문, 분노, 섭섭함.

나는 차분하게 그녀에게 설명해 줬다.


권력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무리 양강구도라 해도 3황자와 4 황녀의 존재는 변수로 작용했다.


“내가 유능하다면 저들이 날 품으려 했겠지. 하지만 보다시피 나는 무능하거든. 그러면 어떻게 할까? 날개를 자를 거야. 그리고 지금 보니 내 날개는 너고.”


권력 다툼은 예상치 못한 피를 너무나 많이 몰고 온다.

나는 그 피바람이 몰려오기 전에 그녀를 안전하게 피신시키고 싶었다.

물론 그녀가 알던 율리안이 아니라는 이유도 컸지만.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떻게든 내가 피해를 덜 입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였는데 나는 그런 그녀에게 떠나가라 말했으니까.


“아드리안. 여기서 내 시중이나 들면서 시간을 낭비하기엔 넌 너무 유능한 인재 같아. 나를 모시는 일 말고 다른 길이 분명 있을 거야. 나는 네가 그 길을 찾았으면 좋겠어.”


내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렸다.

지금 저 문을 나가야 한다.

권력 싸움에 휘말리더라도 나 혼자 휘말려야 한다.

이 아이는 아니다.

하지만


탓!


그녀가 잡고 있던 내 손을 쳐냈다.


“야이 나쁜 새끼야. 이제 와서 위험하니까 떠나라고 하면 내가 어멋! 무서워! 나 떠날게. 이럴 줄 알았냐! 그럴 땐 내가 어떡해서든 지켜주겠다고 말해야지! 이 나쁜 녀석아!”


그녀가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난 그녀를 지켜줄 수 없었다.


‘나의 울타리 안으로 네가 과연 넘어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면 대답은 뻔했으니까.


“이제 와서 재수 없게 멋있는 척 하지 말고 네 살길이나 연구해.”


아드리안이 씩씩대며 방을 나서려 했다.


똑똑똑.


그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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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버려진 땅 (1) 24.08.24 13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3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4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5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9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20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8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7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8 0 12쪽
»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1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9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9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1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20 0 12쪽
17 습격 (4) 24.08.10 22 0 12쪽
16 낚시 (3) 24.08.09 22 0 12쪽
15 낚시 (2) 24.08.08 23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7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6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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