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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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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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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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과 죄수의 만남 (3)

DUMMY

“이제 정할 거 다 정했으니까 나 나간다?”


율리안은 가장 먼저 회의실을 나갔다.

그다음으로 귀족들.

모두가 나간 뒤 회의실에 남은 것은 오직 가이렌과 토마스뿐이었다.


“어떻게 생각해?”


가이렌이 먼저 율리안에 대해 말했다.


“확실히 뭔가 변한 거 같아. 단지 객기만이 아니라.”


“........”


토마스가 조금 전 율리안을 생각해 봤다.

율리안에게 앉을 곳을 선택하라 한 이유.

그건 율리안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망나니든 반푼이든 황가가 아닌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겠다. 이 뜻이겠지.”


“이제 와서 자기 세력을 만들려는 걸까?”


“세력도 사람을 보고 만드는 거다.”


“그렇겠지.”


하지만 가이렌과 마찬가지로 토마스도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먼저 간다.”


토마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율리안을 견제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펼쳤다 해도 가이렌은 최종적으로 적이다.


“어. 들어가.”


토마스도 가이렌도 율리안의 모습을 보며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길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놈은 어차피 그곳에서 죽는다.’


‘거기서 살아 돌아오긴 힘들겠지.’


어차피 율리안은 죽음의 땅으로 향하게 됐으니까.


***


버려진 땅.


‘거기가 어디야?’


막막했다.

그곳이 어딘지 정보가 필요한데 정보를 얻을 곳이 있었다.


“이봐?”


휙.


“저기···.”


휙.


길을 가던 대신들에게 물어보려 해도 나만 보면 마치 만나선 안 될 인간을 만난 듯 피하기에 급급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은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아드리안이 마지막으로 자기 소임을 다하고 나를 떠난 듯했다.


“밖에 아무도 없어?”


아드리안은 총명한 여인이다.

그렇다면 분명 떠나며 자신의 후임을 정해줬을 거다.

그 시녀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그녀한테 이것저것 부탁해야지.


끼익.


문이 열리고


“으이구! 이것 봐. 하루도 못 갈 줄 알았지.”


아드리안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안 갔네?”


“이럴 거 같은데 어떻게 떠나?”


“소문 들었어?”


“응. 죽으러 간다면서.”


역시 그녀는 유능했다.

그녀의 품에 서류뭉치와 서적이 한가득하였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건 날 위한 정보였다.


“이게 뭐야?”


그래도 짐짓 모른 척 물어봤다.


“버려진 땅에 대한 정보. 그리고 경계선에서 근무하는 수비대의 수비일지.”


“이걸 하루 만에 준비한 거야?”


“어때 이제 알겠어? 네가 얼마나 유능한 시녀를 내쫓았는지?”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아~ 후회되네.”


“버려진 땅에 가기로 한 거?”


“아니. 나한테서 떠나라고 한 거.”


“아직 안 늦었어. 한 번은 봐줄게. 이런 미녀 시녀. 구하기 힘들다.”


“미녀가 기준이라면 너보다 더 예쁜 여자를 이미 알고 있어서.”


말 끝나기 무섭게 아드리안이 내 등짝을 후려쳤다.


[으이구! 룬디아!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여자 마음을 그렇게 몰라서야.]


불현듯 나타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나타샤.

이럴 땐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 건데?


“하여튼! 여자만 보면 아주!”


아드리안이 씩씩대며 방을 나갔다.

그녀가 화난 것과 달리 빼곡하게 쌓여있는 일지를 보면 그녀가 나를 얼마나 생각해 주는지 알 수 있었다.


“유능해~ 유능해. 착하기까지 하고.”


그렇기에 마음을 더 확고히 먹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 곁에 있으면 안 된다.

나보단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가문 혹은 사람에게 가야 한다.

내 곁엔 언제나 죽음이 머물 테니까.

나는 먼저 서적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는 버려진 땅 로아크 고원에 대한 회고록.’


“로아크 고원?”


로아크 고원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곳이다.

대전쟁이 한창 격해지던 시절,

로아크 고원은 대륙의 척추라 불리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마왕군도 그걸 알기에 그곳을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마물과 인간의 피가 섞여 강을 적셨고

시체가 산을 이뤘다.

로아크 고원을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

로아크 고원은 노노아가 처음으로 랜턴에 들어간 곳이기도 했다.


나는 집중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략적으로 굉장히 가치가 높았던 그 고원이 왜 버려졌는지.

하지만 책의 저자는 로아크 고원의 언저리만을 맴돌았을 뿐,

그 중심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맨 끝에 나와 있었다.


[부디 다음 세대에... 용감하며 아둔한 자가 있다면 소용돌이 치는 폭풍을 지나 이 책의 뒷내용을 마무리해 주길 바란다.]


‘소용돌이 치는 폭풍’


만약 그게 자연현상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라면 그곳을 누가 점거하고 있다는 뜻이 됐다.


“마족의 잔당이 남아있는 거면 일이 커지는데···.”


나는 아니길 바라며 일지로 손을 옮겼다.


[제국력 672년 2월 1일. - 이상 없음]


[제국력 672년 4월 1일. - 이상 없음]


.

.

.

.


[제국력 672년 9월 – 검은 안개가 서서히 확장되기 시작]


[제국력 672년 10월 1일 – 안개의 끝자락이 경계선을 침범, 철수를 결정. 안개 속에서는 알 수 없는 괴성은 물론, 거대한 그림자가 빠르게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음]


[제국력 672년 10월 5일 – 안개 너머에서 날아온 바위 파편에 경계병이 부상. 비명소리가 들리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낙뢰가 쏟아지는 순간 그림자들이 뒤엉킨 곳을 발견. 인간은 아님.]


탁.


나는 일지를 책상 한 편에 던져놓았다.

더 읽을 필요가 없었다.

그림자가 뒤엉킴.

인간은 아님.

이 두 개 만으로 버려진 땅은 안전한 땅이 아니라는 게 판명 났으니까.

이제 중요한 건 병력이었다.


“아드리안.”


부르고 나서 아차 했다.

알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녀한테 의지한단 말인가.


“음···.”


병력이 많을 필요는 없었다.

그곳은 죽음의 땅.

일반 병사를 데려가봤자 개죽음당할 뿐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황궁 7 검이었다.

그들은 소드 마스터.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붙는다면 전투는 말도 안 되게 수월해진다.


하지만 황궁에서 이를 허가할 리도 없고 나한테도 좋지 않았다.

지금 나는 네크로맨서인 걸 숨긴 상태.

만약 거기서 내 주술을 목격한다면

황자고 나발이고 바로 화형 감이었다.


“진짜 누구 없나?”


자연스럽게 랜턴에 있던 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리우스, 노노아, 마리아 그리고 나.

이 4명만 있다면 그런 땅쯤 식은 죽 먹기일 텐데.

로레인이 다리우스보단 못 미치겠지만 그녀의 경지를 소드 마스터라 가정해 보면.....


그래도 힘들었다.

로레인 때문이 아니었다.

나 때문이었다.

현재 나는 기물도 없는 상태.

기물과 주력이 없는 네크로맨서는 그저 성기사들에게 토벌당하기 쉬운 죄인일 뿐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답이 안 나왔다.

이럴 때는 방법이 있다.

생각을 멈추고 주위를 환기시키는 거다.

그리고 너무나 행복하게도 난 돌아갈 장소가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로레인을 생각하면 마음이 묘하게 붕 뜨는 거 같았다.


그렇게 문을 벌컥 열었을 때


“..........”


한 노인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누구?”


“저하. 자토스 왕궁에서 만난 도노반 슬레인이라고 합니다. 옷을 이렇게 입으니 또 딴사람 같죠? 허허.”


‘슬레인? 아드리안도 성도 슬레인이었는데?’


그가 날 찾아온 이유가 그려졌다.

당연히 아드리안을 내쳤기 때문이리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시녀를 내쫓았습니다. 차 내리는 법을 모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좋습니다. 앞으로 저와 할 얘기도 차와는 어울리지 않는 얘기거든요.”


“그럼 뭐랑 어울립니까?”


“글쎄요. 감옥이랑 어울리는 물건이 뭐가 있을까요?”


***


듀발론의 수도 솔로몬

거기에도 당연히 감옥은 있다.


‘듀발론 중앙 감옥’


하지만 이 감옥엔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귀족들만 수감하는 곳이라고요?”


“네. 여기 제 손녀가 수감 돼 있습니다.”


“손녀가 수감 된 게 제가 여기 올 이유가 됩니까?”


“자세한 얘기는 소장실에서 나누시죠.”


소장실에는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나는 도노반과 그 사내를 번갈아 쳐다봤다.

누가 봐도 도노반의 아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하. 아이번 슬레인이라고 합니다.”


“율리안 듀발론입니다.”


“앉으시죠.”


이곳은 내 방과 다르게 이미 향긋한 차가 준비돼 있었다.


‘귀족들만 있는 곳이라 그런가? 차 향도 좋네.’


아이번은 내가 차를 한 잔 마신 걸 지켜본 뒤 입을 열었다.


“저하도 이번에 느끼셨을 겁니다. 두 황자의 권력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걸.”


“그것도 느꼈고 둘이 손잡고 날 제거하려는 것도 느꼈죠. 그러고 보니 회의실에 안 계셨던 거 같은데.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사라고 봐도 될까요?”


“그게 우리 슬레인 가문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니까요.”


“두 형님 대신 아무 힘도 없는 저를 찾아온 이유가 뭡니까? 도노반 님의 손녀. 즉 딸을 빼달라는 부탁입니까?”


“정확합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아이번 슬레인.

그는 이 감옥의 소장이었다.

소장의 재량으로 자기 딸을 빼는 건 일도 아닐 텐데.


“그 전에 듀발론 중앙 감옥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전혀요.”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래야 다음 말을 이어갈 수 있어서.”


“네. 그렇게 하시죠.”


듀발론 중앙 감옥.

또 다른 이름은 귀족들의 세탁소.

그 이름에 걸맞게 이 감옥은 아무리 높은 형량을 받아도 보석금만 왕창 내면 풀려날 수 있다. 어느 나라건 귀족가에 망나니는 존재하고 그런 망나니를 싸고 감싸는 부모는 존재하니 중앙 감옥은 언제나 성업 중이었다.


“설명대로라면 저를 부른 이유를 더더욱 모르겠는데요? 한 달 뒤 보석금 내고 빼면 되잖아요.”


“혹시 황자 면책권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황자 면책권? 그거 저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아이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자 면책권. 즉 황자들은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딱 한 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잘못을 면책해 주는 제도입니다.”


“사람을 죽여도요?”


아이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에 누군가가 황자 면책권을 썼군요.”


“1황자입니다. 그가 법을 개정했습니다.”


“내용이 어떻게 됩니까?”


“쉽게 얘기하자면 중앙 감옥 형법에 한 줄을 추가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한 달 뒤 보석금을 내고 출소할 수 있다.’ 였지만 토마스의 개입으로 ‘한 달 뒤 황가의 승인을 받은 이는 보석금을 내고 출소할 수 있다.’로 바뀐 것.


“손녀의 형량은 어떻게 됩니까?”


“사형입니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복잡했다.


“뭘 했길래 사형입니까?”


“그게···.”


도노반도 아이번도 대답을 망설였다.


“뭐 사람이라도 죽였습니까?”


아이번과 도노반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데요?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왜 사형입니까?”


“그.... 토마스 님을 두들겨 팼습니다.”


“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


“일단 따님을 볼 수 있겠습니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걸으면 걸을수록 엮여서는 안 될 일에 엮인 기분이었다.


‘황자 면책권’


실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제도였다.

지금 당장 내가 그걸 쓴다면 버려진 땅의 조사도 피할 수 있다.

이들이 날 찾아와 그 얘길 했다는 건 아직 내가 그 면책권을 쓰지 않았단 거고.


“이게 감옥이야 여관이야.”


귀족들이 머무는 감옥답게 이곳은 웬만한 여관보다 시설이 좋았다.

벽은 철창 대신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대리석으로 막혀있었으며

간수들은 하루 세 끼 요리사가 직접 조리한 음식을 사용인들이 배달해 줬다.


“여깁니다.”


그렇게 이곳이 감옥인지 최고급 숙박시설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후웅! 후웅! 후웅! 후웅! 후웅!


익숙한 리듬,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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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버려진 땅 (2) 24.08.25 13 0 12쪽
36 버려진 땅 (1) 24.08.24 13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3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4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5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9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20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8 0 12쪽
26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8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20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8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1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9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9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1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21 0 12쪽
17 습격 (4) 24.08.10 22 0 12쪽
16 낚시 (3) 24.08.09 22 0 12쪽
15 낚시 (2) 24.08.08 24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7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8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8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6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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