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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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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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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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DUMMY

“왜?!”


“그냥 가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런 이유 말고. 진짜 이유.”


이 감옥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건 아닐 테고.


“이 감옥이 마음에 든다.”


미친놈인가?

아니지.

미친년인가?


“감옥이 마음에 든다고?”


“그래. 사교계 데뷔라느니, 의사의 진찰이라느니 집에선 수련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감옥에선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훈련할 수 있거든. 심지어 여긴 밥도 맛있다. 옷도 빨아준다. 뭐가 더 필요하지?”


노노아는 말했다.

그녀는 검만 아는 병신이라고.

정말 별명 잘 지었다.

여기서부터 또다시 난관이었다.

나는 반드시 그녀를 설득해야 한다.


“너 그러다 죽을 때까지 여기서 못 나가.”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살아있는 시간이 중요할 뿐.”


“나타샤의 검을 완성한다 한들, 보여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야.”


“내가 기억한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밖에 있는 무수히 많은 강자들은? 나가면 강자들이랑 겨뤄본다고 했잖아.”


“그건···.”


어때?

이건 조금 혹하지?


“지금 상태로는 누굴 만나든 진다. 몸을 만드는 게 먼저다.”


대답은 거기까지였다.

그녀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후웅! 후웅! 후웅! 후웅!


검에서 살벌한 소리가 났다.

그녀는 검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가! 나가! 나가! 나가!


***


황궁에 온 지 1주일이 지났다.

카리스는 그 우직함만큼이나 내 제안을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었다.


“아! 쉽지 않네!!”


이런저런 모의실험을 해봤지만, 도저히 카리스를 설득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직접 찾아가 무기로 유혹도 해보고 버려진 땅에 대해서도 말해줘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몸을 만들려고!!!”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


톡톡.


“냐아~~”


고양이 한 마리가 창문을 두드렸다.


“아!”


녀석은 우타가 보낸 고양이었다.

친구의 생활비가 떨어졌다는 걸 알리는 건지

녀석의 등에는 금화를 넣을 수 있는 가방이 달려있었다.


“큰돈이다. 잘 부탁해.”


“냐아~”


녀석은 걱정 말라는 듯 길게 짧게 울고는 성벽을 밟고 빠르게 멀어졌다.


“율리안. 안 좋은 소식이 있어.”


“지금도 충분히 머리 아프거든. 조금 나중에.”


“나중으로 미룰수록 더 안 좋은 정보야.”


“뭔데?”


“네가 버려진 땅의 탐사. 기간이 정해졌어.”


이 두 교활한 형제는 내가 엉덩이를 파묻고 뭉그적뭉그적 일까 봐 날짜까지 받아오는 치밀함을 계획했다.

출발 12월 1일.

복귀 1월 2일.

기간은 총 한 달이었다.

조사할 내용으로는 버려진 땅에 있는 식물, 음식, 생명체의 표본을 채취하는 것.


“아드리안. 오늘이 며칠이지?”


“11월 23일.”


“1주일 안에 죽으러 가라는 거네. 조사 기간은 참 넉넉하게도 주고.”


아드리안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가 주변을 살핀 뒤, 소심하게 토마스를 욕했다.

팀을 꾸릴 시간이 촉박하다는 둥,

돌아오는 날짜가 너무 노골적이라는 둥,

이건 죽으러 가라는 거 아니냐는 둥.


“너 근데 이러고 있어도 돼?”


“응? 뭐가?”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도 되냐고! 1황자 저하한테 빌던지, 황자 면책권을 쓰던지, 2 황자 저하에게 도움을 요청하든! 뭐 하나는 해야 할 거 아니야. 진짜 탐사 갈 거야?”


“어. 갈 건데?”


“........”


‘마리아라도 있었다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다리우스는 마리아의 말은 퍽 잘 들었다. 그것이 그녀의 미친 신성력에서 나오는 폭력성 때문인지 노노아와 달리 인자하게 대하는 그녀의 태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너 지금 고민하는 게 어떻게 피해 갈까가 아니라 거길 가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이거 고민하는 거야?”


“당연하지.”


“너... 뭔가 조금 변했다?”


“많이 변했을걸.”


“뭐가 그렇게 고민인데. 나한테 말해봐. 한 명보단 둘이 고민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


“그게.... 아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말한다고 아드리안이 이해할 것도 아니었으니까.


[룬디아.]


[응?]


[룬디아는 힘든 일 없어?]


[없어.]

[또! 또! 없다 그런다. 평소에는 세상 모든 아픔은 다 짊어진 사람 같은 표정 짓더니!]


[내 표정이 그래?]


[그럼! 룬디아. 그건 멋있는 게 아니야. 멍청한 거지.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 그러고 도움을 청해.]


문득 나타샤의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내 힘듦을 누군가에게 공유하는 게 민폐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진심을 외면하는 게 더 민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드리안 들어봐.”


아드리안이 자세를 바로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내 곁에 두고 싶은데 그 사람은 내 옆에 오기 싫어해.”


“왜? 네 소문 때문에?”


“아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나와 함께면 그게 방해가 되나 봐.”


“그렇지. 네가 좀 망나니여야지.”


무심하게 공격을 날린 뒤,

아드리안이 턱을 괴고 고민을 시작했다.

사람의 관계란 퍽 신기하다.

로레인보다 한참이나 어린 여인인데

이상하게 그녀는 의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원하는 목표가 뭔지?”


“그건 비밀이라 말하기 힘들지.”


“그럼 원론적인 조언밖에 해줄 게 없는데.”


“원론적이라도 좋아.”


“간단해. 네가 그 사람에게 방해가 아니라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걸 알려줘야지.”


“어떻게?”


찰싹.


“아? 갑자기 등짝은 왜 때려?”


“나중에 밥까지 떠먹여 달라 그러지?”


“괜찮은데?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찰싹.


“농담이야. 고마워. 아드리안.”


“... 진짜 변했어.”


“사람이 죽고 죽이는 곳에 있다 보면 변하고 싶지 않아도 변해. 조심해. 여기도 전장과 다를 바 없으니까.”


“그래서? 도움은 좀 됐어?”


“응. 많이.”


“다음에 도움 또 필요하면 누나 불러.”


아드리안은 내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끔 자리를 피해줬다.

이제 그녀에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드리안 슬레인.

그녀는 아이번 슬레인의 수양딸이다.

슬레인 가문이 지키고 있는 한 그녀에게 권력투쟁으로 인한 화마는 닿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


검을 준다 해도 거절하고

사냥지를 마련해줘도 싫단다.

그럼 도대체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인가.

나는 과거를 떠올렸다.

다리우스가 좋아하는 게 뭐였을까?

그가 도움이 필요했을 때가 언제였을까?


[룬디아! 룬디아!]


[왜?]


[나 좀 숨겨줘.]


[갑자기 왜?]


[다리우스가 계속 쫓아와.]


[쫓아온다고?]


[계속 ^#&&&$@하자고 해서!]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율리안 무슨 일이야!”


“아 맞다. 율리안. 방안에 둔 돈이 없어졌던데 어디로......”


“아드리안 나 나갔다 올게!!”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카리스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


***


“하아~ 너도 좋지?”


“앙!”


우타는 요즘, 하루하루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욕실, 로레인이 우타를 품에 안고 탕에 들어가 있었다.


“율리는 언제 오려나.”


로레인의 바람과 달리


‘그냥 왕궁에서 평생 살아라. 인간.’


우타는 율리안이 돌아오질 않길 바랐다.

때 되면 나오는 음식.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는 벽난로.

하루하루 로레인과 보내는 오붓한 시간.

거기에


“냐~”


때가 되면 들어오는 돈까지.

우타는 차라리 시간이 지금 이대로 멈추길 바랐다.


“우타~ 오늘은 뭐 먹을까? 따듯한 수프?”


도리도리.


“그럼 싱그러운 과일?”


도리도리.


“그럼 또 고기?”


“앙!”


“하여튼 고기를 참 좋아한다니까! 자 이제 비누칠할까?”


로레인의 부드러운 손이 우타를 감쌌다.

따듯한 물에 축 늘어진 몸.

마사지해 주듯 부드럽게 몸을 씻겨주는 로레인의 손.

그리고 향긋한 로레인의 살냄새.


‘여기가 천국이구나.’


그렇게 우타가 로레인의 손길을 흠뻑 느끼고 있을 때


“허!”


그의 레이더망에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다.


“아르르르르! 으르르르르르르!”


우타가 털을 곤두세우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우타?”


우타의 사나운 반응에 로레인이 다급하게 몸을 수건으로 감싸고 나와 침대 옆에 있는 대검을 들었다.


“으르르르! 컹! 컹!”


우타가 문을 향해 사납게 짖었다.

로레인도 덩달아 긴장했다.

자신의 기감에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찾지 못한 암살자라고?’


로레인이 단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로레인의 귀가 쫑긋했다.


삐걱. 삐걱. 삐걱.


누군가가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으르르르르!”


척.


발걸음이 로레인이 묵는 방에서 멈췄다.


딸깍.


그리고 돌아가는 열쇠.


끼익!


문이 열리고


“로레인. 나 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챙!


로레인의 단도가 문에 박혔다.


“내가 뭐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단도가 날아오지?”


“그게....”


로레인이 우타를 바라봤다.


“앙! 앙!!”


우타는 언제 으르렁댔냐는 듯 율리안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너무 늦었잖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단도를 던진 것도 잊은 채

로레인은 자기 몸을 율리안에게 던졌다.


“어이쿠.”


로레인이 율리안의 몸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황궁은 어땠어?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어?”


“있었지.”


“안 힘들었어?”


“응. 힘들진 않았어.”


“잠깐.”


그렇게 걱정해 준 것도 잠시,

로레인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이거 무슨 냄새야?”


“무슨 냄새? 킁킁. 나 씻었는데.”


“여자 분냄새가 나는데.”


“아? 그래? 아드리안이 화장한 건가? 몰랐네.”


“아드리안?”


“오오오옹~”


우타가 ‘요놈 봐라. 너도 남자네~’라는 표정을 지었다.


“응. 내 시녀야.”


“시녀 분냄새가 몸에 묻을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을 일이 있나?”


“모르는 걸 가르쳐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접촉이 있겠지?”


“그래? 어떤 도움을 줬는지 나는 참 궁금하네.”


“응. 아드리안 덕분에 알게 됐어. 내가 지금 당장 필요한 게 누군지.”


“그게 누굴까?.


이쯤 되자 우타는 율리안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눈치가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없었다.

그리고 그가 간과한 또 하나의 사실.

로레인의 대검은 두 자루였다.


“그래. 어디 한번 지껄여봐. 그년이 뭐라 그러디. 나 버리고 자기랑 살림 차리자디?”


로레인의 마나가 소용돌이쳤다.

유리창이 흔들리고

머그잔이 진동했으며

우타의 털이 곤두섰다.


“갑자기 뭔 소리야.”


“그게 아니면 뭔데.”


로레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나한테 제일 필요한 사람. 로레인. 너더라고.”


“어머!”


소용돌이치던 마나의 기류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이~ 뭐야~ 갑자기.”


“진짠데.”


“꺄! 알았어. 그만해. 황궁에 가보니까 나만큼 예쁜 애가 없지?”


“아니. 그 소리가 아닌데.”


우타가 앞발을 들어 가위표를 만들었다.


‘제발! 눈치 좀 챙겨! 이 새끼야!’


“그럼 무슨 소리일까?”


“로레인. 지금 바로 한판 붙자.”


“어머! 몰라! 몰라! 우타도 보는데.”


로레인이 누구보다 빠르게 수건을 풀려 했다.

하지만


“앙!”


우타가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까스로 잡아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요 앞 공터로 나와. 단도 챙겨서.”


“.......”


덜덜덜덜.


우타는 예전에 들어본 적 있다.

여자가 진짜 무서울 때는

노발대발 화낼 때가 아니라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라는 걸.


공터.


로레인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표정으로 율리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로레인. 죽일 기세로 덤벼줘.”


율리안이 진지하게 자세를 잡았다.

로레인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진짜 죽여줄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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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버려진 땅 (2) 24.08.25 12 0 12쪽
36 버려진 땅 (1) 24.08.24 12 0 12쪽
35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2) 24.08.24 13 0 12쪽
34 마음속 용광로에 불을 지펴라 (1) 24.08.23 13 0 12쪽
33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4) 24.08.22 14 0 12쪽
32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3) 24.08.21 15 0 12쪽
31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2) 24.08.20 21 0 12쪽
30 드워프의 나라 토르크 (1) 24.08.19 19 0 12쪽
29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4) 24.08.18 20 0 12쪽
28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3) 24.08.18 17 0 12쪽
27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2) 24.08.17 17 0 12쪽
» 유연하면 할 수 있는 자세도 많다 (1) 24.08.17 17 0 12쪽
25 죄인과 죄수의 만남 (4) 24.08.16 16 0 12쪽
24 죄인과 죄수의 만남 (3) 24.08.15 19 0 12쪽
23 죄인과 죄수의 만남 (2) 24.08.14 18 0 12쪽
22 죄인과 죄수의 만남 (1) 24.08.13 20 0 12쪽
21 황궁으로 가는 길 (4) 24.08.12 18 0 12쪽
20 황궁으로 가는 길 (3) 24.08.11 19 0 12쪽
19 황궁으로 가는 길 (2) 24.08.11 21 0 12쪽
18 황궁으로 가는 길 (1) 24.08.10 20 0 12쪽
17 습격 (4) 24.08.10 22 0 12쪽
16 낚시 (3) 24.08.09 22 0 12쪽
15 낚시 (2) 24.08.08 23 0 12쪽
14 낚시 (1) 24.08.07 25 0 12쪽
13 시작된 여행 (4) 24.08.06 26 0 12쪽
12 시작된 여행 (3) 24.08.05 27 0 13쪽
11 시작된 여행 (2) 24.08.04 27 0 12쪽
10 시작된 여행 (1) 24.08.04 36 0 12쪽
9 로레인 블라디미르 (5) 24.08.03 35 1 13쪽
8 로레인 블라디미르 (4) 24.08.03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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