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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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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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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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 체인지업

DUMMY

Hitting is timing. Pitching is upsetting timing.

(타격은 타이밍이다. 피칭은 그 타이밍을 뺏는 것이다.)


363승이라는 라이브볼 시대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투수이자 메이저리그 역대 좌완 최다승의 주인공인 워렌 스판이 남긴 명언이다.


그리고 저 타격의 타이밍을 뺏어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투수들은 공의 궤적이나 속도를 변화시킨다. 그중에 공의 속도를 변화시킨 공, 오프-스피드볼의 가장 대표적인 구종이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직구와 비슷한 궤적에 앞에서 속도만 줄어드는 일반적인 체인지업, 스플리터처럼 종으로 떨어지는 벌칸 체인지업, 그리고 역회전성으로 슬라이더와는 반대쪽으로 꺾이며 떨어지는 서클 체인지업.


이 중에 나와 인연이 닿은 구종은 서클 체인지업.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O자 모양을 그리는 그립으로 인해 일본에선 ok볼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 공이다.


회귀 전, 신인일 당시 나에게 인사를 하러 온 보스턴 해설 위원에게 잠시 배운 이 구종은 바로 이듬해부터 리그를 씹어 먹었다.


당시 2년 연속 구종가치 1위는 물론 안 그래도 강했던 내 패스트볼과 평범했던 슬라이더의 가치까지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말이다.


그 당시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말하길,


"난 그냥 양키스에 신기한 선수가 있다길래 해설이 끝나고 인사를 하러 갔을 뿐이다. 장난처럼 알려줬던 그립이 메이저리그를 바꿀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의 체인지업은 단연코 내가 가르친 사람 중에 최고다."


패스트볼과 완벽히 일치하는 투구 폼과 팔 스윙에서 나가는 서클 체인지업은 타자들에게 지옥의 2지 선다를 강요했고, 심지어 답을 맞히더라도 일반적인 투수의 공보다 덜 떨어지는 내 패스트볼과 더 꺾이는 서클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빗 맞추기 일쑤였다.


이 완벽한 공을 지금까지 던지지 못한 데는 일전의 스프링 캠프에서 보였던 제구 문제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건 일정하지 못한 릴리스포인트였다.


공의 특성상 던지는 순간 구종을 알아챌 수 있다면 그 공은 더 이상 타자의 타이밍을 뺏을 수 없는 단순히 ‘패스트볼보다 느린 공’이 되는 까닭에 패스트볼과 완벽히 일치하는 팔각도와 스윙 속도, 릴리스포인트가 필요했지만 오랜 기간 동안 다른 투구 폼으로 던져왔던 체인지업을 단시간 안에 지금의 몸과 폼에 적응시키긴 어려웠다.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마이너리그 일정을 치르는 내내 무던히도 애쓴 결과 전성기 시절 투구폼에 체인지업과 패스트볼을 일치시키는데 성공했고, 원하는 곳에 어느 정도 집어넣을 수 있는 제구력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직전 시리즈를 치르는 도중, 감독과 투수코치 입회하에 실시한 불펜 피칭이라 쓰고 체인지업 시연회라 읽는 그것에서 내 체인지업은 드디어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다.


시연회가 아닌 경기에서 신 구종을 선보일 기회가 드디어 왔으니 이제 가족들과 팬, 무엇보다 스카우터에게 시위할 시간이다.


그럼 이제 마운드로 올라가 볼까?


심판과 상대 팀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습투구를 몇 번 더 할 수 있었다. 스탄은 뭐가 그래 신나는지 연습투구를 받고는 소리치며 분위기를 북돋운다.


아까 9회 초 공격이 끝나고 내가 기회를 줬으니 오늘 잘 던져보라고 했었나? 하긴 스탄이 볼넷 못 얻었으면 지금쯤 짐을 싸고 있겠지.. 그렇다면 어디 한번 기대에 부응해 보자고.


타자가 결연한 표정으로 타석으로 들어왔다.


1점 차로 역전 당한 상황에 1번 타자부터 시작하는 상위타선. 아마 어떻게든 살아나가려 하겠지? 아마 최근 나의 약점으로 지목된 슬라이더를 노리거나 볼을 골라내 걸어나가려 할 거다.


휘이이익 퍼어엉


"스트~라이크!"


하지만 말이야, 내가 평균 이하인 변화구만을 가지고도 마무리로 유의미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이 최고 수준의 패스트볼이 있었기 때문이거든.


-103.5 마일


우와아아아


그럼 여기서 한번 머리를 어지럽혀 볼까? 비록 좌타자이긴 하지만 몸 쪽으로 서클체인지업이다.


휘익 펑


"스윙, 스크라이크!"


몸 쪽으로 들어오는 변화구에 이거다 하고 배트를 힘차게 휘두른 타자는 슬라이더와 반대로 떨어지는 공의 궤적에 헛스윙을 하곤 타석에서 물러나 당황한 표정으로 덕아웃 쪽을 쳐다본다.


흐흐. 황당하겠지. 스프링캠프 때 한번 던지고 지금 처음 던지는 구종이니까. 근데 그렇게 쳐다봐도 별 수 없을걸? 네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수위 타자들도 붕붕 돌려대던 공이었으니까.


“배터, 자리로.”


타자가 시간을 끌자 주심이 찡그린 얼굴로 지시한다.


잘한다 잘한다! 그럼 이제 정신없을 때 허를 찔러보자고.


휘이익 퍼엉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렇지! 밖으로 살짝 휘는 내 슬라이더에 허무하게 스윙을 하고 돌아가는 타자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머리가 어지러우니 노리고 왔던 내 슬라이더에도 어림없는 스윙을 하는 거다. 이래서 여러 구종을 던지는 투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여러구종을 ‘잘’ 던져야겠지만.


다음 2번 타자는 우타자. 원래라면 고전했겠지만, 나에겐 이제 체인지업이 있으니까.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진다.


가볍게 패스트볼 두 개와 우타자 기준 밖으로 도망가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또 한 번의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순식간에 2아웃을 잡아냈다.


문제는 다음 3번 타자다.


토미 딘, 나보다 조금 일찍 빅리그에 데뷔해 내 전성기 기간 동안 타석에서 나와 영혼의 듀오였던 선수다. 내 타격 성적이 그만큼이나 나온 것도 딘이 내 뒤에서 버텨 투수들이 나와 승부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든 탓이 컸고.


비록 팀이 나와의 연장 계약을 선택해 FA 자격을 획득하곤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내셔널리그로 가서도 MVP 컨텐더로 오랜 기간 활동했었다. 그 말인즉슨 곧 빅리그에 콜업될 게 확실시되는 저 타자는 '진짜'라는 거다.


내 가장 친한 친구였고 라이벌이었던 남자가 대기타석에서 나와 위압감 있게 좌타석에 섰다.


* * *


내 이름은 토미 딘. 장차 양키스의 3루수이자 4번 타자가 될 몸이시다.


일반 선수들은 3~4년은 걸린다는 루키-하위 싱글 A-상위 싱글 A를 1년 만에 졸업하고 더블 A에서도 타율 0.354와 OPS 0.996으로 마이너리그는 내게 좁다는 걸 계속해서 어필하고 있는 선수.


현 양키스 팜에서 가장 기대받고 있는 내가 아니면 누가 그 자릴 차지한다는 말인가?


어제 전화를 했던 단장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 했으니 메이저리그가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다.


부푼 마음을 안고 시작한 8월의 첫 경기는 기분 좋게 흘러가나 했더니만 결국 이렇게 됐다. 전부 저 아시아에서 온 루키 때문이다.


난 여태껏 역대급 재능이라 불리는 저 선수의 재능을 애써 무시해왔다. 물론 타격 하난 인정. 투타를 겸업하면서도 나보다 나은 비율과 누적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면 말 다 했지.


하지만 투수 쪽은 아니었다.


패스트볼은 무시무시했지만 그에 비하면 유감인 변화구들. 저 선수의 성적이 괜찮았던 건 생소함에 기댄 요행이라 생각했었고 마치 그에 호응하듯 성적이 슬슬 내려갔다.


만나기만 하면 두들겨주리라 고대했었고 직전에 역전당한 승부처에서 만나게 되어 내심 기쁘기도 했다.


근데 갑자기 저 신 구종은 뭐란 말인가. 앞선 1, 2번 타자들이 모두 혀를 내두르며 들어와 체인지업이 홈 플레이트 앞에서 누가 잡아채듯 밑으로 꺼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후우. 두 가지밖에 없던 선택지에 갑자기 한 가지를 더 추가하니 머리가 어지럽다. 하지만 이럴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법이다. 체인지업이 까다로운 걸 알았으니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직구를 노린다!


휘이이익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이런 젠장. 공이 너무 빨라 바깥쪽 존 밖으로 나가는 패스트볼에 스윙을 멈추려다 실패했다.


괜찮아. 이제 겨우 스트라이크 하나일 뿐이야. 다음부터 잘하면 돼.


휘이익 퍼엉


“스트~라이크!”


와우! 이번 공은 손도 못 댔다. 바깥쪽 공을 보여주자마자 다시 몸 쪽 가장 깊숙한 존에 들어오는 103마일짜리 패스트볼.


이러면 힘들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공이 좋다.


그래도 이제 유인구가 들어올 차례니까 끝까지 공을 보면서 승부를 이어가 보자고.


투수가 다음 공을 던지자 자신의 이런 생각이 맞았다고 확신하며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 공은 너무 바깥쪽이잖아?


“스트~라이크, 아웃!”


바깥쪽에서 날 비웃듯 꺾여 들어오는 체인지업에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의 완벽한 백도어 서클 체인지업이었다.


이번 승부로 인해 난 저 진홍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를 완전히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다음을 기약했다. 아마 저 친구와의 승부는 이제 시작일 테니까.


“다시 볼땐 메이저리그에서 보자고 친구. 그땐 이렇게 끝나진 않을 거야.”


* * *


[9회 짜릿한 역전 만루홈런과 세이브로 레딩 파이틴 필스를 승리로 이끈 진홍 리]


[진홍 리, 페드로를 연상시키는 서클 체인지업으로 1이닝 9구 3삼진의 무결점 이닝을 만들어내다!]


[선발 자원인 안서니 웹과 외야수 테오 모리스를 양키스와 맞바꾼 필리스, 훈련 중 부상으로 시즌 마감한 테오 모리스에 외야수 고민 이어가..]

┗이런 젠장! 우리 외야엔 귀신이 붙은 거야 뭐야? 오기만 하면 부상에 부진에 이제는 화도 안 나.

┗우리 팀도 외야만 해결되면 진짜로 포스트시즌 가능할 것 같은데..

┗던컨이 있는 한 그럴 일은 없어. 이젠 걔가 플라이를 잡으면 신기하다니까?

┗던컨 그 자식은 짜증 나게 건강하네. 부상당하면 못 이기는 척 진홍을 밀어주고 싶은데.

┗그는 아직 너무 어려.

┗그게 뭔 상관이야. 야구만 잘하면 되지. 그런 소리 할 시간에 레딩에 가서 그의 경기를 한 번만이라도 보고 오라고!

┗맞아. 그는 아마 트라웃이나 하퍼처럼 될 수 있을 거야. 난 아직 어제 그의 홈런에서 벗어나오질 못하고 있어.

┗단장이 그를 언제 올릴까? 난 이제 준비가 됐다고 보는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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