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판타지

새글

장수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8.10 14:22
최근연재일 :
2024.09.17 12: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95,737
추천수 :
2,124
글자수 :
220,354

작성
24.08.29 12:00
조회
2,200
추천
51
글자
12쪽

홈! 스위트 홈!(3)

DUMMY

“오늘은 평소보다 중량을 더 치는군, 꼬맹이.”


“어라, 진짜네? 오늘 등판도 예정돼 있으면서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그렇다. 아침 웨이트장에서 오늘따라 내가 캡틴과 조의 관심을 독차지한 이유는 나의 스쿼트 중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볼 것도 없이 스킬의 효과다.


근육 강화라는 스킬 옵션은 굳이 검사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는데, 평소에 치던 중량의 10퍼센트가량의 무게를 올려도 무리 없이 평소에 하던 세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글쎄요, 오늘따라 힘이 넘치는데요?”


그래도 나한테 스킬이 있는데 그 스킬 레벨이 올라서 근육이 강화됐다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대충 둘러대는 수밖에..


“역시 젊음이 좋은 거구나! 내가 니 나이 땐 말이지 아침에 스쿼트를 그 무게로 100개씩 치고도 더블헤더에 나가고 그랬어, 애송아.”


네네 그러시겠죠. 또 시작된 ‘라떼’폭격을 한 귀로 흘리며 오늘따라 맛있는 스쿼트를 음미했다.


아니 근데 분명히 조도 어릴 땐 저 멘트를 극혐했을 텐데 말이지..


그런데 어제 타격도 그렇고, 오늘 중량도 그렇고 이렇게 갑자기 육체 능력이 상승하면.. 피칭이 살짝 걱정이 되는데? 오늘 등판인데 잘 던질 수 있으려나..


했던 나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경기 시작 전 불펜에서 첫 번째 투수인 제일런과 함께 몸을 풀고 피칭을 하던 중 제구에 문제가 생긴걸 조가 바로 알아챈 것이다.


“야야. 오늘은 공이 좀 날린다? 어쩐지 아침부터 힘이 넘치더니만.”


“그렇네요. 최대한 영점을 맞춰보긴 할 텐데 안되면 뭐 어쩔 수 없죠.”


“그래도 공은 더 좋아진 느낌인데? 컨트롤이 살짝 아쉽단 말이야. 일단 해보는 데까지 해보라고.”


한눈에 봐도 공의 위력은 좋아진 게 보였지만 컨트롤이 잘 안됐다. 내가 커가는 이 몸에 제구를 욱여넣느라 반년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다시 그 과정을 겪어야 할 판이다.


“너무 기준이 높은 거 아니에요, 조? 제일런한테는 별소리 안 하셨으면서..”


“원래 하던 게 안되니까 그렇지, 애송아. 그럼 너도 커서 제일런 연봉만큼만 받아 가든가.”


... 할 말이 없네? 포수라 그런지 조한테는 말로 이겨본 적이 없다. 물론 몸으로도..


그나마 다행인 건 컨트롤이 완전히 안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패스트볼은 어느 정도 제구가 가능하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그냥 존 안과 밖을 구분해서 던질 수 있는 정도?


아마 이 정도만 됐어도 다른 강속구 투수들에게는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을거다. 대상이 나라서 그렇지.


그래도 최대한 던져보면서 몸에 익숙해지려고 했는데..

분명 지금은 1회인데..


불길한 전화 소리가 들린다.


경기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1회부터 나서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따악


누군가의 마지막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불펜의 문이 열렸다.


난 이번생 처음으로 시티즌스 뱅크 파크의 외야를 가로질러 마운드를 향해 달려갔다. 팬들의 걸쭉한 욕설과 함께.


마운드 위에는 이미 투수코치와 조, 캡틴 등 내야수들까지 모두 모여 있었는데 조가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눈짓으로 질문을 한다.


‘어때?’


‘아직이요.’


난 무심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전합니다. 어쩔 수 없죠, 뭐. 그래도 패스트볼은 어느 정도 제구가 되니까 그 위주로 부탁드립니다. 변화구는 조의 판단에 맡길게요.”


“오케이! 원래 특급 요리사는 있는 재료만으로도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법이니까. 나만 믿고 던지면 된다, 애송이.”


내 어깨를 한 번씩 치고 야수들이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갔다.


1회 초에 2사 만루, 타석엔 어딘가 익숙한 9번 타자가 들어온다.


조쉬 체임버. 메츠의 변태 포수다. 1회에 9번 타자라니.. 헛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이 중요한 순간에 나온 타자가 수비형 포수인 저 사람이라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플레이 볼!”


주심의 경기 재개를 알리는 외침과 함께 조의 사인이 들어온다.


‘패스트볼, 몸 쪽.’


저렇게 어떻게든 나가보겠다고 타석에 바짝 붙어 서 있는데 조가 저 사인을 안 낼 리가 없지. 사실 내 맘도 똑같았다.


사인을 받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힘차게 공을 뿌렸다. 최대한 몸 쪽으로, 맞지만 않도록.


휘이이익 퍼어엉


“흐잇!”


“볼.”


-103.2마일


초구로 던지기엔 지나치게 빠른 구속의 공이 눈앞으로 지나가자 기겁하며 뒤로 빠진 조쉬가 나를 째려본다.


왜? 뭐! 째려보면 어쩔 건데. 그러게 누가 그렇게 가까이 붙으랬나?


라고 생각하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공에 맞지도 않았고 사과도 받자 조쉬도 명분이 없는걸 알았는지 씩씩거리며 타석으로 다시 들어온다.


슬쩍 타석을 확인하니 정상적인 위치로 돌아와있다. 100마일 공이 무섭긴 했나 보네.


이렇게 되면 이제 바깥쪽을 공략해야 할 시점이다. 조의 사인 또한 내 생각과 같았고.


다만 존 경계에 딱 맞출 수 있는 컨트롤이 필요한데.. 구속을 조금 낮추더라도 어떻게든 해보려 마음을 먹었다.


휘이이익 퍼엉


“스트라이크!”


-102.5마일


됐다! 이번 공은 던지면서도 느껴지는 완벽히 제구가 된 공이었다. 운이 좋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바깥쪽 존에 걸치는 공에 조쉬는 꼼짝도 못 했고, 조는 다음에도 똑같이 바깥쪽 공을 원했다. 대신 이번엔 존에서 공 한 개 정도 더 빠져 볼이 되도록.


휘이이익 퍼엉


-103.8마일


“스윙,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이 방금 전에 스트라이크로 들어와 억지로 돌린 게 분명한 타격이었다. 엉덩이를 쭉 빼고 어설프게 돌린 배트에 맞아 줄 내 공이 아니었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쉬가 다시 슬금슬금 타석 앞쪽으로 붙는다.


난 어떤 사인이 오든 고개를 저을 생각이 없지만 궁금하긴 하다.


자, 이런 상황엔 과연 조는 어떤 사인을 낼까?


‘가장 강력한 하이 패스트볼.’


큭큭. 역시나 조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포수다. 내 맘과 똑같은 사인을 이렇게 턱턱 내주니 안 좋아할 수가 없잖아!


패스트볼 그립을 쥐고 지체 없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스킬 레벨 업 후에 처음으로 던지는 전력투구이니 조금 더 완벽하게.


온몸의 유연성과 근력으로 잔뜩 꼬았던 상체를 최대한 빨리 회전시키며 마치 총을 쏘듯 공을 발사했다.


휘이이이익 퍼어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우와아아아아! 바로 그거야!”


“홀리..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맞는 거야?”


“니가 처음부터 올라왔어야지! 제일런 이 XX!”


헛스윙 삼진과 함께 이닝이 종료되자 조가 공을 잡고는 나에게 달려와 등을 팡팡 친다.


“공 정말 끝내주는데, 애송이? 계속 그렇게만 던지자고!”


“에이, 다 조 덕분이죠. 사인이 아주 제 맘이랑 판박이던데요?”


-106.1마일


어깨동무를 하고 들어오는 배터리 뒤의 전광판엔 올해 메이저리그 구속 기록 중에 가장 높은 숫자가 적혀있었다.


* * *


순탄하게 흘러갈 것 같았던 나의 등판은 그다음 이닝부터 바로 지장이 생겼다. 조쉬가 덕아웃에 가서 나불댔는지 내 패스트볼만 노리고 들어오는 메츠 타자들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게 패스트볼만 주야장천 던져댔으니까. 나였어도 패스트볼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왔을거다.


1번 타자에게 큼지막한 파울 홈런을 맞고 뭔가를 느꼈는지 마운드로 올라온 조와 머리를 맞댄 결과.. 간간이 변화구를 섞으면서 그냥 대주기로 했다.


아무리 괴물이 득시글한 메이저리그라지만 나도 괴물 소리는 우습게 들을 공을 가지고 있고, 뭐 맞는다 해도 정타는 안 내줄 자신이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난 우리 내야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작년 골드글러브 위너인 유격수 이반 가드너, 아직 완전히 잠재력을 개화하진 못했지만 준수한 수비로 센터라인을 꽉 잡아주는 2루수 루카스 닉슨. 3루의 캡틴은 말할 것도 없고, 포수 조 그라함까지 내야 한정 메이저 최고인 우리 팀이다. 1루수 도미닉 파커가 조금 아쉽지만..


어쨌든 이렇게 좋은 수비를 가진 팀을 두고 맞춰 잡지 않으려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음.. 아무래도 지금부터는 삼진보다는 범타를 노려야...”


내가 바보처럼 보였는지 조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내 눈치를 봤지만 난 단호하게 대준다고 했다.


“그냥 대주자고요, 조! 수비가 알아서 해주겠죠. 우리 내야는 최고잖아요?”


난 혈기왕성해서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고 싶어 하는 강속구 루키가 아니니까.


그리고 그 뒤로 난 안정감 있게 이닝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2회, 3회, 4회, 5회, 6회까지.


비록 중간에 실투를 던져 홈런 하나를 내어주긴 했지만 1점짜리였고, 그 외엔 안타 몇 개를 맞았지만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지금까지 투구 수는 53개. 구단에서 정한 내 한계 투수 구인 60개까지는 단 7구가 남아있을 뿐이다. 아마 7회 중에 교체되겠지. 한 타자 정도 더 상대하려나?


현재는 6회 말, 아직까지 점수는 4 대 0 이다.


* * *


마셜은 고개를 돌려 덕아웃에서 그라함과 수다를 떨고있는 하숙생을 바라보았다. 사람을 관찰하는 게 취미인 마셜이 볼 때 저 루키는 대단히 특이한 존재다.


10년 가까이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하며 수많은 루키들을 봤지만 리는 전혀 루키처럼 보이지 않았다.


루키들이 으레 보이는 초조함이나 걱정, 두려움 같은 감정은 전혀 내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여유나 자신감이 더 돋보일 정도였다.


그러니 저 어린 나이에 한정적인 기회를 부여받음에도 나갈 때마다 기대 이상을 충족시켜주는 활약을 하는 거겠지.


아까 4회에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았을 때도 그랬다. 부리나케 올라온 그라함에게 웃으며 이건 세금으로 치자고 했던가? 그러고 나서 보란 듯이 나머지 타자들을 삼진과 땅볼로 처리했을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베테랑 투수들도 피칭 도중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조용히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요한 경기에서 자기보다 두배는 더 산 무시무시한 외모의 포수와 잡담이라니..


“캡틴! 저 이 정도면 하숙비만큼은 한 거죠? 근데 이거 캡틴이 이래서 되겠어요? 제가 타자였으면 홈런 한방 때리는 건데.”


이제는 조를 버려두고 내 옆에 쪼르르 와서 앉아 타자들에게 광역도발을 시전한다.


내게서 내재된 폭력성을 끄집어내는 발언이지만 얄미움을 빼고 보면 저 루키의 말이 맞다. 신인 투수가 갑자기 1회에 등판해서 이 정도 해줬으면 밥값은 차고 넘치게 한 거다.


이젠 정말 타자들이 해줘야 하는 시점이다.


6회 말, 허드슨의 볼넷과 번스의 번트 안타, 가드너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만루에서 3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자 여지없이 조쉬 체임버가 말을 걸어온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봐요, 마셜. 타격 성적들이 영... 아닌가? 우리 선발이 잘 던지는 건가?”


언제나처럼 대꾸를 하지 않고 공을 기다렸다. 세 번째로 돌아오는 타석이라 이미 저 투수의 공은 충분히 봤다. 대기타석에서 봤을 때 힘도 빠진 것 같고. 그럼 카운트를 잡으러 오는 공을 노리는 게 최선이다.


따아아아악


초구에 휘두른 방망이에 공이 제대로 걸렸다.


“넌 입이 문제야 조쉬.”


거슬렸던 포수에게 한마디를 쏘아붙인 뒤 자유의 종소리를 들으며 배트를 던졌다.


4 대 4. 동점을 만드는 만루 홈런이었다.


팬들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덕아웃으로 들어오자마자 슬쩍 루키에게 다가갔다.


“흠흠, 이 정도면 나도 밥값은 했겠지?”


나를 보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루키가 이내 펜스에 붙어 타석에 서있는 그라함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조! 캡틴도 한방 날렸는데 조는 가만히 있을 거예요? 에이, 조 그라함인데? 오늘 지면 다 조 때문ㅇ..”


여기서도 그라함의 얼굴이 벌게지는 게 실시간으로 보인다. 그런데...


따아아아아악


어어? 백투백 홈런이다.


“셧 업 더 XX 마우스! 애송이 너 거기서 딱 기다려!"


그라운드를 돌며 덕아웃을 향해 소리치는 그라함을 무시한 채 해바라기씨를 뿌리며 좋아하는 루키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


음.. 이러면 다음에 나도 한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정오입니다. 24.08.22 1,559 0 -
44 티핑(1) NEW 18시간 전 573 28 11쪽
43 국가 대표 +1 24.09.16 832 41 12쪽
42 루키 헤이징 24.09.15 992 43 12쪽
41 캐쳐(3) 24.09.14 1,089 38 12쪽
40 캐쳐(2) +1 24.09.13 1,245 38 12쪽
39 캐쳐(1) +2 24.09.12 1,359 41 12쪽
38 늙은 여우(2) +1 24.09.11 1,408 43 12쪽
37 늙은 여우(1) 24.09.10 1,457 45 12쪽
36 홈런(3) 24.09.09 1,505 45 12쪽
35 홈런(2) 24.09.08 1,624 48 12쪽
34 홈런(1) 24.09.07 1,664 48 12쪽
33 위기(2) 24.09.06 1,737 43 12쪽
32 위기(1) +1 24.09.05 1,831 43 12쪽
31 탈각(3) +1 24.09.04 1,949 45 12쪽
30 탈각(2) +1 24.09.03 1,970 50 12쪽
29 탈각(1) +1 24.09.02 2,081 49 12쪽
28 허리케인(3) +1 24.09.01 2,128 53 11쪽
27 허리케인(2) +1 24.08.31 2,146 52 11쪽
26 허리케인(1) +3 24.08.30 2,173 50 13쪽
» 홈! 스위트 홈!(3) +1 24.08.29 2,201 51 12쪽
24 홈! 스위트 홈!(2) +1 24.08.28 2,216 49 12쪽
23 홈! 스위트 홈!(1) +1 24.08.27 2,249 59 13쪽
22 WELCOME TO MLB(3) +2 24.08.26 2,285 50 14쪽
21 WELCOME TO MLB(2) +1 24.08.25 2,297 50 13쪽
20 WELCOME TO MLB(1) +2 24.08.24 2,366 45 11쪽
19 확장 로스터 +1 24.08.23 2,369 51 11쪽
18 서클 체인지업 +1 24.08.22 2,373 50 11쪽
17 LEVEL UP! +2 24.08.21 2,414 51 10쪽
16 유망주 +2 24.08.20 2,451 5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