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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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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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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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MLB(2)

DUMMY

내가 어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주드가 생각보다 일찍 강판당했지만 접전이었고 딱히 에러도 나오지 않았었다. 결국 경기는 졌지만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던 경기.


개인적으로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팀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쏟아부을 수 있는 자원을 다 쓰고 져버렸으니..


거기에 경기 결과로 인해 와일드카드 순위마저 떨어지지 않았던가.


한편으로는 내가 회귀하고 나서 들었던 모든 욕보다 몇 배는 많은 욕을 했던 우리 팬들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실제로 들으니 주드가 살짝 공감이 되기도...


경기가 끝난 후 정신없이 캡틴과 함께 집으로 와 원정 짐을 챙기고 캡틴에게 물었었다.


“그런데 캡틴, 토론토는 캐나다에 있잖아요?”


“그렇지.”


“그럼 거기는 차로 어떻게 가요?”


이런 젠장. 아무리 콜업되자마자 경기에 지고 정신없었더라도 저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난 아직도 날 불쌍하게 쳐다보는 캡틴의 눈길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나마 캡틴에게 해서 다행이지 그라함 씨나 주드에게 했다면 평생을 놀려먹었을거다.


우여곡절 끝에 시티즌스 뱅크 파크 바로 옆에 있는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이곳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우리와 오늘부터 2연전을 치를 이 팀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캐나다를 연고지로 하는 구단이자 우리에겐 한시대를 풍미했던 에이스 류현준 선수로 인해 많이 알려진 팀이다.


메이저리그 팬들에게는 가장 유명한 속칭 ‘알동’,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라는 가장 치열한 지구에 소속된 팀이자 소속 5개 구단 중 최약체로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격은 팀이기도 하다.


올해도 역시 7월에 일찌감치 시즌 포기를 선언하고 셀링 클럽이 된 블루제이스는 59승 75패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당당히 꼴찌를 달리고 있다.


스플릿 라이벌리로 필리스와는 격년마다 경기를 하게 되는 이 팀을 맞이해 우리 팀원들은 어제의 패배를 잊고 다시 한번 해보자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이번 해에 FA로 팀에 입단해 준수한 성적을 보여줘 아마 팀에서 내년 옵션을 실행할 것이 확실시되는 오늘 선발 개럿 크로셰가 누구 하나 잡아먹을듯한 눈으로 루틴을 수행하는 중이었고 조는 주드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격려중 이었으며 캡틴은 여느 때처럼 내야수들과 얘기를 나누며 오늘 선발로 예정된 상대 투수의 리포트를 보고 있다.


어제 경기에 졌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연승을 이어나갈 때의 느낌이랄까? 어쨌든 오늘은 느낌이 아주 좋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가 시작되고 우리는 아주 수월하게 리드를 잡고 경기를 풀어나갔다.


개럿 크로셰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무실점으로 순항 중이었고 캡틴은 홈런을 때려내며 기어이 올해도 40개를 채웠으며 조도 3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아직 팔팔함을 보여줬다.


“그라함 씨! 이 기세면 40세까지 해 드시겠는데요?”


“흐흐. 40살이 뭐냐, 45살까지도 끄떡없다, 애송아.”


“네~네 그러시겠죠.”


“그나저나 이제 슬슬 긴장하는 게 좋을 거다.”


“네? 이렇게 경기가 잘 풀리는데 왜요?”


“왜긴, 너 출전 안 할 거야?”


* * *


감독 입장에서 어제 경기는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일찍 무너진 선발 때문에 경기 초부터 불펜을 밀어 넣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점수 차가 났다면 패전 조를 갈아버리는 건데 엎치락뒤치락 하는 바람에 그전 경기까지 3연투를 한 마무리를 제외하곤 있는 필승조와 롱 릴리프까지 전부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겼으면 그나마 다행이련만 이 중요한 경기에서 결과마저 나빠버리니 올인을 하고 전 재산을 탕진한 도박꾼처럼 허무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나마 오늘 경기는 아주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아 다행이었지만 개럿의 투구 수가 5회인데도 80개를 넘어가자 코라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타자들이 힘을 내줘서 8점 차로 리드하고는 있지만 개럿이 내려오고 남은 이닝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과 연투를 밥 먹듯이 한 불펜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코라는 결국 투수코치에게 이번에 콜업된 루키를 불러오게 했다.


“리. 팀의 상황은 잘 알고 있겠지? 지금 개럿이 잘 던져주고 있지만 벌써 한계 투구수가 다가와. 아마 길어야 6회겠지. 그리고 우린 어제 경기에서 너무 많은 투수를 써버렸네.”


“잘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


“그러니까 오늘은 나가서 보여줘야겠네. 자네가 메이저리그에 걸맞은 인재라는걸.”


“그럼 등판입니까?”


“그래. 아마 7회? 아니 개럿이 6회에 부진한다면 이닝 중이라도 교체를 강행할 거야.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지금 8점의 리드가 3점의 리드가 되지 않는 한 나는 자네를 마운드에서 내릴 생각이 없네.”


“그 말씀은..”


“최대한 오랫동안 막아주게. 될 수 있으면 끝까지. 하지만 혹시 무너진다 해도 자네 뒤에는 마무리 투수가 남아있으니 너무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되네.”


“꼭 제가 경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래. 얼른 불펜으로 가게. 자네의 첫번째 빅리그 등판을 응원하지.”


사실 감독님이 말한 부담 없는 경기가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었다. 조의 얘기를 듣고 크게 이기는 경기에도 가능하겠구나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님의 호출이 있었다.


이제 드디어 데뷔구나! 타자로 먼저 데뷔할 줄 알았는데 투수로 데뷔라니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난 루키다. 지금은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서둘러 불펜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던 백업포수, 스탄에서 공을 던지며 몸을 풀었다.


“오오, 리! 드디어 데뷔하는 거야?”


“잇차, 네. 아직 얼떨떨하지만 그렇다네요.”


가볍게 던지며 구속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오늘 공 최곤데? 나가서 일 터뜨리겠어.”


“그렇게만 되면 너무 좋겠네요.”


내가 봐도 오늘 내 공은 좋다. 공이 긁히는 느낌과 컨디션 모두 최상. 왠지 스탄 말대로 나가서 일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


개럿은 생각보다 6회를 잘 막아내며 나에게 몸을 풀 시간을 충분히 주었고 난 점수 차를 더 벌린 7회 초 공격이 끝난 후에야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었다.


사실 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는 나에게 굉장히 친숙한 구장이다.


아까 말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장인 ‘알동’, 그곳의 제왕은 양키스였으니까. 당연히 여기 로저스 센터도 내가 수없이 와본 구장일 수밖에 없다.


전성기 시절에 버드 킬러(*블루 제이는 북미 지역에서 서식하는 새다.)라고 불렸던 내게는 타자로도, 투수로도 좋은 기억이 가득한 구장.


우뚝 솟은 CN 타워를 바라보며 나는 이번 생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기어이 일을 터뜨렸다.


* * *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시리즈 1차전. 9회 초가 끝나고 토론토의 마지막 공격만이 남은 현재, 필리스의 캐스터인 재커리 고든은 특별 해설 위원인 애런 놀라와 함께 7회와 8회에 나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루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애런, 아무래도 필리스에 새로운 신성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비록 5번부터 시작하는 하위 타선이었지만 토론토의 타선을 상대로 출루 하나 없이 틀어막았어요. 2이닝 퍼펙트입니다!”


“저도 깜짝 놀랐죠. 지금 불펜 상황이 많이 안 좋거든요? 그런데 이런 선수가 나와준다면 코라 감독도 투수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겁니다.”


“네. 필리스에서만 18년을 뛰고 재작년에 은퇴하신 레전드로써 루키의 투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애런이 방긋 웃으며 잘생긴 얼굴을 휘휘 젓고는 이어 말했다.


“퍼펙트. 그의 2이닝 동안의 기록처럼 정말 완벽했죠. 강력한 패스트볼과 서클체인지업의 조화 거기에 슬라이더까지.. 정말 토론토 타자들이 불쌍할 지경이었습니다.”


“애런, 루키가 던지는 공들은 당신도 현역 시절에 다 던지던 구종이 아닙니까?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하하하. 이런, 저를 놀리시는군요. 위력만 놓고 본다면 저 루키가 압도한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저런 공은 정말 오랜만에 볼 정도로요. 그리고... 심지어는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 같더군요. 18살의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타자를 어떻게 요리할지 아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그라함의 영향이 있었겠지만 말이에요.”


점수 차가 많이 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한 남자가 마운드로 걸어 나오자 다시 관중석이 조용해진다.


“아... 저 선수가 또 올라오는군요?”


“그렇네요. 이제 토론토의 2번부터 시작되는 중심타선이고 데뷔전이라 무리를 안 시킬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사실 이 선수, 마이너리그에선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한 선수입니다. 기록이.. 하위 싱글에선 10경기 9세이브 ERA 1.5, AA에서는 32경기 25세이브 2블론 ERA 1.99였네요.”


“아주 훌륭한 성적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나올 타자가 타일러 메이슨 선수거든요. 시즌 초반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누적 성적을 쌓았을 것이 확실한 선수입니다. 지금도 규정타석이 부족해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0.344로 메이저리그 타율 1위입니다. 그만큼 안타를 만들어내는데 능력이 뛰어난 선수죠. 저도 선수 시절에 참 고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몸 쪽 가장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패스트볼을 커트해 내는 메이슨입니다. 와우 104마일까지 나오는군요?”


“아주 수준 높은 패스트볼입니다. 구속뿐만 아니라 위로 솟구치는 느낌까지 주는, 수직 무브먼트가 아주 좋은 공이에요. 이제 카운트는 2-2. 승부를 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스트라이크 아웃!


“아! 바깥쪽에서 휘어 들어오는 백도어 체인지업에 스탠딩삼진!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2개만을 남겨놓는 리입니다.”


“바로 저겁니다. 제가 말한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능력! 바로 직전에 몸 쪽 가장 깊숙한 공을 보면 저런 공에는 배트가 나가기 쉽지 않죠. 바깥쪽 존을 살짝 걸치며 들어왔지만 명백한 스트라이크입니다.”


“네. ABS는 거짓말을 못하니까 말이죠.”


따아악


“아.. 초구를 빗 맞췄는데 외야수가 이걸 못 잡아주네요. 이 정도는 잡아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어제오늘 계속해서 잠잠하던 외야에서 결국 사고가 발생합니다.”


“어? 그런데 기록이.. 안타인데요?”


“애매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러면 리 선수의 퍼펙트 기록이 깨지겠네요. 선수 입장에선 정말 아쉽겠어요. 저도 이렇게 아쉬운데 말이죠.”


“그런데 저 친구... 웃는데요?”


미안하다는 제스처의 중견수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보낸 뒤 송진가루를 툭툭 치며 웃는 진홍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중이었다.


“다음 타자를 상대하는 걸 보면 저 웃음이 허세인지 진짜인지 알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다음 타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토론토의 괴수가 타석에 들어옵니다.”


“네. 엄청난 선수죠. 이제 나이가 들어 기동성과 수비에서 팀에 기여하고 있진 못하지만 아직 장타 능력만큼은 살아있는 선수입니다.”


-스트라이크!


“존 가장 아래를 쓸고 들어오는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아마 저게 들어올 거라곤 생각도 못 한 듯합니다. 저렇게 타석에서 벗어나 씩 웃는 걸 보니 말이죠.”


“이러면 다음 공이 정말 궁금해지는데요. 함께 보시죠.”


따악


-2루 아웃, 1루 아웃! 게임 셋!


“똑같은 코스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1사 1루에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상대로 6-4-3 병살타를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짓는 진홍 리 선수입니다.”


“완벽한 피칭 디자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 선수는 ‘진짜’인 것 같군요.”


“이러면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기록이 깨집니다. 리가 18살에 세이브를 올린 최초의 필리스 선수로 기록됩니다.”


“네. 오늘로 18세 246일 밖에 안된 어린 선수가 메이저리그 데뷔 무대에서 필리스 최연소 세이브를 기록해냅니다. 리 선수에게 메이저리그에 온 걸 환영한다고 말해주고 싶군요!”


“하하. 여러분, 즐기십시오! 우리는 오늘, 전설의 시작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화면엔 동료들이 뿌린 음료에 흠뻑 젖은 채 기뻐하는 어린 선수의 모습이 계속해서 중계되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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