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판타지

새글

장수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8.10 14:22
최근연재일 :
2024.09.17 12: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95,705
추천수 :
2,124
글자수 :
220,354

작성
24.08.23 12:00
조회
2,368
추천
51
글자
11쪽

확장 로스터

DUMMY

메이저리그에서 단장이란 아주 바쁘고 골치 아픈 축에 드는 보직이 틀림이 없다. 선수단 연봉부터 계약, 트레이드, 콜업까지 손이 안 가는 일이 없으니까.


그게 내가 여기 단장실에 앉아 2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난 내 직업을 사랑한다. 내가 하나의 팀을 만들어 나가는 느낌.


내가 생각했던 조각들이 모여 성적을 내고 점점 성장하는 느낌이 짜릿해 오히려 매 순간이 즐거울 정도다.


근데 가끔씩, 아주 가끔씩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이 온다. 마치 지금처럼.


띠리리리리


벌써 두 번을 안 받았지만 지치지도 않는지 세 번째 거는 끈기 있는 상대방에 경의를 표하며 결국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이것도 어쨌든 200만 달러 연봉 안에 포함되는 내 일이니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나? 샘! 난 또 자네가 전화기를 잃어버린 줄 알고 계속 걸었지 뭔가.


“아닙니다, 캐시먼. 제가 전화기를 사무실에 두고 잠시 나갔다 와서요. 무슨 일이십니까? 트레이드 마감일은 벌써 지났는데요?”


-그래, 그 트레이드 마감일! 그날 자네 팀에서 트레이드되어 온 안서니 때문에 감사 인사라도 할까 해서 전화했지. 그것 때문에 내가 구단주님에게 면이 섰어!


양키스에서 30년 넘게 단장을 해먹고 있는 캐시먼이란 작자는 내 성질을 긁으려고 작정을 하고 전화를 건 게 분명했다.


이 여우 같은 노인네.


“그런데 테오는 부상을 당해서 제 해임에 대한 기사에 좋아요가 올라가게 해줬고요.”


-에이, 그걸 내가 알았겠나? 메디컬 체크도 다 하고 데려간 사람이 지금 와서 그러면 안 되지.


나도 안다. 그냥 굳이 전화해서 내 속을 긁는 상대에 대한 야속함과 답답한 마음에 투덜거려 봤을 뿐.


“저도 답답해서 그냥 해본 말입니다. 안서니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제가 일이 있어서요. 그만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그러세. 다음에도 잘 부탁하네. 월드 시리즈에서 보면 좋겠구먼. 올라올 수 있다면 말이지.


이 노인네가 끝까지..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단장실에 붙어있는 흡연실로 향하며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꼬나 물었다.


담배도 끊어야 하는데 도대체가 한 번씩 이렇게 뒤집어 놓는 인간들 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


그나저나 이번 건은 좀 크리티컬했다. 마지막으로 복권이라도 긁어보자는 마음으로 한 트레이드였다.


분명히 공은 좋은데 어떤 짓을 해도 제구가 안 잡히는 투수라고 했다. 그런데 무슨 요술이라도 부린 건지 가자마자 저렇게 활약할 건 또 뭐람.


테오라는 녀석은 경기 뛰어보기도 전에 부상을 당해버리기나 하고.


완벽히 대비되는 트레이드 결과에 또 일희일비가 취미이신 분들이 들고 있어날 조짐이 보인다. 몇 번 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진짜로 잘릴지도 모르는 일이지.


이제 내 과오를 덮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며칠 뒤면 있을 확장 로스터에 올라가는 선수들이 잘해주는 수밖에..


해마다 9월 1일이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변화가 생긴다. 정규리그의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시즌 내내 경기에 나서 지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휴식과 기용해 볼 만한 유망주의 시험 등을 이유로 정규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달간 로스터를 확대한다.


2019년까지는 25인 로스터에서 40인까지 로스터를 확장했으나 그 이후엔 26인 로스터에서 28인까지 단 2명 확장.


고로 나에게 저 2명은 목숨줄이라는 말이다. 안 그래도 선수층이 얇아 간당간당하게 유지하고 있는 팀이다.


당장 주전 선수들 중에 한 명이라도 부상당하면 지금 하고 있는 와일드카드 경쟁이고 뭐고 전부 끝인 상황에서 올라가는 2명이 그 짐을 조금이나마 나눠 들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담배를 태우고 들어와 책상에 놓인 종이를 다시 한번 봤다. 어제 감독이 주고 간 필요 포지션이 적힌 종이. 다른 곳에는 아무런 표시 없이 외야수, 그중에서도 중견수에만 동그라미를 백 개쯤 쳐놨다.


얼마나 강하게 그렸놨는지 동그라미를 뚫고 감독의 스트레스가 보이는 듯하다.


그래 외야수! 나도 알고 감독도 알고 팬도 알고 심지어는 지나가는 개도 알법한 우리 팀의 약점.


그걸 보완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던가. 트레이드에 콜업에 하는 족족히 망해서 그렇지.


이쯤 되면 진짜 팬들의 말처럼 우리 외야에 귀신이 붙었다는 말을 믿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 중견수 마틴 던컨은 그래도 꾸준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자원이다.


쓸데없이.


멘도사 라인이라는 2할 극 초반대의 타율과 0.6이 간신히 넘는 OPS(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하며 수비도 리그 평균 이하인 중견수.


필리스가 아닌 다른 팀에서는 언감생심 40인 로스터에도 못 드는 선수였지만 그래도 꾸준히 썼던 이유는 프랜차이즈 유망주 출신에 어느 정도 계산은 서는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왔다.


「펜스 충돌로 인해 마틴 던컨 어깨 부상. MRI 촬영 후 경과 확인 중이며 시즌 아웃도 염두에 두고 대체 선수 콜업 요망.」


방금 확인한 문자엔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적혀있었으니까.


벌컥


“단장님! 소식 들으셨죠? 빠르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그래 제이든. 잘 왔어. 자네가 생각하기엔 어떤가?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서 본 건 자네지 않나.”


필리스의 단장인 샘 펄드와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장 신뢰하는 스카우터인 제이든 벨은 다시 한번 강하게 어필했다.


“단장님, 아니 샘. 내가 전에도 말했잖나, 리를 올리라고. 지금 우리 팀에 그보다 적합한 선수는 없어. 아니, 메이저리그 어디를 봐도 그만한 선수는 찾기 힘들 거야.”


“리는 아직 너무 어려. 그 대단하다던 트라웃도, 하퍼도 그 나이엔 마이너에 있었어. 우린 담금질을 너무 빨리 끝낸 선수들이 어떻게 실패하는지 너무 많이 보지 않았나.”


“그는 달라. 이 기록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 그리고 우리 팀의 사정도 다르고 말이지. 하지만 난 이런 힘든 상황들이 그에겐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네. 그는 이미 준비가 끝났어.”


사실 나도 리를 올려야 된다는 걸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더블 A에서도 3달이 넘는 기간동안 타율 4할에 OPS 1이 넘는 활약. 다른 선수였다면 무조건 올려야 되는 성적이긴 하다.


다만 내가 봐왔던 수많은 사례들과 너무 어리다는 심리적인 거부감이 그의 콜업을 막고 있는 저지선이었을 뿐.


하지만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스카우터의 말과 좋지 않은 팀의 상황에 그 선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난 이내 수화기를 들었다.


“감독님, 접니다. 리는 어떻습니까?”


코라 감독은 다짜고짜 물어본 말에도 막힘없이 즉답했다. 아마 감독도 어느 정도 생각해둔 후보군이 있었을 거다.


-리? 그 녀석이라면 괜찮지. 좀 어리지만 주눅들 만한 성격도 아니고 말이야. 그리고 어디 내가 지금 선수 따질 입장인가? 주는 대로 잘 써먹어보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올려보내겠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주십시오.”


-힘낼 테니 올리는 김에 백업 포수랑 불펜 투수도 좀..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양아치 감독님의 전화를 서둘러 끊고는 제이든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이젠 돌이킬 수 없어. 여긴 메이저리그고 우린 단장과 스카우터야. 그 녀석이 빅리그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책임도 있다는 얘기야. 그래도 올려야 한다고 확신하나?”


“100퍼센트. 우린 그가 실패할 걱정을 하는 것보다 그를 상대할 팀들을 걱정하는 게 나을 거야. 그가 큰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는 한 말이지. 그나저나 나머지 자리는?”


“던컨의 자리가 빠졌으니 그대로 2명이 남았는데 방금 감독님이 백업포수와 불펜을 요구하셨어.”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라함의 무릎이 나빠지고 있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니까. 불펜도 그렇고.”


“어때? 좋은 선수가 좀 있나?”


“음. 포수는 AAA보다는 AA에서 올리는 게 좋아 보이는군. 내가 생각하기엔 스톤이라는 선수가 그라함의 뒤를 이으면 좋겠는데 아직 덜 여물었어. 이번엔 아무래도 스탠리 에반스가 낫겠어. 작년 콜업경험도 있고 말이야.”


“포수는 그렇게 하는걸로 하고, 불펜은?”


“불펜은 AAA에···.”


* * *


방금 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제 9월 초에 끝나는 마이너리그의 마지막 시리즈를 위해 원정을 준비하러 가야 한다.


이번 시즌에 빅리그 데뷔를 하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버리니 반쯤 기대를 접은 건 사실이다. 필리스 외야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아도 팀은 그럭저럭 순항하며 와일드카드 경쟁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쓰던 선수를 빼고 18살짜리 생짜 루키를 쓰는 감독과 프런트는 사실 없을 거다. 나였어도 안 쓸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면담을 신청한 감독이 싱글벙글 웃으며 하는 말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방금 들어온 소식이 마틴 던컨이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라 하더구나.”


“어... 안타깝게 됐네요?”


“그리고 너에겐 좋은 소식이 되겠지. 콜업이다! 원정 짐 말고 꼼꼼히 다 싸서 필라델피아로 가도록!”


“으아아아아! 감사합니다. 감독님. 열심히 할게요!”


“그래. 다신 보지 말자고. 아! 가는 길에 네 콜업 동기, 스탄도 좀 불러주겠나?”


“스탄도요? 알겠습니다!”


힘차게 경례를 하고 감독실을 나오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이 좋게 작용돼 그런 거지만 전생보다 일찍 빅리그에 데뷔하게 된 거다. 무려 2년이나!


숙소로 가는 길에 스탄을 불러 감독실에 고이 집어넣고 가족과 가은이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부모님. 불초 소자 마이너리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메이저리그로 콜업되었사옵니다.


-어머. 잘 됐다 얘. 그럼 이제 티비에서 우리 아들 볼 수 있는 거니?


-그럼요! 근데 아마 처음엔 대타나 불펜으로 나갈 거라서 언제 출전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래. 최선을 다하고. 만약에 출전하게 되면 너네 엄마 거기로 여행 보내도 되겠니? 아빠는 학교 때문에 여름 방학에나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대충 기도하는 모양의 이모티콘)


-이이는. 나 혼자 저기 가서 뭐 하라고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점심이나 드세요.


-아니에요, 엄마. 조금 있으면 가은이도 출산이라 엄마 모시려고 했어요. 조만간 비행기표 보내드릴게요.


가족 단톡방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뒤로하자 연신 반짝이는 가은이의 톡이 보인다.


-진짜?


-진짜로?


-진짜 진짜 메이저리그 가는 거야?


-그럼! 이 오빠가 뭐랬어. 얼마 안 걸린다고 했지?


-올~ 이진홍. 약속 잘 지키네.


-당연하지. 예정일이 9월 20일이랬나? 그전까지 꼭 출전할게!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알았어.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그치?


-응. 진통 오면 말해달라고 장모님한테 부탁해놨으니까 바로 뉴욕으로 갈게. 부모님한테도 안부 전해드리고.


-응응~ 아 참! 아빠가 너 사인 다음 달까지 안 받아오면 끝이랬어.


-... 올라가자마자 받을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야구 천재가 회귀당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정오입니다. 24.08.22 1,558 0 -
44 티핑(1) NEW 18시간 전 572 28 11쪽
43 국가 대표 +1 24.09.16 832 41 12쪽
42 루키 헤이징 24.09.15 992 43 12쪽
41 캐쳐(3) 24.09.14 1,088 38 12쪽
40 캐쳐(2) +1 24.09.13 1,245 38 12쪽
39 캐쳐(1) +2 24.09.12 1,359 41 12쪽
38 늙은 여우(2) +1 24.09.11 1,408 43 12쪽
37 늙은 여우(1) 24.09.10 1,454 45 12쪽
36 홈런(3) 24.09.09 1,505 45 12쪽
35 홈런(2) 24.09.08 1,624 48 12쪽
34 홈런(1) 24.09.07 1,664 48 12쪽
33 위기(2) 24.09.06 1,737 43 12쪽
32 위기(1) +1 24.09.05 1,831 43 12쪽
31 탈각(3) +1 24.09.04 1,948 45 12쪽
30 탈각(2) +1 24.09.03 1,969 50 12쪽
29 탈각(1) +1 24.09.02 2,081 49 12쪽
28 허리케인(3) +1 24.09.01 2,128 53 11쪽
27 허리케인(2) +1 24.08.31 2,146 52 11쪽
26 허리케인(1) +3 24.08.30 2,173 50 13쪽
25 홈! 스위트 홈!(3) +1 24.08.29 2,200 51 12쪽
24 홈! 스위트 홈!(2) +1 24.08.28 2,215 49 12쪽
23 홈! 스위트 홈!(1) +1 24.08.27 2,246 59 13쪽
22 WELCOME TO MLB(3) +2 24.08.26 2,281 50 14쪽
21 WELCOME TO MLB(2) +1 24.08.25 2,295 50 13쪽
20 WELCOME TO MLB(1) +2 24.08.24 2,366 45 11쪽
» 확장 로스터 +1 24.08.23 2,369 51 11쪽
18 서클 체인지업 +1 24.08.22 2,372 50 11쪽
17 LEVEL UP! +2 24.08.21 2,414 51 10쪽
16 유망주 +2 24.08.20 2,450 5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