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함께 돌아온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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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걸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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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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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UMMY

불법 약물을 제조 및 유통하는 빌런 조직.


VS.


각성 관리국 치안부 4과 금급 영웅 한태성.


밥그릇을 지키려는 자와 부수려는 자.


분명 그러한 대립이였을터다.


그런데.


한 사람의 등장.


그에 더해 높게 뻗은 원기둥 형태의 불길한 구조물까지.


'대한의 용'이라 불리는 그룹의 일가가 머무는 옛 서울의 랜드마크, 가장 높은 층고를 가진 건축물 정도 됨직하다.


그것부터 인지부조화가 일어났다.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 그리고 의문.


이만한 질량와 크기, 높이의 건축물이 기척도 없이 갑자기 떡- 하니 등장한다고?


현존하는 아공간 제품이, 그것도 북미 세계 1위 파인그룹의 야심작 '파인링'이 최대 3.3제곱미터.


따라서, 보급물자나 예비용 무기를 수납하는 게 아니면 쓰임이 없는 물건.


가격도 비싸기도 더럽게 비싸서 국내에선 단 한 사람, 백급 영웅 손지석만 쓰고 있다.


그런 탓에 한태성은 제 눈을 쉴새없이 꿈뻑일 뿐이다.


증축된 랜드마크가 60만 제곱미터라 알려졌다.


눈앞에 보이는 건 어림잡아 그쯤이다.


그러니까 저게 '아공간 물건' 속에서 툭 튀어나왔다는 거지?


'반경 5km가 훌쩍 넘는 거리에서 충분히 보일 법한 마천루'가?


솔직히 말해 스텔스, 클로킹, 은신 이능은 가정하지도 않았다.


'저건' 그런 범주에서 훨씬 벗어났으니까.


하하...이게 무슨 질 나쁜 장난인가.


"신, 신종 게이트여? 뭐여. 와 지금 튀나와지랄이노"

"우웁-. 우에엑. 빠, 빡꾸야!"

"저, 저 아새끼는 담가야합니다!"


운 나쁘게 저택 끄트머리에 짓눌린 빌런 하나가 내장과 육편, 다량의 피를 시원하게 분수 뿜어낸 흔적들에 비위가 약한 몇몇이 헛구역질을 해댔다.


평소의 한태성이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 담구는 놈들이 지랄염병한다고 했겠지만.


그럴 정신머리가 없었다.


게다가 저치들의 꼴을 봐라.

범도 못 알아보는 똥개마냥 이빨을 드러내고 왈왈 대는 꼴이 여간 웃기지 않나.


덜 물들은 애송이 잡놈들은 그 자리에 못 박힌 채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 대고 있고.


물론 그건 3급 빌런 두목도 마찬가지.


부하들보다 급수가 높은 각성자답게 기감이 보다 예민했다.


그렇기에 태연자약하게 다가오는 애송이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애당초 비각성자가 저따구로 행동할 리는 없으니까.


'한태성이 점마도 모르는 눈친데, 소문으로만 듣던 야차부대인지 뭔지 시부럴것인가. 애새끼처럼 보이는데.. 씨팔'


<짐승 변이:하이에나>


라는 각성 능력을 가진 두목은 '비정상적인 건물'보다 '평범한 20대초반 남성'이 더 위험하게 보였다.


터널만큼 시야가 한없이 좁아지면서 오직 성유마만 보였다.


이는 순전히 그의 능력 탓이다.


강약약강의 전형적인 표본, 생존의 감이 예민한 짐승다운 반응이니라.


전투 스카우터를 굳이 안 껴봐도 느껴진다.


한 수위도 아닌 엄청난 격차가 있음을.


덤벼? 말어?

두목! 어떻게 할까요?

수많은 눈깔이 그에게 그리 말하고 있었다.


침묵하는 좌중 속에서 한태성의 침음성이 크게 울렸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신랄하게 드리블하는 주둥이가 여염집 아가씨처럼 조신해졌다.


고생 한 번 해본적 없는 부잣집 도련님 분위기다.


왼손가락에 덕지덕지 끼운 반지 다섯 개도 모두 비싸보였고.


거기다 규격 외 물건까지.


분명 '높으신 분' 혹은 '윗 분'들의 세계에서 노니는 귀한 자제가 분명할 거다.


당장 '대한의 용' 일가 3세의 12명 중 장남만 대중에 노출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확실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한태성은 진짜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빌런놈들한테 함정에 빠진 거야 여차여차 개같이 고생해서 빠져나올 순 있겠지만.


작정하고 모습을 드러낸 귀한 자제가 자기 얼굴을 목격한 사람을 과연 살려둘까?


"흐음, 이상하네. 좌표는 여기가 분명한데, 눈앞에 보이는 모습들은 또 그렇지가 않네"


성유마는 가슴팍에 에테르를 품고 있는 '한국말을 쓰는 한국인'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원래 내가 살던 고향이 검마 판타지 세계였던가?


사실 누구나 알게 모르게 에테르를 품고 있는 잠재력이 있었나?


원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게다가.


연신 눈알을 굴리고, 경계하고 있는 수많은 시선들.


'힘을 더 봉인해야겠네'


척봐도 강자를 앞에 두고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근데, 저놈들이 약한 건지, 평균인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저놈들 기준으로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러려면 '그 목걸이'를 꺼내야겠네.


[바툼]


곧장 혜광심어를 보낸다.


[툼!]


마치 계속 기다렸다는 듯 잠깐의 지체도 없이 답이 왔다.


[인식 혼돈의 목걸이도 필요해]

[바로 준비하겠슴다!]


성유마, 그의 것은 이미 아공간 속에 있다.


다만, 아홉 군주가 쓸 목걸이가 필요할 뿐.


[아, 그리고 아홉 군주 말고 밑에 애들 보내라고 해, 너희들까진 무리일 것 같다]

[명 받들겠슴다!]


아마 녀석들은 울상짓겠지만, 별 수 없다.


걔들이 나왔다간 사고가 사건이 될 것 같다.


어느새 목걸이를 꺼내 착용했다.


일순 한태성과 빌런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윗 줄로 보였던 청년이 해볼만 한 수준까지 내려간 것.


뭐지, 처음 등장이 너무 강렬했던 탓에 오인한 건가?


긴가민가하는 얼굴.


한태성 역시 혼란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여전히 침묵중인 상황에서.


"거기 누가 길안내 좀 해줄래?"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세상 많이 변했을 것 같거든.


성유마가 그들을 콕 집었다.


어린 게 반말?

그럴 수 있다.

인생의 절반도 안 산 놈이 나보다 세다면 말이다.


"쓰벌넘이, 쳐돌아뿟나?"


그게 아니라면 이건 명백한 시비이자 생사결의 신호탄이다.


"뭔 이상한 우주선을 타고 와서 주차도 거지같이 해붓고 우리 아 들 쳐찍이삐면 니도 그래야지 않긋나?"

"빠꾸 옆으로 니도 같이 뽀내주께, 이씨방새야"

"자자, 애들아 들가자~"


불법 약물은 각성자가 복용했다고 효용이 없는 건 아니다.


능력치 한계까지 강제로 끌어올려주는 이른바 스테로이드 효과를 얻게 된다.


덕분에 쏠쏠한 재미와 더불어 강자의 기분까지 경험한 이들이 불법 약물을 애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팔뚝에 꽂힌 주사기가 톡 부러지며 떨어졌다.


혈관에 삽입한 약물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보였다.


"어쩐지 질이 나빠 보이더라. 어느 시대건 깡패는 여전히 있나보네"


오랜만에 느껴보는 날것의 신선한 경험이다.


얼마만이더라.. 백 년?


이렇게 정면으로 들이받는 녀석은.


거기다.


주둥이를 놀릴 것도 없이 냉큼 달려든다.


저기 이상한 도핑이 끝나자마자.


뭐, 수액 한 방 맞았다고 달라지나?


미묘하게 에테르가 늘긴 했지만 큰 위협이 될 정돈 아니었다.


"어서 와라"


성유마가 기분좋은 호선을 그었다.


가볍게 손을 턴다.


이내 견제용 잽을 뻗었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놈이 가드를 올렸다.


팔길이만한 손톱이 유광의 은백색 예기를 띠었다.


뭐든 베어버릴 듯한 날카로움.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원천의 90, 본신의 90 그리고 7층계 군주 팬도럼이 손수 제작한 분신체.


판테아에서 숱한 기사와 투사, 배틀메이지들과 맞붙었던 몸뚱이다.


그리 쉽게 망가지진 않을-.


파아아아앙-.


일권.


힘을 뺀 주먹이었다.


필멸자의 육체로 느껴볼 투쟁을 기대했기에.


땀 흘리고, 피 흘리고, 피로가 쌓이는 등의 인간다움을 겪고 싶었다.


그러나.


부딪힌 순간.


금속제 손톱은 가루가 되고.

당황한 녀석의 얼굴이 짓물리며.

뒤따라온 충격파에 상반신이 뒤로 밀리다 못해 하반신과 작별을 고한다.


펑-.


채 0.25s이 지나지 않는 순간이었다.


가벼운 잽 한 번에 5급 빌런 아무개가 폭사했다.


"아.. 나름 힘조절을 했건만.. 실수했네"


터져버린 핏물과 잔해 위로 하반신만 놓였다.


절명한 동료와 유마를 번갈아 보던 빌런들은 눈만 뻐끔대며 주춤거렸다.


한 번의 교환으로 기세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원래 별볼일 없는 것들이 대개 그렇다만.


"자자, 다시 가지. 이젠 감잡았거든"


팔을 붕붕 돌렸다.


이대로 끝내긴 그가 아쉬웠다.


천천히 뒷걸음질치는 이들.


'글렀군'


그걸 본 성유마가 냅다 몸을 날렸다.


상대가 안오면 직접 가면 그만이지.


툭-.


아까보다 약하게.


펑-.


팔뚝, 쇄골, 갈비 등 맞은 족족 움푹 패인다.


팔뚝은 기형적으로 꺾이고.


쇄골은 내려앉고.


부러진 갈비는 폐를 찔러 헉헉댄다.


가슴 부풀고 시건방지게 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벌레처럼 땅바닥에 자빠져 휘적거린다.


한태성은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


체면 다 버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멍청하게 서있다가 저놈들과 한 패라고 오인받을까봐.


"대, 대체 정체가 뭐지... '일성' 일가에서 이런 괴물이 있다곤 못 들었는데"


있었다면 언론을 통해 미리 언질을 하지 않았을까?


뭐니뭐니해도 국뽕에 미친 나라인데.


아니면 '동해의 거인' 대현 일가?


감이 안 잡힌다.


35.11s.


남아있던 열둘의 잡범들을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끄아아아아악!"


3급 빌런, 서울 동북구 일대에 불법 각성약물 '파워업'을 대규모로 제조하고 유통한 김정택.


그가 기형적으로 꺾인 팔을 붙잡고 비명을 지른다.


한 수만에 제압 당하진 않았다.


그래도 손을 좀 섞더라.


물론 상대방은 유효타 한 번을 먹히지 않았지만.


"후우-. 좀 싱겁네"


아쉬움이 가득한 성유마의 시선이 슬쩍 이리로 향했다.


어어? 전 빌런이 아니라 영웅...


아, 아무래도 그런 건 상관 없다는 건가?


한태성는 목덜미에 오한을 느끼자마자.


"도련님!! 각성 관리국 치안부 4과 금급 영웅 한태성이라고 합니다! 모시게 되서 영광입니다!"


허리가 90도로 꺾였다.


생존 본능을 최대한 발휘한 것이다.


이내 치안총장에게 보고 올릴 때처럼 허리를 꼿꼿히 세우곤 기합을 줬다.


"덕분에 불법 각성약물을 유통하는 악랄한 범죄 조직을 모두 소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련님의 공훈은 당연히 명시할 것이고-."


무어라 말하는 사내의 입에서 낯선 단어가 하나도 아니고 우수수 쏟아졌다.


에테르를 품고, 이능을 쓸 때부터 설마했건만.


혹여 여기가 다른 평행 지구는 아닐까 일순 의심이 들었다.


일단 그는 정보가 필요했다.


"각성 관리국? 치안부? 금급 영웅?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설명 좀 해줄래?"


"뭐, 뭐든지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불과 10년 전.

게이트와 마물이 등장했다.

이능력자가 속출했다.

혼란한 사회에서 힘을 악용하는 자와 수호하는 자들.

영웅의 실력에 따라 매겨지는 등급들까지.


긴 시간을 듣기만 했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재밌네. 확실히"


오백 년하고도 몇십 년.


허나 고향은 꼴랑 10년만 흘렀었다.


그리고 등장한 게이트와 마물의 연도와 월일은 그가 전이한 날과 일치했다.


우연일까?


어쩌면 그가 판테아로 전이하고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한태성이랬나?"

"넵!"


무려 4과 팀장이란다.


그런 자가 왜 부하도 대동치 않고 홀로 왔는진 모르겠다.


뭔 생각이 있겠지.


"사람을 좀 찾아줬으면 하는데"


부모님.


낯설면서 그리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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