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함께 돌아온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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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걸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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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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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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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업의 시작

DUMMY

검은탑 5층계 서대륙.


엘프들의 새로운 정착지.


노스가르드.


탁 트인 평원과 창공을 부유하는 수많은 폭포섬들.


곳곳에 녹음이 무성하고, 생명력이 활기 넘친다.


찬란한 백금발의 엘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녹지의 관리자요.


곁에 따라다니는 빛 알갱이들은 정령이다.


손을 뻗어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꽃이 만발하고,


에테르가 풍만한 정령이 그 기운을 고루 퍼뜨렸다.


오랜 시간 공들여 다진 땅이다.


그들의 모체, 세계수의 마지막 잔재가 남아 있는 유일한 곳.


힘들어도 웃음꽃이 피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볕이 잘 들고, 에너지가 응집되고 청정 수원이 끝없이 샘솟는 어느 비옥한 토지.


그 중심에 작은 새싹이 피었다.


그리고 사방을 경계하는 비장한 얼굴의 정예병들.


삽과 물뿌리개보다 활과 칼을 찬 이들은 혹시 모를 침입자로부터 새싹을 엄중히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알랭 드 아름드리의 근위대.


"충!"


허나, 성유마가 다가오자 이들은 경계 태세를 눈 녹이듯 풀며 경계를 올렸다.


"주군, 오셨습니까? 홍홍홍"


일찍이 주군이 다가옴을 눈치챈 알랭이 어느샌가 옆으로 붙었다.


조금 전까지 새싹을 돌보고 있었던.


"바쁜 와중에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군, 알랭"


"홍홍홍, 그런 소리 마십시오 주군. 주군의 방문은 언제나 홍복입니다"


알랭이 화들짝 놀라며 부채를 펼쳐 입을 가렸다.


"주군이 구해주신 씨앗도 보시다시피 잘 자라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희 엘프들은 대를 끊기지 않고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겠지요, 홍홍홍"


세계수가 감염됐다.


당시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얼마나 정신이 혼미했었는지.


자신의 대에서 종족을 멸망시켰다는 죄책감, 좌절, 절망들.


그저 세계수를 편히 보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주군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세계수의 전신이 담긴 마지막 혼을 그 구렁텅이 속에서 건져낸 건지.


다시금 생각해도 그가 성유마를 모실 결정을 한 건 생애 최고의 판단이랴.


"이걸 맡기려고 왔어"


성유마가 백색 유골함을 넘겼다.


이게 뭔가 싶은 알랭이 조심스럽게 받았다.


주군의 표정이 꽤나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기에.


"내 부모님이다. 적당히 좋은 곳에 묻어주고 싶어서"


"허업!"


알랭의 손이 휘청였다.


갑자기 이 보잘것없는 항아리가 어마어마하게 무겁데 느껴졌다.


"세계수 옆 자리에 고이 묻겠습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마음 같아선 세계수가 놓인 자리가 제일 최고인데.


너무 성급히 심은 자신이 후회됐다.


"언덕 위가 좋겠어, 세계수가 자라면 그늘이 질 게 아닌가. 항상 볕이 드는 곳이면 좋겠는데"


그러나 성유마는 그 정도까지 바라지 않았다.


"세계수 그늘 아래는 별과 바람, 햇살이 언제나 있습니다! 거기다 최상급 정령도 탄생하는 곳, 이보다 나은 곳은 없습니다"


엘프들이 세계수 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덴 이유가 있다.


온갖 축복이 서린 땅.


대대로 그곳은 금싸라기였으며.


장로와 모든 엘프가 만장일치로 성역으로 인정했고,


당대 후계와 뛰어난 재능의 후대를 키우는 데 최고의 장소로 내려져왔다.


이 자리에 있는 근위대 역시 어버이의 품에서 성장했었으니.


수천 년 엘프 역사상 그 어떤 위대한 군주도 중심 아래를 제 릉으로 삼지 않았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유마는 더더욱 손을 휘저었고.


"알지, 알아. 하지만 내 부모님도 그걸 바라진 않으실 거야."


이유없이 남들보다 우월한 대우와 특별한 혜택을 누구보다 꼴보기 싫어하던 부모님이다.


"하, 하지만.."


"부탁이네, 그 정도만 해둬도 돼"


"주군의 명을 받들겠습니다..홍홍"


성유마의 뜻이 견고한 걸 깨달은 알랭이 물러섰다.


대신 그 어떤 왕릉보다 장엄하고, 훌륭한 무덤을 만드리라.


알랭의 그 단단한 다짐을 성유마는 미처 보지 못했다.


[—주군, 침입자 한 놈을 놓쳤나이다—]


[—못난 저를 부디 용서치 말고 찢어 죽여주시옵소서!!—]


더본의 다급한 혜광심어가 귓가를 때린 탓이었다.


이럴 때면 어느샌가 앞에 나타나 납작 엎드리며 온갖 사죄쇼를 하는데.


차마 층계가 달라 넘어오지 못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그랬다간 이 순결한 땅이 사기로 한순간에 오염됐으리라.


[진정해라]


[너의 잘못이 아니다]


[일부러 하나는 놓치게 둘 생각이었다]


-라고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도망칠 줄 알았다.


낯선 장소.

낯선 적.


모든 정보가 미지인 상태에서 위험한 모험은 할 수 없는 법.


적당히 분위기를 조성하면 알아서 꽁지 내리고 도망칠 줄 알았다.


그런데.


언데드들이 끈질기게 잡은 건지, 아니면 인간들이 겁도 없이 전진만 한 건지.


뭐, 그래도 마녀의 숲에 들어간 녀석들보단 나았으리라.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들어왔으면 그만한 대가는 감수해야지.


[—아아아, 주군의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해...아아!! 성심을 어지럽혔나이다—]


[—부디 이 목숨으로 바쳐서 속죄!#@%₩–]


"그럼 수고해라, 알랭. 난 더본을 좀 만나러 가야겠어"


무어라 떠들어대는 더본의 입을 막기 위해.


*


검은탑 1층계 동부 지역.


묘지기의 언덕과 도굴된 왕릉 초입.


솨아아-.


응축된 보랏빛 연기 무리가 공간이동 하듯 툭 튀어나왔다.


"—주군!!—"


1층계에 도착하자마자 더본이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불길한 붉은빛 안광..은 온데간데 없고, 축 쳐진 푸른 안광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축 늘어진 몸뚱이.

마치 죄인이 석고대죄하듯 낡아 해진 로브가 축 풀어진 상태였다.


텅 빈 백골.

그 안에 막대한 에테르를 풍기는 라이프 베슬(가짜)이 웅웅거렸다.


죄책감 100% MAX 상태의 더본이 자주 하는 모습이다.


"—주군이 내리시는 처벌을 달게 받겠나이다!—"


웅대한 음성과 함께 그의 종속들이 일제히 엎드렸다.


아무런 장비도 없는 해골 병사부터 구울, 비스트 스켈레톤, 나무 위로 얼굴만 튀어나온 거대 해골까지.


묘지기의 언덕에 서식하는 더본의 수하들.


그리고.


언덕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거대한 돌무덤.


여기서부턴 도굴된 왕릉의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입구에서부터 준수한 장비를 차려입은 정예 해골병부터 해골마를 탄 데스 나이트, 엘더 리치와 제자인 메이지 스켈레톤들까지.


이들 역시 죄인처럼 엎어져 있었다.


"그만하면 됐다"


"너희는 충분히 잘해주었다."


단 두 마디에 다 죽어가는 눈빛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촉촉해진 눈가.


아아...


자비롭고 자애로운 주군의 너그러운 관용에 감격한 것.


"그보다 해볼만 하던가?"


침입자들의 역량에 대해 묻고 있다.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적이여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매사에 신중하고 꼼꼼하기까지!


그런 주군의 성정을 알고 있었기에 더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옷차림을 수습하고 냉큼 일어섰다.


"—묘지기 언덕에 진입한 50명의 침입자 모두 거대 해골병 선에서 모조리 정리되었나이다—"


구울과 비스트 스켈레톤 보다는 강하지만.


거대 해골병보단 못한 수준이라..


이만한 병력 정도는 판테아의 카르논 왕국(열두개의 신성왕국 중 하나) 병사들도 충분히 막는 수준이었거늘.


확실히 지구는 약하다.


"—또한, 왕릉에 진입한 42명의 침입자는 정예 해골병과 메이지 스켈레톤 선에서 모조리 정리되었으나... 한 놈이 운좋게 도망쳤나이다—"


데스 나이트나 엘더 리치까지는 가지 않았나 보군.


아니, '갈 수 없었다'가 맞겠지.


하기사 정예병과 메이지는 거대 해골병보다 월등히 강하지.


여기서 하나가 살아남은 게 오히려 신기하군.


"...딱.딱.그 놈은 영악한 쥐새끼마냥 메이지가 나오자마자, 도망치는 바람에... 제 불찰입니다. 딱.딱."


더본의 수하, 중위종 엘더 리치 '스레드' 가 고개를 푹 숙이며 이를 갈았다.


괜히 자신이 모습을 보여 겁에 질린 인간이 도망쳤다고 생각했기에.


전말을 알게 된 성유마가 피식 웃었다.


이제 두 가지 반응이 나오겠지.


저택에 발을 들이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태도와.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여겨 총공세를 펼치려는 매우 강경한 태도.


물론 성유마는 전자였으면 한다.


어쨌거나 다시 돌아온 고향이다.


부디 판테아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놓고 지켜보는 것도 성미에 맞지 않다.


원하는 바가 있으면 행하고, 바라는 대로 이끌어 내야 하는 법.


그렇다면 첫 번째.


일단 잠재적인 적들의 동태를 파악해야겠지.


여긴 언론과 통신이 잘 되어 있으니 실시간으로 반응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외유에 보낼 아군이 필요하겠어.


내부자를 누구보다 잘 아는 협조자와.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충복들로.


[군주들은 지금 즉시 대전으로 모여라]


[긴급 회의다]


*


검은탑 3층계.


탑에서 유일하게 군주가 없는 공토公土.


최남단에 있는 어느 섬.


따스한 햇살, 에메랄드 해변, 선선한 공기.


그 어느 곳보다 완벽한 휴양지인 곳.


바다와 조금 떨어진 곳에 2층짜리 목조 별장이 하나 있다.


아홉 군주의 주인인 성유마의 저택.


쿠르르릉-.


별안간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성난 하늘, 떨리는 대기와 대지.


그곳으로 요동치는 막강한 기운들이 속속히 모인 탓이다.


검소한 건물이 폭삭 내려앉을 듯 그 기세는 사뭇 거칠었다.


두두두두-.


흰 백사장이 갈라지듯 엎어지면서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크하하하, 내가 일등이다!!"


거대한 '스톤 스네이크'를 타고 온 5층계 군주 드워프 바툼.


쿵-.


등에 맨 거대한 망치를 던지듯 내려놨다.


"홍홍홍, 무식한 땅딸보놈. 주군이 앞마당을 이리 다 헤집어 놓다니요"


녹색 산들바람을 타고 나타난 5층계 군주 하이엘프 알랭 드 아름드리.


그가 미간을 팍 찡그린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름다운 백사장이 전부 뒤집어졌다.


그제야 바툼이 제가 온 길을 돌아왔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한 줄기의 크레파스.


"..큼, 내가 다시 정리하면 된다, 빌어먹을 엘프놈아"


5층계를 양분하는 두 군주가 티격대며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뒤이어.


쿵-. 쿵-. 쿵.


대지가 빠른 속도로 울려댔다.


진동과 소음은 점점 커져갔다.


저 멀리 점에 불과한 형체가 점점 몸집을 부풀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력으로 백사장을 주파하는 두 마리의 짐승.


엘프와 드워프 두 사람이 고개를 한껏 젖혀 올려다 봐야할 집채만한 크기.


잿빛 갈기를 휘날리며 사방으로 우람하게 뻗은 뿔을 뽐내는 사슴과.


흑백 줄무늬에 번들거리는 짧은 갈기, 노란 안광이 형형한 범.


2층계 군주 쿤과 란 남매 수인이다.


"내가 먼저다, 히잉"

"오라버니, 눈이 삐었어? 발을 봐, 으르릉"


쿤과 란 수인은 쓸데없는 걸로 투닥거렸다.


"여기가 종점이라니까, 히잉"

"아냐, 여기까지지 으릉"


투닥대며 별장 안으로 들어서는 이들.


별장보다 큰 이들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으나.


내부는 소박한 외관과 달리 웅장했다.


시원하게 뻗은 층고는 비대한 사슴과 범 수인이 척추를 곧게 피고도 닿지 않을만큼 아득히 높았고.


온갖 예술적인 무늬가 그려진 거대한 기둥이 수십 개.


그 원형 기둥 뒤 자욱한 어둠 속에 자리잡은 수많는 인기척.


각 군주 휘하의 고위 권속들.


하나하나가 일국一國의 전군全軍과 맞먹는 존재들.


그리고.


그들 뒤로 흔들림없이 시립한 각 종족의 상위종들.


군기가 제대로 잡힌 모습이었다.


잘 다듬어진 기도는 쥐 죽은 듯 숨긴다.


감히 군주와 군주의 주인에게 내비치는 건 어마어마한 불충이니.


군주보다 먼저 빠르게 올라와 대기하는 것은 상식.


이들만의 엄정한 규율 속에 자유분방한 아홉 존재들.


홀 입구부터 중앙 황금 왕좌를 향해 길게 뻗은 레드카펫.


그 끝자락.


이미 왕좌 코앞 1열에는 몇몇 군주가 와있었다.


우선.


[—주군의 어전이다, 예를 갖춰라—]


1층계 군주, 망자를 다스리며 죽음 그 자체인 명왕, 더본.


그가 수인 남매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 옆, 바닥에 머리를 괴고 드러누운 인형人形.


"하암~. 낮잠자고 있었는데..."


백금발 졸린 눈을 비비는 미청년의 세로 동공이 꿈뻑였다.


4층계 군주 모든 용의 시초인 태고룡 파브니르.


태생이 나태하고 게으르며 종일 잠을 자는 게 특징.


주군의 부름이 아니었다면 오늘도 계속 잤을 것이다.


반대로, 기운 넘치는 활발한 여아.


"으앙, 여기도 오랜만이당!"


귀여운 양갈래 소녀가 제자리서 빙그르르 돌았다.


2층계 군주 모든 흡혈귀의 시초인 진조 샤를로트 드 베르무트.


"다둘 이고 모글래?"


품 안에서 꼼지락대며 꺼낸 새빨간 알사탕.


그녀가 좋아하는 깨끗하게 정제된 혈단이다.


"홍홍홍, 전 사양하겠습니다"

"큼큼, 피는 조금 그렇네만.. 마음만 받지!"


군주 엘프와 드워프가 애써 미소 지으며 사양했고.


"하암~. 저리 치워..냄새나.."


용 파브니르가 눈을 감은 채 손을 휘저었다.


"흥칫뿡! 넌 달래두 안주꺼야!"


"간에 기별도 안 될테니 거절하지! 히잉!"


"난 고기가 더 좋아서 미안해, 으릉"


남매 수인도 거절하자.


"흐잉.."


진조 샤를로트의 눈가가 금새 울음으로 가득 찼다.


톡 치던 쏟아질 듯 위태로운 상황.


스르륵-.


"잘 먹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향이군요"


땅바닥에서 올라온 검은 형체.


기다란 손가락이 진조 손 위에 놓인 알사탕을 조심스럽게 가져갔다.


고이 접힌 피막형 날개.

전신은 뼈보다 홀쭉하고, 무광의 흑색으로 뒤덮인 모습.


톡 쏘는 유황 냄새와 이명처럼 울리는 괴기한 소음을 달고 온 정체불명의 생명체.


6층계 군주 태초의 악마 데몬이다.


"마싰징? 두 개 주께! 마니 머거!"


뒤이어.


천장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내려왔다.


빨판이 달린 촉수 하나.


자그마치 사슴 수인 몸집만한 크기.


이내 촉수 끝에서 진액이 젤리마냥 쭈욱 새어나왔다.


그리곤 천천히 형태를 갖춘다.


이윽고 나체의 인간으로 변모한 점액.


생식기도, 표정도 없는 인형 같은 이질감.


"아-. 아-. 하나-."


제 울대를 누르며 입을 연다.


그 행위는 많이 어색했다.


"너두 달라구? 짜아!"


손 위에 올려진 알사탕이 이내 스며들었다.


새빨간 사탕은 인간 머리 끝에 달린 촉수를 타고 빠르게 뻗어갔다.


천장를 향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


무언가 거대한 형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7층계 군주 호문쿨루스다.


다른 여덟 군주도 아직 모르는 게 많은 미지의 군주.


군주들의 눈이 천장을 향해 고정됐다.


체고 50미터는 넘직한 크기에 수많은 겹눈과 잔털들.


몸통을 칭칭 감고 있는 두꺼운 촉수들.


절로 미간을 찡그릴만큼 추악한 생김새.


약간의 경계심을 갖고 있음에도 이들이 아무 말을 않는 건 오로지 주군을 향한 맹목적 충심 덕분.


주군이 직접 뽑은 군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때였다.


쩌저적-.


왕좌 옆으로 공간이 찢어졌다.


대전을 꽉 메운 존재들보다 쩌릿한 기운.


아홉 군주의 주인이자 판테아의 절대자 성유마가 등장했다.


—쿵—.


"충! 일동 주군을 뵙습니다"


아홉 군주는 물론.


대전을 가득 메운 각 종의 고위 권속과 상위종들도.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편히 쉬어"


터덜터덜 걸어 왕좌에 앉은 성유마가 대충 손을 휘저었다.


팔걸이에 턱을 괴곤 이내 입을 열었다.


"중요한 대업을 논하고자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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