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함께 돌아온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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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걸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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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42

작성
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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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 어둠 속 세 여인

DUMMY

"여기 맞아? 불도 다 꺼져 있고, 이미 비운 거 아니냐?"


"확실해. 안에 기척이 느껴진다"


4과 팀장의 동공이 푸른빛을 발하고 있다.


그의 이능, <숨 쉬는 자의 메아리>


추적계 능력으로 일정 기간 동안 현장에 남은 마나를 보고 상대방의 위치와 마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상대는 해볼 만 하지? 지금 잘 판단해야 해. 셋이서 10개 넘는 조직을 박살냈다는 걸 허투루 흘러선 안 되니까"


5과 팀장이 4과 팀장에게 물었다.


"..음, 애매해"


4과 팀장이 숨을 크게 들이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직접 대면해서 상대의 능력치를 측정하는 전투 스카우터와 달리 원거리&비대면으로도 충분히 잴 수 있는 이능.


애초에 적이 남기고 간 마나의 잔류 흔적을 보고 추산하는 것이기에.


그런 그가 아까부터 최대로 이능을 발휘중이었지만, 짚히는 게 없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흔적이라 함은 발자국, 꺼뜨린 불씨, 온기 따위의 그런 사소하고 작은 것.


그런데, 백화점 전체를 둘러싼 마나.


저걸 흔적이라고 봐야할 지.. 거기다 옅어지긴 커녕 점점 진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인기척이 확인됐다.


만약이라는 가설이 떠올랐다.


저게 지금 안에 머물고 있는 각성자의 마나량이라면...


피식-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다.


상상력을 너무 많이 가미했다.


"진입하지"


"우리가 뭐 근본없는 놈들이랑 뭐 같나. 그놈들 끽해봐야 죄다 4급도 안 되는데, "


"근데, 오인혜 팀장은 어디갔어"


"아까 볼 일이 있다고 딴 데로 빠지던데요"


"자기 팀원도 내버려두고?"


"저기 과장 있잖아"


"에이씨, 이러면 작전이 꼬이잖아. 거기, 아무나 가서 너희 팀장 좀 데리고 오지 그래?"


다 왔는데, 미꾸라지 한 명이 기어코 물을 흐리네.


팀장이란 작자가 그리 감이 없어?


"아이씨, 그냥 2과 빼고 우리끼리 들어가자니까!"


1과 김준호 팀장이 짜증냈다.


"거참, 김 팀장님. 2과를 빼면 서른 명 밖에 안 됩니다. 마흔 명이랑 서른 명이랑 얼마나 전력 차이가 큰 줄 아시면서 꼭 그렇게 성급하게 굴어야겠습니까"


3과 팀장이 머리를 박박 긁었다.


셋이서 이 거리를 죄다 박살냈다는데 감이 없나.


"뭐, 어때. 내가 있잖아"


찢어진 눈매, 한 올도 삐져나옴 없이 머리를 꽉 동여맨 자색 영웅 홍지범이 앞으로 나왔다.


뒤에서 조용히 백화점만 노려보던 그가.


"저기 안에 꽤 재밌는 놈들이 있어"


자색쯤 되면, 그러니까 12레벨 중간쯤.


손지석 다음으로 버금가는 한국의 영웅은 유달리 위험한 냄새를 잘 맡는다.


그가 탐지나 추적, 측정, 분석계 따위의 이능을 소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그의 경험과 감일뿐.


그런 그의 직감이란 올가미에 짙은 혈향을, 찌릿한 기세를 느낀 것 뿐이다.


아마 동류이거나.


비슷한 레벨 정도가 되겠지.


한국에 이만한 각성자는 없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기어 들어온 불법 체류자이거나 귀환자쯤 되겠지.


홍지범이 히죽거렸다.


그 말은 즉슨, 죽여도 책임 추궁 할 사람이 없단 소리다.


"거기, 내 말이 틀려?"


지목당한 4과 팀장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상대 같다. 조심할 필요가 있어"


"아이.. 그렇다면 더더욱 2과랑 같이-"


3과 팀장이 홍지범의 눈치를 봤다.


"그쪽은, 날 못 믿나 보네?"


어느새 홍지범이 3과 팀장 앞으로 다가왔다.


위압적인 기세.


고작 8레벨에 불과한 그가 버티긴 요원하다.


순식간에 이를 딱딱 부딪히고.


땀을 게워낸다.


그건 주변의 다른 동료도 마찬가지.


1레벨 차이도 꽤나 큰 격차.


하물며 4레벨이란.


임팔라와 사자의 차이쯤 되겠지.


"그러니까 이제 그만 움직이자고"


3과 팀장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특수처리부 일동이 진입했다.


*

시커먼 내부.


적의 침입을 예상한 건가.


전기선이란 모조리 다 뽑았다.


작정하고 이리 만든 게 티가 났다.


대충 발을 묶어 기습하거나 함정을 만들었겠지.


샤사샥-


그럼에도 관리국 영웅들의 움직임은 밖이나 여기나 다를 것 없이 날랬다.


바닥에 발광하는 흰색 선이 선명하게 나있는 덕이었다.


<한 줄기의 길라잡이>


시전자의 오감을 대신 해서 목표물을 향해 안내하는 이능이다.


"버틸만 하지?"


"이대로만 가면 최대 1시간 정도는 가능해요"


4과 어느 여성 주임이 문제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이거 왜 이리 조용해"


"인기척이 없어"


"그러겠지. 셋 뿐인데. 우리가 밀고 들어온 걸 보고 도망친 모양인데?"


이동 내내 어떤 함정이나 기습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홀로 진입할 걸"


"미친 소리, 탁 트인 곳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빙 돌아왔음에도 벌써 5층까지 도달했다.


이대로 꼭대기 8층까지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쉿"


홍지범이 불쑥 걸음을 멈췄다.


성격이 음침하고 꺼림직해도 실력만큼은 확실하다.


"딱히 뭐가 걸린 건 없는데.."


4과 팀장이 중얼거렸다.


계속해서 이능을 발동중이었다.


물론 특이한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사방은 옅은 푸른색 마나로 뿌얬고.


"저도 똑같아요.."


비슷한 탐지계 이능의 팀원 역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다는 건 그의 기행이 나온건가?


아니다, 여기서까지 이런 질 나쁜 장난을 할 리가 없.... 겠지?


4과 영웅들이 이거 맞아? 홍지범 이새끼 또 지랄하는 거 아냐?-라는 눈으로 서로 주고받을 때였다.


"이봐, 그만 나오지? 언제까지 숨어 있을 생각이냐"


홍지범이 까마득한 어둠 속 천장 어딘가를 응시하며 자신있게 입을 열었다.


"누가 있습니까?"


1과 팀장이 화들짝 놀라며 물을 때.


"아뇨, 아무것도 없-"


어둠에 발을 들일 때부터 먼지 한 톨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이능을 최대한, 꼼꼼히 펼치고 있었다.


홍지범이 보고 있는 곳도 마찬가지.


역시 지랄병인가 싶은 순간.


"헤에에... 인간, 그게 보였어?"


앳된 미성이 어둠을 꿰뚫고 들려왔다.


빼도박도 못하는 여인의 목소리.


용의자일 확률이 거의 확실하다.


"쯧, 바보 엘리나. 들켜버렸잖아!"


어딘가 날카로운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


"하아- 차라리 잘됐어요. 안 그래도 냄새가 너무 역해서 짜증났었는데, 빨리 치우죠"


마지막, 귀를 간질거리는 아름다운 음성.


각기 다른 목소리가 셋.


이로서 확실하다.


게다가 대놓고 적의가 드러난 두 여인.


어둠을 틈타 언제든 기습할 지도 모를 상황.


"불! 시야부터 확보해!"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사위가 밝아진다.


일행들 중간 지점에서 탄탄한 육체의 스포츠 머리 남성 주위에 어둠이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의 이능 <잊혀진 신의 축복>


시전자 중심으로 피로 회복, 각종 체력 증진과 오감 증가 등을 소폭 상승시키는 보조 능력.


특유의 광채도 같이 발생하기에 지금처럼 팀원의 버프 효과도 줄겸 어둠을 몰아낼 때 최적의 능력이었다.


"오오"


"미친..."


"와...."


버프를 받은 팀원들이 능력 상승을 체감하면서 뱉은 탄성은 아니었다.


어둠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축구장 하나쯤 되는 현재 층 전체에 빛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고.


그 바람에 천장 샹들리에 장식물에 90도로 붙어있는 세 여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절세미인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세 여인 모두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이 있었고.


복장마저 남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반면에.


"메이드복... 애지간히 미친년이네"


홍지범이 비릿하게 웃었다.


하나도 아니고 셋이다.


그것도 자신과 동급이 확실한 년들이.


"어이, 정신들 차려. 저년들 나랑 동급이니까. 여차하면 뒤지는 거 한순간이다?"


홍지범이 헤헤-거리던 관리국 영웅을 향해 경고했다.


더불어 살기를 담아 경고하니 일제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흡"


"전투 스카우터 줘봐"


건네받은 1과 팀장이 작동시키며 고개를 젖혔다.


lv 12 lv 12 lv 12


"씨발, 셋 다 12라고?"


그 말에 좌중이 침묵에 잠겼고.


침음성만 들렸다.


5과 팀장이 낮게 읊조렸다.


굳이 크게 말하지 않아도 원체 조용한 지라 충분히 들리니까.


"5명이 한 조가 된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거지.


등을 맡긴다.


"한 조는 인접한 다른 조와도 긴밀한 협력한다"


게다가 12레벨은 5명이서 상대하긴 벅찰 터.


다행히도 쪽수는 우위에 있다.


"한 놈은 내가 처리할 테니 나머지가 둘만 잡아봐"


그 말을 끝으로 홍지범의 신형이 사라졌다.


더해 여인 중 가장 미모가 뛰어난 여인도 함께.


"헤에에.. 샤넬리, 욕심쟁이.. 제일 맛있는 애를 데려갔어..."


엘리나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며 입맛을 다셨다.


축 늘어진 눈매에서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하아.. 엘리나, 뭐가 맛있다는 거야. 다 거기서 거기야, 별 차이 없다고"


카트리나가 샤넬리가 사라진 방향과 나머지 서른을 번갈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에테르? 손톱 만큼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샤넬리가 데리고 간 한 놈이 용케 엘리나의 기척을 알아차리긴 했지만.


엘리나가 노골적으로 기운을 흘리는데 여태 모르고 있던 저 벌레들이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었다.


서른 쌍의 눈이 이쪽으로 향한다.


"엘리나, 네가 가"


굳이 둘이 갈 필요가 있을까.


몸이 달아오른 엘리나한테 맡기는 게 낫지.


"헤에에... 카트리나, 양보해 주는거야?"


"대신 빨리 끝내"


카트리나가 고개를 까딱이며 팔짱을 꼈다.


"엘리나! 고마워! 헤헤헤"


엘리나가 방방 뛰더니.


이내 신형이 사라졌다.


"온다!!"


툭-


그녀의 손이 무언가를 툭 치고 갔다.


상당히 둔탁한 소음이 들렸다.


흡사 덤프 트럭이 로드킬을 한듯이.


"저, 정범아!"


목이 팍- 꺾여 등에 딱 붙은 남자.


즉사였다.


"일단 하나"


엘리나가 착지를 잘못했는지 삐끗거리곤 몸을 흔들거렸다.


"헤에에.. 벌레들 화이팅..."


그녀가 가녀린 손목을 돌리며 헤픈 미소를 지었다.


남겨진 관리국 영웅들은 동료를 잃은 분노와 함께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동료 죽음에 화가 나는데. 이성을 잃을 정도는 못 되었다. 친하지 않은 사이라서 그런 거냐. 라기엔... 저 머리에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여인이 너무 무서웠다.


공격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운이 나빴으면 자신이 죽었을 수도 있었을 것 아닌가.


"왜 이렇게 위화감이 들지.."


어느새 전투 스카우터를 낀 4과 관리국 남성.


본인의 이능 <숨 쉬는 자의 메아리>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계의 도움에 기대고 싶었다.


삐리릭-


lv 12 라고 뜨긴 한다.


다만, 수치가 멈춰있지 않고 자꾸 흔들렸기에.


그게 못내 걸렸다.


바깥에서 봤을 때 마나량에 비해, 저 여인의 마나량은 딱 홍지범 영웅 그 수준이 되었다.


이상했다.


그의 이능은 확실하게 살아있는 생명체의 마나를 감지한다.


기척은 셋.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인원 역시 셋, 변함 없음.


전투 중에, 이동 중에 인원이 늘어났거나 줄었다?


전혀.


시작부터 끝까지 이능을 계속 발동하고 전진해왔다.


왜이리 자꾸 불안한 걸까.


마치 그의 직감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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