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함께 돌아온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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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걸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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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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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 주변 정리 (1)

DUMMY

탑의 등장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천편일률적으로 나타나는 게이트.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의문과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산적한 상태인데.


10년이라는 그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하고 생긴 또 다른 과제.


"하, 진짜 좆같네.. 아, 입이 조금 거칠었군요, 사과드리죠."


풍만한 체격.

이마가 반쯤 벗겨진 중년 남성이 신경질적으로 주위를 훑었다.


'윗 선' 분들과 아주 중요한 미팅(아님)을 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터진 비상에 황급히 소환된 참이었다.


그분들을 뒤로하고 왔더니 짜증이 치솟는다.


신경이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사흘 뒤에 하루 동안 인천 하늘길을 개방할테니 그리들 알고 계시면 됩니다요"


이제는 쓰지 않는 인천국제공항.


사실 공항이라는 장소나 항공기 자체가 쓰임이 드문 세상이다.


한반도 창공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괴조 무리들.


현 대한민국 전력으로는 토벌 불가의 대상.


아, 물론 미국은 예외다.


그냥 손가락만 빨고 지켜볼 수 밖에.


"일성이랑은 이미 얘기 다 끝났으니 이착륙 때 사고만 안 나게 단도리 잘 하시고요"


그 날, 미국에서 20명의 영웅이 방한할 예정이다.


걔 중에는 미 국방부장관 장남도 있댄다.


여러모로 신경쓸 게 많아진 국장이 머리를 쓸어올렸다.


손가락 사이에 소중한 머리카락 두 가닥이 딸려나왔다.


"그 대표랑 같이해서 싹 다 망해버린 드림 뭐시기 회사 있잖아요"


"밑에 남은 직원들은 다른데서 알아서 고용 승계 하라고 하세요, 알아 들으셨죠?"


""네, 국장님""


관리국 산하 모든 부서장이 군기가 바짝 들어간 채로 크게 답했다.


딱딱한 대회의실이 삭막하다.


"그 뭐냐. 자꾸 내 귀에 구조대니 타격대니 하면서 지원 요청이나 보상 요구 따위의 개소리가 또 들려오면...더 말 안 해도 되겠죠? 일들 좀 똑바로 합니다?"


이딴 별 같지도 않는 일로 자꾸 귀찮게 굴지 말라고.


대충 그런 의미를 여기 있는 부장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네!""


각성 관리국장 안호철이 거칠게 의자를 밀며 나갔다.


치안부장 현정록은 국장을 따라붙듯 급하게 나갔고.


남아있는 부서장들이 셔츠 단추를 풀어헤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감지부장, 교외관리부장, 특수처리부장, 후방지원부장...


"탑은 미동도 없다지요?"


"12시간을 훌쩍 넘겼어, 그 양반들 들어갈 때 물병도 안 챙겨갔어. 뻔하지, 뭐"


급하게 들어간다고 장비만 챙기고 갔다.


그 모습이 인근 CCTV에 정확히 찍혔다.


"후발대는 몇 명이래?"

"마흔 둘이랑 쉰인데 각각 여섯, 일곱 회사들이 협력했더라고"


"어이고, 씨발. 그 짧은 사이에 잘도 많이 모여드셨네"

"그쪽은 원래 자잘자잘한 회사가 참 많아서 그래"


"정 부장! 그 생존자 있잖아, 어디 이상한 놈들 손에 넘어가지 않게 좀 신경 써주고 그래"


온갖 회복 효과와 1급 연고를 덧발라 응급처지는 했다만.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은 불가피했다.


"알아, 지금 홍급 애들로 감시 붙여놨어. 병원도 특급 기밀로 해뒀고"


꼴보기 싫어도 탑에 관한 들을 수 있는 유일하고 귀중한 정보원이다.


어떻게든 목숨줄만 붙여놓는다.


"탑은 하아... 현정록이 저게 첫 단추만 잘 꿰맸어도 이 지경은 안 됐을건데"


회의실 벽 한 켠에 장식한 대형 화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탑의 주변 현황.


이미 수많은 하이에나가 꾸역꾸역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저거 뒷수습 가능하냐? 나 또 국장님 얼굴 보기 싫은데 말이야"


"일단 현 부장이 밑에 애들 다 데리고 현장으로 가겠다네"


그래서 방금 다급하게 나간건가.


이제와서 꽁지 빠지게 부랴부랴 움직이기는.


"다른 부서도 좀 남은 인력 보내주고 해. 저거 봐라,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바글대는거"


어림잡아 수백은 됨직하다.


나머지 부장들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건물 옥상.


4명분의 사람 형체가 꼿꼿하게 서있었다.


강풍에 위태롭게 휘날리는 머릿결들.


여리디 여린 체격은 한 점의 흔들림도 없다.


"헤헤, 여기가 주군이 살던 세상이라는 건가요? 신기하네여.. 헤헤"


나사가 하나 빠진 듯이 어벙한 표정과 실없는 웃음을 짓는 여인.

축 늘어진 눈매가 매력적인 인상을 지녔다.


만월의 군주, 진조가 기거하는 '핏빛성채'의 주방을 담당하는 키친 메이드, '엘리나'


타고난 요리 솜씨와 독과 약 제조에 능통한 순혈이다.


"..역시 주군 이외의 인족은 다 쓰레기나 다름없군요. 보세요, 저 형편없는 에테르들을"


짙은 다크서클, 얼굴에 피로가 잔뜩 묻은 여인이 조소를 머금었다.


'핏빛성채' 자라나는 새싹들의 훈육을 담당하는 너서리 메이드, '카트리나'


근접전이 특기인 순혈이다.


찬란한 빛을 흩뿌리는 지상.


수많은 인파에 비해 재능이라곤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우와... 너무 예뻐요. 어떡하죠? 벌써부터 너무 설레요"


"저것들의 비명까지 들리면 훨씬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될텐데요..."


윤기가 흐르는 적발, 반짝이는 눈동자가 지상을 빤히 바라봤다.


순혈 엘리나와 카트리나도 충분히 아름다운 외모이지만, 그보다 훨씬 예쁜 여인.


'핏빛성채'를 방문하는 손님을 응대하는 체임버 메이드 '샤넬리'


정신 조작에 능통한 순혈이다.


"주군께서 근 백 년만에 거론하신 대업이다. 각자 임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라. 절대 실패해선 안된다"


엘로인이 금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눈을 좁혔다.


상위종 중 그나마 가장 믿음직한 아이들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우려에 주의시켰다.


"알고 있습니다, 시녀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웃음기를 싹 거둔 세 사람이 대답했다.


네 사람이 이내 옥상 아래로 뛰어내렸다.


음습하고 어둠이 자욱한 뒷골목으로.


모름지기 정보란 지상 아래서 묵히고 고이는 법.


정제되지 않는 순수한 날것들이 보다 적나라하게 알려줄 것이다.


"흐음, 빈민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군요"


최소 이틀은 굶고, 땀과 오물로 절은 냄새가 나야 빈민이라 할 수 있는 법.


지금처럼 입을 오물거리고, 눈에 힘을 팍 줄 정도로 기운이 넘치진 않거든.


"버릇이 없네, 버러지 같은 인간놈이"


퀭한 눈으로 사위를 살피던 카트리나의 눈이 휘번뜩였다.


어느 폐가 같은 건물 안에서 경계하면서도 호시탐탐 엿보는 시선들이 거슬렸다.


-흐익.


유형화된 살기.


쥐 죽은 듯 조용한 골목 여기저기서 바람 빠진 비명이 들렸다.


"헤헤, 귀여어.. 벌레들 같애"


혐오하는 종족의 반응이 그저 좋은 엘리나.


"샤넬리, 찾았니?"


주변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정면만 응시하던 수석시녀장 엘로인이 물었다.


"네, 저 앞 건물이에요."


샤넬리는 흰자위를 뒤집은 노숙인의 머리를 거칠게 밀었다.


게거품을 문 채 기절한 노숙인이 셋이나 되었다.


그러곤 더러운 걸 만졌다는 듯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았다.


"이쪽 골목은 꽉 잡고 있어요. 뒷마당을 지키는 개로서 충분할 거에요"


이 근방에 거주하는 벌레의 머릿속을 들여다봤다.


그것도 세 놈이나.


교차검증은 끝났다.


더구나 저기서 꼬릿한 혈향도 진동한다.


갖고 있는 것도, 알고 있는 것도 많다는 소리.


네 사람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였다.


세 블럭이나 떨어진 위치, 500미터가 훌쩍 넘던 거리가 몇 초도 안 되어 코앞에 다다랐다.


유독 큰 폐가.


알코올 향과 각종 약품이 진동하는, 옛날에 병원으로 쓰이던 건물이었다.


"차원을 넘어온 뒤로 첫 실전이다. 실수는 용서치 않겠다. 신중을 기해라"


엘로인이 건물을 등지고 세 사람을 훑었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작전 장소의 뒤를 봐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미 짧은 기파로 내부를 훑어본 바, 그녀까지 나서긴 과잉 전력이었다.


따라서, 휘하 아이들에게 경험을 쌓기로 적합했다.


""옙!""


세 사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끄아아악


건물 안에서 비명이 울려퍼졌다.


상황 종료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밤은 길다.


*


동북구 19번 구역.


"어? 뭔 개소리야. 습격을 당해? 하아.. 병신들, 또 일이 틀어지잖아"


소파 위에 늘어진 반라의 사내가 상체를 일으켰다.


받기로 한 물건이 오지 않았다.


멍청한 부하놈의 동공을 죽일듯이 노려봤다.


"지금 난리가 났답니다. 거지새끼들 말로는 웬 여자가 건물로 들어간 뒤로 피바다가 되었다고.."


"어쩐지 자꾸 아까 전부터 용대쪽에서 손을 잡자고 지랄 발광을 하는 게, 농담 삼아 하는 말 같진 않습니다 형님!"


그 통수치는 전용대가? 좆만한 놈이 자존심이 드럽게 쎈 놈이? 썩 좋은 사이도 아닌데.


혹시 이 새끼..?


으음.. 다행히 약에 취한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진짜라는 소린데.


"흠.."


귀환자? 아니면 각성자?


이왕이면 각성자쪽이였으면 한다.


귀환자놈들은 영 껄끄럽다.


배후가 누구지?


이 바닥에 원한 있는 게 한 둘도 아니고.


"애들 모아라"


인근 조직이란 조직은 죄다 박살내고 있다고 하니 곧 있으면 이곳도 들이닥치겠지.


쿵쿵-.


건물 1층 입구에서 들리는 소음.


노크 소리인가?


뭐가 이리 큰 지 벽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끄아아악.


그 다음으로 바로 들리는 비명.


"뭐, 뭐야 씨발. 벌써 쳐들어왔다고?"


당황한 두목이 자리에서 엉거주춤하게 일어섰다.


"빠, 빨리 가까운 애들이라도 여기 모이라고 해!"


최측근 부하가 다급하게 무전을 보냈다.


복도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모이기 시작했다.


대충 서른 명.


그가 쓰는 큼직한 사무실은 공공 체육관 크기 정도는 되었다.


사실상 한 개의 층을 독식하는 셈.


-죽어! 씨바아아알!!


아랫층에 있던 부하들의 처절한 전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끄아악!


결과를 훤히 말해주는 비명은 덤이다.


"왜 이것뿐이야! 내가 분명 여기로 집합하라고 하지 않았냐?"


"오늘 납품할 물건 검수하다보니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봅니다.."

"그게 뭔 개소리야!"


"그, 그게 각성 약물을 너무 빨아서..."


씹.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란 거네?


그렇게 병신 같이 뒤질 바에야 차라리 고기 방패라도 했어야지.


"비겁하게 기습을 해? 씨벌것들"


괜히 조급해졌다.


조금만 여유가 있었으면 별 것 아니였을텐데.


-끄아악.


"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나도 귀 달렸어, 씨발넘아.


-끄아악!


근데, 비명이 들리는 간격이 너무 짧은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나?


그게 아니여도 이 건물 용적률이 얼마나 넓은데..


-끄아악!


"...여기가 몇 층이지?"


방금 아랫층에서 들린 것 같은데?


"7층..이죠"


음..


입구에서 들린 지가 몇 초 안 지난 것 같던데.


꿀꺽-.


초당 한 개층을 쓸어버린다고?


"이, 입구 막아!"


뭔가 잘못됐다.


끼익-.


아쉽게도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시커먼 어둠 속.


그 너머 새빨간 동공 세 쌍이 번뜩인다.


덩달아 소름끼치는 기운이 전신을 옥죄기까지.


"죽여!!!"


겁에 질린 그가 외치기도 전에.


이미 부하들이 저마다의 이능을 쏟아부었다.


전신에서 강철 가시를 투사하는 진석이.


팔뚝보다 두꺼운 저 묵직한 질량은 콘크리트 벽도 뚫는다.


양손에서 압축된 공기를 발사하는 재현이.


한 대만 맞아도 내장이 다 조각날 정도다.


승산은 충분히 있다.


두두두두-.


그 외는 무투계 능력자로 냉병기를 다루다보니 총알을 퍼부었다.


멀쩡한 육체와 지들이 죽고 못 사는 칼을 내버려두고 말이다.


하기사 다리를 사시나무마냥 떨어대는데 당연하겠지.


슉-. 파앗-.


양쪽에서 무언가 풍선이 터졌다.


덩달아 끈적한 액체가 양 뺨에 튀었다.


뭔지 알 것 같지만, 차마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


뭐가 날아온 건지 보지도 못했고.


아까부터 공격을 퍼붓는데도 새빨간 동공 세 쌍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까.


빌어먹을.


관리국 타격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슨 괴물이 있-.


그 남자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

그 날.


서울 동북구 29번 구역부터 14번 구역까지의 암흑가 모든 조직이 괴멸되었다는 소식이 돌았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자들은 마치 짠 것처럼 함구하고 있었고.


하나같이 어딘가 얼이 빠진 상태였는데, 꼭 물에 빠진 쥐새끼 같았다고 한다.


특히, 유일하게 생존한 14번 구역 '성성이파' 두목 '강진성'은 제 목에 찬 개목줄을 자랑하고 다녔다.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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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왜아무도읽지않는거시냐 24.08.30 31 0 -
10 10. 어둠 속 세 여인 24.09.10 22 2 11쪽
9 9. 24.09.04 28 2 14쪽
» 8. 주변 정리 (1) 24.09.03 36 3 12쪽
7 7. 대업의 시작 (2) 24.09.02 49 2 14쪽
6 6. 대업의 시작 24.08.30 61 3 15쪽
5 5. +1 24.08.29 68 2 12쪽
4 4. 24.08.26 75 2 15쪽
3 3. 24.08.23 81 2 11쪽
2 2. 24.08.16 9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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