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함께 돌아온 귀환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우울증걸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0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36
추천수 :
20
글자수 :
58,242

작성
24.08.29 13:35
조회
68
추천
2
글자
12쪽

5.

DUMMY

쾅-.


관리국 치안총장 현정록이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섰다.


"이 중요한 얘길 왜 이제야 말해!"


책상 위 태블릿과 pc, 분재, 각종 서류 파일이 일제히 허공을 부유했다.


그의 노기에 집무실 전체가 쩌렁쩌렁 울렸다.


"워워, 총장님? 잠시 이성을 잃으신 것 같은데.. 조금 진정해주시고-"


"야임마 한태성! 내가 이성을 안 잃게 생겼어? "


혼자서 업무를 보는 게 더 능률이 좋다니 뭐니 하면서 원하는 요구는 다 들어줬더니만 일을 이따위로?


얘가 약을 잘못 먹었나? 은혜를 원수로 갚어?


"그.. 보고서 올리긴 했습니다?"


"뭐? 중요한 건 다 빼먹고 '귀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관리국에 협조적이고 우호적인 태도로 흔쾌히 각성자 등록을 받았습니다' 넌 이걸 보고서라고 들이밀어!!"


휴대폰, 그것도 문자 내역을 들이미는 현정록은 어이가 털릴 지경이었다.


내용도 내용인데, 성의가 없잖아! 성의가!


하지만 그걸 지적하기엔 더 큰 문제가 산적해있다.


"탑!! 탑 얘기는 대체 왜 빼먹은 거냐고!"


"어라, 그거 3과 애들이 가지 않았습니까?"


갔다.


다만, 인근에 있던 사기업 애들이 더 빨리 도착했다는 개 문제지.


"게이트인지 뭔지 나발인지 이상 사태가 생겼으면 애들 지원 올 때까지 주변 통제하는 거! 상식 아니냐? 뭔 귀환자랑 관리국까지 사이좋게 손잡고 오고 지랄이야! 뭐가 우선 순윈지 진짜 몰라!!"


작정하고 왔는지 3과 애들을 개무시하고 들어갔다는 드림 뭐시기라는 어디 좆소 회사를 시작으로.


자그마치 쉰이나 되는 대인원이 두 차례나 더 들어갔단다.


신고도 없이 들어가질 않나.


게다가 꿀통인지 말벌집인지도 모를 곳을 함부로 들쑤셔?


그러다 오버 브레이킹에 싱크홀, 침식화, 상위종 강림 기타 등등 어떤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


아아, 혈압 오른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


눈앞에 있는 이 뺀질이가 다~아 공헌한 것이다.


"게다가 감지부 홍지권이한테 부정 청탁까지 요구했다면서! 이거 엄연히 비리야!!"


켁켁-.


어찌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목이 아프다.


"총장님, 목이 상하셨다. 이거 드십시오"


생각보다 격한 반응에 땀을 삐질 흘리던 한태성은 이때다 싶어 음료수 캔을 따서 내밀었다.


"저리 치워, 개새꺄!"


미운 놈, 못난 놈, 먼지 나게 패버리고 싶은 놈이 주는 거 받기 싫다.


"총장님, 너무 염려 마십시오. 그깟 뭐 괴상한 건물보다 저랑 친분을 쌓은 그 귀환자가 백배는 더 중요합니다"


한태성이 실실 웃으며 은색 팔찌를 매만졌다.


저건 못 보던 건데.


선물 받았나? 누구한테? 여자친구라도 생겼나?


근데 표정이 너무 얄밉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뭐, 그 탑이 네 친구라는 귀환자 양반꺼라도 되게!"


"예..뭐 그렇지 않을까요? 그 귀환자, 탑에서 나왔던데요?"


한태성이 긴가민가한 얼굴로 턱을 긁었다.


"뭐? 이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게이트도 아니고 뭔-. 에휴, 말을 말자."


현정록 치안총장이 더 화낼 기색도 없이 지친 얼굴로 마른 세수를 했다.


축 늘어진 손가락으로 감지부에게서 받은 보고서를 슬쩍 흘겼다.


확실히 보고서엔 게이트 반응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치안부 영웅이 초기 대응이 늦었던 거고.


그렇다고 탑이 게이트는 아닌데.


이게 뭘까.


잠시 이성이 돌아온다.


"흐음? 야, 한태성이 너 좀 달라진 거 같다?"


그러다 불쑥 한태성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랑 확실히 기세가 달라보였다.


"헤헤, 이제 알아보셨습니까? 저 9레벨이 됐습니다아아!! 크하하하"


"뭐, 뭐! 어, 어떻게. 이능 분화라도 했드냐? 아니면 다중 각성?"


각성자는 게이트를 토벌하면서 성장한다.


치안부 영웅은 게이트보단 빌런 처치가 주 업무다.


따라서, 성장이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갑자기 두 레벨이나 급격히 뛰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1레벨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괴수를 잡고, 이능을 단련하고, 식약청에서 나온 영약을 먹고...


하여튼 갖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해야 한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손지석 영웅조차 지금 1년 넘게 13레벨에서 제자리 중이지 않은가.


"야,비법이 뭐냐고!"


"흐흐흐흐"


"아이 한태성이! 섭섭하게시리. 나한테만 살짝 언질 좀 줘봐"


현정록 역시 엄연한 각성자.


지금이야 현장보다 서류를 만지고 있다지만.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마음 한 켠에 늘 자리잡고 있는 법.


더불어 그의 레벨은 7에서 8 언저리쯤.


분명 오늘 오전만 해도 후배 한태성은 자기보다 조금 밑이었는데..


이거이거 못 참지.


"흐흐흐흐"


"우리가 어디 보통 사인가! 분당 이능 훈련소 때부터 훈련받고! 밥도 묵고! 동고동락한 전우 아닌가!"


현정록이 제 가슴을 팡팡쳤다.


고집을 꺾을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흐흐흐, 총장님. 잠시 가까이 와보시겠습니까"


하는 수 없이 한태성이 속삭이듯 말하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현정록이 기대에 찬 얼굴로 상체를 조금 숙이자.


"진짜 비밀입니다.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는다고 맹세하십쇼"


"그래, 맹세하지! 내 입이 무거운 거 태성이 니도 잘 알잖어"


"예입, 알고 있으니 각성의 서약 맺죠"


각성의 서약.


이능을 걸고 상호 간 특정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하는 것.


어길 시 이능이 석화되어 영영 못 쓰게 된다.


해제 과정이 따로 존재하나, 결코 쉽지 않다.


"아이, 뭔 각성의 서약까지"


혹시라도 실수로 내뱉더라도 서약의 선고가 자비없리 작용한다.


현정록이 그렇게까지 해야 돼? -라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슬그머니 뒤로 뺐다.


"그만큼 중요하다 이겁니다. 하루아침에 레벨 2를 올린다? 그것도 부작용도 없이? 솔직히 각성의 서약을 걸만하지 않습니까"


"아이참.."


"총장님, 요즘 관리국 영웅들 위상이 영 옛날 같지 않는 거 알고 계시죠?"


초대국장 유정철 사임 이후로 급락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일성의 외부고문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사조직이 우후죽순 생겨났지.


뭐, 이건 전세계에서 흔한 일이기도 했고.


한국이 도리어 정부 아래 단일 조직이었다는 게 특이한 경우였지.


그래, 그 비법만 안다면!


유정철 이후로 위대한 각성자 현정록이 될지 모른다.


흐흐흐.


잠시 단꿈을 꾼 현정록이 헛기침하곤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의 심장으로부터 허연 광채가 촘촘한 실타래마냥 뿜어나왔다.


"했다. 각성의 서약"


"이거 덕분입니다"


한태성이 제 팔을 내밀며 은팔찌를 툭툭 쳤다.


엥? 그 투박한 팔찌가?


"무슨 장신구가 2 레벨을 올려준다고.. 말 같지도 않는 소릴-."


현정록이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세계 어느 굴지의 기업도 그런 기술력도, 능력도 없다.


하다못해 미국의 51구역조차도!


아, 아닌가. 혹시 51구역에서 몰래 유출된 신제품이-?


"탑에서 나온 귀환자가 준겁니다"


담백한 대답에 현정록의 망상이 끊겼다.


"뭐어? 그 귀한 걸 너한테? 왜? 잃어버렸던 가족이나 뭐 그런 거냐?"


귀환자가 줬다는 것도 웃긴다.


오늘 여러모로 믿기 힘든 일 투성이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하, 저도 잘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그냥 제 부모님 찾는 거 도와준 거 고맙다고 그냥 툭 주더라고요"


한태성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렇다고 한태성이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다.


진실이라는 소린데...


톡.


톡.


잠시 생각에 잠긴 현정록이 이채를 발했다.


"야, 그 귀환자한테 그거 대게 흔한 물건인 거 아닐까?"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릴.


레벨을 두 단계나 올려주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런 게 흔할 리가 있을까.


"생각을 해봐"


"귀환자라며. 그가 온 세상은 그 정도 물건은 충분히 많을 수 있잖아"


"거기다 탑을 끼고 왔다며"

"문 열고 나오는 게 대게 자연스러웠죠"


"보통 귀환자 놈들은 죄다 빈손이었잖아"

"그 양반은 좀 달랐죠"


"그래그래, 네 말을 들어보면 진짜 특이한 케이스, 아니 특별한 케이스란 소리야!"

"그렇긴 하죠..? 게이트 끼고 와서 힘자랑하듯 처치하곤 온갖 시건방을 떠는데.. 그 양반은 손속도 잔인하지 않았고, 얌전하더라고요"


하나같이 짜고 친 거마냥 다 같은 반응이다.


비정상적인 수치를 지닌 게이트를 끼고 나온다.

손쉽게 처치하면서 자기가 대단한 놈임을 과시한다.

사람을 찾아달라.

사회에 녹아들긴 커녕 지 좆대로 쏘다닌다.


"거기다 고맙다고 선물까지 줬다매. 심성이 정말 착한 사람인거지"


음.. 심성이 착하다?


보통 귀환자는 그 세계에서 두손에 꼽히는 강자 반열까지 올라간 경우가 태반이던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을까.


솔직히 그가 처음 나왔을 때, 풍기는 기운에 오금이 떨렸었다.


그냥 많이 여유로운 양반.. 이 정도가 적절할 것 같은데.


슬쩍- 흘겨본 총장을 보아하니 어차피 귓등으로 들을 것 같지도 않다.


"가라 태성몬! 이왕 친분 쌓은 거 술도 묵고! 밥도 묵고! 드라이브 좀 하고! 베프 먹고 와라"


무슨 계획이라도 짠걸까.


얼굴이 벌게질 만큼 흥분한 현정록이 벌떡 일어섰다.


"크흠.."


솔직히 한태성은 내키지 않았다.


갑자기 친한 척 달라 붙으면 바보도 아니고 의도가 뻔하지 않나.


거기다 좀 무섭기도 하고.


선만 잘 지키면 오순도순 지낼 수 있을건데.


"지금이야 잠잠하지만, 외신이 어디 가만 있겠어? 안 그래도 요즘 중국이나 일본 애들이 자꾸 해안가에 들락거린다고 골치가 아파"


좆밥 새끼들이었으면 보는 눈도 없겠다.


그냥 슥삭했을 건데.


하나같이 10레벨이 넘는 괴물들을 보내니 이건 뭐 손가락만 빨고 있으니 답답해 미치겠는거야.


"근데, 우리 애들한테 하나씩 그거 껴준다고 생각해봐? 신속기동대 애들 바로 11레벨이야! 팀장은 12레벨에! 그럼 짱개니 쪽바리니 걔네들? 찍-하고 가버리는 거라고!"


짝짝짝-.


현정록의 울분이 가득 담긴 연설이었다.


한태성은 그가 이리도 애국자인지 몰랐다.


뭐 그렇잖아도 그 역시 부산과 군산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화가 치민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금년 초에 그의 하나뿐인 조카가 군산으로 발령나지 않았던가.


지금이야 별 일 없지만 언제라도 일이 터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네네, 뭐 그리 말 안해도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래그래, 잘 생각했어. 여하튼 말이 잘 통할 것 같으니까 이것저것 선물도 좀 챙겨가고, 이제 막 귀환했으니까 한식이 그리웠을 거 아니냐"


얘기가 잘 끝마치려는 중.


쿵-.


집무실을 열고 비서가 다급히 들어왔다.


"총장님! 지금 뉴스를 보셔야겠습니다!"


그러면서 허겁지겁 TV를 켰고.


[속보)탑 생존자 1인... '거긴 괴물의 소굴']


-동북구 연합체 소속 中 '(주)세화실업'의 과장 임현택 씨가 30분 전 피투성이가 된 채로 탑을 빠져나왔습니다. ... 부상이 심각한 상태로 정신이 온전치 않아 의료진이 제압하는데 애를 먹어...의식을 잃기 전 '탑에 가면 안된다. 거긴 마굴이다, 우린 지옥의 문을 열어버렸어..' 라며 쉴새없이 중얼거렸습니다. ...


"처음 들어갔던 드림네트윅스 임직원들은 아직도 소식이 없다고 합니다. 다들 이미 죽었을 거라고..."


비서가 참담한 소식에 음울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 영웅을 보조,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그에게 순직 소식은 여러모로 가슴을 아려왔다.


반면에.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

"..."


못 믿을 소식을 들은 사람처럼.


얼이 빠진 듯했다.


"저기..?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지 소식을 전한 비서가 조용히 나갔다.


쿵.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야, 착한 놈이라매'

'...집에 강도가 들면 화낼만도 하겠죠..?


'그렇다고 죽여?'

'...물건을 훔치려고 하면 그렇지 않을까요?'


말은 없었으나.


눈은 그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일단 확실한 건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일단 가서 잘 설명하고.. 좋게 좀.. 풀어봐봐"


귀물이니 선물이니는 물 건너 갔다.


현정록이 진이 빠진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탑과 함께 돌아온 귀환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왜아무도읽지않는거시냐 24.08.30 32 0 -
10 10. 어둠 속 세 여인 24.09.10 22 2 11쪽
9 9. 24.09.04 29 2 14쪽
8 8. 주변 정리 (1) 24.09.03 37 3 12쪽
7 7. 대업의 시작 (2) 24.09.02 49 2 14쪽
6 6. 대업의 시작 24.08.30 61 3 15쪽
» 5. +1 24.08.29 69 2 12쪽
4 4. 24.08.26 75 2 15쪽
3 3. 24.08.23 82 2 11쪽
2 2. 24.08.16 93 1 11쪽
1 1. 24.08.14 119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