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과 함께 돌아온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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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걸림
작품등록일 :
2024.08.13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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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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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혹시 귀환자셨나요?"


부모를 찾아 달라.


자매품으로 동생을, 딸을, 조카를 찾아 달라는 말은 마법의 단어다.


그것도 귀환자 전용의.


한태성은 성유마가 어째서 각성 관리국이니 영웅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굴었는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귀환자가 돌아오면 항상 등장하는 게이트가 나타나지 않던 경우가 있던가?


놉.

백이 백, 전부 게이트를 끼고 나타났다.


원체 게이트 발생률이 높다보니 우연일 수 있겠지만, 단 한 건의 반증도 없으니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귀환자는 게이트를 끼고 나타난다.


위와 같은 현상 때문에 학계에선 게이트란 게 어쩌면 이계와 연결되는 통로일 수 있다.


-라는 주장은 꽤나 신빙성이 있다.


현장 뛰는 각성자나 귀환자들도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나 말고도 판테아 대륙에서 온 사람이 있었나보네?"


성유마가 흥미로운 기색을 띠었다.


"그건 아니지만 타 차원에서 온 강자들, 이른바 귀환자는 각성자만큼이나 흔합니다"


한태성이 곤란한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곤란하다, 곤란해.


게이트를 끼고 나타나지 않은 최초의 사례가 눈앞에 있다.


이를 어쩐다.


그의 선에서 감당할 건수가 아니다.


그러다 슬쩍 뒤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어쩌면 탑이 게이트..?


라기엔 감지부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거기다 재난 알림도 없었고.


항상 게이트가 발생할 즈음이면 미리 관측하고 대피나 지원 통보를 보내는데 말이다.


하는 수 없이 한태성이 직접 연락해서 상황을 알렸다.


"일단 저랑 동행하시겠습니까?"


쓰러진 빌런놈들은 뭐 내버려둬도 상관없다.


다리가 죄다 부러져 어디 도망치지도 못할테고.


좀 있으면 3과 애들이 온다고 했으니.


"관리국에 가시게 되면 아마 유마 씨의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굳이 귀환자가 아니더라도 그의 솜씨는 훨씬 윗줄인 게 분명했으니까.


괜히 꼴받으면 후처리가 더 귀찮다.


거기다 말이 안 통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러지"


성유마는 턱을 한 번 쓸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봉인 반지고 뭐고 다 풀면 찾기야 금방 찾는다만.


아쉽게도 지구가 버틸 여력이 없을 게 분명했다.


분명 각성자나 귀환자가 많다면 판테아 대륙만큼 차원이 견고할텐데.


그러다 한 가지 가설이 스쳤다.


눈앞에 남자, 각성자 한태성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를 살폈다.


판테아였다면.. 그냥 애송이. -라고 평하고 관심을 끊었을테다.


어쩌면.


지구에 있는 각성자나 귀환자의 수준이 많이 낮은게 아닐까.


어디까지나 추측이다만.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서울 각성 관리국 동부지사입니다"


영웅 전용 업무차량에 전용 도로까지.


속도도 제한이 없다보니 도착하는 건 금방이었다.


의리의리한 건물.

흡사 파르테논 신전을 높이 지은 디자인.


보조계 이능이 탁월한 자색 영웅 수십 명이 촘촘히 술식을 짜고 만들었다고.


성유마가 보기엔 그냥 낙서 같았지만 구태여 태클 걸지 않았다.


엄격히 통제된 정문을 통과해 별관에 들어섰다.


감지부.

치안부처럼 여러 분과로 나뉜 게 아닌 단일 부서.

탁 트인 한 개의 층에 수백 명이 있었다.


천장과 양측면을 거대한 지도로 써먹는 공용 스크린이이 있었고.


감지부 직원 개개인이 컴퓨터 앞에 앉아 씨름하고 있었다.


관리국에서 제일 바쁜 부서라는 말이 허명이 아닐만큼.


"여어,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뭐래 이미친놈아! 나 바쁜거 안 보여?"


"들어주면 저번에 말한 거 바로 보내줄게, 너 갖고 싶어했잖아"

"...하아, 뭔 부탁인데"


"찾는 사람이 있는데..."


다크서클이 퀭한 인물이 한숨 푹 쉬며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손을 휘저었다.


"3시간만 기다리면 가족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한태성은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이건 명백히 사사로운 권한 이용이라, 유마씨가 명분을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요컨대 관리국에 각성자 등록을 해라.


"당신이 귀환자 협회에 가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아서요"


각성 관리국.

귀환자 협회.


대한민국 이능력자들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권력 집단.


귀환자와 각성자가 조화로이 섞이지 못했다.


귀환자는 자신을 후대하지 않고 목줄을 채우려는 행태에 분개하고.


각성자는 오만하고 거들먹거리는 그들이 빌런후보자나 다름없어 보였다.


성유마는 뭐든 상관없다.


그의 영역만 간섭하지 않는다면.


거기다 이 나라 초인들은 어떤 식으로 급수를 매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측정실입니다"


따라 들어온 한태성이 벽에 기대어 팔짱꼈다.


유마는 사방에 둘러싸인 수많은 에테르석을 보며 짧게 감탄했다.


가공하지 않은 원석 상태를 벽에 박은 것.


흡사 인위적인 광물 동굴 같았다.


비록 원시적이긴 하지만 나름 훌륭하다.


이이상은 기술이 따라가질 못한 모양이지.


삐빅-.


[예비번호no.168,195,391의 수치는 lv.9로 판명되었습니다]


밀도.

양.

유지력.


대략 이 세 가지를 보고 잰 건가.


특정 기준에 따라 레벨로 명시하고.


하지만 단순 레벨 정도론 세세한 구분은 힘들텐데.


"허업"


결과가 나오자 팔짱 끼고 있던 한태성이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처음 봤을때 위압감은 착각이 아니었다.


lv.9


자신이 lv.7인 걸 감안하면 분명 높은 수치다.


어째서 두눈깔로 볼땐 엇비슷하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아마 그의 고유 능력으로 인한 착시 중 하나겠거니 했다.


적어도 홍급 영웅.


잘 쳐주면 자색까지도.


현 대한민국 자색 영웅이 lv.9에서 lv.10이 일반적이니.


따로 공헌이 없더라도 협조적인 태도나 자신의 추천이 있다면 자색은 무조건-.


"등급따윈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영웅이니 뭐니 활동할 생각은 없거든"


측정실을 나온 성유마는 귀찮은 기색을 드러냈다.


가족을 찾아도 거의 저택 안에서만 지낼 예정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 나들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을테고.


"아..예, 그러시다면.. 저도 설득할 수가 없겠네요. 다만, 귀환자 협회에 이름만 안 올리셨으면 합니다"


한태성이 깔끔하게 물러섰다.


그러면서 표내지 않았지만 귀환자 협화에 지독한 적개심을 보였다.


어차피 관리국이든 협회든 볼일만 보면 이후로 마주칠 일이 없다.


"연락이 왔습니다, 찾았다고는 하는데..."


스마트워치를 두드린 한태성이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중부 3번구역의 합동 봉안소.


수많은 꽃.

사진과 유골함들.


그 중 익숙한 두 이름도 나란히 있었다.


"...초기 게이트 사태 당시 휩쓸린 모양입니다. 공교롭게도.."


성유마도 그의 표정을 보고 대충 짐작은 갔다.


천천히 손을 뻗어 사진을 어루만졌다.


자식은 이세계로 휩쓸렸건만, 당신은 그러지 못했군요.


"..그래, 이 얼굴이었지"


죄송합니다.


무수한 시간 탓에 잊어버렸습니다.


이젠 가슴에 품고 살겠습니다.


사진을 꺼내어.


아공간 속 펜던트를 하나 끄집었다.


허공을 부유하는 펜던트 안으로 사진이 자리잡았다.


더불어 두 개의 유골함까지 챙겼다.


이런 곳보다 알랭에게 맡기는 게 최고다.


녀석이라면 가장 볕이 잘 들고 양지 바른 땅에 묻어줄테니까.


"가지, 볼일은 다 봤으니"


삽시간에 허공으로 사라진 유골함과 사진에 어안이 벙벙하던 한태성이 부랴부랴 움직였다.


"부모님을 찾게 도와줘서 고마웠다"


성유마가 여태 귀찮은 내색 하나 굴지 않고 따라와준 한태성에게 무언갈 건넸다.


"주력이 뭔진 모르겠지만, 그걸 끼면 충분히 도움이 될거다"


투박한 디자인의 은색 팔찌.


바툼이 제 병종들을 위해 친히 제작한 보급형 장신구.


착용자의 잠재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준다.


별로 대단치 않는 물건이니 심부름값 정도로 툭 던져줄 수 있을 만큼.


"이, 이걸 주신다고요? 저한테?"


다만, 건네받은 한태성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감응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그가 보기에도 정말 대단한 물건으로 보였으니까.


"미안하군. 다른 걸 내놓자니 우리 애들이 지랄할 게 눈에 훤히 보여서 말이야. 그것밖에 줄 수 없다"


성유마가 머리를 긁적였다.


싸구려인 게 티가 많이 난 모양이다.


그래도 더 귀한 걸 주면 아홉 군주는 물론이고, 걔들 부하들까지 나설 게 분명하니 별 수 없다.


"처, 천만에 말씀을!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집 가보로 여기겠습니다!"


행여나 회수할세라 한태성은 그 자리에 직접 착용했다.


허리를 연신 굽히면서 그의 입가가 도통 내려가질 않았다.


그럴 만한 게 끼자마자 충만한 힘과 정신력을 체감하고 있었다.


'lv.8? 아니, lv.9까지 올랐다'


슬쩍 눈앞에 성유마와 눈높이가 맞을만큼.


풍기는 묘한 분위기는 도무지 따라잡을 순 없어도 가진 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본인이 이걸 꼈으면 더 대단했을텐데..'


"영웅이니 각성 면허증이니 같은 귀찮은 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다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으니 마음 편히 지내셔도 됩니다!"


어디 사시는 지도 안다.


분명 그 해괴한 탑이렷다.


치안총장이니 관리국장이니 하는 양반이 튀어나와도 변명거리가 있으니까!


*


한태성과 헤어진 성유마는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오백 년만에 돌아온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나 궁금하기도 했고.


바뀐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갔다.


영웅 전용 도로가 따로 있는 것부터 신기했었지만.


아예 주거 구역까지 구분하는 건 또 처음봤다.


'현대판 신분제가 노골적으로 탄생했군'


인구의 20%가 각성자인 세상이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수치다.


초반에 무너져 내린 질서와 제도, 치안을 복구하려 1세대 각성자가 애를 많이 썼다고.


그렇다고 이렇게 우상화를 할 정도려나.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더불어 어느 근육질 노인의 동상이 있다.


한국 각성 관리국 초대국장 유정철.


재밌는 건 현재 살아있다는 것.


99%까지 힘이 제한된 상태라 기감을 펼칠 수 없는 게 또 이렇게 아쉬울 수가.


가능했다면 바로 찾아서 얼굴이나 좀 봤을텐데.


판테아를 일통했다지만, 새로운 강자와의 만남, 그리고 후대의 탄생은 언제나 늘 즐겁다.


수많은 취미를 즐기고도 여전히 질리지 않고 남아있는 건 여전히 강자와의 견식을 나누는 것.


이제 아홉 군주가 성체니 성심이니 하며 몸을 사리는 사이 그의 갈증은 더욱 깊어졌다.


지금도 간간히 보이는 수많은 강자들.


물론 그가 약체된 상태에서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지만.


이것도 또 하나의 유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뭐, 조급하게 굴지 않아도 앞으로 남은 여생을 이곳에서 보낸다면 그런 기회가 한 번쯤은 찾아오지 않을까.


그때였다.


[ㅡ주군ㅡ]


[ㅡ왠 불경한 무리가 저택을 침입하려고 하나이다ㅡ]


더본의 연락을 받은 성유마가 미소지었다.


바라더니.


금방 이뤄지는구나.


[바로 돌아가겠다.]


[침입자는]


[늘 그랬듯이 처리해라]


성유마의 신형이 사라졌다.


*


검은 탑 1층계.


음산한 한기가 자욱하게 깔린 밤.


사방은 묘와 늪지 투성이.


엉성하게 난 가도를 따라 스무 명의 무리가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아니, 씨발. 탑이라매. 그럼 알림창이 떠야 될 거 아니냐!"


침입자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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