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급 휠체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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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맨
작품등록일 :
2024.08.14 11:43
최근연재일 :
2024.09.10 10:08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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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28

작성
24.08.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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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생은 차갑다

DUMMY

- 5, 4, 3, 2, 1......


"씨발!!!"


나는 일단 휠체어에 앉았다.


머릿속에서 울리던 타이머가 0에 도달하기 전에 앉지 않았다면 내 각성능력은 영영 사라졌을 것이다.


"씨발 진짜! 씨발! 씨발! 씨바알!!! 왜 나만! 이딴 거지같은 능력인데!!!"


나는 미친듯 욕설을 퍼부었다.


쾅쾅!


"아이 씨발, 당신이 여기 전세 냈어? 조용히 좀 합시다."


내 욕설에 옆집에서 벽을 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싸구려 원룸에 제대로 된 방음따위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시한번 욕설을 내뱉었다.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기분을 도저히 풀 수 없을거 같아서.


"닥쳐! 씨발!! 비각성자 새끼가! 으아아아아! 씨바알!!!"


"이 미친새끼가 돌았나. 야 너 씨발 딱 기다려라."


쾅쾅쾅쾅!


"문 열어 씨발롬아. 야! 이사 오자마자 이웃에게 민폐를 끼쳐? 너는 오늘 내가 버릇을 고쳐준다. 문열어!"


"하아, 씨발. 그래 너 죽고 나 죽자."


나는 분에 못 이겨 휠체어에서 일어나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내 각성능력은 '체어맨'.


회장님이라는 뜻의 체어맨이 아니라 의자인간을 뜻하는 체어맨이다.


체어맨의 능력은 휠체어에 앉아있으면 무한히 강해지는것.


하지만 자의든 타의는 단 한번 이라도 일어나게 되면 모든 힘과 능력을 잃게 되는 병신같은 패널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일어나면? 나는 유일한 각성능력을 잃게 된다.


이런 씹.


나는 엉거주춤 완전히 일어나기전 다시 휠체어에 앉았다.


혹시나 엉거주춤 일어서려 한것도 일어남으로 카운트 해서 능력을 앗아갈까봐 쫄렸지만 다행히 그정도는 아닌가 보다.


어쨌든 나는 어색하게 휠체어 바퀴를 굴려 문 앞까지 도달했다.


씨발. 존나 불편하네.


옆집 비각성자 새끼는 여전히 문을 부술 듯 두드리며 지랄을 하고 있다. 뭐 설마 그래도 내가 각성잔데 지겠어?


나는 문 앞까지 다가가 잠금장치를 해제했고 놈은 우악스럽게 문을 열어재꼈다.


올려다 보니 덩치가 상당히 위협적인 중년남성이다.


"이 씹새끼! 너 오늘......"


"오늘 뭐요."


"...너 씨발 왜 휠체어를..."


"......"


나도 몰라 시발롬아.


근데 떡대를 보니 갑자기 분노가 조금 가라앉고 이성적 사고가 가능해졌다.


"하아, 그냥 뭐... 앞으로 이렇게 살게 됐습니다. 어쩌면 평생."


"하, 나, 참. 무슨 양아치가 이사온줄 알았더니... 나이도 젊은 사람이... 에잉."


"미안 합니다. 제 현실이 너무 믿겨지질 않아서, 미쳐버릴것 같았습니다."


중년 아재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내게 덕담을 건냈다.


"뭐... 이해 하네. 요즘 세상이 흉흉하니 갑자기 사고가 나서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기도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부정하고만 있어선 안돼. 어떻게든 살아가는게 사람 아니겠나."


"예..."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남이 뭐라 해봐야 위로가 되진 않겠지. 하지만 방금처럼 욕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사내라면 그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아 나아가시게. 앞으로 이웃간에 필요한게 있으면 부담 없이 말해. 젊은 친구. 도움을 요청하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감사, 합니다..."


"어쨌든 화는 좀 식히는게 좋겠어. 앞으로 잘 부탁하네. 나는 백인협이네."


나는 그가 내민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김철민 입니다..."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고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뭐지?


나...


병신 쓰레기인가?


나는 허탈한 마음에 휠체어를 움직여 방 안으로 돌아왔다.


바퀴 굴러가는 끼릭끼릭 소리가 괜히 거슬렸지만 조금 초연한 마음으로 화를 가라 앉혔다.


그래,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


존나 씨발 강해보이는 배인협 형님의 말처럼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각성능력, 체어맨.


나는 위로받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검색했다.


'병신같은 능력.'


사람은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며 위로 받을 수 있다.


이것은 고구려 호박도에도 기록된 팩트다.


딸깍딸깍.


산성 침.

늘어나는 손가락.

강철 발바닥.

숨 하루종일 참기.

하반신 투명화.


'...븅신새끼들.'


세상엔 의외로 븅신같은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만 병신이 아니었군.


조금 위안이 된다.


하지만 나는 휠체어에서 일어나면 그땐 진짜 무능력 병신이 된다.


기분이 좆같아서 배달 어플을 켰다.


한창 위장에 뭘 처넣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까 고민하던 찰나 카톡이 왔다.


"아, 씨발."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 오빠, 뭐해?


썸녀였다.


"아아.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


나는 입에 주먹을 박아넣고 오열했다.


배인협 형님께 폐가 되어선 안된다.


각성 능력이냐 썸녀냐, 나는 일생 일대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뇌하고 또 고뇌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벌떡.


이딴 좆같은 휠체어에 평생을 앉아 사느니 그냥 평범하게 살겠다.


무한히 강해진다고? 대체 얼마나 쳐 앉아 있으라는거냐!


하지만 난 일어나려 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덜컥.


어느새 내 몸은 휠체어에서 생겨난 안전벨트가 걸려 있었다.


[ 능력이 향상 되었습니다. ]


[ 안심 안전벨트 ]

- 불의의 상황에도 두려워 마세요. 안심 안전벨트가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 능력치 향상 ]

- 신체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이딴게... 상태창? 아니, 시스템?


운명의 장난인가, 한번의 기회를 얻었다.


여기서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나면?


썸녀와의 관계를 지속 할 수 있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선 확인을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신체 능력의 향상이라... 과연 얼마나 강해졌을까.


뭘로 실험하는게 좋을까 고민하던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사과, 음료수캔, 음료수 중패트. 이게 좋겠군.


우선 사과를 한 손으로 잡고 힘을 줬다.


으지직!


놀랍게도 사과가 무슨 찰흙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두근두근.


캔은?


우직- 펑!!!


아 씨발, 너무 신난 나머지 생각없이 거실에서 터트려 버렸다.


캔도 내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볍게 터져버렸다.


씨발. 패트도 간다.


500ml 짜리 중패트, 과연?


꾸욱- 파앙!!!


개씨발.


집안이 개지랄 나버렸다.


하지만 나는 결정했다.


썸녀는 아쉽지만 이 능력이 어디까지 얼마나 강해질지 끝을 보고 싶다고.


탁타다닥.


- 미안 혜지야. 나 여친 생겼다. 이제 연락 하지마. 차단한다.


전송 완료.


저질러버렸다.


나에겐 이제 더이상 뒤가 없다.


"크큭, 크크크큭."


나는 한동안 미친놈처럼 웃었다.


꽤 오래 웃었는데, 그 이유는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강해져봐야 써먹을 곳이 없다는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발, 앉아서 몽둥이라도 휘두를거냐?


- 혜지야 미안. 장난이야.


- 니애미요.


아.


후회는 항상 늦기 때문에 후회다.


뒤늦게 수습해 보려 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난 그렇게 콜라를 뒤집어 쓰고 어떻게 청소해야 할지 고민했다.


"...?"


그냥 이사 갈까.


집안 꼬라지를 보니 이사가 청소보다 쉬울지도?


휠체어에 앉은 채로 사방팔방에 묻은 콜라를 어떻게 닦아낸단 말인가.


"마르겠지 뭐."


나는 훨씬 합리적인 선택지를 택했다.


콜라의 대부분은 물이며 물은 결국 증발한다.


조금 찐덕하긴 하겠지만 그걸 일일이 다 치우는데 쓰는 시간이 더 아깝다.


문득 배인협 형님에게 생각이 닿았으나 고개를 저었다.


이 꼬라지를 보이면 내가 너무 한심해서 참을 수 없을것 같다.


근데 몸은 좀 찝찝한데.


샤워...


샤워를 생각하니 내면의 분노가 차올랐다.


개시발.


진짜이대로 해야하는거냐?


설마 화장실은? 생리현상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띠링.


[ 능력이 향상 되었습니다. ]


[ 기본권 보장 ]

안심하고 언제든 시원하게 싸세요. 남 모르게 처리해 드립니다.


[ 안심 세척 ]

우렁차게 '샤워!'를 외치십시오. 하루에 두번, 휠체어를 포함한 전신을 세척할 수 있습니다.


장난하지마. 고작 이게 다가 아니잖아. 그렇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띠링.


[ 안심봉 ]

언제 어디서든 '안심봉'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딱히 크게 외치진 않아도 됩니다.


호신봉도 아니고 안심봉이냐.


나는 혀를 깨물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고 안심봉을 외쳤다.


"안심봉."


스르륵.


안심봉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오른손에 쥐어졌다.


평범하게 검은색 무광 몽둥이 처럼 생긴 녀석이다.


신체가 강화됐는데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게 내 힘으로 제대로 내려치면 어지간한 빌런도 한방에 제압할 수 있을것 같은 느낌.


근데 시발 헌터나 히어로들, 빌런들은 어지간 해서는 다 부무장으로 총을 들고 다닌다.


좆밥 수준에선 총을 맞으면 걍 뒤진다.


괜히 힘 뺀다고 능력 쓸 필요가 없다는것.


근데 시발 나도 총 맞으면 뒤질거 같은데?


신체가 강화됐다고 해도 총알을 튕겨낼 수준은 아닌것 같다.


어쨌든 나는 우선 헌터협회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특수능력을 각성하고 이를 국가에 알려 등록하면 여러 지원금이나 세금감면 혜택이 있다.


심지어 능력 개발 지원이나 맞춤형 일자리 등을 알선해 주기도 한다.


별 좆도 아닌 능력을 숨기고 '왕귀형 능력자가 최대한 능력을 숨김' 이지랄 해봐야 별 이득도 없다는거다.


쇠뿔도 단숨에 빼랬다고 나는 휠체어를 움직였다.


끼릭끼릭.


아 시발.


도대체 능력으로 얻은 휠체어에서 왜 자꾸 좆같은 끼릭소리가 나는거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힘겹게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향...하지 못하고 계단을 향했다.


싼마이 원룸에 엘리베이터가 어딨나.


문득 생각해 보면 인협 형님 입장에서의 나는 휠체어 타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3층 원룸에 이사온 미친새끼다.


진심으로 내 정신건강을 걱정했겠지.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나름 178cm의 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휠체어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니 완전히 새로운 기분이다.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라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나는 계단을 앞에 두고 머리가 새하얘졌다.


계단이라는 구조물에서 진득한 인간의 악의가 느껴진다.


"능력 줘. 씨발. 플라잉 체어맨 해금 해달라고."


하지만 몇분을 기다려도 새로운 능력을 얻진 못했다.


인협이 형님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졌다.


하지만 사나이는 분노로 나아가는 존재.


형님의 말처럼 나는 분노로 나아갈 것이다.


쿠당탕탕!!!


그렇게 나는 계단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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