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급 휠체어를 얻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역천맨
작품등록일 :
2024.08.14 11:43
최근연재일 :
2024.09.10 10:08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55
추천수 :
7
글자수 :
75,728

작성
24.08.22 08:50
조회
50
추천
0
글자
11쪽

데뷔

DUMMY

짝짝짝짝!


연단 위에 오르자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도대체 이 수많은 방청객들은 다 언제 구한거냐.


농담이지?


어째서 나는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 웃기지도 않은 히어로 데뷔식 같은걸 해야하는거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인생이란 녀석이다.


대통령이 까라는데 일개 국민이 뭘 어쩌겠나.


나는 당연히 극도로 싫은 티를 팍팍 내며 거부했다.


허나 돌아온건...


"나 히어로 협회 협회장일세. 자네의 데뷔는 각하께서 결정하신거야. 모쪼록 자네에게나 우리 국민들에게나 경사로운일 아니겠나. 그러니 부담스러워 하지 말게."


아니 그 부분이 부담스러운 거라구요.


각하, Mr. 프레지턴트.


수많은 각성자들 중에서도 정점.


오직 가장 강한 각성자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건 상식이다.


날고 기는 한국의 각성자들중 정점에 이른 사나이.


그런 그가 결정하면 따를 수 밖에 없다.


직접 S급 빌런을 검거하고 공개처형식을 라이브로 송출하는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거스를 용기는 없으니까.


"예... 그럼 뭐 대본 같은건 없습니까? 전 이런 자리가 처음인데..."


"대본? 그런게 있을리가 있나. 오늘 결정된 사안인데. 그냥 편하게 하게 편하게. 날것 그대로의 감성, 왜 요즘 사람들은 그런걸 더 좋아하지 않나. 아주 솔직해도 좋네."


"그럼 진짜 솔직하게 합니다? 나중에 탓하고 그러시면 안됩니다?"


"마음대로 하게나. 어차피 각하나 국민들이나 바라는건 딱 하나일세. 이처럼 혼란하고 어려운 시기에 누가 봐도 희망적이고 대단한 영웅이 나타났다! 좀 싸가지 없거나 껄렁해도 뭐 그냥 개성적인 수준이지."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즐기자.


즐기고 저녁도 즐기자.


연지씨가 저녁 약속 일정을 보내왔고 나는 그대로 승낙했다.


그러니 그냥 하고싶은말만 하고 내려가면 그만이다.


그렇게 나는 연단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전 히어로 같은거 되고싶지 않았습니다."


방청객들이 술렁였다.


"매드매그닛을 잡은거?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어제 잡은 빌런은 사일런트베놈 이라 했던가요? 그놈도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예, 저는 그저 운으로 살아남았을 뿐인 범부일 뿐이지 영웅같은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고 운이 좋아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더 두려운건 제가 번 돈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하고 죽는 것입니다. 저는 제 사리사욕에 충실한 그런 이기적인 인간입니다."


"제게 기대를 걸지 마십시오. 제게 이런 자리와 관심은 너무 과분합니다. 저는 그저 철저히 저만을 위해 움직일 것입니다. 여러분들 스스로가 강해지셔야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저는... 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운 좋고 욕심 많은 인간일 뿐이지요. 하지만 히어로라는 이름에 책임감은 가지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연단을 내려갔다.


좌중은 충격받은듯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런 이기적이고 별볼일 없는 히어로라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 주제를 안다.


대통령이 화나서 쪼인트 까는건 무섭지만 더 무서운건 사람들의 기대다.


지금의 나는 약하고 별볼일 없다.


그러니 내게 힘과 자격이 있다면.


그때는 사탕발린 말, 대중이 원하는 말 따위야 마구마구 해주마.


내가 뱉은 말들을 전부 책임질 수 있게 된다면 말이다...


나는 그렇게 단상을 내려와 정부측에서 제공한 임시숙소로 향했다.


***


충격, 슈퍼루키 히어로 체어맨, B급 빌런? 운이 좋았다. A급 빌런? 운이 좋았다. 운이 조금만 더 좋으면 다음은 S급 빌런?


"나는 나를 위해 살것이다." 위선적 사회를 질타하는 사이다 발언.


"나는 휠체어 신세지만 강해졌다. 그러니 당신들도 강해져 스스로를 지켜라!" 실로 영웅적인 신념.


"......"


이 뭔.


나는 이마를 짚었다.


이게 그거냐?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칭찬해준다는 그거?


씨발... 도대체가 인간은 이해를 할 수 없다.


존나 싸가지 없었잖아.


이기적이잖아.


스스로가 좆밥이라잖아.


근데 왜 좋아해?


대체 왜!!!


나는 내 언행을 어떤식으로든 포장해 칭찬하는 유튜브 뉴스를 꺼버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익명 뒤에 숨어 감정을 배설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야말로 가장 진실되고 음습한, 날것 그대로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검색, 체어맨.


최상단 베스트 글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 체어맨 씹 호감이면 개추ㅋㅋ]


일단 나부터ㅋㅋ


이런식으로 갑자기 데뷔한 히어로는 많이 봤는데 이새낀 가식이 하나도 없더라ㅋㅋ


오히려 이런애들이 일 잘함ㅇㅇ


뭐 최선을 다하니 막중한 의무감이니 국민들 안심이니 어쩌고 하는애들?


막상 까보면 다 몸 쳐 사리고 일 제대로 하는놈 하나 없음ㅋ


근데 체어맨 이새낀 닉부터 호감임ㅋㅋ 그냥 대유쾌 마운틴 그 자체


심지어 준 A급 소리 듣는 베놈이랑 실제 A급 자석새끼 혼자 조짐 능력 ㅆㅅㅌㅊ


운 좋아서 A급 잡았다 = 운 조금만 더 좋으면 S급 목도 딴다


반박시 니 말이 틀림 ㅅㄱㅋㅋ


"......"


아니 뭐 이딴 글이 베스트지?


다른 글들을 봐도 대부분 여론은 비슷했다.


심지어는 이런 글도 있었다.


[ 체어맨 인성 개레전드임ㅇㅇ ]


이번에 저급던전 사고나서 둘 죽었는데 내가 그 파티에 있었거든


거기서 파티 터질뻔 한거 혼자 캐리하더니 자기 정산금 유족한테 기부해달라 하고 가더라


고작 임시파티면 생판 남이잖아?


근데 죽은 파티원들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이 악물더라


그거 보고 와... 이사람은 좀 다르다 느꼈는데 그게 체어맨이었음


영웅 ㅇㅈ


......이런 식으로 대체적으로 날 찬양하거나 나쁘지 않게 보고 있었다.


히어로 데뷔는 좀 부담이라 생각해서 기대치를 낮추려 했더니 되려 누구보다 신뢰받게 생겼다.


재수 없는 놈은 앞으로 넘어져도 뒤통수가 깨진다더니 딱 내가 그런놈인건가...


어쨌든 이왕 히어로가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피할 수 없는건 받아들여야 한다.


'...혜택이 좋긴 좋네.'


각종 대출, 면세, 기본급, 성과급, 월급 등이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건 히어로는 언제나 사전에 협회에 본인의 일정을 알려야 한다는것.


그래야 사건이 터졌을때 가용가능한 히어로를 즉각 배치할 수 있으니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다.


쩝. 앞으로 누굴 만나거나 던전이든 게이트든 돈벌러 간다 치면 귀찮아도 일정 업데이트를 해놔야겠군...


그래도 중요할때 불려가는 일 말고는 프리랜서에 가깝다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경찰처럼 사소한 잡법 잡는 일에 불려나가지도 않고 히어로 관련 장난전화는 엄벌에 처하기에 허탕 칠 일도 적긴 하다.


나는 이례적으로 B+ 등급 히어로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실적은 있지만 인성, 적성, 수행능력 등을 평가해야 하기에 A급이 아닌 B+ 라고 한다.


어쨌든 나는 저녁 일정을 히어로 전용앱인 히어로즈에 등록해놓고 연지씨를 만날 준비를 했다.


이 전용앱의 정보열람은 공적인 부분만 일반인 열람이 가능하고 히어로 개인의 사적인 일정같은 부분은 일반인 열람 불가다.


그러니 안심하고 일정을 등록한뒤 샤워를 마치고 전용 운송 서비스를 호출했다.


과연, 히어로 전용 서비스인가.


즉시 검은 밴 한대가 배차되었고 나는 임시 숙소 밖으로 나갔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히어로님. 편하게 윤기사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럼 미리 지정하신 장소로 출발하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저는 신경쓰지 마시고 안전운전 하셔요."


히어로 복지 수준 실화냐? 부르면 즉시 배차되는 고급 밴에 인성 좋은 베테랑 기사까지.


이건 아마 내가 B+급 히어로여서 그런거겠지만 무슨 C급 허접 헌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혜택이다.


헌터는 시발 좆도 없다 진짜로.


나는 안락한 승차감을 만끽하며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윤기사는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테니 좋은시간 보내라며 차로 돌아갔다.


약속장소는 어느 고풍스러운 일식집이었는데 그곳에서 연지씨의 이름으로 예약된 방까지 안내받을 수 있었다.


방 안에는 수수하게 차려입은 연지씨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진짜 틀린 말 하나도 없다.


그냥 존예다.


얼굴만 봐도 벌써 배부를거같네.


"아, 안녕하세요 연지씨."


"어머, 오셨어요? 오늘 점심에 보고 또 뵙네요."


음? 점심엔 본적이 없는데?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뉴스 봤어요. 엄청 멋있던데요?"


아.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


"크흠,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흑역사 같긴 한데..."


"아녜요, 엄청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걸요? 저도 제 상사한테 속 시원하게......"


나와 그녀는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고급 일식집이라더니 생전 처음보는 음식들도 나왔는데 의외로 먹을만 하더라.


살면서 한번쯤 해보면 괜찮을 경험?


물론 그런거 다 집어 치우고 미녀와의 식사가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이거거든.


이것이 성공의 맛이다.


나와 그녀는 간단한 사케도 한잔씩 하며 조금 더 가까워 졌다.


아니, 조금이라기엔 좀 많이?


"그때 오빠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났을거야. 근데 막 사람이 너무 비현실적이면 되려 침착해지는거 알지? 그래서 꼭 연락처라도 받아야겠지 싶더라."


"회사일은 별거 없지. 그냥... 평범한 낙하산이야. 집안이 좀 별난 집안이라 일자리도 내 마음대로 못하겠다니깐. 심지어 sns도 못하게 해서 나는 카톡같은거 밖에 안하잖아."


"오빠는 생각보다 동안이네. 27살 치고 그정도면 동안 아니야? 오히려 23살인 나랑 친구같은데..."


나와 그녀는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고 내가 사례 이야기를 따로 꺼내지 않자 그녀가 먼저 운을 띄웠다.


"맞다, 이건 우리 집안에서 모은 사례금이야. 내가 힘 좀 썼어. 내가 그래도 좀 사랑받는 막둥이거든."


올 것이 왔군...


나는 그녀가 건내준 흰 봉투를 받았다. 엄청 얇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아. 저번에 매드매그닛 잡은 현상금이랑 이번에 사일런트베놈? 그 놈 현상금도 곧 들어 올거고... 히어로 데뷔까지 했으니 월급이며 뭐며 더 나올거야. 앞으론 사람 구하는게 일상이고 일이 될텐데 딱히 더 받을 필요는 없지."


내가 다시 건내주려 하자 그녀는 필시적으로 나를 제지했다.


"으음, 그럼 뭐 일단 받아는 놓을게. 아니면 뭐 좋은 일에 써도 되겠지."


나는 어쩔 수 없이 봉투를 받아 품속에 넣었다.


액수야 뭐 돌아가서 확인해도 되겠지.


어쨌든 우린 다시 만담을 나눴고 그녀에게 2차 제의를 받았다.


"우리 집 가서 가볍게 한잔 더 할래? 나 잘취, 아니, 자취 하거든."


당근빠따죠 쉬바.


분명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게이트 경보음이 울리지만 않았더라면.


그리고 동시에 내 폰이 미친듯 울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히어로가 된 내 자신이 그 어느 때보다 증오스러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국가 권력급 휠체어를 얻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주일 휴재공지 (9/14 ~ 9/21) 24.09.14 4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안내 (비정기 → 화/목/토) 24.08.21 10 0 -
공지 일러스트 입니다. 24.08.14 42 0 -
15 착한손 나쁜손 이상한손 24.09.10 12 0 12쪽
14 꼬리 +1 24.09.07 18 1 11쪽
13 지렸다 24.09.05 22 0 12쪽
12 운수 좋은 날 24.09.03 23 1 14쪽
11 현실의 무게 24.08.31 30 0 13쪽
10 보이지 않는 손 24.08.29 33 1 13쪽
9 인연 +1 24.08.27 41 0 13쪽
8 게이트 24.08.24 43 0 13쪽
» 데뷔 +1 24.08.22 51 0 11쪽
6 각오 24.08.20 48 1 12쪽
5 운수 좋은 날 24.08.18 49 0 12쪽
4 이거 진짜에요 24.08.15 57 0 11쪽
3 용감한 청년 24.08.14 60 0 11쪽
2 인생은 차갑다 24.08.14 77 1 11쪽
1 타라 24.08.14 89 2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