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계약을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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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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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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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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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따스한 햇살이 내 두 눈을 강타함과 동시에 감미로운 노래 같은 새들의 지저귐이 귓가에 들려오는 오후.

평소였다면 큰일 났다는 것을 직감함과 동시에 헐레벌떡 일어났겠지만, 오늘은 일요일이었기에 조금만 더 잘까 했다.

그러나 계속 눈을 강타하는 햇살에 못 이기는 척,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흐으으으.”


“오래도 잔다, 이놈아.”


???


“뭐야, 여기는 무슨 일이세요.”


일어나자 들리는 가브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조금 남아있던 잠이 한 번에 날아가 버렸다.


“왜 왔긴, 이 녀석아! 당연히 수련을 위해 온 것 아니겠느냐.”


“수련이요?”


아니, 무슨 아침 일찍부터도 아니고,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려는 오후가 되어서야 수련을 한다 말인가.


“네게 힘을 넘겨주기는 했지만, 넘겨주는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앞으로 악마들을 잡을 때마다 내가 있을 수는 없으니, 능력을 활용하는 법을 배워 두는 것이 네놈한테도 좋을 거다.”


자신의 말을 끝마친 가브는 차원을 새로 만들어 냈다.


“건물 신경 쓰지 말고 도망 다녀 봐라.”


“예?”


슈욱―

캉!

가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몸은 뒤쪽에서 날아온 공격을 재빨리 쳐냈다.

내 뒤에는 성운으로 만들어진 사람 같은 것이 있었다.


“기술을 연습한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역시 직접 싸우면서 익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앞에 보이는 인형을 쓰러뜨려봐라.”


아니, 뭐라도 알려주고 싸우라고 해야지.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싸움부터 시키는 게 무슨 수련이야!


“으윽.”


성운으로 만들어진 인형은 계속해서 칼, 창, 활 같은 무기들을 만들어내며 공격해왔다.

공격은 하나같이 급소를 노리며 날아왔고, 끊임없이 이어져 나는 막고 피하느라 급급했다.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을 거다. 위험 정도는 감수하고 행동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지, 인간인 네놈이 악마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말이야 쉽지.’


공격을 해보려고 빈틈을 찾고 있지만, 나의 직감마저도 지금 상태에서는 공격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결국, 공격하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쩅그랑.


지금처럼 계속 공격을 받다가는 이길 수 없다는 게 느껴져 창문을 깨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아니, 무슨 날개까지 달렸어!”


성운을 발에 둘러 착지한 나는 인형이 뛰어내릴 때 공격하기 위해 집을 올려다봤다.

그런데 나처럼 떨어질 줄 알았던 인형의 뒤에는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악마의 능력은 가지각색이며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지. 그렇기에 너는 성운을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에 맞게라... 총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날개가 생긴 인형은 계속해서 하늘을 날며 활을 쏘고 있었다.


콰직.


날아오는 화살들을 성운으로 잡아 부러뜨리고는 있지만, 언제까지고 막기만 할 수 없다.

인형을 직접 잡아보려고 했지만, 인형은 너무나 잘 빠져나갔고 잡을 수 없는 높이까지 날아올라서 포기했다.


“으음....”


왼손으로는 화살을 막으며, 오른손으로는 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총의 외형은 그럴듯하게 만들어졌지만, 발사는 되지 않았다.

총알의 부재 때문인가 싶어 총알도 만들어냈지만, 그럼에도 총이 발사되지 않았다.


‘저기, 뭔가 방법이 없니?’


총으로 인형을 쓰러뜨린다는 계획은 실패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이게 하는 성운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너도 지금 수련을 도와주는 거니?”


성운은 지금 상황이 수련이라는 것을 아는 듯이, 정말 목숨이 위험한 순간이 아니면 내 몸을 조종하지 않았다.


* * *


“이거,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군.”


악마를 성운으로 감싸서 장악한 것을 보고 수련이 빨리 끝날 줄 알았건만··· 내부가 어떻게 생긴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총의 외형만 만들어냈다.

물론 그래도 총이 발사된다는 생각만으로 만들면 내부가 어떻게 생겼든 발사는 된다.

하지만···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 게 독이 됐군.’


총의 내부를 대강 알지만, 정확한 구조를 모르기에, 만들어낼 때도 외형만 만들 뿐, 총 내부는 엉망인 상태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럴 때는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한 걸 만드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복잡한 구조를 모르겠다면, 활 같은 단순한 걸 만들어라, 이놈아!”


* * *


‘활을 만들어내라고?’


깨진 창문으로 나를 지켜보던 가브는 대뜸 활을 만들어내라고 한다.

하지만 활을 만들어봤자, 활로는 도저히 높이 날고 있는 인형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저렇게 높이 날고 있는 걸 활로 어떻게 맞춰요!”


“왜 못 맞추냐, 이놈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쏘면 맞출 수 있다!”


내가 불만을 표하자, 가브는 마치 내가 해내면 어쩔 거냐는 듯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런 걸로 된다고?’


나는 가브의 말을 믿지 못하면서도 활을 만들어냈다.


“맞출 수 있다. 맞출 수 있다. 맞출 수 있다.”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맞출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휘익―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황금빛 궤적을 남기며 빠른 속도로 인형을 향해 날아갔다.


텅.


날아간 화살은 생각보다 쉽게 인형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이게 되네···.”


“네놈은 좀 더 간단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브는 어느새 내려와 있었다.


“간단하게요?”


“그래, 총을 만들 때는 총이 발사된다는 이미지만 떠올리며 만들어라. 굳이 총의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같은 복잡한 건 생각할 필요 없다. 그런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순간, 아까처럼 만들어 놓고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발사되는 이미지···.”


강윤은 총이 발사되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총을 만들어냈다.


“된 건가?”


강윤의 손에는 미래지향적인 생김새의 총이 들려있었다.


탕!

팍.


강윤은 주변에 있는 건물의 벽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에서 발사된 총알은 화살과 마찬가지로 궤적을 남기며 벽에 구멍을 내고 사라졌다.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으니, 이번에는 네가 부셔버린 벽을 원래대로 만들어봐라. 부서지기 전의 벽을 상상하면 어렵지 않을 거다.”


나는 구멍이 뚫린 벽 앞에 서서 양손을 구멍을 향하게 한 후, 뚫리기 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손에서 성운이 뻗어나와 벽을 메우기 시작했다.

성운은 벽을 모두 메운 후, 곧 벽과 같은 재질로 변하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구나.”


“그럼 수련은 끝난 건가요?”


내 물음에 가브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의 수업은 끝이다. 다음 주에도 다시 할 것이니 그전까지 매일 악마들을 잡으러 다니며 연습해라.”


어딜 빠져나가려고 하냐는 듯, 가브는 오늘로 끝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다음 주까지 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냐? 다음 주 ‘까지’가 아니라 다음 주 ‘도’ 하는 거다. 지금은 악마들이 단순하고 약해서 상대할 만하겠지만, 앞으로는 악마들이 점점 강해질 것이다.”


“다행이긴 한데, 왜 처음부터 강한 악마가 안 오는 거예요?”


점점 강한 악마들이 온다는 것은 강한 악마도 나를 필요로 한다는 뜻인데, 왜 처음부터 오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지금 네가 알 필요는 없다. 안다고 해서 변하는 것도 없으니까. 그러니 어떤 악마가 나오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이나 해라.”


“네네.”


딱!


“아악!”


가브는 강윤의 대답이 못마땅했는지, 그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 * *


강윤이 깨어나 수련을 시작하기 몇 시간 전, 이른 새벽.


“어이, 데바악타.”


“왜 부르십니까.”


가브는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악마를 흡수하고 있는 데바악타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꿍꿍이냐.”


“음··· 요즘 들어 다들 저한테 주어를 빼고 물어보시는군요. 제가 아무리 모든 것을 볼 수 있다지만,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악마들을 막고 있는 것이 네놈 짓이냐.”


“악마들이라···.”


데바악타는 턱을 짚으며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


“악마를 잡고 다니는 건 저만이 아닙니다. 알고 계시잖습니까.”


“후··· 그럼 다시 묻겠다. 지옥에서 다른 7대 악마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 네놈이냐.”


“···역시 감이 좋으시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제 구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뿐입니다. 다른 7대 악마들은 이미 중계에 올라와 있습니다.”


“대체 목적이 뭐길래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그저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이용해서까지 보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란 말이냐.”


“글쎄요. 그건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시지요. 강윤 군에게 지금 당장 7대 악마와 싸우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럼 이만.”


데바악타는 자신의 할 말을 마친 듯, 자신만의 차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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