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계약을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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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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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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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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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성운에게 모든 것이 까발려졌다는 수치심에 죽으려다가 성운에게 제지당한 다음 날, 강윤은 시계바늘이 느리게 지나가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다.

수업이 끝나지 않아 뚫어져라 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세고 있었다.


『당신한테는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 같은 건 없어요.』


‘나도 알아.’


『그럼 왜 그렇게 시계를 뚫어져라 보고 있어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심심해서 죽을 것 같으니까.’


『심심하다고 죽지는 않아요.』


‘...’


성운의 공감 능력은 정말 찾아볼 수 없었다.


강윤은 그로부터 5분 후,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비로소 시계에서 눈을 뗐 다.


“후우... 힘든 싸움이었어.”


계속 눈에 힘을 주고 있어서인지 눈이 따가웠다.


『눈에 힘을 계속 주고 있었으니까 그렇죠.』


‘하지만 이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어.’


강윤은 기쁜 마음으로 밥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내가 9반으로 가볼까.’


평소 점심시간이 되면 세현이 먼저 찾아오곤 했지만, 오늘은 조금 늦는 듯했다.

그래서 강윤이 직접 세현의 반으로 가보기로 했다.


드륵―.


“?”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복도에 있는 한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나는 나를 발견하고는 나에게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무슨 이..?”


“오늘 그놈 학교에서 봤어요?”


한나는 다짜고짜 '그놈'을 봤냐며 물었다.


‘그놈이라면 세현인가.’


갑자기 그놈을 봤냐고 묻는다면 보통 누군지 물어보겠지만, 한나가 ‘그놈’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세현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지금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헛걸음이에요. 그놈 지금 학교에 안 나왔어요.”


“잠깐 다른 데 간 거 아니야? 화장실이라든가...”


“그랬을 수도 있지만, 자리에 가방도 없는 걸 보면 학교에 오지 않은 가능성이 커요.”


“세현이가 학교를 빠지는 건 거의 처음인데... 뭐, 몸이 안 좋을 수도 있지.”


세현이 오지 않았다는 말에, 오늘 점심은 혼자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놈이 몸이 안 좋다고...”


“응? 뭐라고?”


한나가 작게 말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금 밥 드시려고 그놈 찾으러 가신 거 아니에요? 얼른 밥 드시러 가보세요.”


강윤은 밥을 먹으러 급식실로 내려갔다.


“어?”


“... 지금 밥 먹으러 가냐?”


그리고 계단에서 그놈을 만났다.


“어, 같이 갈 거야?”


“그ㄹ...”


“뭐야! 안 온 거 아니었어?!”


세현이 가방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지금 왔지.”


밥을 먹으러 내려가던 중, 계단에서 가방을 멘 채 이제 막 학교에 도착한 세현을 만났다.


* * *


“···.”


“쩝쩝.”


“학교 오자마자 먹는 밥은 맛있네.”


세현과 계단에서 마주치고, 그 뒤에 곧바로 한나도 밥을 먹으러 내려오다 세현을 발견하고 왜 늦었는지 들어도 볼 겸, 다 같이 밥을 먹고 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겼길래 지금 등교를 하는 거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밤새 게임하다가 늦잠을 좀 자서··· 으음, 오늘 밥 맛있는데.”


“에휴··· 당신한테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없지.”


“맞다, 오늘 헬스장 갈 거야?”


“아, 맞다. 오늘 학교 끝나고 가자!”


“그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세현의 기분이 오늘따라 좋아 보였다.


‘잠을 푹 자서 그런가?’


일어난 후 정신을 차리면 좋았던 기분이 다 날아가겠지만, 아무래도 알람을 듣고 깨는 것보단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게 기분이 좋을 것이다.


“먼저 일어나 볼게요.”


한나는 배가 부른지 밥을 남기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 밥을 남겨?”


세현은 밥을 남긴 한나에게 한마디를 날렸다.


“당신은 배 터질 때까지 드세요.”


그리고 한나는 세현에게 한마디를 되돌려주었다.

서로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근데 한나랑 무슨 일 있었어?”


지금까지 둘이 사이가 좋은 걸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무슨 일?”


세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이가 안 좋아 보이길래.”


아마 한나를 만난 건 고등학교 입학하고 나서부터였을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집 가는 방향이 같았기에 같이 하교를 하고 밤새 게임을 같이 했기에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음···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라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지는 나도 몰라.”


내 생각과는 다르게 꽤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 같다.


“의외네. 맨날 나랑 게임만 해서 친구가 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너야? 하루 종일 게임만 하게?”


“나도 게임만 하는 게 아니야.”


최근에 게임을 한 적은 없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 * *


스르륵.


“흠···.”


데바악타가 악마들을 내쫒으며 지키고 있다는 지역.

사름들이 관심도 주지 않는 골목길에서 하얀 수증기 같은 것이 모여들더니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엘리스의 명을 받고 데바악타의 관할로 들어온 지브사는 최대한 데바악타의 기운을 느끼려고 주의를 기울였다.


다른 악마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데바악타는 부하를 두는 성격이 아니며, 현재 자신보다 강한 악마들은 대부분 처리했거나 쫒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마 여기서 도망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칠죄종의 이름을 달고 있는 악마란 그런 것이다.

같은 칠죄종이 아니고서야 도망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혹시 모른다. 이미 내가 느낄 수 있는 범위 밖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을지도.


그래서 잡히는 것을 전제로 몸의 일부분을 클럽의 놔두고 왔다.


‘부활의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이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슈와악.


의식을 유지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몸을 나눠서 움직였다.

당하기 전에 데바악타가 숨기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지브사에 생각은 들어맞았다.

이미 데바악타는 지브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연기로 변해 자신의 관할로 들어오는 도중부터 이미 지브사를 보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얼마나 몸에 나쁜데, 학생들을 위해 나서야 할 것 같군요.”


* * *


“흐읍···.”


부들부들.


“파하―.”


지금 나는 세현이 삼촌분이 여셨다는 헬스장에 와있다.


“지금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 뭘 벌써 엄살이야.”


평소에 집에서 간단한 운동만 하다가 운동기구들을 처음 사용해 봐서 그런지 지치는 속도가 집에서 할 때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진짜 더 이상은 못할 것 같다.


“진짜 안돼···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한 것 같아.”


“···어디서 엄살이야 엄살은 더 할 수 있어. 너의 정신력을 믿어. 너의 정신력은 절대 이 정도가 아니야.”


‘아니, 네가 내 정신력을 어떻게 알아.’


하지만 나의 생각은 세현에게 닿지 않았고, 나의 지친 몸은 그 후로 1시간이나 더 세현에게 끌려다녔다.


털썩.


“하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세현과 함께 헬스를 끝마친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다.

진짜 온몸이 다 쑤시는 것 같다.

일어나서 씻으러 갈 힘조차 남지 않았다.


꼬르륵.


배가 고프다고 배꼽시계가 울렸다.


‘배가 고플 수밖에 없지.’


학교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집으로 와도 배가 고픈데, 운동까지 하고 왔으니 배가 고픈 건 당연한 것이다.


“으아아아···.”


그러나 아무리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도 나는 지금 손 하나 까딱할 수조차 없었다.


『제가 대신 배달 시켜드릴까요?』


그렇게 밥을 포기하고 그냥 잠에 들기로 마음을 굳히려는 찰나.

성운이 대신 핸드폰을 켜고는 배달 앱을 들어갔다.


‘지금은 그냥 잘래···.’


『안돼요! 밥은 드시고 주무셔야죠.』


‘내일 아침 먹으면 돼···.’


『저녁밥이랑 아침밥이 같나요.』


성운은 자기 마음대로 배달을 시키고는 지쳐 있는 내 몸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조종할게요. 괜찮죠? 일단 몸부터 씻어요.』


“아아아아아.”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 구석구석 빠짐없이 씻었다.


성운이 내 허락도 없이 몸을 조종하였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자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띵동.


몸을 씻고 나오니 배달이 왔다.


성운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음식을 받았다.


“치킨?”


성운이 시킨 음식은 저번에 먹었던 치킨이었다.

그러고 보니 헬스가 끝나고 세현이 단백질을 먹으라고 한 것도 같다.

지친 상태라 잘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


‘치킨도 닭이니까 단백질이지.’


배고픈 상태에서 치킨이 눈앞에 생기자, 내 손은 언제 힘들었냐는 듯 치킨을 집어 입속에 넣었다.

으음. 역시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은 더 맛있는 것 같다.


‘··· 이러다 운동하기 전보다 살이 더 찌는 거 아니야?’


운동하고 집에 와서 밥을 왕창 먹고, 또 운동하고 집에 와서 밥을 왕창 먹고··· 아무래도 계속해서 살이 찌는 굴레에 빠지게 될 것 같다.


슈룩.


성운이 치킨 한 조각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흡수를 했다.

아무래도 치킨이 먹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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