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계약을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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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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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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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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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세현이 만들어낸 차원 안.

가브와 세현은 서로 마주 보며 서 있다.


“네가 막아도 시간이 걸릴 뿐, 결국 성운에게 먹힐 것이다. 인간의 정신력으로는 성운을 당해낼 수 없다.”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천사들 중 그 누구도 아닌 네가?”


파지지직.


“역시 너는 더 이상 내가 알던 놈이 아니야. 그저 한낱 기생충일 뿐이지.”


세현의 심장에서부터 팔까지 나온 성운은 칠흑같이 어두운 하나의 번개이자 검으로 변했다.


“아무리 옛 친우라지만, 말이 지나치구나.”


가브는 황금빛 도끼를 만들어냈다.

둘은 언제든지 무기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내 옛 친우를 받아가겠어.”


“옛 친우를 눈앞에 두고도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구나.”


꽈악.

옛 친우라는 소리에 검을 쥐고 있는 세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옛날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말하지 마. 나는 너 같은 기생충이랑 알고 지낸 적 없으니까.”


콰과광.


서로의 무기가 굉음을 내며 부딪치기 시작했다.


* * *


“··· 돌아온 건가아아아악.”


정신을 차리자마자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찌릿거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한 번 찌릿거리고 난 후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고통이 몰려온 그 찰나의 순간, 진짜 주마등을 스친 것만 같이 온갖 것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나저나 지금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켜니 8시 30분이라고 나와 있었다.

집에 왔을 때 시간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보통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5시쯤이다.

그러니 그 잠깐 사이에 3시간 30분이나 지났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이 지났네.”


일단 나는 씻기 위해 몸을 일으켰고, 3시간 30분 만에 현관문에서 벗어났다.


“배고프네. 뭐 먹지···.”


씻고 나온 나는 바로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배달 앱을 열었다.


“흠···.”


배달 앱을 열고 여러 가지 음식들을 보고 있지만, 막상 ‘오늘은 이거다!’라는 시선을 끄는 것은 없었다.


“아~ 먹을 게 없네.”


딱히 시선을 끄는 메뉴가 없었던 나는 언제나 기본 이상은 하는 치킨을 골랐다.


‘요새 배달비가 많이 올랐네.’


치킨을 주문하기 전 본 배달비가 많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까지 데바악타에게 1년과 맞바꾼 돈이 남아있었기에 주문에 망설임은 없었다.


“···.”


주문을 마치고 배달이 오기까지 할 게 없었던 나는 성운과 대화가 통할까 싶어서 말을 걸어보았다.


‘아, 아! 들리세요? 들리니?’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이후로도 성운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제발 답을 해달라며 빌어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해 봤다. 그러나···


띵동.


배달이 올 때까지 성운이 답하는 일은 없었다.


“네, 나가요.”


“여기요.”


“감사합니다.”


철컥.


나는 치킨을 건네받고 음료를 따라 마실 컵을 챙겨서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치킨은 맛있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네.”


하지만 치킨은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치킨을 시키기 전만 해도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가 고팠지만, 먹다 보니 배가 불러서 치킨이 조금 남았다.


“다 먹고 치우자.”


다음에 먹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너무 조금만 남았기에 그냥 먹기로 했다.


『잠깐만요!』


치킨을 먹으려고 손을 뻗은 순간,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조용하던 성운이 말을 걸어왔다.


“어··· 어?”


『배부르신 것 같은데, 남은 치킨은 제가 해치워 드릴게요.』


‘성운이 맛도 느낄 수 있나?’


갑자기 말을 건 성운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여 놀랐지만, 배가 불렀던 참이기에 성운에게 치킨을 넘겨주었다.


휘리릭.


성운은 손을 통해 치킨까지 빠르게 뻗어나가 치킨을 감쌌고, 치킨은 금세 사라져버렸다.


“그··· 맛있니?”


『크흠. 그··· 맛은 느낄 수 없지만,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채워서 만족해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무래도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나저나 말을 할 수 있었어?”


『네. 저와 만났을 때부터 대화는 가능했습니다.』


대화가 가능했다는 말에 배달이 오기 전 내가 했던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럼 내 말을 듣고도 대답을 안 한 거였어?”


『그게··· 열심히 대화를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재밌어서 언제까지 하나 보느라···.』


털썩.


나는 부끄러움에 바닥에 쓰러진 채로 아무것도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세요. 이미 씻으실 때 노래 부르는 것까지 다 보고 들었는데.』


“허억!”


나는 쓰러진 상태 그대로 숨을 참았다.


『숨 쉬세요! 숨!』


* * *


“하아··· 하아···.”


세현은 곳곳에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린 채로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내가 기생충 따위한테 이렇게 애를 먹을 줄이야.”


가브와 결판을 짓지 못한 채 돌아온 세현이 잠에 들자,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가브와 세현은 이제 막 천계를 수호하는 천공의 기사단에 입단하게 되었다.


슈우우.


천공의 기사단의 기사단장은 가브와 세현에게 성운을 주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광활한 하늘을 누비며 한마음 한뜻으로 천계를 수호하는 천공의 기사단이다. 내일부터 바로 임무가 주어질 테니 오늘은 푹 쉬도록.”


“넵!”


천공의 기사단에 들어가게 된 당일, 세현은 기사단이 되어 성운을 받았다는 사실에 들떠 성운으로 이것저것 여러 가지 무기들을 만들고 날리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늦은 밤까지 연습하였다.


“조금 더 빠르면 좋겠는데.”


성운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 정도로 속도를 내는 것은 실패하였다.


“이만 돌아갈까.”


수련에 너무 매진한 나머지 세현의 성운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성운을 너무 많이 운용한 결과 몸에 피로가 급격히 몰려왔다.


‘빨리 돌아가자.’


결국 지친 세현은 배정받은 가브와 자신의 숙소로 비틀대며 돌아갔다.


“자고 있니?”


숙소에 돌아온 세현은 자고 있다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물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가브는 미동도 없이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 갔다, 이제 와.”


“하하. 아직 안 자고 있었어?”


세현은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깨어있던 가브에게 추궁을 당했다.


“단장님이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고 하셨잖아.”


“성운이 써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 말이지.”


“에휴··· 내일 임무 받을 때 졸지나 마라.”


가브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세현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포기하고 잠에 들었다.


“너도 성운으로 무기 한 번 만들어 보면 내 기분을 이해하게 될 거다.”


그렇게 성운을 써서 지친 세현도 빠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잠에 든 둘은 강윤이 그랬던 것처럼 온 사방이 황금색으로 뒤덮여 있는 장소에서 눈을 뜨게 되었다.


“하아··· 그때 내가 성운이 바닥난 상태가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천계에서 기사단 노릇을 하고 있었겠지.”


과거의 꿈에서 깬 세현은 그날 성운에게 삼켜져버린 가브를 다시 되돌릴 방법을 고민하며 다시 잠에 들었다.


* * *


"지브사···."


아직 이른 시간이라 조용한 클럽 내부.


"예, 엘리스님."


한쪽 무릎을 꿇은 남성, 지브사라 불린 자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에서 술만 마시고 있던 칠죄종 중 하나, 색욕의 엘리스가 있었다.


"데바악타 그놈이 뭘 숨기고 있는지 알아보고 와···."


"넵."


지브사는 엘리스의 명령이 끝나자마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데바악타··· 대체 뭘 숨기고 있길래, 떠돌아다니는 네가 한 곳에 머물러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쿵!


엘리스가 술을 마시고 있던 클럽 문이 부서지며 세 명의 천사가 들어왔다.


"요즘 천계에 인력난이 심각한가 보네··· 성운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말단을 칠죄종에게 보내다니···."


천사들은 엘리스를 향해 성운으로 만든 도끼를 던졌다.


"아니면 내가 칠죄종 중에서 무력이 가장 약해서 그런가···."


엘리스는 날아오는 도끼들을 모두 쳐내고, 단숨에 천사들에게 접근했다.


팅!


천사들은 엘리스에게 도끼를 던지자마자, 성운으로 만든 방패와 도끼 한 쌍을 만들어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펼쳤다. 방패로는 엘리스의 공격을 막고, 도끼로는 엘리스를 노렸다.


"역시 너희들로는 한참 부족하겠구나···."


슉—. 푹.


짧은 공방전은 엘리스의 꼬리가 천사들의 방패를 관통하며 셋의 심장을 동시에 꿰뚫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흠··· 성운을 갖다 바치는 건 고맙지만··· 이왕이면 천공의 기사단으로 보내주면 안 되나···."


자신을 처리하려고 온 천사들을 손쉽게 처리한 엘리스는 다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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