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계약을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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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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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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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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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데바악타의 능력이 아니어서 그런지, 차원이 깨지는 것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원래 차원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던 천사가 사라졌고, 갑자기 창문 밖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쩅그랑!

쿵―

무언가가 순식간에 창문을 깨고 나를 향해왔다.

그러나 내 몸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창문 밖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 그 순간부터 내 몸은 이미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순순히 정체를 드러내고 항복해. 그러면 창문 값도 묻지 않고 그냥 보내주지.”


“캬하하하! 웃기는군. 인간 주제에 내가 뭐가 두려워서 순순히 항복해야 하지?”


이렇게 마주하니 알겠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놈은 악마다.

나는 최대한 겁먹은 티가 나지 않도록, 상대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후회하게 될 거야. 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거든.”


나는 오른손에 도끼를 만들어냈다.


‘뭐야? 어떻게 만들었어?’


원래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자연스럽게 도끼를 만들어내었다.


‘말 안 해도 알거라더니.’


“지금이라도 순순히 돌아간다면 보내주지.”


제발 돌아가라. 돌아가라. 돌아가라······.


“캬하하하! 도끼 하나 만들어냈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았던 거냐? 캬하하하!”


이번에 만난 악마는 머리에 뿔이 달려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운동을 좀 많이 한 사람 정도의 덩치를 가지고, 피부색이 회색인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생김새였다. 그런데···


“흡!”


···악마는 점점 커지더니, 이후 마치 돌처럼 단단해진 것처럼 보였다.

외관으로는 덩치가 약간 커진 것밖에 모르겠지만,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쿵―.

악마는 커진 덩치 때문에 더욱 좁아진 집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나를 향해 돌진했다.


“캬하하하!”


“으윽.”


카가가각!

나는 돌진하는 악마의 아래로 슬라이딩하면서, 동시에 도끼로 악마의 다리를 자르려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쾅―.

나를 향해 돌진하던 악마는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벽을 부수며 거리로 나갔다.


“어어!”


악마가 벽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본 나는 사람들이 휘말릴 것을 머릿속으로는 걱정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 의아했다.


“뭐야······.”


뚫린 벽 너머로 보이는 바깥은 건물들의 빛이 켜져 매우 밝았다.

악마는 꽤 멀리까지 날아갔는지, 저 멀리서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고, 눈으로도 건물들이 무너지는 게 보여 어디쯤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왜 아무도 없어?’


그리고 내가 아무런 걱정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분명 거리에 가로등과 건물에 불이 들어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리 그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캬하하하!”


‘어딘가에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거리를 둘러보며 사람을 찾고 있던 도중, 내 예상보다 빠르게 악마가 돌아왔다.


슉―


쾅!


“큰일 날 뻔했네.”


악마가 예상보다 빠르게 날아와 당황했지만, 내 몸은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여유롭게 악마를 피해 밖으로 나왔고, 심장에 있던 성운의 힘을 발로 모아 안전하게 착지했다.


‘온다!’


착지의 성공에 감탄과 안도하던 찰나, 내 몸은 또다시 본능적으로 빠르게 옆으로 구르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번에는 몸이 움직이기 전에 무언가가 다가오는 느낌을 먼저 알아챌 수 있었다.


쿵―.


내가 있던 자리에 떨어진 악마는 처음 변한 모습보다 더욱 거대해졌고, 회색이었던 피부는 이제 확실히 돌처럼 변해 있었다.

마치 판타지에 등장하는 골렘처럼.


“캬하하하!”


악마는 웃는 건지, 포효를 하는 건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 한쪽 팔을 들더니 퉁, 퉁, 퉁, 퉁, 돌들을 발사했다.

돌들은 나를 직접 맞추려 하기보다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주위를 둘러싸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내 몸이 저절로 앞에 있는 악마를 향해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퉁!


쩍.


그 느낌을 받은 그 순간, 온몸에 성운이 순환하며, 아까와는 다르게 정확히 나를 향해 오는 돌을 도끼로 쪼개버리고는 악마를 향해 돌진했다.


악마는 강윤이 다가오자 돌을 날려보았지만, 강윤은 돌들을 너무 손쉽게 튕겨내고 피하며 악마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으··· 생각보다 아프네.’


날아오는 돌들을 대부분 피했지만, 몇 개는 피하지 않고 옆으로 튕겨냈다.

분명 몸에 기운을 두르기까지 했는데도, 돌들을 튕겨낸 오른손에 충격이 전해졌다.

이런 걸 아무렇지 않게 쳐내다니, 순간 '내 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퉁!


“아악!”


아픈 거 보니, 진짜 내 몸이 맞나 보네.


그렇게 돌들을 피하고 튕겨내며 악마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캬하하하!”


그러자 악마는 또 괴상한 소리를 내며, 돌을 쏘던 팔을 나에게 휘둘렀다.


악마가 나에게 팔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내 몸은 역시나 높게 뛰어올라 악마의 등에 올라탄 상태였다.


카각.


“캬하하하!!!!!!”


등에 올라타자마자 온 힘을 다해 도끼로 악마를 내려쳤다.

여러 번 내리쳐도 흠집만 조금 날 뿐 아무런 타격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는지 악마는 몸을 마구 흔들었다.


콱!


“어! 떠··· 떨어진다!”


떨어지는 줄 알았지만, 틈새 사이로 도끼를 박아 넣고 버틴 덕분에 다행히 떨어지지 않았다.

악마는 몸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주변에 있는 건물로 돌진했다.


“어!”


쾅―쾅―.

악마는 건물을 뚫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박아 넣은 도끼를 꽉 쥐며 버텨냈다.


“캬하하하!!!”


악마는 떨어지지 않는 나 때문에 화가 났는지, 건물들을 들이받으며 돌진했다.

돌진하는 악마 위에서 내 몸은 왼손에 성운을 뾰족하게 만들어 그대로 악마에게 박아 넣었다.

겉만 딱딱하게 변했던 건지, 상대적으로 덜 딱딱한 악마의 속에서 날카롭게 만들었던 왼손의 기운을 나무의 뿌리처럼 퍼지게 해 몸을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했다.


“으아아아.”


고정을 마친 다음, 도끼를 뽑아 악마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계속해서 내리쳤다.


쿵―!

건물을 수십 개 가까이 부수며 돌진한 악마는 머릿속에 있던 빨간색 구체를 도끼로 내려쳐 깨뜨리자, 그대로 힘없이 넘어졌다.


털썩.


“하아··· 하아···.”


‘끝난 건가···.’


다행히 끝났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자, 온몸에 힘이 쭉 빠져 쓰러져 있는 악마에 기대어 앉았다.


“음, 그럭저럭 봐줄 만하구나.”


아무 소리도 없이 앉아서 쉬고 있는 나에게 천사는 ‘그럭저럭’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내 앞에 나타났다.


“보고 계셨으면 좀 도와주시지······”


“그 정도도 이겨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천사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세상에 알려진 천사의 이야기는 조금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 집에 보내 주시는 건가요?”


“집에 보내주기는 할 거다만, 그전에 네놈이 잡은 악마는 흡수해야지.”


“흡수요?”


“그래, 싸웠을 때 느꼈듯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싸웠을 때라면··· 몸이 알아서 움직였었지.


‘어떻게 하지? 손이라도 내밀어야 하나?’


슈욱.


악마를 향해 손을 내밀자, 노란빛의 기운들이 악마의 몸을 감싸더니, 몸속의 무엇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흡수가 끝났는지, 악마의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됐다. 이제 진짜 집으로 보내주마.”


“으아아아!”


천사는 기운으로 밧줄을 만들어 나를 옭아매고는, 빠른 속도로 내 집까지 날아갔다.

딱.


천사는 나를 집에 풀어주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무너져 있던 벽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드디어 진짜 돌아왔구나.’


휙.

다시 생겨난 벽을 바라보다가 천사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니 현관문 앞에 있었다.


“가시게요? 뭐라도 드시고 가시지.”


“괜찮다. 그것보다 앞으로는 가브라고 불러라. 혹시나 사람들 앞에서 천사라고 부르지 말고.”


“알겠어요.”


“나는 이만 가볼 테니, 어서 자거라. 시간이 많이 늦었다.”


그렇게 천사는·· 아니, 가브는 갔다.


“씻는 건 아침에 하지 뭐.”


너무 피곤해서 나는 씻는 것도 미루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사라기보다는 할아버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원래 천사가 다 그런 건가.’


* * *


“이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정말 기대되네요.”


데바악타는 잠들어 있는 강윤의 집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날개가 달린 악마의 몸에 창을 박아 넣고 있었다.


“그럼 좋은 꿈 꾸세요.”


데바악타는 자신의 창에 의해 죽은 악마를 흡수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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