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계약을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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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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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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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크윽···.”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니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다른 분신들이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지.


지브사는 몸을 나눠 움직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데바악타에게 다른 분신들이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분신들은 각자 최대한 버텨보았지만 그럼에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아직 데바악타가 숨기고 있는 게 뭔지 알아내지 못했다.

골목이 많아 어찌저찌 버티고는 있지만 곧 있으면 잡힐 것이다.


‘데바악타를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도망쳐서 시간을 벌 수 없겠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는 최대한 오래 싸워야 한다.


“그냥 순순히 포기하시죠.”


어느새 데바악타는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이런, 지금까지 안 써서 못 쓰는 줄 알았는데.”


지브사는 데바악타의 차원에 갇혀버렸다.

더 이상 도망칠 수는 없다.


“어차피 다시 살아날 방법은 마련해 두셨잖아요.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합니까?”

내가 일부분을 다른 곳에 두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누가 죽는 걸 좋아하겠어.”


나는 시간을 끌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다.


“뭘 그렇게 꽁꽁 숨기고 있는지 알려줘도 되지 않아? 아무리 다른 칠죄종이라도 네가 지키는 것을 뺏으려고 하지는 않을 텐데.”


“하하.”


슉―.


‘이런!’


데바악타는 지브사에게 창을 날렸다.

날리는 것을 보자마자 피했지만, 왼팔이 날아갔다.


왼팔 하나쯤이야. 원래라면 재생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최대한 많이 몸을 나누는 데 사용해서 재생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알게 된다고 제 것을 뺏으러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 혹시 모르죠. 그저 궁금증이었던 것이 갖고 싶다는 욕망으로 바뀌면 어떻게 나올지.”


“대화하려는 거 아니었나?”


“대화는 구역에 들어와 있는 분들 중 마지막 분과 하겠습니다. 어차피 기억 공유하시잖아요.”


휙···.


푹.


내가 먼저 던졌는데···.


데바악타가 움직이기 전, 팔을 조금 희생해서 짧은 단도를 만들어 던졌다.

하지만 데바악타는 단도가 내 손에서 떠나자마자 내 명치 부근에 창을 쑤셔 넣었다.


* * *


“으음···?”


‘왜 여기 있지?’


지친 내 몸을 성운이 조종해 치킨을 먹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사방이 황금색인 성운 속에 있었다.

아무도 없나?


“성운씨! 불렀으면 이유라도 알려줘야지.”


스르륵.


그리고 나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나무뿌리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저번처럼 따라가면 되겠지.


이전과 같이 성운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지만, 저번과 달리 편안한 마음이 든다.

성운이 나올 걸 알고 있어서 그런가.


『오셨군요.』


“오랜만··· 인가? 하루밖에 안 지나긴 했는데, 뭐, 어쨌든 반가워.”


하루 만에 나는 다시 성운 속으로 들어왔다.


“그나저나 왜 갑자기 이쪽으로 데려온 거야?”


‘성운이 심심해서 데려왔을 리는 없고···.’


『제가 당신의 몸으로 악마와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자던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떤 상황인지 보여드릴까요?』


“어, 보여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봐야겠다.


나무뿌리들이 움직이더니 사각형 테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1인칭으로 바깥 상황이 보였다.


내 몸은 집에 들어온 악마와 싸우고 있었다.


“진짜 악마네.”


악마는 자신의 몸을 하얀 연기로 변화시키고, 그 연기를 다시 짧은 단도로 만들고 있었다.

연기로 만들어졌는데도 성운과 비슷한 강도를 가진 듯했다.


처음에는 악마랑 성운이 팽팽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래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악마는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무기를 만들 때마다 작아지고, 상처를 회복할 때마다 작아지고··· 다행히 이기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 * *


‘싸우는 건 계획에 없었는데.’


데바악타에게 다른 분신들이 하나둘 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더욱더 속도를 올려 숨기고 있는 것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러던 중 남은 분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거대한 성운이 느껴졌다.


데바악타가 존재하는데도 남아있는 거대한 성운.

나는 단번에 데바악타가 숨기고 있던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데바악타에게 당하기 전, 성운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나는 곧장 성운이 느껴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에는 생각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아무런 방해가 없어서 연기로 변해 손쉽게 창문 틈으로 들어갔다.


성운은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사람에게서 미약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거대한 성운이 느껴져서 왔지만, 막상 와보니 그렇게까지 거대한 성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성운이 존재하다 정도?


아무래도 마음이 급해서 착각했나 보다.


“딱히 위협이 안 돼서 살려뒀나 보군.”


쯧.


‘데바악타가 그렇게 거대한 성운을 살려둘 이유가 없지.’


나는 혀를 한 번 차고는 나가려 했다.

데바악타에게 당하기 전에 무언가를 찾으려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


캉!


순식간이었다.

작게 느껴졌던 성운이 갑자기 거대하게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단도를 만들어 휘둘렀다.

단도는 내 뒤에서 날아오는 도끼를 쳐냈다.


착각이 아니었다.

눈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서 아까 느꼈던 것보다도 거대한 성운이 느껴졌다.


“보내 줄 생각은··· 없는 것 같군.”


스슥.


성운은 집에 침입한 악마를 향해 손을 길게 뻗어 잡으려 했다.

그러나 악마는 성운을 손쉽게 베어버렸다.

악마는 단숨에 성운의 앞까지 파고들어 심장에 검을 박아 넣으려 했다.


꽈악.


하지만 성운은 검을 손으로 잡고 부러뜨려 버렸다.

악마는 재빨리 반대 손에 검을 만들어 다시 한 번 찔러 넣으려 했다.


‘잠깐만 움직임을 멈추고 도망친다.’


팅.

퍽.


검이 몸에 닿기 직전 갑옷이 나타나 검을 막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성운이 악마의 옆구리를 찼다.


“크윽.”


지금 상태로는 이기는 건커녕 잠깐이라도 움직임을 멈추게 할 수도 없다.

만들 수 있는 무기도 단도가 최선이다.

다른 무기는 만들 수가 없다.


뭐, 여기서 당한다고 크게 상관은 없다.

당할 것을 전제로 왔으니까.

하지만 칠죄종의 오른팔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한 대만 먹여보자.”


성운의 앞까지 달렸다.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를 향해 오는 성운은 피하고 베어낸다.


슈와악.


성운의 앞까지 다가가자 도끼를 휘둘러온다.

연기로 변해 피하고 성운의 뒤에서 칼로 단검 다섯 개를 만들어 한곳에 꽂아 넣었다.


‘한계다···.’


의식이 흐릿해진다.

한 방을 먹였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그래도 임무는 성공해서 다행이다.


지브사는 그렇게 사라졌다.


* * *


‘끝난 건가.’


마지막에 연기로 변했다가 뒤에서 단검을 날렸을 때는 살짝 긴장했지만, 갑옷에서 성운이 뻗어나가 단검들을 잡아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끝났어요.』


"잠들어 있어서 많이 위험했는데 고마워."


진짜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눈을 떴는데 사방이 황금색으로 이루어진 성운이 아닌 마그마가 들끓는 지옥이거나 구름 위 천국이 펼쳐졌을 뻔했다.


『아니에요. 제가 할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제안을 받아들이길 잘한 것 같네.’


성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제 되돌려드릴게요.』


"알았어."


‘얼른 정리하고 마저 잠이나 자자.’


뭔가 부서지거나 한 것은 별로 없었지만, 어질러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저기··· 조금 아플 수도 있어요.』


"응? 아프다니?"


하지만 성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뭐가 아프다느으으으윽"


‘이건 조금이 아니잖아.’


정신을 차리자 성운의 말대로 온몸에 고통이 느껴졌다.


죽는 줄 알았네.

처음에는 칼에 찔린 것만 같은 고통이 몰려왔지만, 다행히 고통의 세기가 점차 약해지더니 지금은 근육통 정도로 비교적 약해졌다.


‘이 정도면 그냥 오늘 운동을 해서 그런 걸지도.’


"일단 정리를 해볼까."


핸드폰을 켜 시간을 보니 새벽 4시였다.

잠을 조금 더 자기 위해 어질러진 거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서진 건 없네.’


성운 속에서 봤을 때도 무언가 부서진 것은 없었다.

애초에 부서질 만한 물건이 많이 없기도 했지만.

그래서 빠르게 정리를 마친 나는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워 잠에 들었다.


* * *


“공존을 택하다니··· 공존을 선택한 성운을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네요.”


데바악타는 기대감이 담긴 웃음으로 잠시 동안 잠든 강윤을 보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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