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 첫 번째 기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옐로섭마린
작품등록일 :
2024.08.15 14:54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072
추천수 :
46
글자수 :
252,574

작성
24.09.14 18:00
조회
8
추천
1
글자
12쪽

리자드맨

DUMMY

“이거 열화상 카메라는 그럼 냉혈 동물은 못 잡아내는 거 아냐? 뱀이라든가···”

“으이구, 이 무식한 놈아··· 요즘에는 ‘냉혈’ 동물이라는 말 안 쓰는 겨. ‘변온’ 동물이 맞지.”

“그래, 너 똑똑하다 자슥아. 암튼 내 말이 맞는 거 아냐?”

“그 정도는 아니여···”

강윤찬이 살짝 망설였다.


“뱀처럼 작은놈이 만약 제자리에 가만있으면 못 잡아내지. 하지만, 변온 동물이라도 움직이려면 열을 발생해야 하는겨.”

강윤찬이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일단 열을 발생하기만 하면 백발백중 걸리는 것이여. 이 형님께서 체온 범위와 크기로 다 체크할 수 있게 코딩을 해 놨당께.”


“그러면 말이지···”

이도현이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이내 말했다.

“커~다란 뱀이 말이야, 드론이 수색할 동안에는 가만히 땅굴 속에 있다가 밤에 우리가 자는 동안 슬금슬금 기어 와서 제일 맛있어 보이는 너를 콱 물면? 그건 방법이 없잖아?”

“······”

강윤찬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아니면 말이지, 쬬~오기 하늘 위에 드론보다 더 높이 날던 와이번이 우리가 자는 동안 갑자기 내려와서 너를 덮치면?”

“······”

“흠 그것도 아니면, 저 호수 속에 몬스터가 숨어 있으면 어차피 안 걸릴 거 아냐? 걔가 밤중에 쓱~ 기어 나와서···”

“그만 혀! 그만!”


이도현이 계속 강윤찬을 괴롭히는 것을 한심스럽게 보고 있던 내가 개입했다.

“그래서, 불침번이 필요한 거다. 도현이 네가 아무래도 오늘 가운데 불침번을 맡아라.”

“아니, 형··· 오랜만에 사랑하는 후배를 만났는데 이렇게 괴롭히기예요?”

“그 후배가 더 사랑하는 후배를 괴롭히니까 그렇지.”

“어? 차별하기 있어요? 이야~ 가슴 아프네···”


나는 이도현의 너스레를 못 들은 척하고 알란을 도와 불을 피우고 솥단지를 걸어서 수프를 끓였다.

이번 여정엔 숙련된 사냥꾼인 올리비아와 더 숙련된 요리사인 레이한이 없어서, 그냥 여행용으로 개발한 건조 블록을 주로 챙겨왔다.

이놈을 솥단지에 넉넉하게 넣고 물만 부어 끓여주면 걸죽한 수프가 되는 것이다.

간은 살짝 약하게 맞춰 놓아서, 취향에 따라 소금 정도만 좀 가미하면 된다.


왠지 엘프들의 식생활에 된통 데인 듯한 이도현은 그 마저도 맛있다고 싹싹 긁어먹었다.

그리고는,

“이야~ 이거 먹으니까 라면 생각 나네요. 어우~ 라면 한번 먹어봤으면···”

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 말에 강윤찬마저 우수에 잠긴 표정이 됐다.

아마, 거울을 보면 내 표정도 비슷할 듯하다···


둘에게 뒷정리를 맡기고는 알란에게 단검을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불쌍한 알란···

이번에 신이 나서 따라오기는 했는데, 이도현이 켈트어를 못하는 바람에 우리들의 대화가 죄다 한국어라 혼자 왕따 신세다.

이제 겨우 열네 살 정도라, 장검이나 도끼 따위를 다루기에는 아직 힘이 좀 부쳐서 단검을 이용한 속임수나 임기응변 등을 가르쳐주었다.

뭐, 어차피 그런 무기들은 내 전공도 아니다.


이도현과 강윤찬이 계속 수다를 떨어서, 아예 첫 번째와 두 번째 불침번을 맡기고 나중에 나를 깨우라고 했다.

자정이 지났을 무렵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나를 깨운 것은···


리자드맨이었다.


어둠 속에서 꺼져가는 모닥불 빛을 받아 노랗게 빛나는 커다란 눈을 본 나는, 순간적으로 백텀블링으로 몸을 일으킨 다음 단검을 뽑아 들었다.

어마 무시라···

자고 있다가 눈을 떴는데, 눈앞에 악어 면상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나는 순간적으로 야영지를 살폈다.

이도현과 강윤찬은··· 사이좋게 서로 끌어안고 자고 있었고···

저놈들을 믿은 내가 바보다···

알란도 별 이상 없이 자기 자리에서 자고 있었다.


살짝 안심하고 다시 상대를 보니,

야영지에 들어온 리자드맨은 단 한 명이었는데, 어깨를 으쓱하며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어··· 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피고, 정말 리자드맨이 단 한 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뻘쭘해져서 단검을 내렸다.


불청객은 별 말없이 넉살 좋게 모닥불 곁으로 다가가 불을 들쑤셔 되살리기 시작했다.

음··· 거참··· 나도 하릴없이 모닥불 앞으로 가서 그를 마주보고 앉았다.

순간적으로 내가 악어를 연상했던 것처럼, 불청객은 마치 악어가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걸어다니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나는 리자드맨들이 개체 별로 큰 차이를 보이며, 그 차이에 따라 부족 내에서의 계급? 직업? 이 정해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 불청객은 그들 부족에서 전사 계급에 속하리라고 예상했다.

강인해 보이는 체격, 내 단검 정도는 이빨도 안 들어갈 듯한 가죽, 그리고, 별다른 무기 없이도 사람 하나쯤은 손쉽게 해체해 놓을 수 있을 듯한 주둥이까지···


“그대들 인간들은,”

그래서 그 무시무시해 보이는 주동이에서 켈트어가 나왔을 때는 솔직히 깜짝 놀랐다.

“손님으로 찾아온 이들에게 불을 쬐게하고, 음식을 나눠준다고 들었다.”

목소리는 몹시 거칠었지만, 그 내용은 의외로 차분하고 담담했다.


그래서, 왠지 대거리를 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았다.

“그건 ‘손님’일 경우지. 보통 인간들의 손님은 주인이 자고 있을 때 몰래 찾아오지는 않는다.”

웁스, 말해놓고 보니 후회가 되네···

이놈 적어도 키는 2미터가 넘어보이고, 체중도 130킬로는 너끈히 되어 보이는데···


불청객은 모닥불에서 눈을 흘낏 들어 나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아니, 웃는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악어가 웃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그대는 내 생각보다 대담하군. 보통 인간들이 밤중에 내 모습을 보면 그··· 뭐라더라? 그렇지, 무서워서 자지러지던데 말이야.”

“그걸 확인해 보려고 오셨나?”

상대는 그냥 ‘으흠~’하더니 계속 모닥불을 들쑤셨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짐마차로 가서 비장의 식량으로 남겨 놨던 양꼬치를 가져와서 모닥불에 굽기 시작했다.


양꼬치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면서 익기 시작하자, 리자드맨은 눈을 빛내며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 이 냄새··· 신기한 걸? 이런 냄새는 처음이야. 인간들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더군··· 저 커다란 ‘수레’도 그렇고 말이야.”

야영지 가득 퍼져가는 냄새에 강윤찬이 잠꼬대로 ‘음냐’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나는 양꼬치가 다 익는 대로 리자드맨에 건네면서 말했다.

“그래, 환영한다. 나는 브리간티아의 제이 킴이라고 한다. 지금은 저 마차를 끌고다니며 장사를 하는 중이지.”

“오.”

리자드맨은 내가 건네어준 양꼬치를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먹어 없애기 시작했다.

“이거, 맛있군. 그런데, 우리 종족이 먹기에는 너무 양이 적은 걸?”


뭐, 그래 보이기는 한다.

상대의 악어 입에 양꼬치는 그야말로 앙증맞게 보이니까···

어찌 됐든, 리자드맨은 내가 구워 준 양꼬치를 금세 다 먹어치웠다.

그러고는,

“아니, 내가 보기에 그대는 전사다, 상인이 아니야.”

하고 대뜸 말하고 나서 잠시 뜸을 들였다.


기다리다 지친 내가 ‘이놈의 악어 인간에게 짜르 범 맛을 한 번 보여줘?’ 하고 고민을 시작했을 때, 리자드맨은 그 커다란 입을 다시 열었다.

“내 이름은 슬라이너, 너희 인간들이 ‘리자드맨’이라 부르는 종족이다. 아마 알고 있겠지만, 바로 여기서 북서쪽으로 펼쳐진 늪지대가 우리 부족의 영역이지.”

“그래, 슬라이너. 그곳에 당신 부족의 마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서로 만나거나 소통한 적이 없지. 오늘은 무슨 바람이 그대를 여기까지 데려왔나?”

혹시 브리간티아와 무슨 분쟁을 일으킬 셈인가?

아니, 그렇다고 보기엔 이 악어맨이 그다지 적대적이지는 않은데?


내가 혼자서 제멋대로 추측하고 있는데, 슬라이너가 심각한 표정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제이킹, 그대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죽음의 바람’에 대해 혹시 들어보았나?”


아니··· 이젠 처음 만난 악어맨까지···

이 아발론의 놈들은 ‘킴’ 발음이 안 되는 거냐?

대체 왜 죄다 ‘킹’이야?


이쯤 되면 정말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후우~ 들어는 봤다. 떠도는 소문들을 들었지. 하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렇다, 죽음의 바람··· 6개월 전 이곳에 도래한 그날부터 듣기 시작한 말이었고, 특히 바이킹 검은곰 부족 장로 에릭슨이 경고한 말이었다.

그 뒤로도 떠도는 풍문처럼 간간이 들려오는데, 특히 언데드들과 연관되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이지 않았고, 직접 겪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내게 당장 와닿는 문제는 아니었다.


리자드맨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군, 아직은··· 그래. 우리 ‘피르 라긴’들은··· 아 실례, 그대들의 말로는 리자드맨이지. 우리 리자드맨들은 이곳 칼리시아 호수의 주변을 따라 몇 개의 소부족들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피르 라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런데, 이번 겨울이 닥쳐오면서 우리 부족의 북쪽에 위치한 두 개의 부족과 연락이 끊겼다.”

응? 갑자기?

나는 단순한 문제는 아닌 듯해서 계속 그의 말을 들었다.


“그대는 아는지 모르지만, 우리 리자드맨들은 겨울이 오면 몸이 좀 둔해지지. 처음에는 뭐 그런 식의 일인가 보다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상황이 지속되자 순찰자들을 파견해서 상황을 알아보았지.”


리자드맨-슬라이너는 깊은 한숨을 쉬고는 다시 말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두 마을이 모두 텅 비어있었다.”

어··· 그런···


“비어 있었다?”

“그랬다. 별다른 전투의 흔적도, 동족의 시체도 찾을 수 없었고··· 모든 동족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지.”

그건··· 좀 놀랍고도 무서운 일이기는 하다.


“그럼, 여태까지 흔적도 찾지 못한 건가?”

“그렇지.”

슬라이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서, 포기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내가 오늘 그대를 찾아온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제이 킹.”

어 그래, 말해 봐라.

“우리는 그동안 저 ‘마차’라는 것이 오고 가는 것을 관찰해 왔다. 지금, 그대는 북쪽에 있는 인간들의 부족을 찾아가는 것이지?”

내가 긍정하자, 그는 말을 계속했다.


“첫번째는, 당연히 이런 사실을 알려줘서 경고를 해주려는 것이고···”

어 그건 고맙기는 한데··· 과연 인간들한테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려나?


“두번째는, 북쪽에 가서 혹시 인간들을 통해 우리 리자드맨들의 행방에 대해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부탁이라면, 못 들어줄 이유가 없지. 기회가 닿는 대로 알아봐 줄 것을 약속하겠다.”


슬라이너는 나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감사를 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작별을 고했다.

“혹시 소식을 듣게 되면 우리 부족으로 찾아와서 ‘슬라이너 막 델라’를 찾으면 된다.”

슬라이너 막 델라··· 나는 속으로 그 이름을 외웠다.


“그리고,”

그는 떠나기 직전,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내게 강조했다.

“내 경고를 가볍게 듣지 말고, 조심해라 제이 킹. 사라진 부족이 두 개에 무려 천 명이 넘는 리자드맨이 증발했다.”


슬라이너는 지나치게 큰 소리를 낸 듯하다.

그의 마지막 말에 놀란 내 일행들이 한꺼번에 잠에서 깨었고···


“리자드맨! 리자드맨이닷! 형, 조심해요!”

이도현이 소리소리 지르며 활을 찾아 쏘려 했고,


“워메! 깜짝이야, 생긴 것도 흉악혀요!”

강윤찬은 그냥 소리 지르기 담당,


알란은 저녁 때 배운 단검술로 무턱대고 슬라이너에게 덤벼들었다.

이 녀석아, 이럴 땐 그냥 창을 써야지···


작가의말


추석 연휴동안 연재를 쉽니다.

일과 병행하려니 너무 힘이 드는군요.^^


모두들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발론 - 첫 번째 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연휴동안 연재를 쉽니다. 24.09.14 2 0 -
46 칼루브리가 NEW 10시간 전 4 1 12쪽
» 리자드맨 +2 24.09.14 9 1 12쪽
44 늙은 마난 24.09.13 8 1 12쪽
43 원탁회의 24.09.12 12 1 12쪽
42 숙취 +2 24.09.11 14 1 12쪽
41 타바른 24.09.10 13 1 11쪽
40 사절 +2 24.09.09 16 1 12쪽
39 접견 24.09.08 17 1 12쪽
38 엘프 24.09.07 16 1 12쪽
37 재회 24.09.06 15 1 12쪽
36 트롤들 24.09.05 13 1 13쪽
35 추적 24.09.04 15 1 12쪽
34 귀환 24.09.03 12 1 11쪽
33 습격 24.09.02 13 1 12쪽
32 24.09.01 11 1 12쪽
31 키아란 24.08.31 13 1 12쪽
30 올리비아 24.08.30 11 1 12쪽
29 바이킹 24.08.29 9 1 14쪽
28 행상 24.08.28 14 1 12쪽
27 에릭슨 24.08.27 12 1 12쪽
26 막간극 - 온천에 간 기사, 인어를 만나다 24.08.26 15 1 15쪽
25 아발론 24.08.25 18 1 12쪽
24 계시 24.08.25 16 1 12쪽
23 캐리어 24.08.24 18 1 12쪽
22 호수의 여왕 24.08.24 15 1 10쪽
21 멀린 24.08.23 23 1 12쪽
20 만찬 24.08.23 43 1 12쪽
19 브리간티아 24.08.22 36 1 12쪽
18 발키리 24.08.22 45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