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 첫 번째 기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옐로섭마린
작품등록일 :
2024.08.15 14:54
최근연재일 :
2024.09.14 1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037
추천수 :
45
글자수 :
247,233

작성
24.08.21 07:47
조회
27
추천
1
글자
12쪽

매복

DUMMY

펜드래건의 가신들은··· 스마트폰의 영상을 보더니 그야말로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떨어지면서 뭐라고 떠들어댔다.

“어, 두려워하고 있네요. 악마의 거울이라는데요?”

뭐··· 내 이런 반응일까 봐 좀 고민하기는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은 마법과 같은 법이니까.


소녀 영주만이 살짝 놀란 듯 보였지만(아주 잠깐동안만) 이내 흥미로운 태도로 폰을 받아 들더니 사방을 비춰보았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줌-인이 된 상태라 화면은 확확 바뀌었고, 영주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사용법을 터득했는지, 천천히 움직이며 화면과 풍경을 번갈아 비교해 보았다.


내내 얼음 인형 같던 영주의 뺨이 발그스름해져서, 마치 좋아하는 장난감을 받은 어린아이 같아 보였다.


잠깐 그러고 놀던(?) 소녀 영주가 퍼뜩 정신을 차렸는지, 헛기침을 하고는 폰을 홍수빈에게 돌려주고는 맹인이라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멀린에게 뭔가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폰 카메라에 대해 멀린에게 설명하고 있어요.”

모건이 말했다.

멀린은 가만히 영주의 이야기를 듣더니, 역시 호기심이 생겼는지 홍수빈에게 청해서 폰을 받아 들고는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뭐, 만져본다 한들···


아니나 다를까, 멀린은 이내 고개를 내젓고는 스마트폰을 돌려주며 말했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도래인들의 물건이군. 다만, 악마의 물건 따위는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하며 가신들을 안심시켰다.

음··· 이들과 만난 이래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 야만인들의 무리 속에서도 어린 소녀 영주와 맹인 드루이드가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이니, 참···


펜드래건 영주가 가신들에게 말했다.

“캄베툼의 브란웬이 개인적인 원한을 풀고 싶은가 보군.”

그렇다. 내가 홍수빈의 폰 화면에서 본 것은 노스맨이 아니라 울긋불긋한 민머리의 켈트인들이었다···


뭐랄까 관상은 과학? 아니, 역시 양아치답다고 해야 할까?

까마귀 족장은 어린 소녀 영주에게 받은 모욕을 끝내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영주는 이제 서서히 날이 저물려 하는 하늘과, 우리 일행, 그리고 노스맨 포로들을 슬쩍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대로 저 협곡을 통과할 수 없다. 우선, 여기에 야영지를 정한다.”


펜드래건의 가신들은··· 아직도 스마트폰을 든 홍수빈을 다소 저어하는 모습이었지만, 어쨌거나 영주의 말에 덩치 전사 베디비어가 용감하게 의견을 표했다.

“저희가 놈들이 매복한 바위산을 역으로 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말하면서도 홍수빈을 연신 곁눈질로 보는 것이, 아무래도 멀린의 말에도 ‘악마의 거울’ 운운하는 미신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하고, 마녀나 뭐 그런 존재로 보는 눈빛이다.

날붙이를 든 적들에게는 용감무쌍하면서, 스마트폰을 든 홍수빈을 두려워하는 그 아이러니함에 실소가 나왔다.


“아니, 이제 곧 날이 어두워진다. 적들도 높은 곳에 있으니까 우리를 보기는 했겠지··· 저들에게 저 ‘폰’이라는 물건은 없으니까 비록 자세히 보지는 못했겠지만.”

소녀 영주가 아쉬운 표정으로 홍수빈을 쳐다보는 게, 스마트폰이 어지간히 맘에 들었나보다···

우리 일행 거의 모두가 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이 될라나?


“놈들이 전부 몰려왔다고 보면, 적어도 우리 숫자의 열 배에 달한다. 또한 협곡으로 접근하는 경로에도 적들이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그러니까, 우리는 접근하지 말고 일단 여기서 아예 하룻밤을 보내고 가는 것처럼 속이고 다음 행동을 정하도록 하자.”

어린 소녀의 대응 치고는 차분하고 이성적이다.


펜드래건의 가신들은 영주의 말에 바로 야영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들이 영주의 말에는 항상 군소리하지 않고 복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일행도 방금 지나쳐 온 냇가로 가서 물을 길어 오는 등, 그들의 일을 도왔다.


영주는··· 가신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적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는지,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 중이었다.

어쨌거나, 나도 이곳에 떨어지기 전의 마지막 직업(?)이 ‘군인’이었던 터라 영주의 대응에 호기심이 갔다.

동시에, 소녀 영주에 대한 안쓰러움이 생겨났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이 부족을 이끄는 지휘관인 셈인데, 여태까지 보아하니 가신들 중에 멀린을 제외하면 참모 역할을 할 이가 없었다.

그런데 멀린은 맹인이라서 이런 전투 상황의 지휘에 대해서는 도움이 될 수 없다···

결국 전투에 관한 한, 중요한 일들을 전부 혼자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열 배에 달하는 적··· 어깨가 무겁겠구나···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바라보며 살짝 감상적이 되어 있는데, 강윤찬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저, 형···”

“응? 왜?”

“지금 한 판 붙으려는 거 맞쥬?”

“어··· 그런 것 같다.”

맞다. 나도 우리 일행, 특히 후배 녀석들을 지켜줘야 할 의무(?) 같은 게 있다···


“어, 글구 이 부족이 그나마 우리한테 잘 해주니께, 아무래도 우리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 할테구유···”

어, 그런 생각을··· 한 건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너희들이 칼을 들고 싸울 필요는 없어. 그럴 능력도 안 되고···”


“그럼 말이쥬···”

강윤찬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 인터셉터를 한 번 써 보면 어때유?”

응? 나는 잠시 헤매다가 비로소 뭔 소린지 깨달았다.


아··· 드론? 카메라가 달린 건가? 하지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해가 지면서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이렇게 어두운데? 어, 설마··· 너···”

“예, 형. 마침 인터셉터에 열화상 카메라를 달아 놓은 놈이 있구먼유.”

그놈의 인터셉··· 와! 이놈 정말···


“정말? 그 정도면 거의 군사 장비 아니냐?”

강윤찬은 대답하는 대신 안경 속의 눈을 빛냈다···

아니, 대체 역사 탐방에 무슨 열화상 카메라를 단 드론이 필요하다냐?

“어휴~ 이 덕후 새끼!”

나는 나도 모르게 이도현의 말을 따라 했다···


참 용케 공항 검색대 따위를 통과했다 싶었다.

한편, 생각해 보니··· 어 괜찮았다.

“일단 한번 작동시켜 봐. 되는지 확인부터!”

“예, 그래유!”

펜드래건 일행을 보니, 역시 다들 끼니를 챙길 생각은 못하고 영주 주변에 모여서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수레에서 강윤찬의 캐리어를 꺼내와서 내려놨더니, 이내 홍수빈이 다가왔다.

“모예요? 아, 드론 가방?”

“노, 노··· 이건 캐리어라니께.”

홍수빈이 심드렁하게 이야기하자 강윤찬이 손가락을 저으며 정정했다.

강윤찬의 ‘캐리어’는 방수 천 속에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로 된 길쭉한 사다리꼴 형태의 3층으로 된 물건이었는데, 먼저 위쪽을 개방하고 날개처럼 펼치자 안테나와 태양열 충전 패널이 드러났다.

오··· 이것 봐라?


플라스틱 박스의 가운데 층을 개방하자 그 안에 크고 작은 인터셉··· 아니 드론 두 기가 얌전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오··· 이거 제법?


마지막으로 하부를 개방하자 그 속에 태블릿과 잡다한 액세서리들이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런 덕후 새끼!”


그쯤 되자 모건은 물론 올리비아와 레이한까지 모여들었는데, 다들 이 사람들이 대체 뭐하는 건가? 하는 눈빛이었다.


“윤찬 씨··· 이게 다 뭔가요?”

모건이 살짝 질려서 말했다.

어제 이놈의 내부를 한 번 봤을 텐데···

하긴, 이렇게 활짝 펼쳐 놓으니, 몹시 거창해 보이기는 하다.

음··· 아무리 모건이라도 아직 K-덕후들의 매운 맛은 모르겠지?


“잠시만유.”

강윤찬이 태블릿을 꺼내 들고 켰더니, 다행히 전원이 들어왔다.

그 난리통에도 용케 망가지지 않았구나···

다음엔 뭔가 접혀져 있는 납작한 플라스틱 박스를 캐리어 앞에 펼쳐 놓으니, ‘H’ 마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저건··· 헬리포트 같은 건가?


마지막으로 드론 중에서 오른쪽에 있는 놈을 꺼내더니 애지중지 쓰다듬고는··· 그 헬리포트 위에 내려놓았다.

그 시점에는 펜드래건 무리까지 이쪽으로 다가와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어, 참 그렇지.


나는 재빨리 모건에게 말했다.

“모건, 이들에게 미리 경고하세요. 지금부터 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는 말라고”

모건이 알아듣고 펜드래곤 영주에게 전했다.


그 말을 듣고 소녀 영주는 눈빛을 반짝였고 멀린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그 가신들은 다시 뭔가 두려움에 휩싸인 듯 주춤주춤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하긴···

아직 불은 피우지 않았기에, 어슴푸레한 속에서 태블릿 불빛에 번쩍이는 강윤찬의 안경만이 기괴하게 빛나고 있지,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장비가 뱃속을 드러내며 활짝 펼쳐져 있는 데다, 내가 이상한 경고까지 날렸으니···


강윤찬은 조작을 마쳤는지, 마지막으로 나를 쳐다보고 씨익 웃더니 말했다.

“자, 그럼 가유!”

그 말과 함께 가벼운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드론이 떠올랐다.


순간 소녀 영주가 움찔하며 손을 칼자루로 가져가는 바람에 기겁했지만, 다행히 칼을 뽑아서 드론을 베어버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펜드래건의 가신들은 화들짝 놀라서 다들 다시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우어우어했다.

뭐, 내가 당신들이라도 그랬을 거야··· 아니 사실 지구인(?)들도 같이 놀라고 있는 중이니까···


“저게 나네···”

“정말 나네요.”

“Wow!”

“□□ □□!”

음··· 중국말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

반복하자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은 마법과 같은 법이다.

우리의 오타쿠 마법사 강윤찬은 능숙하게 계속 조작을 해 나갔다.


“음··· 우선 눈에 띄니까 야간 비행등은 오프··· 그리고, 자 이제 열화상 카메라 온 합니다!”

신났구먼··· 짜식···

나는 강윤찬의 태블릿을 같이 들여다보았다.

커다란 태블릿의 반쪽을 차지하는 화면에 적외선 모드 특유의 희끄무레하면서도 선명한 영상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거, 어두운데 이렇게 비행하다가 어디다 들이박는 거 아냐?”

“워~ 형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해유. 그런 정도의 문제는 이 몸이 친히 작성한 알고리즘으로 다 대비되어 있당께.”

어, 그래···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원래 전산 전공이었지···

가뜩이나 오타쿠스러운 녀석이 단지 ‘드론을 날리는’ 행위에서 그칠 리가 없지···


“배터리는?”

“충분해유.”

결과론이지만, 어제 스톤헨지에서 써먹지 못한 게 다행인 건가?

“좋아, 그럼 좀 고도를 올려보자.”

“예, 기다려 봐유.”


인터셉··· 드론이 서서히 고도를 올리자 태블릿에 보이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서서히 붉은 점으로 보이는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과 동물을 구분할 수 있냐?”

“음··· 일단, 체온은 비슷하니 어렵고··· 이 정도 고도에서는 지금은 확실하게는 안 되고 대충 사람과 크기가 비슷한 동물들만 걸러낼 수는 있쥬···”

하면서, 태블릿에 달린 키패드에서 바로 변수를 수정해서 입력하자 카메라에 보이는 붉은 점들이 개수가 확 줄었다.


오우··· 이 녀석···

“확실하게 보려면 고도를 조금만 낮추면 되쥬. 형태가 대략 나오거든유.”

하면서 고도를 낮추는지, 화면에 보이는 영역이 붉은 점 여러 개가 모여 있는 곳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사람이네···”

“사람이에요.”

나와 모건이 동시에 말했다.


화면에 보이던 점은 어느덧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 멈추어 있었다.

역시 매복인가?

“그만, 거기서 멈추고··· 더 내려가면 놈들이 드론··· 인터셉터 소리를 들을지도 몰라.”

“예, 그러쥬···”

강윤찬을 시켜 다시 드론을 움직여가며 감시할 수 있는 최대 범위를 체크하고, 바위산 위까지 적들의 인원을 살펴보고, 우리 주변을 한 번 돌아보게 한 뒤 시연을 마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독자777
    작성일
    24.09.11 05:21
    No. 1

    배터리 충전을 못하면 일회용이 될 것 같은데... 태양광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옐로섭마린
    작성일
    24.09.11 12:37
    No. 2

    첫 댓글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우선 감사 드리고요^^

    강윤찬의 '캐리어'는 태양광 충전으로 자체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그리고, 그 전력으로 다시 드론 배터리나 스마트폰 등을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발론 - 첫 번째 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연휴동안 연재를 쉽니다. 24.09.14 2 0 -
45 리자드맨 +1 24.09.14 5 1 12쪽
44 늙은 마난 24.09.13 7 1 12쪽
43 원탁회의 24.09.12 11 1 12쪽
42 숙취 +2 24.09.11 14 1 12쪽
41 타바른 24.09.10 13 1 11쪽
40 사절 +2 24.09.09 16 1 12쪽
39 접견 24.09.08 16 1 12쪽
38 엘프 24.09.07 15 1 12쪽
37 재회 24.09.06 14 1 12쪽
36 트롤들 24.09.05 13 1 13쪽
35 추적 24.09.04 14 1 12쪽
34 귀환 24.09.03 12 1 11쪽
33 습격 24.09.02 13 1 12쪽
32 24.09.01 11 1 12쪽
31 키아란 24.08.31 13 1 12쪽
30 올리비아 24.08.30 10 1 12쪽
29 바이킹 24.08.29 9 1 14쪽
28 행상 24.08.28 14 1 12쪽
27 에릭슨 24.08.27 12 1 12쪽
26 막간극 - 온천에 간 기사, 인어를 만나다 24.08.26 14 1 15쪽
25 아발론 24.08.25 18 1 12쪽
24 계시 24.08.25 16 1 12쪽
23 캐리어 24.08.24 18 1 12쪽
22 호수의 여왕 24.08.24 15 1 10쪽
21 멀린 24.08.23 23 1 12쪽
20 만찬 24.08.23 40 1 12쪽
19 브리간티아 24.08.22 36 1 12쪽
18 발키리 24.08.22 44 1 13쪽
17 각개격파 24.08.21 2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