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검회귀(整劍回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출고가
그림/삽화
출고가
작품등록일 :
2024.08.18 15:42
최근연재일 :
2024.09.04 16:1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075
추천수 :
43
글자수 :
89,567

작성
24.08.18 18:00
조회
141
추천
4
글자
11쪽

사군자.

DUMMY



채주 곽항을 포함 열댓 명이 순식간에 당하자, 산적들은 모두 공포에 사로잡힌다.


무공을 쓰는 무림인이었다면 이 정도의 공포가 아니었을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저 젊은 자는 단순한 움직임으로만 열댓 명을 베어버렸다.


‘실력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읽는 듯한 그의 움직임과 망설임 없는 그의 행동,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없다.


할 수 있다면 도망치는 것.


하지만 그조차도 양진은 허락할지라도 않는 듯 자리를 조금 옮겨 유일한 탈출구인 입구에 붉은 선혈이 흐르는 서슬 퍼런 칼날을 들고 선다.


매서운 눈빛으로 서 있는 사신과도 같은 자를 넘어 어찌 도망갈 수 있단 말인가.


따다닥.


매일 밤 울어대던 산짐승들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며 이 적막함 속 장작 타는 소리만이 들릴 뿐.


“기회를 주겠다.”


그 적막을 깨며 양진이 입을 열자 모두 흠칫 놀라 양진을 바라본다.


어둠 속 불빛에만 비친 양진의 모습은 산적들에게 있어 공포 그 자체였다.


“어차피 너희 채주는 죽었다. 채주를 따라 덤빌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고향으로 돌아가 남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새로운 삶을 찾을 것인가.”


양진의 말에 산적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마른침을 삼키며 서로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새 삶을 찾겠습니다! 반성하고 살겠습니다!”


한 명의 산적이 무기를 버리고 무릎 꿇고 포권하며 양진에게 자비를 구한다.


그러자 마치 순번이라도 매기는 듯 앞다투어 무릎 굵고 양진에게 자비를 구한다.


“죄송합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다시는 도적질을 하지 않겠습니다!”


산적 모두가 무릎 꿇고 양진에게 자비를 구하는 모습에 문득 양진은 과거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마신이라 불리며 수많은 문파를 무너트리고 수많은 고수를 죽이며 자신에게 살려달라 애원하는 이들조차 손짓 한 번에 모두 도륙해 버리던 그 모습.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양진은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곽항이란 자가 능력이 있기에 도적 때를 키워 여러 마을에 피해를 줬다.


그런 자를 죽였기에 이들은 세가 커질 일도 없을 것이며 앞으로 일어날 부모의 죽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눈을 뜬 양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일다경을 주겠다. 일다경 이내에 이곳에 있거나 내 눈에 띈다면 곽항의 복수를 하는 자라 판단하여 내 검에 죽을 것이다.”


양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산적들은 공포에 질려 양진을 피해 전력을 다해 산채를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넘어지고 구르며 까지고 부러져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최대한 멀리 빠져나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양진은 하늘에 뜬 달빛을 바라본다.


‘부모님의 죽음은 이로써 막았다. 하지만······. 이 작은 일 하나가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검을 검집에 넣으며 곽항을 바라본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한없이 작을 일. 하지만 작은 바람이 후에 큰 소용돌이가 되듯 어찌 될지 모른다. 앞으로 최대한 조용히 숨어지내며 강해져야 한다.’


생각을 마친 양진은 그대로 몸을 돌려 산채를 빠져나간다.



**



며칠 뒤 관에서는 도적을 토벌했다며 이곳저곳에 방을 부친다.


“도적을 토벌한 게 관이 아니라 사실 무림인이라면서?”


“그런 소문이 파다하더구먼. 누군지는 모르는데 수십 명을 한칼에 다 베어버렸데.”


“웃기는 노릇이군. 근데 자기들이 토벌했다고 떠들어?”


“관에서 일하는 아는 사람이 그러더라고 누군가의 서찰이 보냈는데 그곳에 산채의 위치와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그럼 남이 차려놓은 밥상 자기들이 차렸다 하고 떠먹고 있는 거네?”


어찌들 알았는지 마을 사람을 비롯하여 주변의 다른 마을 사람들까지도 모두 알고 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양진의 아버지는 마을을 지나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들었던 이야기를 부인과 양진에게 이야기한다.


양진은 고개만을 끄덕일 뿐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아버지가 의아한 듯 묻는다.


“신기하지도 않은 게냐?”


“업보가 돌아온 것이니 신기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한둘도 아니고 십여 명이 죽고 나머지 산적들은 모두 도망쳤다고 들었다. 네가 그래도 무공을 배웠으니 물어보마. 어느 정도 고수여야 그런 게 가능한 것이냐?”


아버지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묻자, 어미니 또한 궁금한 듯 양진을 바라보았고 양진은 둘을 번갈아 보며 미소 짓고 말한다.


“그 정도의 실력은 무림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진이 너도 가능한 것이냐?”


“저는 아직 무리지요.”


양진이 웃으며 말하자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자신들의 자식이 몇 년 만에 돌아오자마자 산적들이 죽고 사라졌다.


아무리 악인들이라 하지만 그들을 죽였다.


대의명분을 포장한다고 하여도 살인.


아무리 악인이라지만 자신들의 자식이 사람을 죽였다면 마음 한쪽에 걱정이 들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다행이라는 듯 짤막한 한숨을 쉬었고 양진은 부모에게 인사를 드린 뒤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한다.


‘내 작은 행동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킬지 모른다. 지금은 조용히 실력을 키우며 때를 기다릴 때. 그리고······.’


아직도 살인의 후유증이 남은 지 미세하게 손이 떨리고 몸에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흐흐······. 우스운 일이지······.”


직접 수백 수천 명을 죽이고 자신의 명으로 수만 명을 죽이며 마신이라 불린 자가 고작 열댓 명 죽인 것에 살인에 대한 죄책감에 휘둘린다.


‘머리가 아닌 몸이······. 하지만 이제부터다.’


눈앞에 보이는 자신이 수련할 장소로 선장을 한 산을 바라보며 걷는 양진의 몸에서 미세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아주 미세한 기운.


그 기운은 계속하여 몸에서 흘러나오더니 이내 사라진다.


그 후 양진은 집에 머물며 과거의 일을 잊지 않으려는 듯 자신이 쓴 내용의 책을 계속하여 읽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양진은 수련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정해놓은 산에 올라가 명상을 하는 것.


정확히 일반적인 수련은 양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양진은 내공의 운용으로 자신의 기운을 키운다.


‘마기와 비교하면 시간이 필요한 일.’


정기를 대표하는 단어 대기만성.


폭발적으로 기운이 늘어나는 마기에 비해 정기를 쌓는 속도는 매우 더디다.


‘하지만 이 또한 모두 겪어보고 해본 일.’


한번 와본 길이기에 양진은 편법과 타협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내공을 쌓기 시작했고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것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알리듯 화창한 날 매화가 만개하여 휘날리고 있는 봄날.


“이제 때가 되어 돌아가 보겠습니다.”


양진의 말이 끝나자, 부모를 향에 절을 올린다.


부모의 얼굴은 아쉬움과 기대가 섞여 오묘한 웃음을 지었고 아버지는 말한다.


“그래. 다시 무당으로 돌아가는 것이냐?”


“....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 수련이 남았습니다.”


“수련이라니? 2년이 끝이 아니더냐?”


“예.”


양진의 짤막한 대답에 부모는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잠시 바라본 뒤 양진을 바라본다.


“효를 행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고 의협을 위해 세상에 나아가 약자를 도와야 합니다.”


“효와 의협이라······.”


글을 모르고 배움이 없는 아버지지만 그래도 살아온 세월에 지혜가 있기에 양진의 말을 대충은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진아 세상에는 악인도 많고 위험한 사람들도 많다. 그런 자들에게서 약자를 돕고 네 힘이 필요한 곳에서 돕거라.”


“예 아버지.”


“항상 마음에 담아 두었으면 좋겠구나. 이 아비와 어미는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을.”


아버지의 말에 양진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짧다면 짧은 인사를 나눈 양진은 부모를 뒤로한 채 집을 떠나 나온다.


그의 부모는 양진이 시야에 사라질 때까지 대문에서 그를 바라보았고 양진은 몇 번이고 뒤를 돌아 들어가라 손짓하였지만, 그들은 끝까지 미소 지으며 자리에 서 있다.


‘다시 찾아뵙는 날. 모든 것은 바뀌어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양진은 자신의 목적지를 향에 이동하기 시작한다.



**



사군자.


세상은 마신 아래 사천왕이라 불렀던 자들.


양진이 소주라 불리며 처음으로 그들을 만났을 때는 유치하게도 사군자로 불리고 있었다.


귀주에서 그 넷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했다.


호남 원릉 출신이자 사군자의 대장 격이었던 매 단호.


사천 쌍류 출신 난 유영.


광서 남단 출신 국 주화.


사천 쌍류 거지 출신 인 죽 삼식.


양진을 만나기 전 파천마제 아래에서 그저 그런 칼받이뿐인 안되는 자들이었다.


‘이들을 나는 마왕지체로 올려주었고 그들 역시 마기에 미쳐버렸지······. 결국 나 또한 그들을 소모품으로 이용했고······.’


다시금 드는 후회의 감정.


하지만 양진은 눈을 질끈 감고 애써 생각을 지운다.


‘사람을 모으고 실력을 쌓는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바꾸면 된다.’


양진은 다시금 다짐하며 그들이 있는 곳인 귀주로 향한다.



**



무림에서도 외각에 위치한 귀주 필절.


유명한 무림 방파도 없고 있는 방파라고 해봐야 현판만 걸려있는 정도.


실력 있는 자들이라고 해봐야 무림인들 기준에서 이류 정도.


운남으로 통하는 길목이자 운남에서만 생산되는 특별한 물품을 취급하기 위해 많은 상단이 거쳐 가는 곳이다.


관에 영향도 적은 적고 유명한 방파도 없다 보니 운남까지 가는 길에 많은 도적이 도사리고 있고 많은 상단이 이곳에서 용병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용병이라고 해봐야 실력도 일반인들보다 무기를 잘 다룰 정도.


‘지방이라고 치기에는 사람이 꽤 많군.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여든 무인들과 그들을 고용하기 위해 있는 상인들······. 무림 방파들의 역할과 관의 힘이 제대로 닿지 않는 곳이기에 ’


양진이 필절에 도착하여 묵을 곳을 찾기 위해 둘러보는 양진.


그런 와중 특별한 현판 하나가 눈에 띈다.


초중단(初重團).


처음 보는 현판이지만 양진은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사군자가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모인 곳.’


마인의 정점인 마신을 처음부터 따라 그의 수족이라 불렸던 사천왕.


별 볼 일 없는 실력과 애매한 재능으로 그저 그런 삶을 살다 죽을 운명이었던 그들은 양진을 만나 대성하였고 그들의 충성심은 어느 무엇과도 비견될 게 없었다.


‘이들을 다시 거두어 키운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과거 내가 했던 잘못에 대한 속죄이며······.’


그들과의 추억을 회생하던 양진의 눈에 문 사이로 보이는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사천왕, 사군자의 매라 불렸으며 마신의 최측근이자 무림에서 암화왕(暗華王)으로 불렸던 단호.


그런 그가 초중단 안에서 여러 명에게 매 맞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검회귀(整劍回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독구관인5 24.09.04 50 0 11쪽
17 독구관인4 24.08.31 63 0 12쪽
16 독구관인3 24.08.29 79 0 11쪽
15 독구관인2 24.08.28 81 2 11쪽
14 독구관인 24.08.26 82 1 11쪽
13 칠결의 총순찰5 24.08.25 101 0 12쪽
12 칠결의 총순찰4 24.08.24 103 2 12쪽
11 칠결의 총순찰3 24.08.23 105 3 12쪽
10 칠결의 총순찰2 24.08.22 106 2 10쪽
9 칠결의 총순찰. 24.08.21 109 3 12쪽
8 사군자5 24.08.20 111 3 12쪽
7 사군자4 24.08.19 116 3 4쪽
6 사군자3 24.08.19 125 4 12쪽
5 사군자2 24.08.18 131 4 13쪽
» 사군자. 24.08.18 142 4 11쪽
3 적응. 24.08.18 149 2 12쪽
2 결심. +1 24.08.18 187 5 12쪽
1 서장. 24.08.18 236 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