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동네지기
작품등록일 :
2024.08.20 16:05
최근연재일 :
2024.09.19 16:52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77,057
추천수 :
1,540
글자수 :
176,834

작성
24.09.09 16:20
조회
1,447
추천
36
글자
11쪽

레이드 (2)

DUMMY

특성 강화로 제시된 것 중 이동속도와 스킬 방어는 딱히 흥미로울 게 없었다.

물론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마지막에 제시된 ‘적응형탄’이 신경 쓰였다.


“적응형이라...”


자동인형이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원거리 공격 모듈의 하위 선택지겠지 아마.

하지만 적응형이라니?

관통형이나 확산형, 폭발형이라면 알겠는데.


“방금 적응형이라고 했어?”


화연이 물었다.


“응? 뭔지 알아?”


“알지. 꽤 희귀한... 뭐, 너라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지만.”


“너만 알지 말고 설명 좀 해줘 봐.”


“설명할 것도 없이 이름 그대로야. 상대나 상황에 따라 스스로 성질이 변하는 특성.”


“스스로 변한다고?”


“너랑 예시는 좀 다르겠지만... 상층에 가끔 있어. 상대에 따라 속성이 달라지는 각성자라든지. 상대하기 좀 까다로운 타입이지.”


“오, 희귀한 특성이란 거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강점을 희생해서 약점을 보완하는 셈이니까. 적어도 나라면 선택하지 않을 거야.”


나는 바로 적응형탄 1을 선택했다.


“...적응형 골랐어?”


“어.”


“그럴 것 같더라. 너는 그게 어울려.”


“지금 욕하는 거야?”


“딱히.”


강점을 희생해 약점을 보완한다.

화연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나와 그녀는 다르다.

내 자동인형과 군단 진화 특성은 어느 한 가지에 특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진화했고, 분명 그 대가로 확고한 개성은 없었다.


그러나 부족한 개성은 물량으로 채우면 된다.


나에게 있어 특성 강화란 그저 어떤 특성을 강하게 할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물량과 질이라는 저울에서 어느 쪽에 무게추를 더할지의 문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적응형탄은 양쪽이 적당한 지점에서 타협한 적절한 특성 강화였다.


“그런데 토벌 기여도가 몇이었어?”


“91%.”


“좋은 수치야.”


아무리 5층 보스라지만 91%라는 경이적인 비율을 그냥 좋은 수치라고?


“그 정도면 인벤토리에 아이템 하나 들어왔을 거야.”


“아, 맞아.”


아까 그런 메시지창도 있었지.

인벤토리를 열어보자 검은색으로 빛나는 돌 같은 게 있었다.


【오염된 휘광의 파편】

사도 ‘사마엘’ 을 소환할 수 있다.


“역시 생겼네. 레이드 보스에서 20% 이상 기여도를 달성하면 엘리트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들어오거든.”


“그럼, 그렇게 엘리트 몬스터를 잡고 또 이면 열쇠를 얻어서 강화 보스에게 도전할 수도 있어? 레이드 보스가 더 강해진다고?”


“그래. 하지만 레이드가 아니라 혼자 잡아야 해... 너에겐 그거나 그거나 별 차이가 없겠지만.”


“그럼 가볍게 잡고 갈까. 그런데 그전에...”


나는 보스가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템은 챙겨야지... 아, 잠깐.”


여기서 명령할 수 있나?


“군단은 바로 돌아오지 말고 아이템 챙겨서...”


“...너, 빨리 그 못생긴 가면 써.”


“응?”


“사람들이 오고 있어.”


나는 일단 그녀의 말대로 독개구리 가면을 꺼내 썼다.

잠시 후 내 자동인형들이 각자 손에 무언가를 들고 돌아왔다.

물론 아이템만 들고 온 게 아니라, 꼬리도 많이 달고 왔다.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장비가 5층 장비들이 아니다.

게다가 다들 팔에 다양한 로고가 그려진 완장이나 목걸이 같은 걸 차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들이었다.

...저거 다 대기업 아니야?

디큐브에, 만성식품에, 비창중공업... 적어도 뉴스에서 한 번 이상은 본 것들뿐이다.


과연, 그래서 가면을 쓰게 했군.

기업이 얽히면 귀찮아질 테니.


“역시... 보통 분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디큐브의 완장을 찬 스카우터가 다가와서 말했다.


“이 정도 층에서, 이 정도 물량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흔치 않죠.”


역시 대기업 사람은 보는 눈이 있군.

...딱히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도 누구나 알 수밖에 없겠지만.


“저는 디큐브의 특별 영업팀장 김석현입니다.”


디큐브는 유명한 게임 개발 회사다.

옛날에는 나름 훌륭한 게임을 많이 개발했지만, 요즘은 게임성보다는 악랄한 과금 정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담는다고 들었다.


적어도 돈 하나는 무지막지하게 잘 버는 곳인데, 그곳의 특별 영업팀장이란 사람이 명함을 꺼내고 다가왔다.


“혹시 성함만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그 정도 장비를 가지신 분이면 탑 밖에서도 명망 있으신 분이실 텐데.”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


“저도 나름 아이템 보는 눈이 있거든요. 암흑성전, 맞죠? 우리나라에만 매물이 10개가 채 안 된다고 들었는데.”


내가 아니라 옆에 있는 화연에게.


“...”


이건... 좋다고 봐야 하나.

어쨌든 시선은 전부 그녀에게 갔으니.

레이드 보스를 혼자서 이겼다면 후줄근한 옷에 독개구리 가면 따위를 쓴 사람보단 억대 명품을 두른 사람이 더 의심스럽겠지.


“혹시 랭커 장화연 씨나 박성태 씨와 뭔가 관계가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에 암흑성전 가지신 랭커가 그 두 분밖에 없는데.”


옆에 다른 스카우터가 말했다.

랭커들이 옛날에 쓰던 장비까지 알아?

정보력은 진짜 끝내주네.


“...”


화연은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내 쪽을 보았다.

투구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당장 떠나자고 말하는 무언의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템은... 오?

자동인형들이 알아서 수거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처음에도 자동인형이 알아서 가져왔었지.

요즘은 왜 안 주웠지?

...아, 내가 직접 챙기려고 해서 그런 거구나.

다음부터는 그것도 알아서 하라고 맡겨야겠네.


아무튼 아이템도 챙겼겠다, 남은 건 엘리트 몬스터 하나뿐인데.

안 보고 가는 건 조금 아쉽지만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으니 나중에라도 볼 수 있겠지.

어차피 엘리트를 잡는 이유는 마정석 때문인데, 여긴 너무 하층이라 별거 없을 테고.


나는 바위에서 일어나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균열로 들어갔다.

화연과 자동인형 군단도 뒤따라서 들어왔다.


“엇, 잠시만요! 아직 저희...!”


각성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레이드층만.

그 외의 층으로 넘어가면 동반 입장이 아닌 한 반드시 멀리 떨어진다.

물론 작정하고 찾으려면 못 할 것도 없겠지만 나름 시간이 걸리겠지.


6층으로 넘어간 후에야 화연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그러니까 내가 말했지. 암흑성전도 눈에 띈다니까?”


“이것보다 더 약한 건 없다고.”


“그럼 더 약한 거 준비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인벤토리는 무한하지 않아. 아공간에서 꺼낸 장비는 탈착이 까다롭고. 너도 아공간이 있다고 너무 자만하지 마.”


하긴, 78레벨 정도 되는 랭커가 아공간을 적극 쓰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렇네. 너도 슬슬 제대로 된 장비를 준비하는 게 좋겠어. 너 아이템 하나는 줄줄이 꿰고 있으니까 가진 돈 안에서 잘 맞출 수 있지?”


“머리로는 알지만.”


내가 되팔이를 오래 하긴 했지만, 진짜 좋은 물건을 취급한 적은 없다.

돈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수중에 5억이 넘는 현금이 있다.

라떼 자원을 운영하는 홍다윈에게 A급 마정석을 팔았고, 그 외에도 수백이 넘는 아이템도 여럿 팔았다.


“...”


7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고작 며칠 만에 이 정도로 벌었다고?

뭔가 좀... 아직도 현실감이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

각성자라면 1년에 몇억, 몇십억 버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연함이 나에겐 아직 익숙하지 않다.


“알았어. 일단 나가서 장비나 맞추자.”


나는 탑에서 나가기 전에 6층의 풍경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사실 딱히 풍경이라고 할 것도 없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동굴 통로의 어느 한 가운데.

벽에는 등불이 듬성듬성 있어서 곳곳에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구간들이 있다.

양옆과 천장이 꽉 막혔다는 의미에선 3층과 닮았지만 여긴 인공적인 느낌이 거의 없었다.


주로 나오는 몬스터는 개미인간.

이름 그대로 개미와 사람을 합친 듯한 존재지만, 지금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돌아오면 질리도록 볼 수 있겠지.


우리는 탑에서 나갔다.


***


국정원의 특별자원관리부, 혹은 각성자관리부의 비서가 말했다.


“방금 들어온 정보로 확실해졌습니다. 5층 레이드 보스 기여도 91%. 잠룡이 일어났어요.”


“하아... 진짜 더럽게 빠르네.”


비서의 보고에 국장이 자기 턱을 매만졌다.


“보통 각성자들은 반년 좀 넘게 걸리는 일인데, 잠룡이란 놈들은 일주일을 넘기는 법이 없단 말이지.”


“옆에 장화연도 붙었잖아요.”


“아, 그래. 그 여자도 5층 넘어가는 데 그 정도 걸렸던가.”


“...역시 그거 때문이겠죠? 장화연이 김대성을 데리고 있는 이유. 이번에 5층에 핑거즈 클럽까지 떴다잖아요.”


“등통원...”


핑거즈 클럽의 뒤에는 등통원이 있다.

등통원의 기이한 정보력의 원천은 국정원조차 모른다.

무엇보다 국정원이 파악한 한국의 랭커 절반 이상이 등통원과 모종의 계약을 맺고 있는 정황까지 있었다.


“도저히 일개 연구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뭔가 비밀이 있단 말이지. 옛날에 사채나 하던 깡패가 어떻게... 방금 그 보스 기여도도 등통원에서 보낸 정보지?”


“네, 협회나 등반부나 다 거기 자료 쓰고 있으니까요.”


거친 과거를 가진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종종 있다.

특히 배무룡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농담 반, 진담 반 삼아 배두한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역시 놈들도 김대성을 눈치챈 건가? 대체 귀가 얼마나 밝은 거야?”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김대성이야. 랭커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AI 예측으로는 2년입니다.”


“2년...”


“하지만 장화연이라는 변수까진 계산이 안 됩니다. 아마 2년 보다는 훨씬 더 빨리 올라갈 것 같아요. 예측팀에서는 1년 이내라고 보고 있어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더 큰 문제가 또 있지.”


“네... VIP로 누가 붙을지가 좀...”


VIP, 혹은 성좌라 불리는 이들은 인류사에 중대한 문제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공산권 국가, 일부 독재국가까지 포함해 국경을 초월한 논의가 물밑에서 이루어질 정도로.


이를 통해 현재까지 아직 성좌 중 셋이 각성자와 계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교롭게도 그중 둘이 가장 계약하기 쉬운 자리에 있는 성좌다.

첫 번째는 1층의 성좌 네메시스.

성격도, 선호하는 스타일의 각성자도, 애초에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다.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국정원과 협력 중인 일부 가호 보유자들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두 번째는 2층의 성좌 레드캡.

굉장히 변덕스럽고 사이코패스가 의심되는 성격에, 이미 국정원 내부에는 몇 번이고 교차검증된 레드캡의 몽타주까지 있다.

특히 악질인 점은 계약자를 수시로 갈아치운다는 것.

얼마 전까지 계약자가 있었지만 최근에 죽어서 다시 자리가 비었다.


그리고 마지막 성좌도 특기할 만하다.


“만약 김대성이 그쪽이라면... 뭐, 아주 볼만하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불과 얼음 (1) NEW 1시간 전 113 4 13쪽
30 선택 (2) 24.09.18 471 17 13쪽
29 선택 (1) 24.09.17 662 17 12쪽
28 변성 (2) +1 24.09.16 829 21 12쪽
27 변성 (1) +1 24.09.15 1,026 25 13쪽
26 톱니바퀴 (4) +1 24.09.14 1,086 30 12쪽
25 톱니바퀴 (3) +1 24.09.13 1,145 31 12쪽
24 톱니바퀴 (2) 24.09.12 1,279 36 12쪽
23 톱니바퀴 (1) +1 24.09.11 1,381 41 12쪽
22 학습 (2) +1 24.09.10 1,418 31 12쪽
21 학습 (1) +1 24.09.09 1,486 38 12쪽
» 레이드 (2) 24.09.09 1,448 36 11쪽
19 레이드 (1) 24.09.08 1,620 38 12쪽
18 늑대의 영역 (3) +3 24.09.04 1,941 37 13쪽
17 늑대의 영역 (2) 24.09.03 2,047 44 13쪽
16 늑대의 영역 (1) +3 24.09.02 2,237 41 12쪽
15 잠룡 (3) +2 24.09.01 2,354 49 12쪽
14 잠룡 (2) +1 24.08.31 2,533 52 13쪽
13 잠룡 (1) +2 24.08.30 2,768 53 16쪽
12 독도 약도 없다 (3) +2 24.08.29 2,869 55 16쪽
11 독도 약도 없다 (2) +1 24.08.28 2,973 57 12쪽
10 독도 약도 없다 (1) +4 24.08.27 3,288 62 14쪽
9 독식 (3) +4 24.08.26 3,427 70 13쪽
8 독식 (2) +6 24.08.25 3,599 68 14쪽
7 독식 (1) +2 24.08.24 3,880 66 14쪽
6 결투 (3) +3 24.08.23 4,289 74 12쪽
5 결투 (2) +4 24.08.22 4,430 75 12쪽
4 결투 (1) +3 24.08.21 4,642 84 13쪽
3 진화 (2) +3 24.08.20 4,986 89 13쪽
2 진화 (1) +1 24.08.20 5,166 9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