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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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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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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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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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2)

DUMMY

나는 자동인형을 아공간에 급하게 수납하고 반대편으로 달렸다.


“잠시만요!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어느 기업인지는 몰라도 스카우터인 게 확실한 남자가 소리치며 다가왔다.

달려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6층에 있을 레벨이 아니야!

화연이라면 충분히 도망치고도 남겠지만, 나는...


다행이 모퉁이를 하나 돌고 그녀가 바로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돗자리 같은 것을 꺼내 자신과 내 위로 덮었다.


“...앗, 놓쳤다... 설마 탑에서 나간 건 아닐 텐데...”


스카우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연이 검지를 자기 입술로 가져가 조용히 하란 신호를 보냈다.


“하아, 진짜...”


스카우터가 투덜거리며 멀리 떠나간 소리가 들린다.

그 후에야 화연이 우리를 덮은 천막을 걷어냈다.


“이거 뭐 투명 망토라도 돼?”


“정확히는 위장막이야. 상층의 각성자에겐 안 통하겠지만 스카우터 정도라면 속일 수 있어. 그 사람들은 대부분 30레벨 이하니까.”


“잘 아네.”


“나도 옛날에 시달렸거든. 랭커라면 다 한 번씩은 겪는 일이야.”


각성자는 그 존재만으로 눈에 띄는데, 랭커는 오죽할까.

뭣도 모르고 대기업과 계약했다가 과도한 촬영에 지쳐서 엄청난 위약금을 각오하고 계약을 파기한 각성자의 이야기도 잠깐 화제가 된 적 있을 정도다.


“귀찮게 됐네...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도 있단 거잖아.”


“하지만 오히려 잘된 점도 있어. 그만큼 이목이 쏠리면 조직이 손을 쓰기도 더 어려워질 테니.”


“아, 그것도 그런가.”


“이 시점에서 꽤 안전해진 건 맞지만, 그래도 방심은 하지 마. 이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으니까.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은 네가 충분히 강해지는 거야.”


“알고 있어. 그런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우릴 찾은 거야?”


전장은 분명 시작할 때 다른 각성자랑 거리를 두고 입장할 텐데...?


“어제 우리가 6층으로 올라간 거 보고 교대하면서 계속 기다린 거겠지.”


화연이 말했다.


“교대하면서 기다려? 여기서??”


탑의 비공식 규칙 중 하나.

식량을 챙겨갈 수 없다.

아공간이나 인벤토리에 식량을 넣어도 꺼낼 수가 없다.

몬스터도 사체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현지 조달도 불가능.


결국 언젠가는 탑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니 교대로 기다린다는 발상 자체는 이상한 게 아니다.


하지만...


“각성자가 돼서 한다는 게 고작 그거야?”


교대 등반도 아니고 교대 스카웃?

레벨도 한참 낮은 곳을 기웃거리면서까지?


“모두가 우리처럼 계속 올라가려는 건 아니야. 언젠가는 꺾이고 부러져서 현실에 안주하게 되지. 사실, 그편이 훨씬 많아. 싸움이라는 건 원래 그런 거니까.”


“뭐... 아주 이해 못 할 건 아니네.”


나도 딱히 등반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7년이나 최저시급도 못 버는 되팔이로 살지 않았겠지.

그냥 각성자라는 간판 하나만 달고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떵떵거리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구태여 탑을 올라가는 것에 매달렸다.

처음에는 맨몸으로 몬스터와 싸웠고, 그다음으로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아이템, 저 아이템을 전전했다.


참 바보 같은 짓이었지.

...뭐,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달라지진 않겠지만.


“아무튼 한 번 따돌렸으니까 다시 가자. 하지만... 이 층에 오래 머무르는 건 조금 별로겠어. 아까 그 사람 말고도 다른 스카우터들이 있을 거야. 적어도 8층까지는 가두는 게 좋겠어.”


“8층? 시간이...”


“내가 앞장설 테니 그냥 따라오기만 해.”


“뭐? 네가 몬스터 다 잡게?”


“아니, 그랬다간 6층의 성좌가 나타나겠지. 숨어서 그냥 지나가고 보스만 잡는 거야.”


“음...”


군단의 전투 학습은 순조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두 번, 최소라도 한 번은 더 개미인간 무리와 싸우게 하고 싶었지만 내 욕심만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


소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지.


“알았어. 그렇게 하자.”


화연이 아까 쓴 위장막을 다시 우리 머리 위에 덮었다.

그리고 보스가 있는 곳을 향해 쭉 걸어갔다.

6층도 미로긴 미로지만 3층과 달리 길을 찾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바닥의 경사 자체가 내리막이라 아래로 쭉 가다보면 빨간색 등불이 걸린 방이 나온다.

거기가 바로 보스룸이다.


저기만 들어가면 되는데...


“하암...”


보스룸 앞에 다른 스카우터들이 있었다.


“정말 여기가 확실해? 다른 쪽 보스룸으로 간 거 아니야?”


“아까 세운 쪽 사람이 이 근처에서 봤다고 했어.”


세운?

혹시 선박 사업으로 유명한 세운 고속인가?

아까 우릴 발견하고 달려왔던 그 스카우터를 말하는 거겠지?


우리는 잠깐 보스룸에서 떨어진 곳으로 가서 다시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그냥 정면으로 뚫고 올라가는 수밖에...”


화연이 말했다.


“그랬다간 5층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있어?”


“있지.”


“...있다고?”


“지금까지 하던 걸 다시 하면 돼.”


“...?”


나는 아공간을 열고 다시 자동인형 군단을 꺼냈다.


“너희끼리 보스도 알아서 잡아.”


“확인.”


자동인형들이 보스룸을 향해 걸어갔다.


“결국 들키는 건 똑같잖아.”


“다르지. 우린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잖아.”


“아.”


“어차피 하층에 세 자릿수의 자동인형을 조종하는 차기 랭커가 있다는 소문 자체는 퍼졌어. 그렇다면 굳이 특성 자체를 숨길 필요는 없지.”


위장막을 다시 쓰고 보스룸쪽을 보자 역시나 스카우터들이 당황하면서 조종하는 사람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어디 있는 거야?! 분명 이 근처에 있는 거 아니야? 안 보고 조종할 수 있어?”


“설마 인공지능 골렘인 건... 그럼 진짜 미쳤는데...!”


[이 앞은 보스 몬스터의 영역입니다.]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보스 몬스터를 토벌해야 합니다.]


자동인형 군단이 보스룸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도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6층 보스가 개미인간 소환사.

패턴이 아마 처음부터 버프를 받은 상태의 개미인간 기사를 주기적으로 소환하고 보스룸 안쪽의 벽 곳곳에서 마법사가 기습하는 까다로운 구조였지.

어지간히 빠르거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마법사의 기습에 일방적으로 당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이 싸움에서 내 군단이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는 패턴.

지금까지 싸운 개미인간 마법사는 산성 안개라는 광역 공격을 뿌렸지만, 보스 룸에서 나오는 마법사는 평범한 마법탄을 쏜다.

물론 마법탄 쪽이 더 빠르고 데미지도 높다.

대부분의 각성자라면 느리게 퍼지는 안개보다 자기를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공격을 더 성가셔한다.


그러나 나에겐 그 느려터진 산성 안개 쪽이 훨씬 위협적이었다.

그 패턴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스전의 반은 먹고 들어간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보스룸의 구조.

지금까지는 일방통행 구조라 상대를 포위하려면 머리 위든 벽이든 타고 넘어가야 했지만, 보스룸은 넓은 방의 가운데에 보스가 있는 방식이다.


즉, 이쪽의 장기인 포위 섬멸이 매우 쉽다.


잠시 후 안쪽에서 자동인형들과 보스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기다린 후...


[군단원이 전멸했습니다.]


“...”


이 메시지창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괜찮은 거 맞아? 싸우는 소리가 안 들리는데, 보스를 깼다는 메시지는 안 떴어.”


“괜찮은 거 맞아.”


잠시 후 다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군단원이 전멸했습니다.]


그리고 몇 분 정도 지나자 또 전멸 메시지가 떴다.


뭐, 당연하지.

버프를 받은 개미인간 기사는 자동인형 각 개체보다 강하다.

보스인 소환사는 기사를 버프를 받은 상태로 계속 소환한다.

어떤 의미에선 3층에서 김소원과 싸운 것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벽에서 날아오고 있을 마법사의 공격도 합쳐지면 무난하게 패배하는 흐름이겠지.


“역시 나서는 편이...”


“괜찮다니까. 기다려.”


[군단원이 전멸했습니다.]


“좋아.”


“과연...”


화연도 전멸 메시지는 못 보겠지만 소리로 알 수 있겠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포인트는 군단이 전멸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전멸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 시간이 서서히 길어지고 있다.

즉, 군단이 버티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스스로 학습해서 대처 능력을 향상하고 있다는 증거.


그리고...


[보스 몬스터 ‘개미인간 소환사’를 쓰러뜨렸습니다.]


[7층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역시 사기네.”


화연이 말했다.


“쓰러져도 계속 부활한다는 거. 게다가 점점 더 강해져서 부활한다니.”


“그 부활을 직접 카운터친 사람이 할 소리냐.”


자동회복이 있는 한 군단의 전멸은 큰 문제가 아니다.

물론 상대에게 회복을 방해할 수단이 없는 경우에만.


[레벨이 증가하였습니다.]


[군단 진화 15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전설 특성 강화를 선택해 주십시오.]


『재생』

【자동 회복 2】→【초과 회복 2】

*【초과 회복 2】: 최대 체력의 (150%)만큼 초과하여 회복 가능


『신속』

【이동속도 1】→ 【기동 모듈 1】

* 【기동 모듈 1】: 기본 이동속도 (50%) 증가, 벽을 타고 이동할 수 있음


『내성』

【모든 저항력 1】→ 【적응형 역장 1】

*【적응형 역장 1】: 받는 피해 5% 감소, 최대 체력의 (20%)만큼 빠르게 회복되는 적응형 속성 보호막 추가


호화로운 선택지군.

착실하게 일반 특성을 늘려둔 덕분에 무작위 선택지가 생기진 않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일 났네.”


화연이 보스룸을 가리켰다.


“응? 뭐가? 이겼으면 된...”


처음 보스룸 앞에서 기다리던 스카우터는 두 명이었는데, 지금은 다섯으로 늘었다.

군단이 보스를 잡는 시간 동안 그들도 계속 모였다는 거겠지...


“계속 피해다니는 것도 귀찮은데, 그냥 무시하면 되는 거 아니야?”


이제 슬슬 귀찮다고.


“그랬다간 조직도 우리가 뭐 하는지 훤히 다 알게 되겠지. 아까 말했잖아. 아무리 안전해졌어도 절대라는 건 없다고.”


“하아... 알았어.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내가 유인할 테니까 넌 빨리 아공간에 전부 집어넣고 기다려.”


화연이라면 전부 따돌리는 것도 쉽겠지.

그녀의 진짜 속도라면 2층을 공략할 때 질리도록 봤으니까.


그녀가 위장막을 벗고 보스룸 근처로 걸어갔다.


“앗! 저기 있다!”


“잠깐만요! 이번에야말로 저희 이야기를 좀...!”


화연을 발견한 그들이 단숨에 몰려왔다.

그녀는 적당한 속도로 도망치면서 그들을 먼 곳으로 유인했다.


그동안 나는 몰래 보스룸으로 들어가 군단을 다시 아공간에 넣었다.


아이템은... 뭐, 확인할 여유는 없군.

자동인형들이 알아서 챙겼을 테니 나중에 보자.


그럼... 화연이 스카우터들을 따돌리고 돌아올 때까지 다시 전설 특성이나...


“하하, 역시.”


그때 모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아까 도망친 쪽은 미끼죠?”


“...누구세요? 어디서 오신 분입니까?”


스카우터라면 팔이나 목걸이 같은 곳에 기업 로고가 박혀있을 텐데... 없다.


“국가정보원 특별자원관리부 조사관 윤성태라고 합니다. 김대성 씨 맞으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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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톱니바퀴 (3) +1 24.09.13 1,145 31 12쪽
24 톱니바퀴 (2) 24.09.12 1,279 36 12쪽
23 톱니바퀴 (1) +1 24.09.11 1,381 41 12쪽
» 학습 (2) +1 24.09.10 1,419 31 12쪽
21 학습 (1) +1 24.09.09 1,486 38 12쪽
20 레이드 (2) 24.09.09 1,448 36 11쪽
19 레이드 (1) 24.09.08 1,620 38 12쪽
18 늑대의 영역 (3) +3 24.09.04 1,941 37 13쪽
17 늑대의 영역 (2) 24.09.03 2,047 44 13쪽
16 늑대의 영역 (1) +3 24.09.02 2,237 41 12쪽
15 잠룡 (3) +2 24.09.01 2,354 49 12쪽
14 잠룡 (2) +1 24.08.31 2,534 52 13쪽
13 잠룡 (1) +2 24.08.30 2,768 53 16쪽
12 독도 약도 없다 (3) +2 24.08.29 2,870 55 16쪽
11 독도 약도 없다 (2) +1 24.08.28 2,973 57 12쪽
10 독도 약도 없다 (1) +4 24.08.27 3,288 62 14쪽
9 독식 (3) +4 24.08.26 3,427 70 13쪽
8 독식 (2) +6 24.08.25 3,599 68 14쪽
7 독식 (1) +2 24.08.24 3,880 66 14쪽
6 결투 (3) +3 24.08.23 4,289 74 12쪽
5 결투 (2) +4 24.08.22 4,430 75 12쪽
4 결투 (1) +3 24.08.21 4,642 84 13쪽
3 진화 (2) +3 24.08.20 4,986 8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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