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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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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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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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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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4)

DUMMY

“탑의 정점?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7층의 성좌에게 물었다.


[말 그대로라네. 나와 계약한다면 자네를 탑의 꼭대기 층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뜻이지.]


“...일단 이름부터 말해주지?”


[아아, 그래. 나는 콜로서스라고 하네. 알겠지만 이곳의 주인이자 도시의 그랜드 오너지.]


“그래... 이미 계약한 사람이 있는데 괜찮아?”


[물론 좋지 않아. 아주 좋지 않지.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약속을 중요하게 여긴다네. 하지만... 그 약속을 깰 정도로 자네와 몹시 계약하고 싶군. 우리는 아주 잘 어울릴 거야. 안 그런가?]


콜로서스가 자신의 자동인형 몸체를 드러내듯 양팔을 벌렸다.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당장 50층으로 넘어갈 수 있는 100g 분량의 마정옥을 내어주겠네. 물론 자네가 안전하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특별 훈련장도 내 층에 마련해주겠어. 어떤가?]


완벽한 조건이다.

좀 지나칠 정도로.


[원하는 모든 것을 주지. 내 손을 잡게.]


“...”


아리아드네 때처럼 계약 메시지창이 나타나진 않았다.

아마 그런 공식적인 방법을 쓰면 걸릴 테니 편법을 쓰는 거겠지.


“거절한다.”


[...이유는?]


뻔하지.

이 녀석은 믿을 놈이 절대 못 된다.

대놓고 신용도 신뢰도 저버리는 녀석이 거래하자고 하는데 무슨 수로 믿어?

콜로서스가 나에게 약속한 것들을 모두 제공해 준다고 해도, 그것들 전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만약 나보다 더 마음에 드는 다른 각성자가 나타난다면 지금처럼 버리고 떠날 가능성이 크다.


계약이라는 건 아무리 더럽고 치사해도, 결국 서로 간의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아직 올라갈 길이 한참 남았는데, 7층에서 만족할 수는 없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생각한 것을 입 밖에 꺼내는 것 또한 바보가 하는 짓.

내 스스로 선택지를 하나 줄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리아드네 때와 똑같이 주도권을 가진 채로 보류하는 쪽이 훨씬 낫다.


[후후, 그 말은... 내 도시가 자네 성에 안 찬다는 뜻인가...?]


취소.

아리아드네랑 똑같진 않네.

훨씬 뒤끝이 구린 놈이다.


[아르카디아는 나의 걸작품일세. 완벽한 진보와 혁신을 미학에 섞어 빚어낸 아름다운 도시지. 이것이 만족스럽지 않단 말인가?]


“...확실히 훌륭해. 그건 인정하지.”


물론 거짓말이다.

여기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지났다고 그딴 걸 감상하고 있어?


게다가 솔직히 여기보다는 4층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자꾸 몰려오는 늑대인간만 어떻게 처리할 수 있다면 거기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 둘러보지 못한 층이 많아. 네 층이 정말 탑에서 최고라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 안 그래? 어차피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


[...시시하군.]


이건... 계약 파기인가?


[뻔한 일 아닌가? 그렇게 시간 낭비하고 싶다면 어디 해보게. 결국 자네가 말한 대로 내 층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


[어디 열심히 해보게. 돌아왔을 때 조금이라도 더 일찍 계약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게야.]


그 말을 끝으로 케이지가 암전되면서 모든 게 깜깜해졌다가 곧 돌아왔다.

콜로서스는 사라졌고 크라운의 잔해도 원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


오스틴은... 전원이 꺼진 것처럼 축 늘어져 있다.


[다음 층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옆에 게이트가 나타났다.


“...무슨 이야기를 했어? 콜로서스가 나타난 거지?”


화연이 다가와서 물었다.


“너한텐 안 보였어?”


“응, 아마 너와 자기가 있는 공간을 잠깐 격리했거나 했겠지. 아리아드네와는 다르게 걸리지 않으려고 말이야.”


“역시... 딱히 별 얘기 아니었어. 그냥 자기랑 계약하자고 하더라.”


“거절한 거지?”


“아직은. 일단 오늘은 목표했던 층에 다 왔으니 나가자.”


“그래.”


***


“이게 말이 돼?!”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내 장비 돌려줘!!”


카지노에서 강제 퇴장당한 각성자들이 소리치면서 문을 두들겼다.

이번 이벤트가 그저 그랜드 오너의 허영심을 위한 처형쇼에 불과하다는 추측을 믿고 엄청난 돈을 베팅한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그러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각성자들은 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들 대부분은 7층보다 더 높은 층에 적합한 고레벨이었다.

이 층에 온 이유는 그저 바깥에서 의뢰를 받아 조사를 하기 위한 것.

카지노에 응한 것도 작업의 일환에 불과했다.


“누가 돈 걸라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다 자기 선택인데.”


“7층이라고 너무 무시한 거 아니야?”


“인생은 한방이니 뭐니, 웃기는군.”


“...뭐?! 당신 뭐랬어?!”


문을 두들기던 각성자 중 한 명이 고개를 휙 돌리고 다가왔다.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고 숨도 거칠었다.


그러나 그 앞에 선 사람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어차피 댁은 높이 올라가 봤자 죽었을 거야. 차라리 이참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어때?”


“뭣...! 지금 말 다했어?!”


돈을 잃은 각성자가 상대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멱살을 잡힌 조사자는 너무 간단하게 상대의 손을 붙잡아 밀어냈다.

압도적인 레벨 차이가 없다면 불가능한 짓이다.


“레, 레벨 높다고 말 막 하는 거냐?! 당신도 어차피...!”


“진심으로 충고하는 거야.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올라가봤자 개죽음이라고.”


고레벨의 각성자가 낮은 층에 머무는 일은 흔하다.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 탑의 강제력이 발생하지만, 그저 몬스터로부터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었다.


“각성자 되면서 갑자기 10억이고 100억이고 밑도 끝도 없이 버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탑 바깥에서 코인이나 옵션 같은 거 깔짝거리다가 큰돈 한번 만져본 인간들도 다 똑같아. 자기가 언제까지고 운이 좋은 줄 알지.”


그 목소리는 단순한 설교라기엔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그러다 눈 깜짝할 순간에 픽픽 죽어버린다고... 차라리 전장 말고 안전지대를 가든지 해. 돈은 좀 적게 벌어도 안전하긴 하니까...”


그의 뒤에 있는 다른 고레벨 각성자들도 다들 느끼는 게 있는지 비슷한 분위기였다.


“...지랄하네, 진짜.”


그들의 모습에 멱살을 잡던 각성자도 더는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각성자가 돈을 함부로 쓰는 일은 흔하다.

굳이 각성자가 아니라도 갑자기 큰돈을 만진 사람, 혹은 도박에서 갑자기 연승한 사람들은 자신이 운이 좋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 생각은 두 종류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특별한 사람, 다른 하나는 그저 착각인 경우.

그리고 후자의 경우,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결말은 대체로 똑같다.


“...”


돈을 잃은 사람에게 충고했던 각성자가 고개를 들어 카지노 쪽을 보았다.

방금 내기의 대상이 된 레벨 15의 각성자.

이름은 불명이지만, 엘리트 몬스터를 쓰러뜨린 것은 확실하겠지.


아마 틀림없이 정말로 운이 좋은 특별한 사람일 것이다.

소위 랭커라고 불리는 진짜들.

그들의 영역으로 갈 인재가 틀림없었다.


랭커는 한명 한명이 걸어 다니는 대기업이나 다름없다.

물론 실제로 수입을 비교하면 중견기업에서 준대기업 정도지만, 기업과 달리 랭커는 대체가 불가능하며 사회적인 영향력 또한 독보적이다.


자신들은 지금 여기서 새로운 랭커의 전조를 목격한 것이다.


“...”


그 사실에 딱히 질투심이 들진 않았다.

그럭저럭 탑의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온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다.

각성자라 불리며 존경과 질투심을 받는 자신들조차 랭커들과 비교하면 한낱 범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오히려 새로운 랭커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에 운이 좋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자신들이 가지게 된 정보를 비싸게 사줄 사람들이 있으니까.


“저기...”


그때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리자 팔에 대기업 로고가 찍힌 완장을 찬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7층에 이런 곳이 있었나요?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


“뭐, 그렇게 됐으니 안 되겠네요.”


윤성태가 어깨를 으쓱했다.


“...”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등통원의 원장 배무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60에 가까운 노인이지만 굴강한 체구로부터 뿜어지는 위압감은 마치 태산이 일어난 듯한 느낌을 풍겼다.


“윤성태.”


“네?”


하지만 그런 압박감을 정면에서 받는 윤성태의 여유로운 표정에는 균열 하나 생기지 않았다.


“방금 한 말을, 다시 해줄 수 있겠나?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귀가 좀 어두워진 것 같으니.”


“그러니까 화연 씨와 대성 씨에 대해선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가 없다니까요? 이건 국정원 쪽 이야기라 함부로 말하면 안 돼요.”


“자네가 입을 다문다고 해서, 내가 못 알아낼 거라 생각하나?”


“음... 물론 아니죠? 원장님이라면 제가 말씀 안 드려도 다~ 알아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쓸데없는 시간 낭비 그만하고, 바로 이야기해 주지 않겠나?”


“아하, 이거 다 아실 분께서 왜 이러실까요? 제가 아무리 화이트라고 해도 엄연히 국정원 소속이거든요. 원장님이라도 함부로 말씀드리면 저만 잘린다고요.”


“잘려? 랭커인 네가?”


배무룡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사람의 머리통만 한 주먹으로부터 선명한 뼛소리가 울렸다.


“...”


“...”


“...뭐, 랭커라서 나름 특권이 있긴 하지만.”


“...”


“그런 랭커를 죽이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죠?”


“...”


“그러니까 그렇게 살벌하게 노려보시지 마시고, 좀 더 차분하게 갑시다. 그럼 적어도 화연 씨에 대해서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으니.”


“...말해봐라.”


“아, 참고로 그냥 제 느낌이란 거지, 본인에게 확실히 들은 게...”


“말하라고 했다.”


“...화연 씨랑 대성 씨 말이죠. 적어도 그렇고 그런 사이까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아마도?”


“...”


“꽤 사이가 좋아 보이긴 하는데 원장님이 걱정하시는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이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


배무룡의 위압감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따님분 걱정이 너무 과하시다니까.”


“화연이는... 내 딸이 아니다.”


“아아, 그랬죠. 듣기로는 옛날에 사채 하시던 시절에...”


“윤성태.”


“네?”


“그렇게나 죽고 싶은가.”


“...물론 아니죠.”


“알았으면 닥치고 그만 가보게.”


“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윤성태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원장실 밖으로 나왔다.


“...”


배무룡의 오른팔인 최 팀장이 문 바로 옆에 있었다.


“다 듣고 계셨나요?”


“나랑 얘기 좀 하자.”


“제가 조금 바빠서요. 조금 나중에 약속 잡으시죠.”


“방금 너, 사장님 옛날얘기 하려고 했지? 그 얘기를 누구한테 들은 거냐?”


“아, 그건 영업비밀인데... 그러니까 이야기는 좀 나중에...”


“누구한테 들었냐고?!”


최 팀장이 윤성태의 멱살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한테 들었다고는 말 안 할 테니까.”


“그건 당연하지 이 미친 새끼야! 내가 안 했으니까! 대체 누구한테 들었는지 말하라고!”


“...”


윤성태가 잠시 원장실 쪽으로 눈을 돌렸다.

문 바로 바깥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배무룡이 듣지 못 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하... 이거 재밌는 분들이시네.”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 우리가 누군지 알아?!”


“아, 물론 잘 알죠. 사람 여럿 담근 양아치 건달들에서 이젠 각성자까지 담그는 무서운 조직이잖아요.”


“너라고 예외일 줄 알아?”


“글쎄요...?”


“이... 이...!”


“일단 이거 놓아주시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많이 바쁘거든요.”


윤성태가 자기 멱살을 잡은 최 팀장의 손을 잡고 떼어냈다.


“대성 씨랑 중요한 미팅이 있으니까, 저도 준비할 게 많아요. 미래의 랭커분이라 국정원부터 대기업까지 다들 대성 씨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하거든요.”


“너... 혹시라도...”


“그럼 안녕히 계세요.”


윤성태는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리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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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톱니바퀴 (3) +1 24.09.13 1,145 31 12쪽
24 톱니바퀴 (2) 24.09.12 1,278 36 12쪽
23 톱니바퀴 (1) +1 24.09.11 1,380 40 12쪽
22 학습 (2) +1 24.09.10 1,417 30 12쪽
21 학습 (1) +1 24.09.09 1,485 37 12쪽
20 레이드 (2) 24.09.09 1,447 36 11쪽
19 레이드 (1) 24.09.08 1,620 38 12쪽
18 늑대의 영역 (3) +3 24.09.04 1,940 37 13쪽
17 늑대의 영역 (2) 24.09.03 2,046 44 13쪽
16 늑대의 영역 (1) +3 24.09.02 2,237 41 12쪽
15 잠룡 (3) +2 24.09.01 2,353 49 12쪽
14 잠룡 (2) +1 24.08.31 2,528 52 13쪽
13 잠룡 (1) +2 24.08.30 2,765 53 16쪽
12 독도 약도 없다 (3) +2 24.08.29 2,867 55 16쪽
11 독도 약도 없다 (2) +1 24.08.28 2,971 57 12쪽
10 독도 약도 없다 (1) +4 24.08.27 3,287 62 14쪽
9 독식 (3) +4 24.08.26 3,425 70 13쪽
8 독식 (2) +6 24.08.25 3,598 68 14쪽
7 독식 (1) +2 24.08.24 3,879 66 14쪽
6 결투 (3) +3 24.08.23 4,289 74 12쪽
5 결투 (2) +4 24.08.22 4,429 75 12쪽
4 결투 (1) +3 24.08.21 4,641 84 13쪽
3 진화 (2) +3 24.08.20 4,985 8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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