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군단으로 자동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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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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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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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3)

DUMMY

대비는 끝났다.

7층의 엘리트 몬스터 크라운도 4층의 베오울프처럼 정보는 적지만, 그래도 밝혀진 건 훨씬 많다.

도시 자체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미 약점과 패턴 정도는 다 알려진 상태다.

그런 녀석을 상대로 내가 밀리는 건 말이 안 되지.


다만 딱 하나, 이 층의 성좌도 객관적인 전력 파악이 안 되는 게 아닐 텐데 어째서 이런 무대를 준비했을까.


가능성은 두 가지.

패배 또한 계획의 일부.

뭘 위한 건지는 몰라도 그 경우라면 그냥 나가서 밀어붙이고 이기면 그만이다.


다른 하나는... 반드시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어떤 변수를 가지고 있을 경우.


그 경우에는...


“뭐, 밀고 가야지.”


그래도 싸운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마정옥.

g당 수십억인 건 둘째치고, 50층 이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랭커들도 기를 쓰고 모으는 극도로 희귀한 아이템.

지금 가지고 있는 8g과 합치면 필요한 양의 15%나 채울 수 있게 된다.


반드시 따서 올라가야 한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오스틴과는 다른 안내자가 와서 물었다.


“물론.”


나는 군단을 등에 지고 무대로 나아갔다.


보이는 것은 새장처럼 생긴 넓은 케이지.

맞은편에는 7층의 엘리트 몬스터이자 성좌의 컬렉션이라 불리는 크라운이 있었다.

왕관을 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황금으로 코팅한 가늘고 길쭉한 몸체, 얼굴에 빨간색 구슬 하나가 외눈처럼 박혀 있었다.


“...”


그 모습을 보자 조금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압도된 게 아니라, 묘하게 조형이 내 자동인형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내 자동인형이 기계 도시의 군인이라면, 저것은 왕이다.

딱 그런 느낌으로 닮아 있었다.


“오늘의 특별 무대! 기술 도시 아르카디아의 정점, 챔피언 크라운 대 우리의 도전자!”


오스틴의 안내 멘트가 울려 퍼졌다.

그것과 동시에 우리가 있는 케이지의 창살에 새파란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이건...!”


역시 뭔가 있긴 있었군.

통상적으로 크라운을 상대할 때 벽에 저런 게 생긴다는 정보는 없었다.

그리고 크라운의 특기 중 하나는 강력한 넉백.

과연, 직접 해치우는 게 아니라 전기가 통하는 벽으로 밀어버리겠단 의도군.


의도는 알겠지만... 공략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크라운의 가장 강력한 패턴은 넉백으로 시간을 끈 다음 발동하는 붕괴광선.

체력 비례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레벨이 높다고 해도 죽을 수 있는 패턴이다.


“준비는 되셨나요?! 안 되셨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바로!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스틴의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커다란 경적이 울리더니 곧장 크라운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가장 앞에 다섯만 조금 나아가서 방어해.”


일단 힘을 직접 비교해 보고 정보를 모은다.

이론과 지식으로 알고 있을 뿐인 것과 직접 눈으로 보고 알게 되는 것에는 천지 차이가 있으니.


자동인형 다섯이 앞으로 나서서 방패를 내밀고 바위처럼 버텼다.


“...!”


크라운이 한 손으로 후려치자 자동인형들이 전부 벽까지 날아갔다.

창살에 닿는 순간 거대하고 푸른 전기가 폭발하더니 자동인형들이 튕겨자 사방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야?”


단 하나의 자동인형도 버티지 못하고 날아간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그중 어느 것도 첫 공격에 파괴되지 않았다.

순수한 완력이 아니라 넉백 효과로 밀어버렸겠지.


게다가 벽에 충돌한 직후도 긍정적이다.

사방으로 튕겨지고 나뒹굴었던 자동인형 중, 그 무엇도 파괴되지 않았다.

오히려 요란한 폭발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피해가 적어 보였다.


그리고 창살에 흐르는 스파크의 색깔.

크라운이 사용한다는 붕괴광선도 파란색이라고 했지.


“...”


멀쩡하다는 듯 일어나는 자동인형들의 모습에 크라운마저 당황한 것 같았다.

물론 기계에 표정도 없어 확실하진 않지만,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낙승이겠군.”


한 마디로 완벽한 상성.


크라운의 체력 비례 데미지는 확실히 위협적이다.

흑의 처형자를 입고 방어에 몰두한 화연조차 버티지 못 하겠지.


그러나 내 자동인형들에겐 크라운과 마찬가지로 체력 비례 특성인 재생이 있다.

최대 체력의 100%에 달하는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내 자동인형을 파괴하긴커녕 재생 특성조차 뚫을 수 없다.


“전방의 군단원 50은 근접 공격으로 포위, 나머지는 날 지키면서 원거리 공격으로 싸워라.”


그렇다고 해도 학습의 기회로 삼고 군단에게 전부 맡긴 채 노는 짓은 안 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A급 마정옥.

그게 걸린 이상 최선을 다해 박살 낸다.


“...!!”


크라운이 다시 팔을 휘둘러 자동인형 군단원을 날려버렸다.

다만 이번에는 벽이 아니라 다른 군단원과 부딪치게 만들어 포위 진형을 무너뜨렸다.


“오? 너도 학습이 빠르네?”


더욱 방심할 수는 없겠어.


“전방의 군단원 중 절반만 포위진을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바깥쪽에 다시 포위진을 만들어라. 빈 자리가 생기면 바로 들어가서 메꿔.”


그렇다면 이쪽은 이중 포위로 대응한다.


그리고 날 지키고 있는 군단원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전방보다 더 많은 수의 자동인형이 일제히 크라운을 향해 포격을 퍼부었다.

첫 탄은 지금까지 매번 봤던 파란색 일반탄.


“후우우...!”


크라운의 몸체에서 짙은 증기가 세차게 뿜어졌다.

증기에 닿은 포격이 몸체에 닿기 전에 터지면서 데미지가 급감했겠지.


상관없다.


“계속 쏟아부어.”


부족한 데미지는 물량으로 채우면 그만.

저 요격 패턴도 무한하게 쓸 수는 없을 테고.


게다가 조금만 지나면 소용없어지겠지.


“...!?!?”


증기에 가로막혔던 포격 중 일부가 크라운의 몸체에 직격했다.

강렬한 소리가 들렸지만 익숙한 폭발음이 아닌 타격음에 가까웠다.


“과연, 그쪽으로 진화한 건가.”


파란색 빛이 나던 일반탄은 묵직한 회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원거리 공격의 적응형 특성이 발동되면서 자동으로 보스에게 통하는 종류의 공격으로 변한 것이다.


단숨에 수십 발의 포격을 받은 크라운의 황금색 몸체가 찌그러진 깡통처럼 움푹 들어갔다.

강렬한 충격에 크라운이 움찔하며 틈을 보인 순간, 포위하던 자동인형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크라운이 다시 손을 휘둘러 자기 몸에 달라붙은 자동인형 일부를 벽까지 날려버렸지만 그 어느 것도 파괴되지 않고 멀쩡히 일어나서 다시 돌아왔다.


그 모습은 5층의 모독자를 사냥했을 때와 닮아있었지만, 그때와 달리 압도적인 안정감이 있었다.


“팔부터 노려. 넉백 패턴을 봉쇄해야 돼.”


그래도 방심은 하지 않는다.

굳이 시간을 끌거나, 쓸데없이 상대를 괴롭힐 이유 따윈 없다.

철저하게, 합리적인 전술로 부순다.


“지이잉...”


부서져 가던 크라운이 찌그러진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얼굴에 박힌 붉은색 구체가 점점 더 빛나기 시작했다.


“머리 붙잡고 돌려.”


자동인형 셋이 일제히 뛰어올라 보스의 머리를 잡고 옆으로 돌렸다.

그것과 동시에 머리에 박힌 구체에서 푸른색 광선이 쏘아지며 자기 주변에 있는 자동인형들을 쓸어버렸다.

붕괴광선에 닿은 바닥과 벽이 터지면서 검게 타들어 간 자국을 남겼다.


“...”


그러나 필살 패턴에 휩쓸린 군단원 중 파괴당한 개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패턴 직후 크라운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고, 별다른 이변 없이 자동인형 군단의 손에 파괴당했다.

창살에 흐르던 전기도 꺼지고 닫힌 문이 열렸다.


[사도 ‘크라운’을 쓰러뜨렸습니다.]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레벨이 증가하였습니다.]


[군단 진화 16단계에 도달했습니다.]


[특성 강화를 선택해 주십시오.]


【초과 회복 3】: 최대 체력의 (200%)만큼 초과하여 회복 가능


【이동속도 2】


【적응형탄 2】


잠깐 고민이 들었다.

물론 초과 회복이 전설 특성이고 더 강력한 효과를 가진 건 맞지만, 적응형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어차피 당장은 방어 능력이 충분하니, 이제 부족한 화력을 보충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테니까.


그래도 결국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초과 회복이었다.

이번 전투는 분명 낙승이었지만 그건 상성에서 완벽한 우위에 섰기 때문이다.

크라운이 사용한 붕괴광선이 평범하게 고정된 수치의 피해를 줬다면, 그리고 창살에 흐르는 전기도 그냥 평범한 고압의 전류였다면 어떻게 흘러갔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싸움을 특별히 예외로 쳐야지, 특성으로 강해졌으니 맷집이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리고 인벤토리의 아이템은...


【마정석 (A)】

마력을 품은 광석. (10g)


【마정옥 (A)】

마력을 품은 보옥. (7g)


A급 마정석 다섯 개와 A급 마정옥 7g.

약속한 아이템 전부 인벤토리에 확실히 들어왔다.


“...”


이겼다.

보상도 엄청났고.


하지만... 뭔가 찝찝해.

지나치게 쉬웠어.


이렇게까지 쉽게 이 정도의 보상을 얻는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오오!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습니다! 모두 박수와 환호로 맞이해주시길 바랍니다!!”


케이지 안으로 들어온 오스틴이 소리쳤다.


“...잠깐.”


“네, 여기서 챔피언의 우승 소감 한마디 들어보겠습니다!”


“챔피언? 내가?”


“물론이죠! 챔피언을 쓰러뜨렸으니, 이제 당신이 챔피언인 게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이상하잖아... 크라운을 쓰러뜨린 건 내가 처음이 아니라고.”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크라운은 이미 몇 번이나 토벌된 적 있는 몬스터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무대까지 마련하고 터무니없는 보상을 퍼준다고?


상대가 어지간히 인심 좋은 게 아니라면, 그리고 어지간히 바보였던 게 아니라면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


다른 속셈이 있다.


“아주 심오하고 장대한 연설이었습니다.”


“무시하지 마! 무슨 속셈인데?!”


“그럼, 이어서 그랜드 오너의 축하 연설이 있겠습니다.”


“...!”


설마 성좌가...?!


그때 박살 난 크라운의 몸체가 기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한점에서 기이하게 뭉치더니 곧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저 모습은...


[안녕하신가.]


눈앞에 나타난 자동인형이 인사했다.


“...너였나.”


[음? 뭐가 말이지?]


“그 경매 사이트에 자동인형을 올린 게 너였냐고 묻는 거다.”


그랜드 오너, 이 층의 관리자이자 성좌의 모습은 내가 처음 경매장에서 산 자동인형과 똑같이 생겼다.


“설마... 네가 내...”


[아, 미리 말해두겠지만 자네를 1층에서 기다리게 한 건 내가 아니야.]


“뭐?”


[물론 자네에게 인형을 보낸 건 내가 맞네. 정확히는 내 계악자가 보냈지.]


“...!”


계약자가 이미 있어?

이 녀석이 아니라고?

하지만 자동인형은...


“대체 왜?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지?”


[그야 부탁을 받았으니까. 자네를 원하는 그 녀석은 자네가 사는 세계에 직접 개입할 수 없거든. 뭐, 내가 그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도 하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뭐, 좋아.”


[음? 그걸로 됐는가? 묻고 싶은 게 엄청 많을 텐데?]


“대답은 해줄 거고?”


[하하, 물론 전부는 못 해주지.]


“그럼 됐어. 결국 달라진 건 없으니까.”


[역시 합리적인 친구군. 그 녀석이 좋아할 만해.]


“그건 됐고, 아무튼 아직 내 질문에 대답은 안 했는데.”


[음? 방금...]


“아까 챔피언 이야기 말이야. 이런 무대를 준비한 이유가 뭐지? 설마 진심으로 당신의 크라운이 날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


[가능성이 없진 않았지. 대충... 3% 정도?]


“장난해? 3%의 가능성을 걸고 나에게 싸움을 걸었다고?”


[물론 아니지. 이 모든 건 그저 간단한 테스트였어. 자네는 멋지게 그걸 통과했고.]


테스트?


[나는 말이야,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네.]


갑자기 무슨 소리를...


[그러니까 그 약속을 깰 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야만 해.]


그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떤가? 나와 계약하지 않겠나? 자네를 이 탑의 정점으로 만들어 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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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변성 (1) +1 24.09.15 1,022 25 13쪽
26 톱니바퀴 (4) +1 24.09.14 1,084 30 12쪽
» 톱니바퀴 (3) +1 24.09.13 1,145 31 12쪽
24 톱니바퀴 (2) 24.09.12 1,278 36 12쪽
23 톱니바퀴 (1) +1 24.09.11 1,380 40 12쪽
22 학습 (2) +1 24.09.10 1,417 30 12쪽
21 학습 (1) +1 24.09.09 1,483 37 12쪽
20 레이드 (2) 24.09.09 1,447 35 11쪽
19 레이드 (1) 24.09.08 1,620 38 12쪽
18 늑대의 영역 (3) +3 24.09.04 1,940 37 13쪽
17 늑대의 영역 (2) 24.09.03 2,046 44 13쪽
16 늑대의 영역 (1) +3 24.09.02 2,237 41 12쪽
15 잠룡 (3) +2 24.09.01 2,353 49 12쪽
14 잠룡 (2) +1 24.08.31 2,528 52 13쪽
13 잠룡 (1) +2 24.08.30 2,762 53 16쪽
12 독도 약도 없다 (3) +2 24.08.29 2,867 55 16쪽
11 독도 약도 없다 (2) +1 24.08.28 2,970 57 12쪽
10 독도 약도 없다 (1) +4 24.08.27 3,287 62 14쪽
9 독식 (3) +4 24.08.26 3,425 70 13쪽
8 독식 (2) +6 24.08.25 3,596 68 14쪽
7 독식 (1) +2 24.08.24 3,879 66 14쪽
6 결투 (3) +3 24.08.23 4,289 74 12쪽
5 결투 (2) +4 24.08.22 4,429 75 12쪽
4 결투 (1) +3 24.08.21 4,640 84 13쪽
3 진화 (2) +3 24.08.20 4,985 8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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