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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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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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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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회귀하면(1)

DUMMY

마왕 블레이크.


절대 악인이 된 그에게는 한때, 사람들이 존경하던 이름이 있었다.


구원자 블레이크.


한낱 용병 따위에게는 과분한 명칭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구원자라 불렀다.

그건 그가 위험 지역이나 치안이 안 좋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범죄자를 잡거나, 몬스터를 사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건 타인의 입장이었고, 블레이크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선행은 아니었다.


그는 가문에서 수배령을 내렸기 때문에 치안이 안 좋은 마을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고, 한곳에 있지 못하니 직업보다는 즉시 돈을 벌 수 있는 범죄자를 잡거나 몬스터의 부산물을 팔아 살아갈 뿐이었다.


블레이크는 그리 말하며 자신은 선한 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 그의 도움으로 산 사람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를 통해 부모와 자식의 복수를 하기도 했다.

그런 이들은 자연스레 그를 구원자라 말했고, 그건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갔다.


그래. 블레이크가 악마 같은 속삭임을 듣기 전까지는 구원자라 불렸다.


끝없는 절망에 삼켜져 있던 블레이크에게 간사한 뱀의 속삭임이 들렸다. 저 달콤한 사과를 깨물어 먹으라 종용하는 뱀이 말이다.

그는 결국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아니. 나는 마왕이 되었다.


마왕의 최후는 언제나 비슷했다.


“블레이크..!”


용사와 그 동료들에게 죽어야만 하는 최후.

이제는 질려버린 진부한 이야기였다. 구원자이자 영웅인 용사가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


용사는 빛이다.

용사는 진정한 구원자다.

용사는 뭐든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그를 따른다.


문득 궁금해졌다. 용사는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너희들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나.’


과연 나를 마왕으로 만든, ‘그’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물론 곧 죽을 나에게는 알 권리 없는 훗날의 이야기일 테지만, 그에게 닿는다면 용사는 이길 수 있나?


“블레이크. 마지막으로 묻는다.”


용사, 이젤키엘이 말했다.


“널 마왕으로 만든 자가 누구냐.”


언뜻 보면 승리자의 왕관 같아 보이기도 하고, 언뜻 보면 먹이사슬 꼭대기에 군림하는 맹수같은 눈이 자신을 응시했다. 그 아득할 정도의 황금빛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분은... 네가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젤키엘.”


한껏 입꼬리를 올린 표정은 비웃음으로 착각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조소에 가까웠다.


“이젤키엘. 네가 그분을 이길 방법은 없다. 나조차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분 앞에서 너와 나는 체스판 말에 불가하다. 그러니 나를 죽이는 것으로 만족해라.”


내 말에 이젤키엘은 검을 틀어쥐었다. 그가 검을 쥔 손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다.


“나는 이길 것이다.”


나도 그러길 바란다.


“....부디.. ㅍ..ㅣ.. 잠들어라. 블레이크... ㄱ.. ㅇ...”


무언가 더 말하는 것 같았지만 들리지 않았다. 모든 소리가 먹먹해지며, 황금색 오러가 눈앞에 뒤덮었다. 태양처럼 밝은 오러는 용사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해가 뜨고서야 어두움을 몰아낼 수 있다.

태양에 하늘을 점령하여, 어둠이 걷히고서야 난 후에서야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피와 시체 따위들로 얼룩진 뒤를.


‘나는...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는가.’


아니, 사실은 알고 있다. 그 뱀의 종용에 넘어간 순간부터 난 잘못된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억울하지 않나? 너의 모든 삶이 말이다.”

-“내가 그 복수를 도와주지.”

-“나를 선택하고 네가 원하는 것을 곁에 두어라. 너의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이들을 죽여라.”


그때는 그것만이 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신기루였던 것이다. 결국 나는 신기루에 홀려 걷다가 절벽 아래 떨어지면서 후회한다. 물론 추락한 후에서야 후회한다 한들, 저 높은 대지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명에 의해 죽어가던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저...’


아이를 잃은 부모,

부모를 잃은 자식,

죽음이 맺힌 눈동자,

증오와 분노로 일그러졌던 얼굴.


‘내가 죽인 이들이 다음 생에는 행복하기를... 그들에게 죄를 구할 날이 오기를.’


절대 이룰 수 없는 염원이었다.

고작 만들어진 마왕 따위가 이룰 수 없는 거대한 염원이자 후회.


짙고 두려운 어둠 속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 버러지 같은 것이 감히!”


퍽-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



묻어둔 기억 속 작은 파편의 그날이 생각났다.


넓고 호화스러운 귀족 영식의 방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먼지가 쌓인 장식장과 더러운 커튼, 치우지 않은 깨진 화병 조각이 보였다.


귀족의 형태는 갖추었지만, 결코 귀족의 방이라 할 수 없는 이곳은 나와 닮은 나의 방이었다.


“도...대체 뭐야... 왜...”


굳은살이 자리 잡지 않은 덜 여문 손과 낮은 시야. 맞아서 부어오른 오른쪽 뺨은 아직 따끔거렸다.


오늘을 선명히 기억했다.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아버지의 분노.


이날은 내가 집에서 떠나기로 한 날이자, 가장 비참했던 12살의 생일이었다.


“내가 미친 것인가. 아니면...”


습관적으로 손을 꽉- 쥐었다. 손질되지 않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아프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또한, 뺨도 후끈거리고, 창문 틈으로 찬 바람이 불었으며, 다리도 아파져 왔다.


결코 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신의 농락인가.”


입에 삐뚜름한 선이 그어졌다.


나의 모든 삶을 농락한 당신이, 나를 다시 농락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면.


정말 이 모든 것이 당신의 무한한 시간 속 작은 장난질이라면, 당신은 나를 농락한 대가를 받아야 했다.

설령 대가가 그 높고 높은 자리에서 끌려 내려오는 것이라 한들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방 한구석에 있던 깨진 화병 조각을 쥔 채 지하창고로 향했다.


샤먼백작가의 지하창고는 황제조차 들어갈 수 없다.

백작가의 권위 그딴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샤먼백작가의 초대 백작이자 대마법사였던, 라딩거 샤먼이 마법을 걸어 오직 자신의 피를 가진 자만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해 두었다.

그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창고이자 금고는 수백 년이 지나도 유지되었고, 그것이 멍청하고 아둔한 샤먼 백작가가 망하지 않고, 황제에게 버림받지 않는 이유였다.


지하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살짝 서늘한 바람이 몸을 에워쌌다. 그리고 다른 방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초대 백작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었다.


-“현혹되지 말거라. 드래곤이 탐내는 진귀한 보석도, 누구든 살릴 수 있는 귀한 약초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대마법사의 지식도 모두 너의 것이니. 현혹되지 말고, 탐욕적으로 굴지 말거라. 그렇다면 진리를 알 수 있으니.”


후대에는 이 말은 그저 과한 탐욕을 부릴, 후대의 자손들에게 남기는 말로 기록 되었다.


하지만, 난 이 말의 진정한 뜻을 안다.


진귀한 보석의 방들, 귀한 약초가 자라는 방들, 각종 고서가 보관된 방들을 지나면 나오는 예술품이 전시된 방.


그 방 가장 깊숙한 곳,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큰 그림이 하나 있었다.


작은 별 같은 꽃들이 늘어진 들판,

노을이 가득 찬 하늘,

흰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뒷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애절함이 가득 묻어나는 이 그림은 초대가주가 사랑하는 여인이다.

그리고 수선화처럼 보이는 저 작은 별 같은 꽃의 이름은 하이포시스 오리어.


과거 만병통치약의 주재료였고, 지금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식물이다.


다른 꽃밭도 아닌, 굳이 이 여인을 이 꽃밭 위에 둔 것은 꽃말 때문일 것이다.


“빛을 찾다.”


그녀가 빛이었고, 자신이 그 빛을 찾았다는 어느 대마법사의 이야기이며, 지는 노을과 결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그녀는 결국 그 빛이 떠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새로운 빛인, 당시 초대 황제에게 말이다.


‘대마법사는 그림도 잘 그린다고 하더니. 이 그림이 저택 밖으로 나간다면, 온 세상의 예술인들이 몰려들겠네.’


그림 감상을 마치고 그림을 오른쪽으로 살짝 밀자, 어둡고 짙은 피비린내가 나는 계단이 나타났다.


다른 곳과 다르게 보온 마법은 물론, 청소마법도 안 걸린 이 지하는 샤먼가의 비밀 연구실이다.


굳이 이런 방식으로 지하 연구실을 숨긴 것은 이곳이 좋은 연구만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는 선대 가주들이 생명을 가지고 비윤리적인 실험을 하였다.

그리고 몇 대전, 당시 사생아였던 공자의 반란으로 이 연구실은 사용하지 않았고, 기존의 연구하던 모든 자료도 이 지하실에 영원히 묻히게 되었다.


치우지 못한 연구실은 과거는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온 벽과 바닥이 피로 물들어 있었고, 보기만 해도 끔찍한 고문 도구와 실험 상태로 방치된 마물이나 마수들 따위가 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던 중,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여기 생명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실험관을 봤다.

그곳에는 눈을 부릅뜬 인간 형태의 마수가 푸른 물에 담겨 있었다. 인간의 몸에 박쥐의 날개와 머리 위에 뿔, 다리와 손은 마치 짐승의 것을 닮은 모습이었다.


‘인간을 닮은, 처음 보는 마수.’


그러고 보면 이곳은 유독 인간 형태의 마수들이 많았다. 고문 기구들도 차근차근 보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보인다.


인간 형태의 마물이나 마수가 존재하지만, 정말 저 모든 것이 마수나 마물에게만 사용되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생명을 어떻게 대려 온 거지?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샤먼가 책에 나온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는 과거의 업을 지우기 위해 새로 책을 쓰기로 하였다. 지하실에서 행하는 모든 비윤리적 실험을 중지하고...


‘설마 그 비윤리적 실험이 그냥 마수나 마물 따위가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한 건가?’


그렇다면 어떻게 생명을 이곳에 데려올 수 있었지? 다시 책을 생각해 보자. 분명 가문의 책에 힌트가 있을 것이다.


-오직 지하창고는 샤먼의 피를 이은 지만이 갈 수 있으며...


‘샤먼의 피를 이은...’


아니다.

이건 신권을 쓰면서 바꾼 것이다. 분명 예전에 읽은 구권에서는...


“샤먼의 피를 가진..?”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일정량 이상의 샤먼의 피만 있다면, 생명을 이곳에 데려올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곳에서 인체 실험을 한거라면,


‘과거에는 그곳으로 마물이나 마수를 데려온다고 생각했어.’


지금 내가 가는 곳은 마물의 숲과 마수의 숲이 연결된 곳이 있다.

그곳에서 마수와 마물을 데려올 수 있지만, 인간은 없다.


그러니, 인간은 반드시 지상의 통로를 걸쳐야 한다.


피를 주입한.. 아니, 다른 사람의 피를 억지로 주입하면 죽는다. 저택에서 지하창고를 지나, 지하 연구실로 도착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만, 마법을 피할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피를 바른 건가.”


겉에 샤먼가의 피를 발라서 지하창고를 통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인체 실험을 한 것이고... 이 수백개의 인간을 닮은 마수는 아마 진짜 인간일 것이다.


“미친놈들...”


어떤 목적으로 선대는 이런 짓을 한 거지?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무언가 내 눈에 들어왔다.


“..커즈먼?”


잿빛의 머리카락, 그 위에 돋아난 검은 2개의 뿔과 드래곤의 것과 닮은 날개.


“왜 여기..에 있는거야?”


마왕이었을 때, 내 가장 충실한 기사였던, 반인반용의 마족. 카즈먼이 왜 샤먼의 지하실에 있는 거지?


그가 그토록 인간을 증오하고, 싫어하던 이유가 설마 실험당한 거야?


그리고 결코 들어서는 안 될 의문이 떠올랐다.


“설마.. 내가 만난 모든 마족들은 이런 연구로 인해서 만들어진 건가..?”


말도 안 돼.


-“마왕님께서 보시는 방향이 앞으로 저희가 향할 곳입니다.”

-“그 무엇도 당신에게 닿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커즈먼. 도대체 어디부터 우리는 놀아난 거야.


빠드득-


이가 갈렸다.

마족이 나쁘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나쁘지 않았다. 그들의 각자가 가진 타당한 이유로 인간을 증오하게 되었다.


“하.”


커즈먼을 봤다. 눈을 감고, 실험관에 잠든 녀석을 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깨울 수 없어.’


커즈먼은 주기적으로 살아있는 용의 혈을 먹어야 한다.

지금 깨워봤다가 죽이게 되는 것이다. 떨어지지 않는 손을 애써 떼어내고, 한 번 더 녀석을 봤다.


“곧 데리러 올게.”


그렇게 납을 달은 것 같은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옮겼다.


‘마족들을 모아봐야겠어.’


아무래도 ‘그’의 손길에 농락한 생명이 더 많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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