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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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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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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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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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로 가자(1)

DUMMY

아카데미와 샤먼 영지는 정 반대에 있었다. 그러니 아카데미를 갈려면, 수도를 걸쳐 가는 것이 더 빨랐기에 어찌 보면 아주 좋은 기회였다.


빠듯한 시간에 잠을 줄여서라도 말을 타야 했나 싶었지만, 어부지리로 어쨌든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여행 장비를 준비할 겸 마탑으로 향했다.


마탑은 여러 곳에 있다. 그 이유는 마탑은 그저 마법사들이 모인 탑이 아디기 때문이다. 마탑은 마도구를 판매하고 있으며, 우편물을 받아서 다른 영지로 전달하거나 통신구로 급한 연락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대규모 이동이 가능한 마법진이 있기에 어느정도 발전하고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면 마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마탑 중 가장 발달한 곳은 당연하게도 제국 수도의 마탑이었다.


딸랑-


“어서오세요!”


마탑의 1층은 주로 마도구를 팔고 있었다. 나도 오늘 마도구를 사러 왔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계속 여행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낭비야..’


가져온 것 중 당연히 소모용 마도구가 있었다. 그런 것을 쓰기에는 아까운 마도구들이 너무 많았다.


“음...”


수도 마탑은 2층으로 되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복식은 하나같이 값비싼 것으로 보아, 정말 귀중한 것들은 2층에 있을 것이 뻔했다. 뭐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다.


“이거랑 이거랑 이거, 이거랑 이거 주세요.”


전생의 기억대로 필요한 것들을 골랐다.

방향을 잡기 위한 나침반과 지도 세트, 허리춤에 찰 수 있는 질긴 가죽끈과 거기에 달 수 있는 주머니, 여분의 옷과 망토, 마법 랜턴과 부싯돌, 밧줄과 갈고리까지 구매하고 마탑을 나왔다. 날이 슬슬 저물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여관에서 하루 묵고 가겠지만, 나는 서둘러 이곳을 떠야 했다.


마글로츠 남작이 올지도 모르니깐.


수도 밖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상단 마차에 돈을 내고 탔다.

마차 안에는 다른 일행들도 있었다.


사이좋게 웃으며, 서로를 보고 웃는 모녀,

심각한 얼굴로 구석에서 잠든 중년의 남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부부.


각자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지금 이곳을 떠나는 것이겠지.

조용하게 마차의 덜컹거림만 듣다 보니, 문득 한 생각이 스쳤다.


‘평화롭네...’


어째서인지 자꾸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눈을 감았다.


진정한 여정의 서막이 올랐다.



***



마차에서 내린 후, 다른 마차를 구했다.


차라리 말을 타는 것이 더 나을 테지만, 말은 비싼 자산이었다. 그렇기에 말은 확실히 신분이 보증된 자만이 빌릴 수 있었다. 성문 통과는 거금을 주고 통과했지만, 말은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말을 샀다가 그 말을 유지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아카데미로 가면 골치 아픈 짐만 될 것이다.


“피아센트로 아카데미? 거기 가는 마차라면 저기 저 갈기가 곱슬곱슬한 놈이 모는 마차가 갈꺼요.”

“감사합니다.”


친절한 마차 주인을 뒤로하고, 곱슬곱슬한 갈기를 가진 말에게 당근을 물려주는 사람에게 향했다. 남자의 머리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있었다.


“잠시 말을 여쭙겠습니다.”

“음?”

“이 마차가 피아센트로 아카데미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마차를 탈 수 있겠습니까?”

“이미 오늘 마차는 다 찼소.”

“그럼, 내일 마차는 자리가 남습니까?”

“잠시 기다리시오!”


남자는 근처에 있던 건물로 들어갔다. 그곳은 여러 가지를 파는 잡화점이었다. 기다린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남자가 나왔다.


“내일도 다 찼다고 하는데.”

“그럼, 그다음 날은 가능합니까?”

“우리 상단은 일주일에 2번만 운행하고, 이 마을에서는 우리 상단만 아카데미로 가고 있소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여기서 일주일이나 버릴 수 없었다.


“돈은 더 드려도 안 되겠습니까?”

“이게 동내장사는 신뢰다보니.. 우리도 어쩔 수 없소.”

“마부석이나.. 짐꾼으로라도 안 되겠습니까?”

“그리 급하면 저 숲의 다리를 넘어 율라마을로 가는 것이 어떻소?”

“율라마을이요?”

“마차로 반나절이면 가고, 걸음으로는 하루면 가지. 그거는 조금 큰 상단이 있어서 아마 갈 수 있을 거요.”

“그렇군요.”


남자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되었소. 젊은 것을 보면 아카데미 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지?”

“음.. 네.”

“젊을 때 도전해 봐야지. 떨어져도 너무 상심하지 말게.”


그 말의 뜻은 잘 알고 있었다.


피아센트로 아카데미.

그 아카데미를 칭하는 다른 말은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다.


귀족들도 힘들게 들어가는 아카데미이기에 인생 역전을 꿈꾸는 평민들이 많이 접수한다. 그들은 마을이나 영지에서 꽤 실력에 자부심이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높은 교육을 받아도 떨어지는 아카데미에서 평민이 합격하기는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그 덕에 매년 지원한 평민들은 1,000명 중 1명이 붙을까 말까였다. 그 한 명이 자신일 것이라고 굳게 믿은 이는 아카데미에 떨어지고 그 충격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것을 염려하는 말이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젊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많겠지. 그러니 너무 하나만 보지 말게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을 나왔다.

마차를 탈까, 했지만, 하루 정도면 숲을 여정하는 것도 꽤 좋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남자가 말한 숲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거기서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지.



***



-“테오도르. 아카데미로 향하거라.”

-“폐하.”

-“이곳은 위험하다. 너도 알겠지.”

-“하지만.”

-“내가 굳이 이리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넌 나에게 짐이다. 테오도르.”


일순 테오도르의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 말이 거짓임을 자신이 제일 잘 알면서도 그 말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있을까 그는 서둘러 아비의 눈을 살폈다. 하지만 그 눈은 자신보다 더 슬픈 눈을 하고 있어 다시 테오도르는 눈을 아래로 내렸다.


-“...네가 다시 오면 그때는 이 궁을 안전히 만들겠다.”

-“폐하.”

-“...부족한 아비라 미안하구나.”

-“폐하께서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만백성이 부족한 이가 될 것입니다.”

-“..그래. 테오도르.”


순간 테오도르의 전신에 온기가 차올랐다.


-“다음 대 황제는 네가 될 것이다. 테오도르 오살 드 알레드리온.”

-“예. 아바마마.”


부자의 포옹은 짧게 끝났다. 어쩔 수 없었다. 황제의 몸이 안 좋았으니깐.


세이렌의 힘을 주기적으로 날뛴다.

이성을 잃고, 생명을 모조리 물어뜯는 광기. 그 주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나마 황태자의 세이렌 기운 덕이 짧은 시간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더 심해질 터.


그리고 지금 폐하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죽이려는 황비.


“...폐하께서 무사하셔야 할 텐데.”


늦은 저녁.

테오도르는 믿을 만한 기사 일곱과 황궁을 떠났다. 그는 황궁을 떠나면서까지 오직 자신의 아비를 걱정했다. 그리고 그날 그 믿을 만한 기사 7명 중 2명이 배신을 했다.


“전하! 이리로!”


일곱의 기사 중 두 명이 배신했다.

폐하의 상태가 위독하다는 것은 이미 황궁에서는 다 퍼진 소문이었다. 그렇기에 귀족들도 황궁의 사람들도 돌아설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군청의 기사단도 돌아서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황태자의 직속 호위대. 군청의 기사단.

황실에 충직하고, 뛰어난 기사들이 모인 기사단이었다.


“전하. 하딘과 유텐과 함께 다리를 너머의 율라 마을로 가세요. 꽤나 큰 마을이니, 저들이 대놓고 활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바넬. 무슨 소리 하는 거냐. 너도 나와 같이 가야 한다.”

“전하.”


바넬의 녹색 눈이 곱게 휘었다. 그 눈은 황태자가 가장 익숙한 눈이었다. 그의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가 기억하지 못한 시절부터 그를 돌봐온 자였으니깐.


“저도 갈 겁니다. 저들을 따돌리고요.”

“바넬!”

“하딘, 유텐. 어서 전하를 모시거라.”


그 말에 두 기사가 조금 느릿하게 움직였다. 하딘과 유텐. 그들도 황실에 대한 충심이 강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비를 버리고 가는 것은 어려웠다.

여기서 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니깐.


그들은 자신들의 아비의 모습을 눈에 담고, 이 상황을 만든 황비에게 분노하며, 황태자의 양 팔을 잡았다.


“전하. 모시겠습니다.”

“안돼! 하딘, 유텐! 나를 놓아라! 나를 놓아라! 명령이다! 나를 놓아라!”

“죄송합니다.”

“제발! 바넬! 바넬!”


황태자 멀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바넬은 검을 쥐고 섰다. 다행히 이 숲에는 절벽이 있었다. 그곳을 통하는 다리는 오직 하나뿐, 다른 곳은 며칠이나 걸리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는 숲속에서 나오는 암살자들의 수를 셌다.


“서른 명이라.”


오면서 수십을 배었는데 서른 명이 더 있다니.

황비가 이 기회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죽음이 앞에 있어서일까? 바넬은 자신이 황태자의 기사가 된 이유를 떠올렸다.


바넬은 원래 황후의 직속 호위였다.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지키던 호위.


-“잘 부탁해 바넬!”


치기 어린 시절에 뒷골목에서 방황하던 자신을 주웠던 어린 소녀.

뒷골목과 하나도 안 어울리는 발랄한 소녀.


소녀가 여인이 되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이제 나 대신 아이를 잘 부탁해. 바넬.”


그리고 그 아이를 지키는 것이 내가 내려진 명령이었다.


“...그래도 괜찮은 삶이었어.”


후회는 없었다.

사랑하는 부인을 만났고, 장성한 아들이 둘이나 있었다.

그 아들들 앞에서 멋진 기사도를 발휘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나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바넬이 검을 들었다.

그의 검에서 짙은 녹음 색의 오러가 피어올랐다.


“나는 지키기 위한 검이다.”


신념.


“그러니 여기는 그 누구도 지나갈 수 없다.”


맹세.


“오늘 너희는 여기서 모조리 죽을 것이다.”


다짐.


뒷골목에서 시정잡배 짓이나 하던 자신에게는 충분히 과분한 마지막이다.

바넬의 눈에는 살기가 담겼다.


빠르게 다가오는 암살자들.


아무리 바넬이 유능하고 대단한 기사라고 한들 그 모든 것을 막아낼 수 없었다. 당연했다. 그 암살자들의 실력도 대단했으니깐.


이미 바넬이 키워낸 기사 두 명을 죽일 정도로.


하지만 바넬은 막아내야 했다. 오직 이 길만은 막아야 했다.


바넬은 다리를 지나려는 자가 있으면 칼이 배에 찔려도 막았다. 필사적으로.


‘...조금만 더..’


일행들이 마을로 도착하려면 적어도 해가 뜰 동안 버텨야 한다.

하늘은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지만, 아직 조금 이른 새벽일 뿐.


바넬은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누군가를 봤다. 암살자들과 다른 복장을 한 이.


한쪽 귀에 붉은 귀고리를 하고 조금 작은 키를 가진. 그래. 남자보다 소년이 더 잘 어울리는 이.


“이건 뭐지..?”


소년의 입에서 나온 어처구니없다는 저 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바넬은 이미 한계였다. 이미 그의 몸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물론 적의 피도 있을 테지만, 바넬의 피도 많았다.


바넬의 몸이 의지를 벗어나고 기울여져 갔다. 그리고 이내 시야가 암전되었다.


“다수가 한 명을 공격하는 건 반칙이지. 너희 몹시 나쁜 놈이구나?”


상황에 올리지 않는 천진난만해 보이는 말을 끝으로 바넬은 의식을 잃었다.


작가의말

내일도 오후 10시에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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