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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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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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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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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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입학하자(3)

DUMMY

피아센트로 아카데미의 입학을 위해서는 총 3차례의 걸쳐서 시험을 본다.


우선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체크하는 아주 기본적인 시험.


마법학부 지망생은 마나의 순도와 양을 확인하거나, 검술학부 지망생은 검을 다룰 수 있는지 본다. 그게 얼마 전에 블레이크가 본 시험이었다.


그렇다면 그 2번째 시험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필기다.

아카데미 입학 전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가에 대한 평가.


“으으으!”


블레이크가 뻐근한 어깨를 펴며, 비명을 내질렀다. 어깨를 한껏 쭉 늘린 후, 목을 돌리니 뚜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블레이크는 검술 연습도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것은 그래도 다 아는데 말이지.’


가끔 미래의 지식과 혼동이 되어서 문제였다.

지금은 안 나온 치료법을 들먹으면 어찌 되겠는가. 바로 교수에서 불려 갈 것이 뻔했다. 그리고 과도한 관심을 받겠지.


블레이크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내 목표는 조용한 2, 3등이야,’


등수가 너무 떨어지면 황태자 옆에 빌붙기 어려웠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등수는 유지하지만 그렇다고 교수가 깜짝 놀랄 만큼의 인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아..”


한숨을 푹 내쉬고, 다시 깃펜을 들었다.

검을 쥘 때 생기는 손 안쪽의 군살과 다르게, 손가락 옆에 군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건 황태자가 안 말려주나.’


그리 생각했으나, 황태자는 오직 육신에 대한 훈련을 제한할 뿐, 지식을 채우는 것은 따로 금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팬을 들고, 책을 보며 지식을 축적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른 듯 느린 듯 흘러갔고, 별장에 편지가 도착했다.


아카데미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페이퍼 나이프로 갈랐다. 그 안에는 1차 시험 합격을 축하한다는 말과 기타의 미사여구들.


그리고 블레이크가 가장 기다린 2차 시험 안내가 쓰여있었다.


[2차 시험에서는 필기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며, 시험 일자는 학부마다 다르니, 반드시 자신이 지원한 학부 확인 부탁드립니다. 또한, 시험 일정은 뒷장에 적힌 시간과 장소 확인 후 시감엄수하여 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분이라도 늦을 시, 불합격 판정되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내가 지원한 학부는 마법 학부와 검술 학부.

총 2개의 학부를 지원했으니, 당연히 시험도 2번 봐야 했다.


무언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세상에 불만을 많이 가져 봤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나는 대충 넘기기로 했다.


2차 시험까지 남은 날짜는..


“이번에도 일주일이네요.”


이 아카데미는 시험 일주일 전에 편지 보내는 문화라도 있나?


그리 생각하며 남은 시간 열심히 시험 준비를 했다.


같은 별장에 있었지만, 황태자는 얼굴을 마주 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황태자는 나름대로 일이 있는지 바빴고, 나는 나대로 시험공부 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황태자와 마주치는 건 저녁 식사 혹은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황태자는 반드시 식당에서 먹었기 때문에 나는 매일 같이 그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이리 친해지면 아카데미가서 더 잘 지낼 수 있겠지.’


용사에 미치광이들까지 있는 이 위험천만한 아카데미에 손수 걸어서 들어온 이유는 아직 잊지 않았다.


“블레이크.”

“예. 전하.”

“내일이 시험인데 따로 오늘 뭐 하는 일 없나?”

“없습니다.”

“그래? 그럼 끝나고 나가서 점심이라도 먹을까?”

“좋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황태자는 무언가 생각하다가 이내 곧 말했다.


“그대는 언제 아카데미 오기로 결심했지?”


그 말에 나는 열심히 하던 포크질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 올 계획은 순전히 당신 때문이라고 말했다가는 이 저택에서 쫓겨날 수가 있었다.


“음..”

“음?”


고민이 되었다.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뭐 굳이 거슬러 올라가자면 황태자와 친분을 쌓고 싶은 것은 회귀한 덕일 것이다. 그러니.


“지난 생일에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생각했습니다.”

“...”

“...”

“...”


일 순간 식당에 찬기가 돌았다.

그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슬며시 움직이니, 고용인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움직였다.


“하..”


그리고 옆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옆에서 황태자가 이마를 짚으며 작게 읊조렸다.


“골때리네..”


어느 부분에서 동조해야 할지 파악하지 못한 내가 고개를 얌전히 끄덕이자, 황태자는 이번에 뒷목을 부여잡았다.


“바넬.”


황태자가 바넬을 불렀고, 바넬은 어딘가 의기에 찬 시선으로 그를 봤다.


“예, 전하.”

“위에까지 철저히 해와.”

“예!”


바넬은 대답하고 마치 사냥하러 나가는 육식동물처럼 민첩하게 사라졌다. 그걸 가만히 보다가 생각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거 맛있네..’


포크로 스테이크 옆 감자 가니쉬를 야무지게 집어서 먹었다.



***



-“네가 가문의 흥복이구나!”


마쉘은 아버지가 한 말을 떠올렸다.

아카데미 오기 전까지 마쉘은 영지에서 제일가는 천재였으며, 주변 영지의 영식 혹은 영애들보다 뛰어난 천재였다.


하지만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 시험을 보고 있는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려워...’


까만 건 글자요. 흰색 종이니라.


마쉘이 맨날 책만 보면 그 옆에서 동생들이 하던 말이었다. 마쉘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자신에게는 책이 너무 재미있었으니깐.


하지만 그 말을 마쉘은 시험장에서 알았다.


‘이해할 수 없는 문제 투성이야..’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자로 된 문제들. 그래. 거기까지면 다행이었다.

해석 자체가 시험으로 나와도 고난도를 자랑하는 고대어로 된 문제도 있었다.


문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막힌 것이다.


그것이 마치 미쉘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았다.


‘이 글자가.. ㅊ..찬성..이고.. 아니야. 이건 차선이야!’


문제를 열심히 번역하면 진짜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쉘은 그 문턱 앞에서 울고 싶어졌다.

가문을 나설 때 자신을 배웅하던 가문 사람들의 표정이 떠올랐다.


하나같이 얼마나 장한 이를 보는 표정인지.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데..’


깃펜에 힘이 들어갔다. 풀고 또 풀고, 해석하고 해석하고.


그러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총 30개의 문제 중 10개밖에 못 풀었는데 시험 시간의 반이 넘어갔다.


그때, 누군가 일어섰다.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시험지를 팔락이며 가져가는 남자아이.


미쉘은 딱 봐도 자기보다 5살은 어려 보이는 남자아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족같은데.. 저 나이에 지원한다고?’


아카데미는 나이에 구분 없이 입학을 받는다. 그러니 어린아이가 지원해도 된다.


하지만 합격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공부란 하면 할수록 느는 것이기에 보통은 충분히 공부한 17살에서 18살에 시험을 많이 본다.


‘장난삼아 응시한 건가?’


근데 1차 시험을 통과했다고?


‘나중에 엄청나겠는데..’


미쉘은 저 아이가 장차 대단한 이가 되리라 확신했다. 물론 아카데미에 입학은 못 하겠지만.


미쉘은 다시 눈을 책상 위 시험지로 돌렸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열심히. 아주 열심히 미쉘은 문제를 풀어나갔다.



***



아카데미의 시험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된다. 물론 빠르게 풀면 먼저 나가도 상관없지만 아카데미 역사상 그런 이는 없었다.


우선, 시험문제가 어려워 전부 다 푸는 이가 드물었다.

만일 다 풀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아슬아슬하거나 자신이 푼 답이 맞는지 끝없이 생각하느라 먼저 시험장을 나간 사람은 없었다.


블레이크는 시험장에 놓인 시계를 보았다. 11시 30분.


‘딱 좋은 시간이군.’


블레이크는 다 푼 시험지를 접어들고 미련 없이 일어나 시험지를 제출하고 시험장을 떴다.


‘점심 먹느러 가야지.’


생각보다 쉬운 문제들에 블레이크는 합격자가 많으면 어쩌지라는 생각만 하며, 문을 나섰다. 그 뒤로 쏟아지는 참가자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시험이 벌써 끝났나?”

“예. 점심 먹자고 했으니 빨리 풀었습니다. 문제도 쉬웠고요.”

“그래..? 아카데미 시험문제가 쉬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하는데.”

“운이 좋았나 봅니다.”

“운으로 될리..가...”


시시껄렁한 말과 함께 고급 식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은퇴한 황실 요리사가 차린 곳이지. 맛하나는 기대할 만할 거야.”

“상당히 좋은 곳이군요.”

“그렇지. 황도 귀족들도 예약이 일 년이나 미뤄졌지.”

“전하께서는?”

“나야 뭐.. 전날에만 말해주면 돼.”


그 말과 함께 요리사가 직접 찾아왔다.

그의 머리카락은 희게 나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갈색의 머리카락만이 그의 원래 머리카락이 흰색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오랜만입니다. 전하.”

“그러게.”

“제 아들은 잘 지냅니까?”

“잘 지내지.”


둘의 말에 멍하게 그들을 보고 있으니, 황태자가 먼저 소개했다.


“여기는 블레이크 샤먼. 바넬을 구한 은인이자 이번에 나와 함께 아카데미 시험을 보고 있지.”

“안녕하십니까.”

“이쪽은 전, 황실 총책임 요리사 클로즈 파피쳉이야.”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가 지나가고 황태자가 은근슬쩍 비밀을 고하듯 말했다.


“사실 클로즈의 자식이 지금 황실 총책임 요리사고, 클로즈와 어릴 적부터 봐왔거든. 그래서 예약이 쉬운 거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황실의 이름을 빌린 게 아니라 인맥을 빌린 거군.


“부디 맛있게 드셔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클로즈의 요리 솜씨가 왜 유명한지 알 수 있는 음식들을 두고 황태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외출은 힘들어서 클로즈의 요리를 잘 못 먹는 게 아쉬워.”


그의 말이 맞았다.


피아센트로 아카데미는 개인의 능력과 자유를 중시했다.

개인이 능력이 된다면 아카데미 수업의 일수는 줄여도 된다. 하지만 그것이 적용되는 것은 3학년부터였다.


1학년은 특별한 허락 없이는 아카데미 밖으로 나갈 수 없고, 2학년은 봉사 시간을 채우는 활동만 나갈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역사적으로 귀족들이 반항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태도는 일관되었다.


‘그 귀족들을 모조리 퇴학시켰지.’


학칙을 어겼다고.

그리고 아카데미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그들이 키워낸 제자들을 모조리 아카데미로 소집했다. 그리고 당시 수많은 왕국의 전력이 약화하거나, 나라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 귀족들은 실감하게 된 것이다.


아카데미는 어쩌면 제국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이미 그들이 키워낸 제자들이 각 나라의 주요 직책이 되었으니깐.


그 후, 쓸데없는 반항을 하는 귀족들이 사그라들었고, 지금까지 그 규칙은 이어져 오고 있었다.


“전하께서는 한 나라의 황태자이시니, 말씀하시고 나오시면 될 겁니다.”


물론 느슨해지기는 했다.

대가문의 후계자 혹은 나라의 황태자 정도의 위치인 자들에게만.


“나와봤자 어디 가겠나.”


황태자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15살의 아이였기에 그 모습이 참 우스꽝스러웠다는 것은 나만 알기로 했다.


코스 요리가 모두 끝나고, 마지막 차를 마실쯤 황태자가 말을 꺼냈다.


“그대는 계속 이중학부를 다닐 생각인가?”

“예.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많이 바쁘지 않겠나?”


이중학부.

두 학부를 모조리 다니려면 바쁠 것이다. 하지만 뭐 할 일도 딱히 없었으니깐 할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1학년 때는 타 학부로 이동이 자유로우니, 우선 유지하려고 합니다.”


아카데미의 1학년은 맛보기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다른 과로 옮겼다는 것이 가능했고, 다른 과의 수업에 참여도 자유롭게 가능했다.


1년의 유예.

난 이 시간을 잘 써먹어야 한다.


-“죽..일꺼야.. 죽일꺼야...”


섬뜩한 붉은 눈의 여자에게서 도망치려면.



작가의말

예약을 잘못했네요 ㅠㅠ

내일은 오후 6시에 꼭 오겠습니다.


참고로 주인공 연애는 없습니다. 오직 피.. 살육.. 칼.. 눈물만이 가득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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