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A제로의원
작품등록일 :
2024.08.20 23:23
최근연재일 :
2024.09.19 20:0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53
추천수 :
0
글자수 :
115,465

작성
24.08.23 18:00
조회
20
추천
0
글자
12쪽

납치를 당한다(2)

DUMMY

블레이크는 불과 몇 시간 전 자신의 행보를 생각했다.


호기롭게 저택을 나와 매서운 눈보라를 거치고, 굳은 자신감으로 숲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다. 마을로 향한다면 분명 가문의 기사들에게 들킬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시간이 걸려도 숲으로 향하는 편이 더 안전하게 이 영지를 떠날 수 있어.’


그래. 그런 생각으로 향했던 블레이크 앞에 아주 건장한 사내 2명이 나타났다.


그냥 지나가던 사냥꾼이면 별 문제 없었을 테지만 그들은 하필 마수를 포획하던 불법 단체였다.


그렇게 블레이크는 아늑하고 웅장한 저택을 나선 지 2시간 만에 허름한 마차에 갇히게 되었다. 물론 그 혼자만이 아닌,


크릉-


1급 마수, 겨울 늑대와 함께 말이다.



***



마차 안은 꽤 큼지막해서 3/2 정도는 늑대를 가두는 철창이었고, 그 밖에는 빈 공간이었다. 그 빈공간으로 노예상은 블레이크를 던졌다.


“얌전히 있어.”


발과 팔이 묶인 채, 입까지 틀어막힌 블레이크는 어딘가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그저 마차의 흔들거림을 느끼며 실려 갈 뿐이었다.


“음..”


노예상이 마차로 던지기 전 한 말이 있었다.


-“이놈은 잡아다가 어디다 팔려고?”

-“에크논 경매에 같이 넘겨야지. 곱상해 보이는 게 귀족 마님들 취향 아니냐.”

-“이번 경매가 엄청 크다면서? 돈 많은 작자들은 다 온 것 같던데 비싸게 팔리면 좋겠네.”


에크논.

마침 아카데미에 갈려면 걸쳐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그래. 그래서 잡힌 거다... 아마도.


블레이크는 슬금슬금 철장 쪽으로 다가갔다. 눈감고 얌전히 있던 늑대가 눈을 뜨는 것이 느껴졌다.


“으음.. 음.. 으음?”


뒤로 묶인 팔을 흔들며, 최대한 바디랭귀지로 늑대에게 말을 전했다.


‘발톱으로 이것 좀 풀어줘.’


물론 처음에는 알아먹지 못했지만,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귀찮은 것인지 아니면, 시끄러운 것인지 육중한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읍읍읍..”


그리고.


-인간. 시끄럽다.


너 말할 수 있었니?


-이거 풀어주면 그만 시끄럽게 굴어라.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늑대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쇠창살 너머로 가볍게 줄을 잘랐다.


양손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고, 우선 입에 걸린 천부터 풀었다. 고대도 아니고 어느 노예상이 천 쪼가리와 밧줄로 사람을 묶을까?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늑대를 보았다. 저 늑대는 크기만 해도 그냥 늑대일 리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기가 느껴져.’


늑대에게 미묘한 한기가 피어올랐다. 소통을 능력을 지닌 늑대형 마수는 겨울 숲에 많이 살았다. 그중 하얀 늑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하지만 설흑목처럼 한기를 내뿜는 늑대는 단 하나였다.


그렇기에 내가 마차를 타면서 알아챈 것이다.


한기를 지닌 하얀 늑대, 겨울 숲에 사는 말하는 늑대, 겨울 숲의 수장.


“네가 왜 잡힌 거야? 너 정도면 저들 따위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을 건데.”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늑대는 겨울 숲의 진정한 지배자였다. 수백 년 동안 숲에 군림한 절대적인 존재.


-시끄럽다. 조용히해라.


까칠하기 그지없는 말투에 나는 내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에크논마을은 가야 하는 곳이니 이 마차 속에서 편히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 노예상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시절부터 전해 내려온 것 같은 오래된 마도구들을 압수하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 저택에 있는 마도구들이 시대를 한참 지난 것이라서.


목거리형 아공간 마도구에서 육포 두 개를 꺼냈다. 미리 챙겨온 것이었다.


“이거 먹어.”


두개 중, 조금 더 큰 조각을 철창 안으로 던졌다.


“구해준 보답이야.”


육포 쪼가리를 잡고 촵-촵- 맛있게 먹었다.

탈출하려면, 우선 배부터 잘 챙겨야 했다.


철창 안 큼지막한 육포가 사라진 것은 내가 잠든 후였다.



***



나는 끊어진 줄을 뒤로 쥐고선 묶여있는 척을 했다. 노예상들은 하루에 한 번씩 말라비틀어진 육포 따위를 던져주었다.


내가 준 촉촉하고 고급스러운 육포는 잘 먹던 늑대는 그 육포에 입도 대지 않았다. 물론 나도 그랬다. 다만, 먹는 척은 해야 했기에 육포를 아공간에 넣었다.


“나는 에크논에 도착하면 탈출할 거야. 같이 탈출하자.”


내가 말했지만, 늑대는 여전히 눈을 감고 못 들은 척했다. 그 후, 며칠이 지나고 알았다. 저 늑대가 체력을 비축한다는 사실을.


“무슨 일을 하려는 거야? 우선 나가서 선택하면 안돼?”


며칠째 설득하고 있자, 얼어버린 것이 아닐까 걱정하던 늑대의 하얀 눈꺼풀이 올라갔다.


-왜 네가 날 도우려고 하지?


그 이유는 있었다. 이 늑대를 겨울 숲으로 돌려보내기 위함이었다.


겨울 숲의 지배자인 이 겨울 늑대 덕에 샤먼 영지는 마물의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이 늑대가 밖으로 나돌아 다니면..


-“샤먼영지에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하더군.”


전생처럼 샤먼 영지는 망할 것이다.

나는 이번 생에 마왕이 될 생각은 없으니, 샤먼가를 부흥시켜야 한다.


그러니 이건 순전히 나를 위한 이득이었다.


“네가 겨울 숲을 지켜주었으면 해. 마물들이 영지로 들어오지 못하게.”


-원하는 건 그거 하나인가?


“그럼 뭘 원해야 해?”


늑대도 눈을 갸름하게 뜰 수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호군가?


뭐래 저 늑대가?


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자, 늑대는 고개를 돌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구나. 하고 채념할때, 늑대가 말했다.


-네 말대로 나는 일부로 잡혀가고 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이 늑대가 하찮은 인간에게 잡힐 이유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노예상에게 잡힌 이유는 하나다. 내 아이를 찾기 위해서.


한마디 한마디에 노기가 서려 있었다.

은은하게 나오던 한기는 순간, 매섭게 휘몰아쳤다.


순간 그 한기에 몸에 움추려드니, 늑대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차를 얼려버릴 뻔한 한기는 천천히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방출된 한기는 없앨 수 없다. 덕분에 마차 안에는 작은 눈송이가 떨어졌다.


-... 며칠 전, 내 반려가 출산했다. 몸이 약해진 그녀의 곁을 떠나서는 안 되었지만, 삿된 것이 나타났다.


삿된 것. 그것은 마물을 지칭하는 다른 말이었다.


마수는 옛날 신수라 불리는 일족이다. 이성과 강한 능력을 지니고 자연 속에 살아가는 동물. 하지만, 마물은 달랐다.


마물은 마석을 가지고 이성을 가지지 못한 존재. 본능에 따라 피를 갈구하는 존재.


-늘 내가 하던 대로 삿된 것을 없애라는 반려의 명령이었다. 나는 그 명령을 따라야 했어. 그렇지 않다면 약해진 몸으로 뛰쳐나올 기세였으니깐. 그리고 돌아온 동굴에는 아내의 피와 살점만 있었다.


늑대가 눈을 떴다.


-나는 내 보금자리에 일어난 모든 일을 다시 볼 수 있다. 인간들은 내 아내를 공격했다. 내 아내의 피부와 살점을 뜯어 분리하고, 뼈를 가져갔다. 그러며 웃었지.


늑대의 눈은 푸르렀지만, 얼핏 붉게 보였다.


-난 그 사악한 것들에게서 내 아이를 찾아야 한다. 난. 찾아야 한다.


늑대는 울지 않았다.


-내 아내가 죽는 순간까지 지키던 아이를. 난 찾아야 한다.


늑대의 말이 끝나고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앞에서, 소중한 이를 해하는 것.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아이만 살려주세요.”


내가 했던 일이었으니깐.

입을 벌려 말을 꺼낼려 했으나, 할 말이 없어서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가 이 늑대에게 대단한 위로를 해줄 사람일까?


‘난...난..’


난.. 바뀔 것이다. 나는 다신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꼭두각시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내가 도와줄게.”


이건 내가 새로운 삶을 살고, 새롭게 다짐한 결심을 이행하는 첫 임무가 될 것이다.


“반드시 찾아줄게.”


그저 남에게 떠들기 좋은 허울뿐인 결심이 아닌,


“나에게 그 노예상들을 자세히 알려줘.”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


그래. 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



늑대가 말한 자들과 이 자들은 달랐다.

그건 인상착의부터 알 수 있었다.


늑대가 말한 검은 육망성 속 노란 별을 상징하는 조직.


‘베르타스.’


이들은 3년이란 그 짧은 사이에 뒷세계를 완벽히 지배한다. 훗날 뒷세계에서는 3년의 기적이라 불리는 조직.


하지만, 지금은 그저 작은 신생 조직에 불과할 것이다.


‘처음 이름을 날린 게 노예 매매라고 하더니.’


이제부터 활동하기 시작하는구나.


-아는 것이 있나?


늑대는 생각에 잠겨있는 나를 보며 물었다. 고개를 작게 끄덕거리며 대답해 주었다.


“그래. 아마 베르타스라는 조직일 거야.”

-베르타스?

“그래. 베르타스라는 신생 뒷세계 조직이 있어. 하나하나가 꽤나 강한 자들로 구성된 이들이지. 지금 우리를 잡아가는 이런 하찮은 자들과는 달라.”


지금 이 자들은 조금 무리를 하면 나 혼자서도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베르타스는 달랐다. 그들의 시작 서사는 아주 유명했다.


어느 날 나타난 수백의 강자.

그들을 이끄는 간부들의 최소 실력은 최상급 익스퍼트.

그 조직의 마스터는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내가 죽는 순간까지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하나는 소문으로 접해봤지.’


그들의 우두머리는 최소 최상급 익스퍼트를 뛰어넘는 소드 마스터 혹은 소드 마이스터라는 것.


‘어쩌면 그랜드 소드 마스터일지도 모르는 보스.’


단 하나의 정보로 판단해도 우리 둘이 덤비면 바로 죽겠지.


그렇기 때문에 무모하게 그 조직에 쳐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우리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널 일단 팔아야겠어.”

-뭐?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늑대의 표정 위로 웃음을 지어주었다.


-... 섬뜩한 미소인데..




베르타스를 들이받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늑대를 구매한 갑부는 어떨까? 그건 적어도 베르타스를 건드는 것보다 쉬울 것이다.


“이미 네 아이는 어느 돈 많은 자에게 팔려 갔을 거야. 우선 아이를 구한 후, 나중에 상황 봐서 베르타스를 치도록 하자.”

-그들의 힘이 강해도 나만큼은 아닐 것이다.

“개인의 능력으로 보면 그렇지. 하지만 아주 우수한 조직원 수백 명이 덤빈다면, 넌 아이도 너도 지킬 자신이 있나?”


내 말에 늑대는 못마땅한 기색이었으나, 지금의 전력으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했다.


-그럼 어떻게 아이를 찾을 거지?

“그건 쉬워. 경매장에 가면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깐.”

-방법이 있나?


그래, 있다. 나에게는 가장 큰 미끼.


“네가 있으면 성공할 방법이 있지.”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희소성이 높은 겨울 늑대의 새끼 늑대를 쥔 자는 결코 성체 늑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할 터, 그리고 무엇보다.


“겨울 늑대. 인간들은 입이 생각보다 가벼워. 그리고 잘못된 일을 잘한 일이라는 듯 자랑을 하고 다니지.”


그래. 특히 부유하고 허영심이 가득한 자들은 말이다.


마차는 쉴 틈 없이 굴렀다.

날이 갈수록 늑대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겨울 늑대는 추운곳에서 살아야 하는 녀석이다.

그런 놈이 이런 마차에 있다니. 녀석의 건강 상태가 심히 걱정되었으나, 단 한마디에 걱정이 날아갔다.


-체력을 비축한다. 아이를 구할 것이다.


빛을 보지 못 한 지 며칠이 지났다. 마차 나무 사이에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으로 하루하루를 새면서 실려 갔다. 그리고 낮에는 멈추지 않은 마차가 멈추었다.


곧 밖에서 다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 구ㅁ..고 ㅂ..있는..”

“ㄴ..오...에는..ㅅ..”

“...엄..도..ㅇ..ㄴ..ㅏ..”


결코 2명이 아니었다. 그래. 이 노예상들이 다른 이들을 만난 것 같았다.


혹시 모르니 목걸이형 아공간 주머니는 바지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서둘러 입에 천을 묶고, 끊어진 줄도 다시 묶었다. 늑대도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귀를 쫑긋거렸다.


그리고 마차의 문이 열렸다.

하얀빛을 등진 사내는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팔리기 전에 단장해야지?”


...뭘 하든, 바지 속 아티팩트는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첫 주는 모두 함께 (1) NEW 38분 전 0 0 12쪽
22 신입생 환영회(2) 24.09.18 4 0 12쪽
21 신입생 환영회(1) 24.09.17 5 0 11쪽
20 아카데미에 입학했다(3) 24.09.16 5 0 11쪽
19 아카데미에 입학했다(2) 24.09.15 6 0 11쪽
18 아카데미에 입학했다(1) 24.09.14 8 0 11쪽
17 아카데미에 입학하자(6) 24.09.10 10 0 11쪽
16 아카데미에 입학하자(5) 24.09.09 13 0 12쪽
15 아카데미에 입학하자(4) 24.09.06 16 0 11쪽
14 아카데미에 입학하자(3) 24.09.05 17 0 12쪽
13 아카데미에 입학하자(2) 24.09.04 16 0 11쪽
12 아카데미에 입학하자(1) 24.09.03 17 0 12쪽
11 아카데미로 가자(4) 24.09.02 18 0 11쪽
10 아카데미로 가자(3) 24.08.30 17 0 12쪽
9 아카데미로 가자(2) 24.08.29 17 0 12쪽
8 아카데미로 가자(1) 24.08.28 16 0 12쪽
7 노예경매(2) 24.08.27 16 0 12쪽
6 노예경매(1) 24.08.26 18 0 12쪽
» 납치를 당한다(2) 24.08.23 21 0 12쪽
4 납치를 당한다(1) +1 24.08.22 27 0 12쪽
3 마왕이 회귀하면(2) 24.08.21 25 0 12쪽
2 마왕이 회귀하면(1) 24.08.20 29 0 13쪽
1 프롤로그 24.08.20 33 0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