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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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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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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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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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입학하자(6)

DUMMY

시험은 시험에 불과했다. 그저 내 검술이 뛰어나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었다.


그러니, 아카데미 시험에서는 그 누구도 맹렬하게 마나를 휘감은 칼을 부딪치면서 싸우지 않는다. 그런 이가 있다면 참으로 이상한 자였다.


그리고 그 이상한 자가 바로 나였다.


아니지. 사실 난 이리 맹렬하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검을 빼 들고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달려드는 검사를 보고 검을 들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될까?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검을 드는 것이다. 적에게 대응하기 위해서.


‘기억하고 있는건가.’


블레이크는 차분하게 이젤키엘을 바라보았다.

분명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기억하는 것 같지만, 이 어설픈 검술 솜씨는 보면 또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상대를 바라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쾅-


서로의 검이 부딪히고, 둘이 튕겨 나갔다. 주춤거릴 틈 없이 바로 몸을 날렸다. 상대방도 나를 따라 몸을 날렸다. 둘의 사이가 좁혀지고, 마나가 섞인 검을 부딪치려는 순간.


“이젤키엘 드 엘리너 디토데닉.”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였지만, 분명 가까이 다가왔던 녀석은 들었을 것이다. 이 이름을 들은 후, 반응을 보면 알 수 있겠지.


신의 선택을 받고, 용사가 된 후 받은 그 칭호라면.


예상은 적중했다.

녀석의 눈이 잘게 떨렸다. 마치 들어선 안 될 이야기를 들은 이처럼.


‘기억이 있구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내 잘못이었다. 회귀라는 거대한 일이 진행되면서, 어째서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쾅-


둘의 검이 다시 부딪히고, 서로 떨어졌다. 바닥에 한 손을 짚어서 더 밀려나지 않도록 하며, 한 손은 검을 겨누었다.


“블레이크.”


검을 쥐고, 사납게 쳐다보는 이젤키엘이 작게 읊조렸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라는 듯 달려들었고, 그 행동에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검에 마나를 담았다. 적당하게. 그 어설픈 검 솜씨에 대응할 정도로만.


‘아니.. 그를 죽여야 하나?’


검에 마나를 조금 더 불어 넣었다.


이젤키엘. 용사인 그가 만약 전생을 모두 안다면. 그렇다면 디토데닉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일에 방해물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죽여야지.’


살심을 품었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마나를 한껏 담았다. 견습용 검이 부러지지 않을 정도지만, 이젤키엘은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마나.


‘죽인다.’


검과 검이 부딪히려는 순간.


쿠우웅-


검기가 우리 사이를 날라왔다. 급히 몸을 뒤로 뺐다. 멀리서 이젤키엘도 똑같이 몸을 뺐다. 그 검기의 주인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만.”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인이 만든 것 같은 유려한 검을 갈무리하여, 검집에 넣는 사람. 그는 아카데미의 검술 교수. 에드윈 교수였다.


“시험이 너무 과격해졌다. 평가는 충분히 되었으니, 이제 자리로 돌아가도록.”


그의 말은 끝났지만, 나는 검을 놓지 못했다. 그건 이젤키엘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검을 넣도록.”


다시 엄한 목소리가 들리고, 이젤키엘이 먼저 검을 갈무리했다. 그 행동에는 미련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였다.


그를 보다가 나도 그의 동작에 맞춰,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둘 다 누구도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등을 돌려 서로의 자리로 향했다.


이젤키엘은 떠봐서 알아낸 정보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블레이크는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있었다.


‘이해할 수 없어.’


그가 과거의 기억을 가졌다는 것은 알았다.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만 회귀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으니깐.


정작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다른 것이었다.


‘검술이 왜 저러는 거야.’


이젤키엘은 검사다.

물론 신의 힘을 받아들인 용사의 힘과 지금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술의 기초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마법과 검술의 차이점 하나다. 재능.


마법은 압도적인 재능의 영역이다.

오직 마나의 순도와 계산 능력. 그리고 그걸 운영하는 방법에 따라 천지 차이로 차이 나는 마법.


하지만 검술은 재능이 없어도 된다. 물론 있다면 더 쉽게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검술은 사실상 기초만 잘 다진다면 어느 정도 괜찮은 검사의 자리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젤키엘은 어느 정도 괜찮은 검사가 아니다. 세계 최강 검사다.


그라면 기초 정도는 알 터,


물론 어린 육신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그와 검을 나누며 알 수 있었다.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탄탄한 하체,

그 무엇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유연한 상체.


그의 육신으로는 충분히 좋은 검술을 선보일 수 있었다.


근데 어째서


‘왜 기초가 안되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마법의 의존성이 강했다. 그렇기에 회귀를 해도 그 기억을 바탕으로 꽤나 가성비 좋게 마법을 부리며, 살고 있었다.


‘도통 알 수 없네...’


블레이크는 연무장에서 시험 보는 중인 사람을 응시하는 이젤키엘을 보았다.


‘전생의 기억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말이지..’


분명 미래를 알지만, 그 실력은 없는.


이상한 일.


블레이크의 눈이 가늘어졌고, 그런 그를 옆에서 보는 황태자도 덩달아 이젤키엘을 보았다,



***



블레이크와 이젤키엘의 시험을 제외하곤 별다른 문제 없이 시험이 끝났다.


시험이 끝나고 블레이크는 이젤키엘을 찾아갈까, 했지만, 그는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결국 그냥 시험장을 나왔다.


“내 상대는 꽤나 쉬운 상대였어. 귀족을 붙일 수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예. 그렇지요.”

“귀족파의 사람을 붙이면 어쩌나 했는데 말이지.”

“예. 그렇지요.”

“...그대는 당근을 좋아하나?”

“예. 그렇지요.”


황태자의 말에 대충대충 대답하며, 머릿속으로는 이젤키엘을 계속 생각했다.


황태자를 따라서 마차로 향하고, 저택에 오고, 밥을 먹는 동안 블레이크의 머릿속에는 단 한 사람만 생각했다.


블레이크가 정신을 차린 것은 다음날이 되어서였고, 어김없이 황태자는 꽤나 좋은 정보를 던져주었다.


“그래서 파비안 교수의 수업은 단체 과제가 없는 점이 좋지만, 개인 과제가 꽤나 있더군. 하지만 도서관에서 찾으면 금방 답이 나오는...”


정보를 수집하고,


“하앗!”


훈련하고,


“오.. 이거 맛있네요.”


밥을 먹고,


그렇게 하루, 이틀, 나흘, 일주일이 지나고.


아카데미 인장이 찍힌 편지 두 통이 저택 안으로 날아들어 왔다.

그 편지에는 똑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축하합니다. 피아센트로 아카데미의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그간 시험을 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자랑스러운 피아센트로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기를 바라며, 입학식 일정과 학칙에 대해 적힌 종이를 보내드리오니, 반드시 읽은 후 입학식 참여 부탁드립니다. 필수 준비물은 따로 필요 없으며, 스템프는...]


앞장에 쓰여 있는 긴 글을 하나하나 읽어내렸다.


뒤에 두툼한 종이는 아마 학칙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건 차차 읽어보기로 하였다.


어쨌든 황태자와 나는 무사히 입학했고, 그날 저택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놀라울 필요가 없는 결과에 들뜬 고용인들에 따라서 파티를 즐기다 슬쩍 테라스로 빠져나왔다.


‘별이 없네..’


이곳은 별이 유난히 없는 것 같았다. 샤먼가나 외곽지역에는 빛이 없어서 그런지 별들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는데.


그게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밤바람이 좋으니 넘어가기로 하였다.


지금 나는 한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아카데미를 입학해야 할까?’


이젤키엘이 과거를 기억한다면, 그렇다면 이대로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이 정말로 좋은 것인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디토데닉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황실 서고에 가야 한다. 그래서 황태자와 친분을 만들기 위해 아카데미로 왔다.


‘하지만 지금도 황태자와 친분이 생겼어.’


더 친해지기는 어렵겠지만, 나름 친분이 생기지 않았는가?


‘이쯤 물러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어.’


이젤키엘에 의해서 만약에 디토데닉이 일찍 나를 발견 한다면 어찌 될지 모른다.


“하...”


세상 모든 일에는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고민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한숨을 내쉬고, 연회장의 불이 꺼질 동안 한참을 있다가 방으로 돌아갔다.


달조차 사라진 어두운 밤.


블레이크는 책상으로 가 그 옆에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옅은 보라색의 액체가 담긴 병이 있었다. 블레이크는 그 병을 들어 올렸다.


‘...더 강해지면.’


블레이크는 어떠한 생각을 했다.

마법에는 명백한 금기가 있었고, 그 금기 중 하나를.


‘이젤키엘이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그렇다면,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은 어떨까.’


순순히 그가 당할까는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어.’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블레이크는 아카데미 입학을 안 한다는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전생처럼 가문의 수배령 속에서 이곳저곳을 떠돌아야 했으며, 신에 대한 정보도 얻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전생의 반복이었다.


‘그 끔찍한 시간의 반복이라.’


블레이크의 손이 천천히 병을 향했다.



***



“오늘도 도착하지 않은 것인가?”


황태자는요 며칠간, 일어나면 이런 말만 했다. 바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직 오지 않으셨습니다.”


주어는 없었지만, 도착하지 않은 것은 블레이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파티가 끝난 날, 블레이크는 쪽지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저택의 모든 이들이 당혹스러워했지만, 그를 찾을 명분이 없었다.


쪽지를 남기고 스스로 사라진 손님을 무엇의 명분을 주고 찾겠는가.


결국 그들은 블레이크가 다시 이 저택에 오도록 손 놓기 기다려야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황태자 작게 혼잣말했고, 그 말에 바넬은 공감했다.


“그래도 입학식 전에는 온다고 했으니, 조금 더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요?”


바넬의 말에 황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3일 남았지.”

“예.”


앞으로 3일.

그 안에 블레이크는 다시 올 것이다.


그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



심장을 뜯어내는 것 같은 고통에 블레이크가 눈을 떴다.


“큽...”


아프다. 진짜 아프다. 죽을 때보다 더 아픈 것 같았다.


‘자.. 진정해..’


마나 증폭제를 섭취하면서, 온몸을 마나가 날뛰었다. 최대한 어르고 달래고 있었지만, 한계란 존재하는 법.


그가 갈무리하지 못한 마나들이 혈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덕에 온몸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그는 이럴 상황을 대비하여, 여관을 구해서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하였다.


“흐...”


잠시 진정된 마나를 느끼며, 블레이크는 앞에 놓인 병을 봤다.


고작 남은 시간은 3일인데 아직 병에는 3/2쯤의 액체가 남아 있었다.


‘이걸 다 먹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했다.

아직 마나들이 진정되지 않았지만, 병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죽지만 않도록 하면 돼.’


죽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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