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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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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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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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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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입학하자(5)

DUMMY

태양이란 무엇인가.


빛을 밝히는 것. 우리는 그리 생각할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


하지만 그 태양의 마주 선 자는 어찌 될까?


태양 빛에 타들어 간다.


태양은 이중성이다.

누군가에게는 한없는 축복처럼 내리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없이 날카롭게 비춘다.


그리고 블레이크는 태양을 마주하는 자다.


“뭐 하는 거지...”


멱살을 잡은 채, 한껏 노려보는 눈을 같이 노려보며 말했다.

그의 눈은 태양과 같았지만, 흡사 길들여지지 않은 맹수의 눈과도 같았다.


“뭐하는겐가!”


이젤키엘의 뒤에서 노성이 터졌다.

황태자가 다급히 다가와 이젤키엘을 밀쳤다. 분명 내쳐지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이젤키엘은 쉽게 물러섰다.


“아카데미 입학 시험장에서 누군가를 공격하다니.”


황태자가 조금 서슬 퍼런 목소리로 말했다.

한마디 한마디에 묘하게 집중하게 되며, 긴장이 서리게 만드는 목소리.


‘세이렌의 능력은 아니야.’


이건 군주의 목소리.

훗날에 이 제국을 이끌 자의 목소리였다.


“역사상 최초의 일이군. 그대의 이름은 뭐지?”


시험장 안에 있는 모든 이가 보고 있었다.

천천히 이젤키엘의 입이 열렸다. 그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젤키엘이라 합니다.”

“성은.”

“없습니다.”

“허...”


황태자가 당혹스럽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평민에 불과한 이가 한눈에 봐도 귀족의 자제로 보이는 이의 멱살을 잡았다.


아무리 자유 중립 구역이라고 해도, 아카데미라고 해도 범죄를 다스리는 법령은 제국에 따른다. 아카데미는 명백히 제국의 영토 안에 있는 것에 불과하니깐.


제국이 엄격히 다스리는 법 중에는 평민과 귀족을 나눈 법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는 당연히 평민이 귀족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 라는 법이 존재했고, 최소 옥살이 혹은 사형에 처하는 중범죄에 해당하였다.


물론, 아카데미 입학 시 안에서는 신분에 따라 격차를 나누지 않는다. 라고,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입학 전이다.


그러니 이번 사태는 제국의 법으로 다스려야 했다. 그것을 잘 아는 이젤키엘은 눈을 아래로 깔고 있었다.


황태자는 그를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대는 시험이 끝나는 즉시 경비대로...”

“전하.”


무례함을 알면서 블레이크는 그의 말을 끊어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을 손꼽으라면 바로 블레이크였다.


‘회귀는 아닌 것 같은데..’


회귀라고 하기에는 전장에서 함께 싸운 황태자에 대해서는 딱히 아무런 반응도 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마왕이라 확신했다면,


‘바로 죽였을 거야.’


지금 블레이크는 한 없이 약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죽이는 것을 일도 아닌데 멱살잡이만 하고 끝났다.


‘이상해.’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우선 미래에 이변을 만들 수 없었다.


“잠시 사람을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 아닙니까. 그러니, 오늘은 이만하고 시험을 보고 가는 것이 어떨까요?”


그가 그리 말하자, 황태자는 무슨 이런 호구 놈이 다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같았다.


맞는 말이다.

호구 짓이다.


한 명이라도 경쟁자를 떨어트릴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날아온 이젤키엘의 속도를 생각하면 입학할 가능성이 더 높겠지. 하지만 그것은 필요 없었다.


‘어차피 난 입학이 확정이니깐.’


마왕이 되지 않는 한 아카데미가 내 입학이 껄끄러워할 일이 딱히 없었다.


우선, 시험부터 보고 이젤키엘에 대한 것은 따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는 눈이 너무 많으니까.


“전하. 자리로 가시지요. 곧 시험이 시작합니다.”


내 말에 학생들은 시계를 보았고, 부랴부랴 서둘러 공부했다. 황태자는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잔뜩 내비치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서야 나는 우뚝 서 있는 이젤키엘에게 다가갔다.


“어서 가서 시험을 준비하게나.”


이젤키엘의 눈을 보고 싶었다.

그의 눈에 담은 것이 무엇일지 보면, 그가 과거를 기억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젤키엘은 눈을 보이지 않았다.


꾸벅-


인사를 하고선, 반대 자리로 가서 앉았을 뿐이다.


그 모습을 보다가 쓰러진 의자를 집어다가 앉았다. 그러자 아카데미 교수가 들어왔다.


“검술 학부 2차 시험 시작합니다. 모두 보던 것을 제출하세요.”


나누어진 시험지.

역시 시험문제는 꽤 쉬웠다.


문제를 풀고, 남은 시간에는 단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깃펜을 움직이는 검은 머리의 사내를.


시험이 끝나고, 그는 바로 사라졌다.


“가지 블레이크.”

“예. 전하.”


블레이크는 이젤키엘의 사라진 자리를 하염없이 보다가 느지막하게 황태자를 따라 시험장을 나섰다.



***



필기시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합격을 축하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3차 시험의 일정이 나왔다.


3차는 실기시험.


“마법 학부 입학 실기시험은 땅,물,불,바람 속성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가를 볼 거야.”


황태자는 꽤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었다.


“대부분, 땅은 테라, 물은 아쿠아, 불은 파이어, 바람은 에어로를 많이 연습하지.”

“가장 기초적인 것이군요.”


테라는 돌을 만들어 떨구는 것,

아쿠아는 물줄기를 내뿜는 것.

파이어는 작은 불을 만드는 것.

에어로는 바람을 칼날처럼 만들어 쏘는 것이다.


약하지만, 마법에 인문 한다면 그 누구도 쉽게 쓸 수 있는 것이었다.


“무 영창 마법을 쓰는 자들도 있나요?”

“반은 될 거야. 아주 기본적인 주문이니깐.”


영창은 마나를 마법으로 바꾸기 위한 길잡이 같은 것이었다.

더 위대하고 큰 마법이면 더 긴 영창을 외워야 한다. 하지만 저런 기본적인 마법이야 무 영창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더 위대한 마법들도 무 영창으로 가능하지만.


“뭐, 블레이크는 마법 실기야 그냥 통과하고, 검술 실기가 문제겠네.”

“검술 실기는 대전이죠?”

“응. 그놈이 안 걸리면 좋겠어.”


황태자가 칭하는 그놈이란, 이젤키엘을 칭했다.

그는 2차 시험 때 일어난 그 사건 이후로 이젤키엘을 몹시 마음에 안 들어 하며, 그놈이라 칭했다.


이젤키엘에게는 별 유감이 없긴 했지만, 그대로 굳이 황태자와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으니 그 호칭에 대해서 지적하지는 않았다.


“저도 안 걸리면 좋겠네요.”


블레이크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바랐다. 보자마자 멱살을 잡았다. 어떤 식이든 자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젤키엘이 좋아하지 않는 대상을 봐줄 리 없었다.


시험이야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니 통과할 수 있겠지만.


‘아픈 건 싫은데.’


굳이 아프게 맞으면서 입학할 필요가 있겠나?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마법 시험과 검술 시험 날이 다가왔다.


필기시험 때처럼 마법 시험 바로 다음 날이 검술 시험이었기에, 먼저 마법 시험부터 홀로 보고 나왔다. 걸린 시간이 얼마 안 걸리고 그다지 특별한 일도 없었다.


“안 만났지?”


마중을 나온 황태자가 속닥이듯 말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시험은 딱히 별 타격이 없었다. 문제라면.


-“블레이크 샤먼..? 샤먼..? 그 샤먼가의 사람이라고?? 나 피 한 방울만 줘! 어?”


그녀를 만날까 문제였지.

다행히 그녀는 없었고, 황태자도 안심했다. 그다음 날 우리 둘은 나란히 검술 시험을 보러 갔다.


거대한 연무장에서 서서 대진표를 보았다.


“음...”

“하...”


나는 침음을 흘렸고, 황태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대전 상대 때문이었다.


[블레이크 샤먼. : 이젤키엘.]


“미친 건가.”


황태자가 낮게 읊조렸다. 그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보았다. 다행히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 시험장 일을 보고 받았을 텐데 이렇게 만든다고?”


황태자의 말에 나도 고개를 기울였다.

황태자의 말이 맞았다. 괜히 입학시험장에서 싸움날 일이...


‘아 일부로인가.’


아카데미는 정보가 많다.

하지만 그 정보를 숨기는 것을 잘하는 존재들도 많았다.

그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놈들이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그들은 싫어할 터.


‘일부로 붙여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보려는 거구나.’


그들의 의도를 파악하니 헛웃음이 흘렀다.


하지만 블레이크도 내심 바라던 바였다.


‘만약 이젤키엘이 회귀 전을 기억한다면.’


그렇다면, 대책을 세워야 했다.


블레이크의 눈이 한 없이 깊어졌다.


시험이 시작되고, 역시 명문 아카데미의 시험을 통과한 자들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자들이 있었다.


대부분 검술의 기초는 다 때었고, 검을 잡는 자세부터 남달랐다.


‘저 정도는 견습 기사 정도는 되겠는데.’


꽤 잘하는 사람들을 머릿속으로 등수를 매겼다.


다음. 그리고 다음. 또 다음..


그렇게.


“블레이크 샤먼. 앞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그리고 상대는


“이젤키엘. 앞으로.”


이젤키엘.


우리는 또다시 서로를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



-“이 세상에 검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건 이름높은 대장장이의 말이자, 에드윈의 아비가 한 말이었다.

대장간에서 자란 에드윈도 아비의 말에 동의했다.


서슬 퍼런 하얀 날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지킬 수도 있었다.

모두에게 공평했으며, 누군가에게는 공포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었다.


그 검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린 에드윈은 아비에 말처럼 검을 사랑했다.

그는 여린 손으로 불 앞에 앉아 철을 녹이고, 망치로 두드렸다.


어른들이 부득부득 말렸지만, 그때 그는 드러누워서라도 그 짓을 했다.

그걸 본 대장간의 어른들은 못 말린다며 한숨을 쉬고선 그의 옆에서 어찌하는 것인지 알려주었다.


그때만 하더라고 에드윈은 당연히 자신이 대장장이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아름다운 검을 만드는 사람.


미래의 자신을 그린 에드윈은 행복해했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물로 부은 듯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다시 타올랐다. 검이 아닌 검술에.


에드윈은 아직도 검술을 처음 본 날을 잊을 수 없었다.


-“숲에 다녀올게요!”

-“조심하거라!”

-“네에!”


철부지 어린아이의 에드윈은 숲에 들어갔고, 거기서 곰을 만났다.


잔뜩 굶주린 곰을.


곰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어렸지만 알 수 있었다.


‘죽는다.’


등골이 서늘했다. 필사적으로 달렸지만, 고작 8살에 불과한 아이의 달리기는 하찮았다. 곰은 금세 에드윈을 따라잡았고, 에드윈은 죽음을 생각했다.


그때, 하얀 검신이 나타났다.


서걱-


검신에 작게 실린 푸르나 마나.


마치 대장간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녹지 않고, 오히려 빛을 머금는 검 같았다.


-“괜찮니 아이야?”


그날부터 에드윈의 꿈을 바뀌었다.

대장장이에서 검사로.


에드윈은 꿈을 향해 달렸다.

그는 재능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자 강해졌다.


대륙에서 손꼽는 강자가 되어도 사실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더 아름다운 마나가 없을까.’


에드윈은 아름다운 마나 속에서 빛을 내는 그 검을 보고 싶었다.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더 많은 이들의 검을 보기 위해서 아카데미로 왔고,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름다운 마나를. 아니, 마나들을 보았다.


황금빛 불꽃 속 빛을 내는 검신과 은색의 불길 속 빛을 내는 검신.


“하...”


그 마나들이 맹렬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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