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istance. 세개가 빛나길, 어제도 물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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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야상곡
그림/삽화
제13야상곡
작품등록일 :
2024.08.21 14:10
최근연재일 :
2024.09.20 15:41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309
추천수 :
0
글자수 :
78,339

작성
24.08.21 15:42
조회
3
추천
0
글자
5쪽

갈라진 세계, 이건 누구의 편이야.

DUMMY

전장.


그걸 실제로 본 적은 없어.


항상.


말.


말.


말.


무엇도 알려주지 않았어.


몰래 들은 기억으로


그려봤던 참수의 현장.


우리는 물감을 보고 떨었던가.


눈을 떨구거나


목이 쳐내진 것도


전부 상상 속 이야기.


결국


끝까지 알 수 없었어.


"..."


당연한가?


아일은 유능하니까.


그런 위협에


날 두고 도망가지 않았잖아.


그렇게 얻은 병이


대체 몇인지.


음.


간단했어


되게.


지옥이란 곳은.


아픈 게 익숙해지면


통증에 무뎌진다고나 하나?


그건 참 편리했어.


후벼파진 눈동자가


몸속 어딘가에 박혀있어도


아무렴 어때 하며 숨을 쉬고 있었으니까.


재생 불가능하게 으깨진 팔.


감각은 진작에 떠난 하체.


마치


몸속을 뜨개질 뜨는 기분?


아냐.


다 괜찮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아픈 거니까.


그래 지옥은


조금 달랐어.


말하자면 구역질?


토할 정도로 아픈 게 아니야.


토할 정도로


어지러운 기분.


그게 지옥인가 봐.


아아ㅡ


떠나가지 않아


아이들의 비명이.


어디로 간 거야 내 눈알은.


차라리 양쪽 눈으로 두 귀를 막았으면.


하나 남은 눈으로도


같이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이 보여.


환청.


환각.


그거야말로 아무렴 어때.


뇌가 녹을 정도로 어지러운 건


마찬가지인데.


...


머리통이 날아간 괴물.


입이 없는데


세상 비참한 비명이 들려.


허벅지에 박혀있는 건


그의 자녀인가.


같은 환각을 볼 일은 없고


아 역시.


현실이었나.


"..."


아일은 어떻게 했을까.


이제 난 뭘 해야 하지.


일단은


살아야 하나.


아직 오른팔은 움직일 수 있는데.


추하게 몸을 끌어서라도


가야 하나.


어디로?


비현실적이야.


그런 걸 바보로 부르고


애 취급당한 이유겠지.


사실 이대로 죽어도 될지도 몰라.


원래 죽을 운명이었잖아.


교통사고.


운 좋게 내가 살았던 거뿐이야.


그래서.


미친 게.


어이없이.


슬슬.


만족하다는 듯이.


실실.


끝나고 싶은 표정을 지었어.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웃는 것처럼 보였을까.


...


아일은 알아주겠지 이 모습을.


다행이야.


끝까지 지킬 수 있어서.


아일의 위치.


그리고 도움을 청하지 않아서.


열 발짝.


그 정도만 되걸어가면 아일이 있는 곳.


...


처음엔


꾹 참았어.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소릴 듣고 도망쳤기를 바랐지만


아일은 그럴 거 같지 않단 말이지.


이제 칭찬은 물 건너갔겠지.


왜 날 부르지 않았어!!!


하며.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아일의 얼굴이 보여.


그래..


이거야말로 환각이야.


그런데.


...


..


.


왜.


이렇게 아파.


왜.


참았던 눈물이 흐르는데.


아.


안 되는데.


이러면.


엉엉.


터져버린 수도관처럼


눌러왔던 감정이


펑!


이젠


소리 따윈 신경 안 쓸래.


내심 원하고 있었어


이 바보는.


아일을 말야.


도움받고 싶어.


칭찬도 마구마구.


그동안 힘들었던 혼자만의 생활도


전부 위로받고 싶어.


그리고.


"아일!!!!!!!!!!"


"으...ㅇ윽..!"


"아일!!!!!!!!!"


갈비뼈를 잡고


있는 모든 힘을 끌어서


소리친다.


"아일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


"난."


...


"사랑받고 싶었어."


"아일한테."


언니가 해준 말.


"우린 가족이니까..!!!"


절대 잊지 않아.


그렇게 마지막으로 지른 말.


이젠.


힘도


후회도


남아있지 않아.


끝.


엔딩.


다르르륽.


올라가는 크레딧.


이 정도면


언니의 인생에서도


한 편.


내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


하하.


맞다.


이게 있었어.


"..."


"푸훕.."


"흐으.."


"하하하!!!!"


곧 세계가 바뀐대.


1000년.


뭐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의 오차는 있겠지만.


정말 기념적인 날이래.


그래서.


꼭 같이 있고 싶었는데...


"..."


꼭.


주고 싶었는데.


"아일!!"


"응?"


싱긋.


"아일.. 그거 알고 있어..?"


"뭔데??"


"곧 2000년이 온대!!"


"아! 아.. 그렇네."


"흐응..."


유심히


그리고 지긋이 아일을 보는 리스.


"뭔가 어두워."


"어ㅇ?"


"아일! 뭔가 뭔가 분위기 어둡다고!!"


"2000년이 오면 좋은 거 아니야??"


"사람들이 다들 축제 준비에 한창이야!"


"아.. 축제."


"응.. 축제 좋지..!"


와아..!!


"그!.. 그러면 축제 때 빙수도 먹는 거야..?!"


"응."


"어!어.. 그러면 물고기잡이도??"


"그래."


"와아~! 그럼, 마지막으로 불꽃놀이는??"


"당연하지 리스, 축제잖아."


...


기뻐하지 않았다.


잠시 리스는 진정하더니.


이어 말했다.


"그럼."


"기차는?"


그 약속을


가볍게 걸었던 손가락이


흉터가 되어 돌아온다.


"그건 다음에 가자."


최대한 상냥하게 웃으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응..."


알아.


나도 어떤 기분인지.


어른들은 약속을 잘 안 지키거든.


...


이제야 나도 이모의 기분을 알겠어.


이런 감정이구나.


"(미안해 리스.)"


짧게 끝난 회상.


전하지 못한 사과.


그건 분명한 후회.


아일이 가진 수많은 기억 조각.


그중에서도


특히나 힘을 잃은 거울.


그건 지옥도


이별도 아닌


후회.


그리고 분명


그녀의 기억엔


너가 있어, 리스.


"..."


"미안해 아일."


유일하게 남은 후회가


이런 거라


"선물, 전하지 못했네..."


후훗.


"저기 아일."


.


가슴에


심장에.


("이건 너도 포함이야.")


("리스.")


그리고 또 다른 나에게.


"체리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일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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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 덕분에 보이지 않아. NEW 10시간 전 3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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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 의 우울. 24.09.19 4 0 2쪽
72 ⁻ 역시 귀찮더라. 24.09.18 5 0 2쪽
71 ⁻ 웃어줘. 24.09.16 5 0 2쪽
70 ⁻ 아그작. 24.09.14 7 0 2쪽
69 ⁻ 단면적의 가격. 24.09.13 5 0 2쪽
68 ⁻ 어디까지나 말장난. 24.09.12 6 0 2쪽
67 ⁻ 범인. 24.09.10 7 0 3쪽
66 ⁻ 소녀들. 24.09.09 7 0 2쪽
65 ⁻ 않은 세상. 24.09.05 8 0 1쪽
64 ⁻ 어째서야. 24.09.01 7 0 1쪽
63 ⁻ 언제나 재밌다니까. 24.09.01 5 0 1쪽
62 ⁻ 생각보다 빛났어. 24.08.30 8 0 1쪽
61 ⁻ 아닌 거 같기도. 24.08.28 9 0 1쪽
60 ⁻ 그 뒤편엔. 24.08.25 7 0 1쪽
59 [ 역원의 이야기. ] 24.08.23 12 0 1쪽
58 네가 웃은 결말. 24.08.21 9 0 7쪽
57 정말 듣고 싶던 말이야. 24.08.21 7 0 8쪽
56 빛나지 않던 돌. 24.08.21 7 0 3쪽
55 그래서? 24.08.21 2 0 5쪽
54 세개가 빛나길, 어제도 물어봤어. 24.08.21 4 0 1쪽
» 갈라진 세계, 이건 누구의 편이야. 24.08.21 4 0 5쪽
52 이젠 알겠네. 24.08.21 3 0 8쪽
51 남아있는 글라스의 생기. 24.08.21 4 0 4쪽
50 그걸로 되는 거야. 24.08.21 4 0 7쪽
49 기록자들의 사견. 24.08.21 4 0 5쪽
48 불문. 24.08.21 5 0 2쪽
47 여운이 남는다면 그걸로 되는걸까. 24.08.21 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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