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정말 대단한 힐러?!
018. 정말 대단한 힐러?!
협회 직원은 이한솔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 팀장님이랑 신 팀장님 친했잖아요. 연락 안 해 보셨어요?”
“어-. 그게···.”
한솔은 곁눈질로 옆에 있는 이를 쳐다봤다.
흑호를 안고 있는 하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쓰고 있는 가면 때문에 알 수 없었다.
볼을 긁은 한솔은 직원을 보며 입술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조만간 연락해 봐야죠.”
“얼마나 일을 잘하시는지 옆에서 한번 보고 싶었는데···.”
직원의 아쉬운 목소리에 듣고 있던 하람은 흑호를 폭 안은 채.
조금은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하람은 빠르게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갔다.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할 때.
흑호가 하늘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게 보였다.
‘카이르 뭐해?’
-응? 뭐다요?
흑호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게이트 안에서 날아다니는 몬스터 [하피]를 마음껏 잡으며 놀았다.
거기다가 주인의 버프가 기분 좋게 몸을 휘감았다.
조금이라도 생채기가 났다 싶으면 들어오는 힐.
그 기운은 무척이나 따뜻하며 시원했다.
게이트를 나섰을 때.
흑호의 눈에만 보이는 새가 있었다.
삐리-
흑호는 눈동자만 굴리며 자신의 주위를 나는 새를 바라보았다.
‘카이르 뭐해?’
주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응? 뭐다요?
고개를 돌려 주인을 보니 하얀 가면이 보였다.
앞발로 가면을 벗기려고 움직일 때.
주인이 자신의 발을 잡고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집에 가서 벗겨줘.”
-알겠다요!
흑호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눈앞에 있는 투명한 새는 주인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자신의 머리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주인. 여기 바람의 정령이 있다요.
“······?”
-잠깐만 있어 보라요. 내가 보이게 하겠다요.
흑호가 앞발을 휘두르자.
하람의 눈앞에 반투명한 새 한 마리가 눈에 보였다.
‘저게 바람의 정령인거니?’
-그렇다요.
신기했다.
흑호 앞에서 알짱거리듯 나는 모습이 뭔가 탐색을 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이상하당? 이 인간에게서 [세계를 휘감는 나무]님의 향기가 나는고당?
하람은 순간 들려온 말에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알은체 하지 않고 하람이 가만히 있자.
반투명한 새는 좀 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던 중.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뭔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리야- 어디 갔다 온 거야! 한참 찾았잖아.”
흑호가 앞발을 핥으며 머릿속으로 말했다.
-저 새 이름이 시리다요?
‘그런가 보네.’
반투명한 새와 손놀이 하듯 놀고 있는 여성 헌터를 보던 하람은 흑호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우리 흑호가 제일 귀여워.”
-···헤헤헷.
흑호는 주인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때.
“저기요- 헌터님.”
누군가의 부름에 하람이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 보았던 여성 헌터였다.
부스럭-
잽싸게 아이템 박스에서 메모지와 펜을 꺼낸 하람은 왼손으로 글을 끄적였다.
자신의 필체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한솔의 말에 왼손으로 글을 끄적였다.
[무슨 일 이신 가요?]
메모장을 본 제갈 지아는 눈앞의 남성 힐러가 말을 못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게···. 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 그게···.”
메모장을 본 제갈 지아는 자기소개를 하며 허리를 숙였다.
“제갈 지아라고 합니다. 엡실론 세대고, 헌터 등급은 D급이며 서울 아카데미 졸업을 했습니다.”
끄적 끄적-
[그렇군요 신하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절 부르신 걸까요?]
“아- 그게···.”
제갈 지아가 말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하람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려 주었다.
그녀는 입술을 씹으며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하면 게이트에서 동료를 잃지 않고 강해질 수 있나요?”
* * *
집으로 돌아온 하람은 2층 서재로 향했다.
“너희 집사 왜 저래?”
한솔은 거실에 앉아 장난감 인형을 핥고 있는 흑호를 보며 물었다.
크릉?
한솔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리다.
이내 장난감 인형을 핥고 물고 흔들며 혼자 놀기 시작했다.
후우-
차 안에서 하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그 제갈 헌터가 그렇게 질문했다고?”
“어-. 어떻게 하면 동료를 잃지 않고 강해질 수 있냐고···. 묻더라.”
“어렵네···.”
“그렇지···. 얼마 전. 친한 친구를 게이트에서 떠나 보냈나 보더라고.”
“···그래도 멘탈이 강한가 보네. 다시 게이트에 들어가는 거 보면.”
“그렇지도 않던데. 그만둘까 고민하는 중이라던데? 오늘 게이트 소집령 때문에 왔다가 내가 넣는 힐과 버프만 있으면 자기가 강해지고 있는 아카데미 친구들을 지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더라고.”
“흠-. 그거 참.”
“내 생각으로는 지금 팀장인 이선우한테 맡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긴 한데···.”
“이선우?”
“어- 알오팀에 선우한테 이야기해서 세뇌 술사 한 명 있는데 걔하고 상담 좀 해 보라고 할까 싶기도 하고.”
“세뇌술사··· 면 윤아람 씨?”
“어- 아람씨.”
“···그냥 심리상담으로 하는 게 낫지 않겠냐?”
“너 몰랐냐? 아람 씨 임상 심리상담가 1급에 정신보건 상담가 1급 가지고 있어. 거기다가 의대 졸업하고 인턴까지 한 일반의야.”
“······.”
하람의 말에 한솔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윤아람의 과거사를 전혀 모르고 그저 각성 능력인 [세뇌술사]만 알고 있었던 한솔이었다.
“어- 음··· 내가 실수 했네.”
“몰랐으니까. 너가 본부 떠난 지 2년 됐잖아.”
“그렇긴 하지? 아람 씨가 베타 세대던가?”
“어-. 그리고 워낙에 헌팅하다가 훼까닥 하는 얘들이 많아서 본부 지상 4층 구석에 상담실 하나 있거든 거기 담당이야.”
“많이 바뀌었네?”
“어- 너 폭주하고 난 뒤부터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되고 난 뒤부터 설치했지. 주 1회 강제 상담으로 1시간씩 꼭 해야 하고 안 하면 면허 갱신 못하게 되어 있어.”
“근데 난 왜 됐냐?”
하람이 답을 하려 할 때.
한솔의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 확인을 해 본 한솔은 피식 웃으며 화면을 돌려 하람에게 보여 줬다.
[오늘 경북 D급 [하피의 둥지]에 소집령 땜시 다녀온 썰 푼다.]
: 오늘 거기서 진짜 대단한 힐러 봄. 정말 신기하게도 가야금? 거문고? 그런 악기를 소환 하더니. 클래식연주를 하는데. 와- 진짜 힐이랑 버프가 장난 아니더라. 나 D급이라 [하피] 한 마리 잡는데 거의 10분 걸렸거든? 근데 그 힐러 분이 버프 한방에 하피 한 마리 잡는데 1분 컷 되더라. 와- 진짜 그 헌터님이 참여하는 공대 있으면 나 반드시 갈거임.
ㄴ나도 오늘 참여했는데. 진짜 쿨 타임 없이 스킬 맘껏 써 본 건 처음 이었음돠.
ㄴ구라노노!
ㄴ윗님 안 와봤제? 그러니 그딴 소리 하제?
ㄴ진짜 대단한 힐이었죠. 클래식과 국악 정말 잘 어울렸음요.
ㄴ구라도 이렇게 쌈박하게 싸지르네.
ㄴ구라아님요 정말임요
ㄴ주작 길드원입니다. 오늘 저도 경북 하피둥지에서 진짜 상처 하나 없이 토벌해서 얼마나 기뻣는지. 이런 기회를 주신 [미치광이 드루이드]님께 감사드립니다.
ㄴ청룡)스카우터입니다. 혹시 그 힐러분 연락처 아시는 분은 여기로 연락주십시오. 010-2558-XXX 부탁드립니다.
중간에 미치광이 드루이드라는 글도 보이긴 했지만 나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식은 확실히 시켜···놨. 아씨- 이것봐라. 벌써 나한테 연락오잖아.”
한솔은 기분이 좋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는 집에 들어가서 저녁 준비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하람이 2층 서재 의자에서 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크르릉- 크릉-
서재로 들어오는 흑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주인! 배고프다요.
“아!”
깜박했다.
하피를 몇 마리 얻어와야 했는데 잊었다.
흑호가 날아다니는 하피를 보며 했던 말이 뒤늦게 생각났다.
-주인 저거 닭이다요. 저거 많이 잡으면 구워주라요.
그 말에 약속까지 했는데.
잊었다.
내 실수.
“형아가- 금방 닭 사가지고 올 테니까. 한솔이 형이랑 함께 있어.”
-주인 빨리 온다요?
“응- 금방 다녀올게. 고성 군청 근처에 마트로 다녀올게.”
하람이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나가자.
통화 중이던 한솔이 전화를 끊고 하람을 불렀다.
“왜?”
“너 내일 부산 쪽도 한 번 더 뛸 수 있냐?”
“부산?”
“어- C급 게이트 [미노타우로스의 탑]”
“뭐- 일정은 네가 알아서 해.”
“어- 근데 너 어디 가냐?”
“흑호가 하피 사체 좀 챙겨서 튀겨달라고 했거든. 근데···. 하피 사체가 없어서.”
“어? 아- 쟤 환수였지. 잠깐만. 나 몇 마리 챙겨 온 거 있는데.”
터억- 턱-
마당에 하피 사체 10마리가 놓이는 것을 보자.
하람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걸 손질해야 된다는 생각에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이거 이대로 먹는데?”
한솔의 질문에 하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손질해야 해. 좀 도와주라.”
“그러지 뭐.”
선뜻 도와준다는 말에.
하람은 부엌으로 들어가 튀김 재료를 만들어 나왔다.
마당으로 나오자.
보인 것은 머리가 제거된 깔끔한 하피의 몸통만이 보였다.
“피는 제거 했지?”
“어- 독낭도 다 제거했어.”
“잘했네. 그러면-.”
하람은 마당에 화덕을 만들어 불을 피운 뒤
창고로 들어가 거대한 가마솥을 가져 나와 물로 한번 씻어낸 뒤.
화덕 위에 올렸다.
솥 내부의 물이 다 마르자.
가져나온 기름을 쏟아붓고 기름이 달궈질 때까지.
하피의 몸에 골고루 튀김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거 우리도 먹을 거지?”
“아니- 전부 카이르 거.”
“우리 먹을 닭은 먼저 튀겨야 하지 않겠어?.”
한솔의 질문에 하람은 부엌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래서 저기 있잖아. 닭 두 마리.”
“저녁은 안 먹고?”
하람은 다시 부엌 식탁 위를 가리켰다.
식탁위를 본 한솔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오-.”
잘 차려진 저녁 밥상을 본 한솔의 눈이 동그래졌다.
“조금 전에 들어가서 차려 놓은거야?”
“어- 냉장고에 있던 반찬 꺼내놓고 찌개 댑혔을 뿐인데 뭐.”
기름 온도를 확인한 후.
통째로 튀김옷 입은 닭을 집어넣자.
기름이 바글바글 끓는 소리를 내며 닭이 튀겨지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르-
비 내리는 소리 같은 튀김 소리.
그 소리에 흑호의 귀가 쫑긋거렸다.
닭 튀기는 고소한 냄새에 흑호는 홀린 듯.
가마솥으로 다가갔고.
하람은 깜짝 놀라 흑호를 말렸다.
“좀 있다가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응?”
-배 고프다요! 현기증 난다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만 참아.”
한솔은 까만 흑호와 하람의 대화를 들으며.
흑호가 배고프다고 찡찡거린다는 것을 눈치챘다.
“카이르- 이게 뭐게?”
한솔은 아이템 박스에서 꺼낸 기다란 스틱을 흑호 앞에서 흔들었다.
“어? 그거-.”
하람이 한솔의 손을 보고 뭔가 이야기하려 할 때.
흑호는 바람과 같이 날아 나비처럼 한솔의 손에 있는 스틱을 낚아채 담벼락으로 올라가 앉았다.
갑자기 비어버린 손을 본 한솔이 어이없다는 듯.
담벼락 위의 흑호를 쳐다봤다.
그 모습에 하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녀석 환수용 츄르라면 전광석화처럼 낚아채 버려.”
“그런건 진작 좀 알려 주라.”
“말 하기도 전에 꺼낸 게 누군데?”
옴뇸뇸-
흑호는 양손으로 스틱을 잡아 입으로 스틱 끝을 찢은 뒤.
내용물을 야무지게 핥아먹기 시작했다.
하피 튀김은 뒷전이었다.
‘이거 엄청 맛있는거다요. 이것만 먹고 싶은데 주인이 안 준다요.’
한참 스틱을 핥고 있을 때.
시선이 느껴졌다.
“저 자식- 굶기지도 않았는데 왜 저렇게 잘 먹는 거냐?”
- 작가의말
주말의 시작입니다.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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