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러시아군 대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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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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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교전

DUMMY

40일 넘게 한반도 북부를 돌아다니며 정찰 활동을 수행한 러시아군의 선견기병지대.


그 사령관, 미셴코 장군은 각지에서 들어오는 보고를 침착하게 받고 있었다.


“일본군 정찰부대가 정주에 도착했습니다.”


“일본군 주력은 제물포, 해주 그리고 진남포에 위치해 있으며, 평양과 안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주력을 안주에서 상대할 수는 없다. 후퇴하긴 해야겠으나, 아무래도 이곳 정주에서 코를 한번 꺾어주어야겠어.”


“옳으신 말씀입니다!”


모여있는 장교들 역시 상부의 소극적 방침에 불만을 품고 있던 터. 그들은 최소한 한번의 승리는 거두고 돌아가야한다는 미센코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그렇게 미셴코 부대의 정주 이동이 결정······되었으나.


“일본군이 도저히 도시 바깥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후속 부대를 기다리는건가?”


정주에 도착한 미셴코 부대는 도시에 주둔 중인 일본군 부대를 3일 동안이나 바깥으로 끌어내려 시도했으나 헛수고로 끝났다.


“역시 일본군 기병대는 우리 러시아군을 꺼려하는 모양이군.”


“아무래도 일본군은 체구부터가 작으니까요. 정면으로는 상대가 안되겠지요.”


“이정도면 직접 도시로 진입해서 일본군을 걷어내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잠시 생각을 가다듬던 미셴코의 고민을 끝내버린 것은 추가로 들어온 첩보였다.


“6, 70명 쯤 되는 일본군 기병이 추가로 도착해 식량과 말먹이를 공급받았습니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면 적과 싸워보기도 전에 정주에서도 퇴각해야할겁니다.”


미셴코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좋다. 내가 직접 선봉에 선다. 600명을 추려서 시가로 진입하도록.”


그는 마지막에 합류한 우수리 카자크 기병대 중대장을 향해 물었다.


“우수리 중대의 상황은 어떤가? 얼마 전에 합류했으니 싸우기가 힘들지 않나?”


“아닙니다. 안주에서 이틀 정도 쉬었으니 충분합니다.”


“좋아.”


중대장의 말에 미셴코는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피해가 커질 것 같으면 즉각 퇴각한다. 알겠나?”


미셴코가 의도한 것은 어디까지나 소프트한 터치.


어디까지나 소소한 승리를 거둬서 아군의 사기를 올릴 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서 원 역사의 정주 전투 역시 1시간 반만에 끝났고, 양측 사상 병력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의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전공에 미친 소위 하나와, 새 장비를 지급받아 그 어느때보다 사기가 충천한 카자크 소대의 존재였다.



* * *



“루슬란, 너 총 쏠 수 있겠냐?”


“물론이지. 넌 안되냐?”


우리는 참전이 결정되자마자 급하게 제1생도군단의 사격 교관인 보리스 알렉산드로비치 페트롭스키에게 집중 교육을 받았다.


우리 군단 출신이자 근위 저격 연대 장교로 아직 현역 같은 기량을 가지고 있던 양반이 어지간히 빡세게도 굴렸던지라, 우리는 금방 숙달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과녁과 실제 표적은 다르고, 또 기병 사격은 박춘명조차 처음.


이건 순전히 여기까지 말 타고 오는 동안 기량이 숙달되었기만 바랄 수밖에 없었다.


다만 믿고 있는건


‘수 주간의 모의훈련······ 과연 효과가 있을까?’


- 탕!


있었다.


내가 쏜 소총에 의해 일본군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옆에 있던 베틀리츠가 혀를 내두르면서 말했다.


“이 총 더럽게 안맞는데, 젠장. 루슬란 너는 잘 쏜다?”


- 야, 이건 솔직히 내 덕이다. 알간? 내가 사격만 하면 만발이었다고.


영관 진급하고 나서 사격을 했으면 몇 번이나 했으려고.


이건 확실하다. 내 재능을 ‘각성’해버린거다.


- 미친 놈.


첫 출진에서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시가전은 피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정주 시내에서 기병의 기동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의문이기도 했고.


- 그나마 이 시대는 단층건물이 대부분이니 사정이 조금 나으려나.


정주가 평안도의 주요 도시라고는 하지만, 평양이나 한성에 비할 바는 아니다.


민가도 그에 비하면 훨씬 듬성듬성하고 말이다.


그래도 기병이면 기왕이면 기동력과 충돌력을 살릴 수 있는 화끈한 전장이 선호되기 마련.


우리는 일본군의 우회 기동을 차단하라는 명을 받고 정주 외곽을 돌면서 눈에 보이는 일본군에게 총탄을 한방씩 먹여주고 있는 중이었다.


일본군은 병력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체계적인 시가전을 수행할 여건이 아니었는지, 소수의 병사들이 듬성듬성 흩어져있을 뿐,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했다.


방금도 머리를 빼꼼 내민 놈을 향해 나는 외쳤다.


“저 새끼 대가리 맞추면 3루블!”


“정말이십니까?”


나한테야 푼돈이지만 카자크 친구들한테는 연수입의 10%.


내가 카자크 병사들에게 포상을 걸자 병사들은 환호했고, 다음 순간 일본군 머리가 단숨에 터져나갔다.


“으윽······.”


그 모습을 본 베틀리츠가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 넌 괜찮아보인다?


나야 그렇지.


메스껍긴 해도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이것도 전쟁을 하다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사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제 와서 적성에 안맞는다고 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이 하나를 들쳐업은 조선인 아주머니 하나가 혼비백산해서 이쪽으로 뛰어왔다.


러시아군과 일본군의 교전이 벌어지는 동안 정주 백성들은 혹시 눈먼 총탄이라도 날아올까 대부분 문을 닫아걸고 몸부터 웅크리고 있던데.


나는 황급히 그 아주머니를 붙잡고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별안간 들린 조선어에 화들짝 놀란 그 아주머니였지만, 내가 어깨를 잡고 강하게 흔들자 겨우 입을 열어 대답했다.


“왜군, 말탄 왜군이 황급히 어딜 가는지 비키라고 야단이더니, 우리 애를 그대로 쳤습니다요!”


아이의 다른 곳은 멀쩡해보이지만, 다리만큼은 기괴하게 꺾여서 덜렁덜렁거리는게 되게 아파보였다.


“방금 전에 지나쳤나. 우리 본대를 차단하러 움직인 것 같은데?”


내 말을 들은 베틀리츠가 물었다.


“일단 저 애부터 어디로 데려가야하지 않을까?”


“등신아, 데려가긴 어디로 데려가 인마?”


여기는 의무대도 군병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일로 시간을 지체하는게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는 혀를 차면서 다리가 덜렁거리는 아이에게 부목을 대주었다.


베틀리츠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빨리 따라잡기나 하자고. 일본군이 방해 없이 우리 본대랑 마주치면 장군은 분명히 뒤로 빼려고 할걸.”


나는 마음이 급했다.


보아하니 방금 지나간 일본군 기병대의 숫자도 5~60명 쯤 되는 것 같은데, 설마 미셴코가 거기에 겁먹고 후퇴하진 않을거라 믿고 싶지만.


글쎄, 알지 않는가. 미셴코에게 중요한건 적당한 교전과 적당한 전과지, 피해를 감수하면서 적과 싸우는게 아니라는걸.


우리 소대는 이야기가 조금 달랐지만.


“아주머니, 우리가 아드님 다리값은 대신 받아드리겠수다.”



* * *



민가 사이를 달려가며 막 일본군 기병대를 따라잡았을 때.


그들 역시 우리를 보았는지 우왕좌왕 소란이 일어났다.


“생각보다 대가릿수가 많은데?”


베틀리츠가 외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총으로 멍청하니 말머리를 돌리던 일본군 한놈의 머리를 쏴버리면서 외쳤다.


“저 좆만한 놈들 상대하는데 숫자 좀 딸리면 어떻냐! 우리가 일인당 두 명 상대도 못하냐? 제대로 선회하기 전에 지금 들이쳐!”


길은 양 옆으로 제법 넓게 틔워져있었지만, 수십 명에 달하는 기병들이 한꺼번에 선회하기에는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그 말인즉슨, 뒤를 잡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뜻!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양측에서 퍼붓는 마상 사격!


박춘명의 말로는 러시아군이 쓰는 모신나강보다 일본군이 쓰는 30식 소총의 명중률이 조금 더 높다고 하던데, 그런건 이 상황에서는 의미 없는 이야기일 뿐.


이렇게 과녁이 밀집된 상황에서는 조준도 필요없다.


- 타타탕!


귓가 근처로 총알이 슝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커억!”


내 옆에서도 소대원 하나가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 않고 말을 달렸다.


“한번 더 쏴!”


- 타타탕!


또다시 이쪽과 저쪽에서 죽음이 피어났다.


하지만 괜찮다. 귓가를 스치는 공포는 곧 폭발하기 시작한 아드레날린에 의해 날려가버렸으니.


“젠장, 저 새끼들 물러설 생각을 안하는데?”


그럼 인마, 대충 총이나 빵야빵야 쏘다가 끝날줄 알았냐.


“우리라도 잠시 물러났다가······.”


“뭘 물러나! 이런 호기를 놓치면 저 새끼들 못 잡아내!”


일본군에게 닿기 직전, 다시 한 차례의 사격을 주고 받은 우리는 일제히 총을 내버렸다.


이 낭만의 시대, 기병은 총검 따위는 휴대하지않는다.


어차피 허리춤에 장검을 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비하면, 총검 쯤이야 거추장스러운 무기일 뿐.


나는 새로 지급한 샤쉬카(카자크 기병도)를 뽑아들며 외쳤다.


“전부 목을 따버릴 수 있겠지?”


나의 질문에 카자크 기병들은 흉흉한 기세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두 차례의 사격에서는 우리가 좀 더 이득을 보았는지, 남은 상대 기병의 숫자는 우리와 제법 비슷했다.


그렇다는 말은, 순수하게 백병전으로 싸움의 결과가 판가름난다는 뜻.


“돌격!”


샤쉬카를 뽑아든 우리에 맞서, 일본군 기병 역시 세이버를 뽑아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기습공격에 당황하고 있었고, 숨쉴 틈 없이 이어진 백병전에 대비해 제대로 된 공격 대형조차 형성하지 못한 상황.


한 명의 조선인과 수십 명의 카자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 들었다.


하늘 높이 쳐든 샤쉬카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역시 낡아빠진 중고 장비 대신 내가 새로 지급하길 잘했군.


- 적을 더 잘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

그냥 간지나니까 그런건데. 하지만 그 이유도 나쁘지는 않군.


어쨌든 이기러 온 전쟁이니까 말이다.


“다 쳐죽여라!”


양측의 기병이 마구 얽혔다.


잠시 후 비명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 * *




“사, 살았어······.”


베틀리츠는 피에 젖은 몸으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그 옆에서는 내가 중대장의 칭찬을 듣고 있었다.


“정말 훌륭한 무훈이었네, 루슬란 니콜라예비치 소위. 미셴코 장군께서도 칭찬하시더군.”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나는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기습한 일본군 기병대는 교전 소식을 들은 미셴코 부대에 의해 섬멸당했다.


양 옆이 모두 민가로 가로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여댄 백병전이다.


우리가 있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뻥 뚫린 뒤쪽으로 도망칠 것이냐.


내가 아는 일본군도 한또라이하지만, 내가 직접 현질한 카자크 병사들에게 미칠 수는 없었다.


실제로 말이나 병사들의 체급 자체가 다르기도 했고.


백병전에서의 열세를 직감한 그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지만, 마침 우리가 벌인 교전을 발견하고 접근한 미셴코의 본대에 의해 전부 섬멸당했다.


그 말인즉슨, 정주에 개별적으로 흩어진 일본군을 제외하고는 일본군 정찰부대는 전멸했다는 뜻.


그만큼 피해는 막심했지만, 어설프게 총격이나 주고 받다가 후퇴하는 것보다는 훨씬 명확한 결과다.


우리의 승리.


“상부에선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랍니까?”


“그래, 일본군 정찰부대를 정주에서 끊어낸건 분명 공적이지만, 일본군이 추가로 투입되면 우리만으로 막아내기엔 불가능할테니까.”


결국 미셴코는 소소한 승리만 거둬서 철수한다는 방침을 바꾸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친김에 한가지를 건의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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