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467
추천수 :
1
글자수 :
431,031

작성
24.08.27 10:12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두근두근 뮤직비디오 촬영

DUMMY

아,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재밌는 사실들을 발견했다.


이것은 오직 루시퍼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루시퍼 연예인들에게는 여러 곳에서 협찬이 들어온다.


옷은 물론이고 신발이나 액세서리 같은 것들도.


슬기 역시 루시퍼라는 간판 덕분인지, 아직 데뷔도 안 한 신인임에도 다양한 곳에서 협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루시퍼 소속 연예인들과 일반 연예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점이 있었다.


루시퍼 연예인들도 분명 협찬을 받긴 받는데, 정작 그것을 직접 입거나 착용을 하진 않는다.


뭐, 취향이 독특한 요괴들은 인간 생활을 피부로 느끼며 깊게 체험하기 위해 직접 하나하나 입기도 한다는데, 그들은 정말 손꼽히는 소수고 나머지들은 아니다.


한번 촬영할 때마다 수십 벌의 옷들을 전부 입었다 벗기도 귀찮고 세탁 문제도 있어서 일반적으론 그들의 힘인 요기로 이 부분을 해결했다.


때문에 루시퍼에서 제일 한직이 바로 스타일리스트들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실제 옷을 한번 보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옷에 요기를 불어넣어서 그 위에 환각을 덧씌운다.


슬기는 촬영 때마다 은후가 이것을 도와주었다.


오늘 있는 뮤직비디오 촬영에서도 그랬다.


“이리 와, 슬기.”


대기실 안.


슬기는 자신을 부르며 손을 내미는 은후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의 손바닥에서 서서히 흘러나온 사늘한 요기가 슬기의 온몸을 휘감고는 천천히 퍼져 나갔다.


그러더니 입고 있던 슬기의 옷이 확 변했다.


편안한 브이넥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가 단숨에 여신 느낌이 나는 깨끗하고 청순한 흰색 드레스가 되었다.


오늘 뮤직비디오 촬영에서는 갈아입어야 할 옷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미 프로필 촬영과 앨범 재킷 촬영을 하면서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때마다 뭐랄까.


슬기는 자신이 옷 갈아입히기 놀이를 하는 은후의 인형이 된 느낌이다.


예쁜 옷을 잔뜩 입어 볼 수 있어서 솔직히 말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편하고 좋다. 그런데 이게.


‘기분이 참 묘하단 말이지.’


힐끔.


슬기는 눈동자를 또르르 굴려 은후를 보았다.


그는 무척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뭘 입혀도 그럴듯하게 태가 나니, 이거 생각보다 꽤나 재밌군.”


흐뭇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은후가 그렇게 말했다.


진짜 독특하달까.


자신은 여자니까 이 과정이 재밌을진 몰라도 은후는 남자에다가 더군다나 요괴인데 이런 걸 저리 좋아하다니, 여러모로 그는 참 독특하다.


그리고 은후가 자꾸만 저렇게 묘한 눈길로 쳐다보니까, 어쩐지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자꾸만 묘해지고 있다.


‘저 눈빛만 좀 자제해 주면 참 편할 것 같은데.’


근데 또 너무 즐거워하고 있는 게 확연히 보여서 대놓고 그러지 말라고 말도 못 하겠다.


똑똑.


홀로 잠시 난감해하고 있을 때, 마침 대기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슬기 씨. 준비 다 되었나요?”


조금 전에 밖에서 보았던 조감독의 목소리.


“아, 네! 지금 나갈게요!”


“슬슬 가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던 이도진 실장이 먼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와 함께 슬기가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은후와 흑아가 어슬렁거리며 따라나섰다.


“그게 뭔 헛소리야! 다 세팅되고 이제 슛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콰앙!


촬영장에 막 도착한 슬기는 소란을 느꼈다.


오늘 뮤직비디오 촬영을 총괄 진행할 정수찬 감독이 한껏 열이 받은 채로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스태프들에게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어? 어? 그, 글쎄요.”


이도진이 자신들을 데리러 왔던 조감독에게 슬며시 물어보았지만, 그도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가서 물어볼게요.”


조감독이 서둘러 근처에 있던 다른 스태프에게 달려가 현재 상황을 물었다.


얼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난 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이 보였다.


조감독은 곧바로 감독에게로 후다닥 달려가 또 몇 마디를 나눴다.


그러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슬기 일행에게 돌아왔다.


“어, 어쩌죠? 상대역을 맡기로 한 신인 남자 배우가 잠깐 현장에서 자리를 비웠다가 그사이에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실려 갔다는데요.”


“네?”


이도진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많이 다쳤답니까?”


“아니요. 그건 아니랍니다. 제 딴엔 서두른다고 녹색 신호가 바뀌기 직전에 뛰어 길을 건너다가, 때마침 급하게 우회전하며 들어오는 차에 치일 뻔했는데, 다행히 충돌 전에 재빨리 피하긴 했다네요.”


“그런데요?”


“그러면서 다리를 좀 삐었답니다. 근데 이게 갑자기 심하게 부어오르기 시작해서, 조금 전에 막 검사차 병원으로 보냈답니다.”


“아니, 배우면 얌전히 안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지.”


쯧.


이도진이 낮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더구만. 하아. 오늘은 좀 사건 사고 없이 조용히 넘어가나 했더니.”


“에고.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루시퍼 쪽 일을 맡으면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스태프들은 언제나 잔뜩 긴장하고 대비를 하고 있는데, 저쪽 배우가 생초짜 신인이라 전혀 소문을 몰랐나 봅니다.”


“하아아.”


이도진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유명한 소문이라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 따로 미리 주의라도 줄 걸 그랬네요.”


조감독의 말마따나 신기하게도 루시퍼 소속 연예인들과 작업을 할 때면 어째서인지 이상한 사건 사고들이 자주 일어났다.


스태프나 배우 중에 누가 다친다거나, 물건이 깨지고 부서진다거나, 누군가가 귀신을 보거나 하는.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런 사건이 있었던 작품은 어김없이 최소가 대박이 났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유명 녹음실에서 작업하다가 귀신을 보거나, 귀신의 울음소리가 같이 녹음되거나 하면, 그런 노래는 꼭 대박이 난다는 미신들.


그와 비슷한 것으로 가까운 곳에선 이현수의 스튜디오를 예로 들 수 있다.


단, 여기 귀신들은 때때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이현수의 바로 옆에서 떠나지 않고 24시간 365일을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지만.


“이미 다친 걸 어쩌겠습니까. 사실 알고서 조심한다고 해도 피하기가 힘들긴 하죠. 크게 안 다쳤다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네.”


“그나저나 정 감독님이 촬영은 어떻게 한다던가요? 그대로 진행한답니까? 대역은요?”


“우선 지금 몇몇 비슷한 배우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도진이 다시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잠시 무언가에 골몰하던 그가 힐끗 은후를 보다가 조감독에게 물었다.


“이번 상대역 배우 콘셉트가 무사였죠? 장신에다 어깨가 넓은.”


“아, 네. 슬기 씨가 안겼을 때 품에 쏙 파묻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가슴을 가진······.”


“그럼 대역 안 찾으셔도 되겠어요.”


“네?”


“마침 적당한 사람이 있어서요, 바로 옆에.”


덥석.


이도진의 손이 옆에서 태연히 팔짱을 끼고 유유자적하게 서 있던 은후의 어깨를 힘주어 꽉 잡았다.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일단 위급 상황이니. 옷 좀 벗으시죠.”


마지막 말을 들은 은후의 한쪽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얼굴은 거의 안 나온답니다. 끽해야 코 밑이랑 등이 좀 노출되는 정도? 원하시면 지금이라도 살짝 얼굴을 바꾸셔도 되고요. 다른 사람 또 금방 찾았다고 하면 되니까.”


돌아온 대기실 안.


이도진의 설득에도 은후는 계속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요마왕이 되기 이전에도 고위 귀족으로 쭉 귀하게 살아왔던 그가 타인에게 자신의 알몸을 함부로 노출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고위 귀족 중에서도 망나니 같은 놈들은 시도 때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벗어젖히고 돌아다니긴 했지만, 은후는 결코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슬기가 곤란해하지 않습니까? 이럴 때 은후 님이 도와야지 누가 돕겠어요.”


“······어쩔 수 없군.”


은후가 한숨을 쉬며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스르륵.


그의 옷이 중력에 따라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


바닥에 채 닿기 전에 흑아가 능숙한 솜씨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곱게 펴서 옷걸이에 반듯하게 걸었다.


“얼굴은 바꾸도록 하지.”


그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은후의 얼굴이 변했다.


이를 본 도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슬기 역시 도진의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 변한 은후의 얼굴이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변장하고 있었던 대로 마돈석과 무척 닮아 있었던 탓이다.


“······그 얼굴도 나쁘진 않은데, 이번 배역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본래의 얼굴에서 조금만 바꾸는 거로 하죠.”


도진의 의견을 수용해서 은후는 다시 외모를 바꿨다.


낮게 한숨을 쉬더니, 이 현장에 처음 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 본래의 진짜 얼굴에서 단지 머리색과 눈동자색만 슬기와 같은 검은색으로 바꾸어 버렸다.


“좋아. 이제 가 볼까요?”


만족스럽게 미소 지어 보이는 이도진을 따라 일행들은 다시 촬영장으로 향했다.


은후의 상반신을 뚫어져라 훑어보던 정수찬 감독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으하하하. 좋아, 좋아. 전에 점찍었던 놈보다 상태가 훨씬 더 좋구먼. 바로 촬영 들어가지.”


감독의 오케이가 떨어지고 은후의 앞으로 촬영 콘셉트가 그려진 콘티가 내밀어졌다.


조감독이 그 옆에 붙어서 전체 스토리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슬기의 매니저로서 오늘 촬영 내용에 대해 먼저 숙지하고 있었기에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그냥 조감독이 계속 설명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자, 그럼.”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기 직전.


역할에 맞는 웃옷을 걸친 은후가 슬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슬기.”


슬기는 은후의 손을 잡고 그가 이끄는 곳으로 갔다.


“레디이이─.”


사전에 정해진 위치로 정확히 가서 멈춰 선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았고.


“액션!”


드디어 촬영이 시작되었다.








“호오, 생각보다 슬기가 연기도 꽤 하네.”


카메라 뒤쪽에 대기하고 있는 스태프들 사이에 끼어서, 슬기와 은후의 연기를 지켜보던 이도진이 말했다.


옆자리에 함께 있던 흑아도 그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애초에 드라마도 아니고 뮤직비디오 촬영이라 큰 연기력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고 염려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슬기의 연기력은 꽤 괜찮았다.


루시퍼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몸담고 있던 전 소속사에서 연습생으로 있는 동안 여러 가지를 배웠다더니, 그 덕을 지금 톡톡히 보는 듯했다.


사실, 루시퍼에는 관리하는 연예인들을 위해서 따로 마련해 둔 전문적인 트레이닝 코스들은 없다.


혼자서 따로 제대로 공부를 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겐 개인 선생을 차후에 붙여 주긴 하지만, 맨 처음의 연습생 때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닦아 가며 키워 주는 시스템은 전무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는 역시 그들이 요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명목뿐인 짧은 연습생 시기 동안에 주로 하는 일이라곤 인간 사회에 관한 상식들을 공부하는 것 같은 타 차원 적응 프로그램들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이쪽 예능 분야에 있어서만은 딱히 집중 교육이 필요가 없달까.


요괴들은 기본적으로 타고나기를 요사스럽고 능청스러우며 또 뻔뻔하다.


그들 하나하나가 날 때부터 워낙에 간들이 큰 종족이라, 카메라 앞이나 인간 무리들 사이에 끼어 있다고 해서 새삼스레 위축이 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두근두근 뮤직비디오 촬영 24.08.27 19 0 12쪽
20 두근두근 뮤직비디오 촬영 24.08.27 17 0 11쪽
19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16 0 11쪽
18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19 0 11쪽
17 달과 별 그리고 폭포수 아래서, 그대와 나 24.08.27 22 0 11쪽
16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1 0 13쪽
15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19 0 13쪽
14 이세계의 심마니가 되다 24.08.27 20 0 11쪽
13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2 0 11쪽
12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4 0 12쪽
11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1 0 12쪽
10 Radio Killed The Video Star 24.08.27 23 0 13쪽
9 마주 잡은 손 24.08.27 23 0 11쪽
8 요괴 기획사 24.08.27 22 0 11쪽
7 요괴 기획사 24.08.27 24 0 13쪽
6 너, 내 아이를 낳아라 24.08.27 31 0 12쪽
5 차원의 저편 24.08.27 30 1 14쪽
4 우리 도련님이 고자라니! 24.08.27 33 0 12쪽
3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35 0 13쪽
2 남자는 차원의 패자가 되길 소망했다 24.08.27 44 0 11쪽
1 소녀는 별이 되기를 꿈꾸었고 24.08.27 8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