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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7 10:17
최근연재일 :
2024.09.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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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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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회는 잡는 것 (3)

DUMMY

“대타요?”

“뭘 놀라고 그래. 내가 숙소에서부터 얘기 했잖아. 대타 나갈 거라고.”


내가 신 감독님의 말을 전하자, 신건우는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그렇긴 한데··· 설마 진짜 그럴 줄은 몰랐죠. 그것도 지금처럼 중요한 상황에서···.”


녀석이 말끝을 흐리며 그라운드 쪽을 힐끗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였다.

사실상 지금이 승부처다.

여기서 최소한 1점이라도 따라가지 못하면 오늘 승리는 날아갔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아직 신건우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


“어차피 너 바로 안 나가. 최소한 한 타자는 더 보고 들어갈 거야.”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다음 타자가 오늘 타격감이 좋은 심준현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신건우에게 타이밍을 맞출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중간중간 몸은 계속 풀어놨어?”

“네.”

“그럼 어서 배트 들고 와. 타석 들어가기 전에 빠르게 스윙 봐줄 테니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리나케 달려가 헬멧과 보호대를 착용하고 배트를 들고 오는 신건우.

녀석이 타격 자세를 취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노란색 빛이 보였다.

그래도 전보다 나아진 게 있다면, 스윙할 때 초록빛으로 변하는 빈도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


“머리 흔들리지 않게 고정 잘 하고.”


간단한 조언을 곁들이자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지금 그 느낌 잊지 마.”

“예.”

“잘할 자신 있지?”

“당연하죠. 며칠 안 되긴 했어도 코치님이랑 그렇게 훈련했는데요.”



***



경지고 쪽 관중석.

신건우의 엄마인 김희경은 시합을 지켜보며 전날 아들에게서부터 온 문자를 떠올렸다.


[엄마. 이번 경기 보러 올래요?]

[웬일로? 연습 경기 때도 오지 말라고 하더니.]

[잘하면 내일은 시합 뛸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오랜만에 장담하는 아들의 모습.

이를 보고 설레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때문에 그녀는 기존에 있던 약속을 전부 취소하고 야구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8회가 될 때까지 아들의 이름은 전광판에 걸리지 않았다.


‘그럴 수 있지.’


아쉽긴 했지만 누구보다 속상한 건 신건우일 터.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오랜만에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중이었다.

그러고 있을 때였다.


“어머. 몰랐는데 건우 엄마 왔었네요?”


한 어머님이 옆자리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김희경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옆에서 사람 좋은 척 생글생글 웃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신건우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차지한 2학년의 어머니였으니까.


그래 그거야 그럴 수 있다.

저쪽 아들의 실력이 더 좋은데 어쩌겠는가?

문제는 그 사실을 앞세워 사람은 은근히 무시한다는 점이다.


“건우 시합 못 뛰어서 그동안 안 오시던 거 아니었어요?”

“꼭 그렇다기보단 집이 서울이랑 좀 멀어서요.”

“아 그렇구나. 제가 착각했네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건우 어머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뭐가요.”

“애들 유니폼 손 빨래 안 해도 되잖아요. 우리 애는 시합만 갔다 오면 유니폼에 흙이 덕지덕지 묻어서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그러면서 세상 불쌍한 척 하는 모습.

김경희는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정말이지. 참 재수 없는 인간이다.


따악!


때마침 심준현의 타격이 이루어졌다.

아쉽게도 내야를 벗어나지 못 하고 높이 뜬 공.


“아웃!”


무사 1, 2루의 찬스가 1사 1, 2루로 바뀌고 말았다.

병살타 하나만 나와도 자칫 이닝이 종료될 수 있는 상황.


“어마 어머 어머 어떡해!”


2학년 어머니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가 자신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잘 쳐야 할 텐데. 건우 엄마 같이 응원 좀 해줘요. 애가 발은 빨라도 타격이 살짝 아쉬워서 어쩌지.”

“···.”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김희경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으응? 우리 애가 왜 다시 들어오지?”


2학년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다시 벤치로 들어오는 것을 보곤 의아함을 표했다.

그리고 그 의문이 풀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타. 12번. 신, 건, 우.]


“!”


김경희의 눈이 어느 때보다 크게 떠졌다.

2학년 어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건 덤이었다.



***



부웅, 부웅-!


타석에 들어가기 전.

신건우는 연신 배트를 돌리며 자신의 폼을 가다듬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격하게 뛰는 중이었다.


이게 대체 얼마만의 출전이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기억 나는 게 올해 2월 초에 있던 연습 경기가 전부.

사실 별로 기억하고 싶은 기억은 아니다.


4타수 0안타 2삼진.


그때도 처참하게 못했으니까.

설령 아웃이 되더라도 팀배팅이라도 했으면 최소한 1인분을 하는 건데, 당시의 신건우는 그마저도 못했다.

그러 마당에 수비까지 불안정하니 2학년에게 밀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이번만큼은 기필코!’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었다.


“플레이!”


타석에 서자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을 가득 메우던 상념 또한 사라졌다.

지금 자신에게 보이는 건 마운드 위 투수 한 명.


‘커브. 커브 하나만 노린다.’


패스트볼 만큼이나 커브에 강점을 가진 선수다.

앞선 타자들에게 포심을 많이 보여줬으니, 자신에게 다르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대타로 나오는 타자 대부분은 패스트볼을 노리기도 하고.


퍼어엉!


“스트으으라이크!”


[145km]


초구는 빠른 공.

아쉽게도 예상이 빗나갔지만, 신건우는 심호흡과 함께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곤 아까와 같은 노림수를 갖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하지만.


퍼엉!


“스트라이크 투!”


[142km]


수싸움에서 완전히 밀리고 말았다.

단숨에 0-2를 만든 투수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젠 물러날 데가 없다.

노림수고 뭐고 이젠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다 싶으면 돌려야 하는 상황.

그럼에도 신건우는 내심 결정구로 커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 번 연속 같은 공을 던질 가능성은 낮으니.

그러나 오판이었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쏘아진 순간.

신건우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패스트볼이라는 사실을.


‘이런···!’


다급히 배트를 돌렸다.


따아아악!


한참이나 타이밍이 늦었음에도 공이 배트에 걸렸다.

빠르게 쏘아진 공이 파울 라인을 넘어가 외야 펜스를 두들겼다.


‘와··· 박 코치님이 알려준 스윙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삼진이었다···.’


이번 파울을 통해 아주 여실히 느꼈다.

타격면을 넓히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동시에 자신의 스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집중만 한다면 어떻게든 그라운드 안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할 수 있다.’


후우!

신건우가 짧게 숨을 뱉으며 타석에 섰다.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잔뜩 끌어올린 채였다.


반면, 자칫 장타를 허용할 뻔한 투수의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여유로운 모습은 어디 가고 어느새 진지해진 얼굴.

조금 전 타구를 의식했는지, 선인고 배터리가 연속해서 유인구를 던졌다.


“볼!”


1-2


“볼!”


2-2


떨어지는 커브 하나, 하이 패스트볼 하나.

그럼에도 신건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젠 무조건 커브 온다.’


아무리 파울이었어도 큰 타구가 나온 탓에 쉽사리 빠른 공을 던질 순 없다.

그리고.


“흐읍!”


이번 만큼은 신건우의 생각이 적중했다.

투수가 공을 뿌리자, 그의 배트도 함께 돌았다.

성우와 실내 연습장에서 연습한 그대로.


따아아아악!!


우렁찬 타격음이 터지며 공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좌측 담장 너머에 꽂혔다.


“와아아아아아-!!”

“역전 쓰리런!”

“넘어갔다! 넘어갔다!”

“우리 대형 선풍기가 드디어 하나 했구나!”

“나이스 배티이이이잉!”

“신건우, 신건우, 신건우!”


단숨에 4대3으로 점수가 뒤바뀐 상황.

1루 쪽 더그아웃과 관중석에서 경기장 전체를 아우르는 환호성이 터졌다.


“어···?”


정작 역전의 주인공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다른 것보다 설마 자신이 홈런을 때려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지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내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는데···.


“야. 타구 넘어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러고 있을 거야. 우리 투수 기분도 좀 생각해 줘라.”


신건우가 정신을 차린 건 선인고 포수가 말을 걸었을 때였다.

그의 말대로 마운드 쪽을 바라보자, 최승준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운드를 발로 팍팍 파고 있었다.


“패스트볼 건드렸을 때부터 싸하긴 했는데 더럽게 잘 치네. 나이스 배팅.”

“어··· 고맙다.”


신건우는 얼떨떨한 투로 대답하곤 1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첫발을 떼고 나서야 자신의 홈런이 실감 됐다.

그는 호응에 화답하듯,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리곤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이쪽을 향해 박수 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오직 딱 한 명만이 눈에 들어왔다.


신건우는 그녀를 향해 헬멧챙을 잡아 인사하고는 마저 베이스를 돌았다.



***



선수들만큼이나 경지고 학부모 쪽 또한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와아 대박! 이게 웬일이야. 최승준을 상대로 역전 홈런을 다 날리고!”

“건우 엄마 내가 진짜 축하해. 건우 덩치 볼 때부터 언제 하나 할 거 같았잖아!”

“이야 오늘 경기 이기면 건우 엄마가 회식 쏴야겠는데?”


그곳에 있는 모두가 하나 같이 김경희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는 모습.


“아무렴요! 오늘이 어떤 날인데!”


김경희가 어느 때보다 환한 얼굴로 답했다.

회식 쏘는 것쯤이야. 돈 좀 깨지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아들이 결승타를 날린 날인데 그게 대수랴!


“건우 엄마··· 축하해요? 난 건우가 이렇게 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2학년 엄마도 눈치를 보다 슬쩍 말을 걸었다.

평소 이미지 탓인지, 지금 한 말에도 어째 숨은 뜻이 있는 것 같았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김경희는 미소를 유지한 채 대꾸했다.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나도 건우 유니폼 손 빨래 좀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하게 생겼네. 걸어서 홈에 들어올 줄 누가 알았겠어?”


그렇게 말한 순간.

그녀는 볼 수 있었다.

2학년 엄마의 얼굴이 미묘하게 뒤틀리는 것을.


퍽 볼만한 모습이었다.



***



어수선해 진 건 선수들과 학부모뿐만이 아니었다.


“쟤 뭐야?”

“형님. 저 친구 알아요?”

“아니 전혀. 아무리 이름을 뒤져도 내 노트엔 이름 한 줄 없는데?”

“난 딱 한 줄 있네. ‘피지컬 좋다’ 정도로만.”


신건우의 홈런 하나에 경기를 보러온 스카우들이 바빠졌다.


“경지고에 저런 애가 있었나? 봉호연이랑 심준현이 전부 아니었어?”

“덩치 좋아서 잠깐 주목 받긴 했어요. 그런데 수비랑 컨택 스탯이 거의 최하라 관심 껐죠.”


같은 소속끼리 떠들며 조금 전 녹화된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보는 모습.


“이야. 스윙 봐라. 아주 기깔나네. 지금 폼만 유지하면 꽤 괜찮겠는데?”

“그러니까 말이에요. 수비는 또 봐야겠지만 올해는 지켜볼 만하겠어요.”

“그런데 예전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언제부터 스윙이 바뀐 거지?”


만약 이렇게까지 스윙이 좋았다면 어지간해선 스카우 사이에서 언급됐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진작에 잊힌 걸 보면 분명 최근에 스윙이 바뀌었다는 뜻.


“지금 경지고 코치가 누구야.”

“김대한 코치요.”

“퓨마즈 그 양반?”

“네.”

“허어. 이상하네. 그 인간 옛날 야구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못 가르칠 텐데.”


반대로 클래식한 컨택형 타자는 잘 키운다.

올드 스쿨이라 해도 고교 야구까지는 제법 통하거든.

거기에 재능까지 있으면 프로에서 활약할 가능성도 있고.


“그럼 새로 온 코치가 한 거 아닐까요? 저기 처음 보는 얼굴 있긴 한데.”

“어디 봐봐.”


두 사람이 고개를 내밀어 경지고 더그아웃을 살폈다.


“···누구야?”

“···모르겠는데요.”


아무리 봐도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딱 한 명.

성우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드래곤즈 스카우터가 짐짓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박성우? 드래곤즈의 독종이 언제부터 저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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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회는 잡는 것 (1) +1 24.09.01 3,898 7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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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빛 (2) +2 24.08.30 3,848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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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2의 인생 (2) +2 24.08.27 4,013 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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