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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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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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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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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시합 전날.

신성훈은 간만에 감독실을 나와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이미 코치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만은 못하기 때문이었다.


따악!


“그렇지 나이스 캐치!”

“송구도 좋다. 오늘 컨디션 좋은가 봐?”

“야. 혼자만 좋은 거 먹지 말고 좀 나눠줘라!”


따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힘들수록 집중력 끌어올려!”

“목소리 더 내!”


김대한이 학생들을 꽉 잡고 있는 덕분인지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 중인 훈련.

마침 감독도 나와 있겠다, 모든 선수들이 최대한 자신을 어필하려 하고 있긴 했지만 신성훈이 가장 집중하는 포지션은 따로 있었다.

바로 우익수.


“김 코치야.”

“예 감독님.”

“우익수 애들한테 몇 개 더 쳐봐라.”

“알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을 제외하고는 이미 다음 경기 라인업 구상을 끝냈기 때문이었다.


현재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선수는 두 명.

3학년 신건우와 2학년 박상진.

워낙 장단점이 상반된 선수다 보니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신건우는 당장 저번 주 시합에서 본 것처럼 타격 페이스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수비에서만큼은 아직 약점을 보이고 있었고.

박상진은 발도 빠르고 수비 센스가 있지만, 타격 능력이 다소 아쉬운 편이다.


이렇다 보니 지금까진 박상진을 주전으로 두고 사용했었다.

일단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이고, 빠른 발 덕분에 번트 따위 같은 작전 야구를 구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으니.


하지만 이번 상대인 자인고등학교에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쪽 감독이 집요할 정도로 촘촘한 야구를 지향하는 탓에, 번트 정도로는 그쪽 야수진이 흔들릴 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강공 싸인을 내자니 타율이 영 좋지 않고.


그래서 최근 타격 페이스가 좋은 신건우에게 시선이 가는데, 수비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자인고 같은 팀과 경기할 땐 보이지 않는 실수조차 치명적일 수 있기에 이는 썩 좋은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 영감님이라면 분명 우리 약점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오려 할 거잖아.’


타닥, 쇄애액!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신건우가 땅볼을 잡아 깔끔한 송구를 보여주었다.


“허, 수비가 좋아졌다고 하더니.“


처음 보고서를 받았을 땐 설마 했었다.

그 신건우가? 정말로?

그런데 이제 보니 다소 투박한 면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뒤로 빠뜨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일어난 지 고작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수비가 그 짧은 시간 안에 좋아질 수 있다면 너도나도 골든 글러브 하나씩 집에 장만해 두고 있었겠지.

달리 말해 아직 온전히 신뢰하기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럴 땐 원래 진학이 급한 3학년을 내보내는 게 맞긴 한데···.’


하필 자신의 사정이 좋지 못하니 마음 편히 고를 수가 없었다.


“쓸데없이 뭘 생각하고 있냐.”


그냥 물어보면 될 것을.

마침 이번에 감 좋은 코치가 새로 들어오지 않았던가?

신건우의 홈런을 예견할 정도인데 말이야.

생각이 거기까지 닿기 무섭게, 신성훈은 성우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감독님.”

“박 코치 바쁜데 미안해. 다름이 아니라 나 하나만 물어보려고.”

“괜찮습니다. 물어보십쇼.”

“건우 이번 경기 때 선발 라인업에 넣으려 하는데 어떨 거 같아. 이번에도 느낌 좋아?”


그리고.


“아 그거요.”


그 물음에 대한 성우의 대답은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



다음 날.

늘 그랬듯, 아침부터 숙소 내부는 경기 준비로 어수선했다.


“물통에 물 좀 빨리 담아라.”

“1학년들 빨리빨리 안 움직여?”

“음료수 담당 어디 있어?”

“여기 있습니다!”

“너 저번에 게또레이만 가득 채웠더라. 뒤질래?”

“아 그때 그건-”

“핑계는 필요 없고. 오늘은 뽀카리로 가득 채워. 나 마실 거 두 개만 시원하게 해서 빼두고.“

“예 알겠습니다.”


하나 차이 점이 있다면, 오늘만큼은 신건우의 표정이 좋다는 것.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 만에 선발 라인업에 든 건데 안 좋을 리가 있나.


“아주 입이 귀에 걸리겠다?”

”박 코치님!“


내가 다가가 장난기 가득한 투로 말을 걸자.

녀석이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전부 코치님 덕분입니다.“

”내 덕분은. 네가 잘한 거지. 그리고 이제 시작인 거 알지?”

“그럼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주전 자리 잡겠습니다.”

“그래. 그렇다고 너무 뭐 보여주려고 하진 말고. 딱 연습한 대로만 하면 충분해.”

“걱정 마십시오 코치님. 제가 또 실전에 강하지 않습니까?”


신건우가 자신 있다는 듯 가슴을 쭉 펴 보였다.

그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당장 저번 주까지만 해도 선발 라인업에 못 들었다고 침울해하던 녀석이 맞나 싶어서.

나는 그런 그의 이마에 딱밤을 날리며 말했다.


“너무 자만하지 말고. 당장 어제 나랑 개인 훈련했을 때도 힘 잔뜩 들어가더만.”


펀치력이 타고났기도 하고, 최근 새로 익힌 스윙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보니 타격할 때 어깨 부근에서 노란빛이 보이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욕심이 생긴 것이다.

더 세게, 더 멀리 치고 싶어서.

당장 저번 주에 결승타를 홈런으로 때려냈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야구가 참 신기한 게, 막상 홈런 치려 하면 홈런이 안 나온다.

역으로 힘을 빼고 가볍게 컨택할 경우에 장타가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왜 프로 선수들도 인터뷰 때 이런 말을 하지 않던가?


[그냥 가볍게 공을 띄우려고 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게 홈런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물론 작정하고 노리는 선수도 있긴 한데.

막상 일일이 물어보면 홈런 타자 중에서 홈런을 의식해서 치는 경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악! 코치님이 가슴 펴고 다니라면서요.”

“그렇게 과하게 펴고 다닐 줄은 몰랐지. 그러다가 실수 나오는 거야. 수비에서 특히.”


이번만큼은 조금 진지하게 말했다.

결국 신건우가 제대로 된 기회를 받지 못하는 건 어디까지나 수비 때문.

그런데 만약 시합 때도 지금처럼 기분이 너무 업돼 있으면 잔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가령 너무 빨리 달려 공을 잡는 순간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포구에 실패한다든가, 혹은 너무 서두르다 포구나 송구에 실수가 나온다든가 하는.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그런 것 때문에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잖아?

무엇보다 신건우가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사람 한 명을 더 살릴 수 있다.


“네? 사람을 살리다니. 그건 무슨 말이십니까?”

“그런 게 있어.”



***



일요일 첫 경기인 덕분에 대기 시간은 없었다.

선수들은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여유롭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가온 경기 시간.


“감독님들 오더지 교환하겠습니다.”


심판의 지시에 신성훈과 자인고 감독인 김응빈이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왔다.

홈플레이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한 둘.


“오랜만이네 신 감독.”

“오랜만에 뵙습니다 감독님.”


신성훈이 서른 살 넘게 차이 나는 대선배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응빈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들겨주고는 말을 이었다.


“올해 아주 칼을 갈았나 봐? 경지고 애들 분위기가 아주 좋은데?”

“그거야 코치들이 잘하는 거죠. 아시잖습니까. 고등학교 감독 이런저런 잡무 때문에 바쁜 거.”

“엄살 부리는 것 치고는 뒤늦게 새로운 코치도 뽑은 것 같고 아주 열정이 넘치는데 뭘.”


김응빈이 고개를 살짝 들어 신성훈 너머에 있는 성우를 보며 말했다.


“저기 있는 코치지? 어려 보이는.”

“맞습니다.”

“스카우터들한테 들었어. 저 코치 덕분에 타자 하나 제대로 살렸다면서.”


신성훈이 혀를 내두르며 말을 이었다.


“난 처음에 자네가 뭘 믿고 저런 신입 코치를 데려오나 싶었어. 요즘 성적 압박 받는다고 푸념한 게 어제 같은데 말이야.”

“뭐··· 운이 좋았죠. 솔직히 저도 저렇게 재능이 있을지 몰랐습니다.”

“그래 보여. 덕분에 저번 주에 홈런 친 친구 보겠다고 스카우터들 잔뜩 왔으니 말 다했지.”


워낙 혜성처럼 나타난 신건우이기에, 그의 데이터를 최대한 뽑아내기 위함이었다.


“이름이··· 신건우였던가? 나도 최근에 알게 된 선수라 이름이 기억 안 나네.”

“맞습니다 건우.”

“여하튼 간에 저 신입 코치 생각할수록 참 대단해. 오자마자 저런 재능 있는 친구를 딱 찾아내고.”

“말씀 전해드리겠습니다. 좋아하겠네요. 감독님 같이 명망 높으신 분한테 칭찬도 듣고.”

“명망은 무슨. 나이만 먹은 야구인이지 뭐.”


김응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다 자연스레 툭 물었다.


“그런데 저렇게 재능 있는 코치면 그새 또 누구 하나 발굴했을 거 같은데. 그런 선수는 없나?”

“···감독님.”

“응?”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코치도 아니고 이제 그런 거 안 넘어갑니다.”

“···.”


잠깐의 침묵.

이내 김응빈이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래그래. 과거의 신 코치가 아니긴 하지. 하긴. 자네도 지도자 짬밥 먹을대로 먹었을 텐데 내가 너무 무시했네. 미안허이.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신 감독보다 신 코치가 더 익숙해서 말이야.”

“예 뭐··· 괜찮습니다. 저도 감독님 나이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걸요.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해서.”


신성훈이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장착한 채 말하긴 했으나. 그의 속은 좀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여간 여우 같은 노인네. 아주 조금만 틈을 보인다 싶으면 상대 팀 정보를 빼내려 해요.’


긴 지도자 경력만큼이나 능글거리기도 엄청 능글거리다 보니, 신성훈은 서둘러 대화를 마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자칫 자신도 모르게 실수할라.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받으시죠 감독님. 경기 시간 늦겠습니다.”


신성훈이 선발 라인업이 적힌 오더지를 건넸다.


“참 그랬지! 내가 나이가 많아서 자꾸 깜빡 해···.”


김웅빈 또한 뒷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럼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독님.”

“그려그려. 좋은 경기 하자고.”


오더지 교환 후, 두 감독은 서로에게 인사한 뒤 각자의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기 무섭게 김응빈의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 전까진 푸근하게 웃는 얼굴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때보다 엄격해 보이는 모습.


"···.“


그는 경지고의 오더지를 쭉 보고는 코치에게 지시를 내렸다.


”여기 신건우라는 선수. 수비 안 좋은 애다. 옛날부터 유명했어. 땅볼도 제대로 처리 못한다고.“

“저번 주에 홈런 쳤다는 친구네요.”

“어. 보아하니 신 감독이 그 타격 보고 넣은 거 같은데. 우리 애들한테 전해. 오늘 가급적이면 우익수 쪽으로 타구 만들어 내라고.”

“알겠습니다.”


코치가 사라지고, 김응빈은 팔짱을 낀 채 경지고 쪽을 바라봤다.


‘신 감독아. 성적 압박 받는다고 너무 조급했어.’


타격이나 투구 같은 경우는 막힌 게 딱 뚫리면 눈에 띌 정도로 하루아침에 실력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수비는 다르다.


무조건 훈련량.


타격이야 감으로 치거나 운이 따르면 안타가 되곤 하는데.

수비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기본적으로 훈련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 기본적인 수비도 하지 못하던 신건우를 내보낸다라···.

일주일 동안 신건우한테 밤새도록 펑고를 쳐준 게 아니고서야 녀석이 수비를 잘할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세상에 그런 코치가 어디 있다고.’


우익수 쪽으로 집중적으로 타구를 만들어 내면 분명 손쉽게 분위기를 가져올 기회가 찾아올 터.

김응빈의 입꼬리가 위로 쭉 말려 올라갔다.


‘미안하지만 오늘 승리는 우리가 챙겨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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