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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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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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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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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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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 (2)

DUMMY

“코치님 제가 진짜 반성하고 있거든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상진이 어머님이 애원하듯 말한다.

당장이라도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다 보니 선뜻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머님 일단 나가 계셔보세요.”


신 감독님이 나선 건 그때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의 표정 또한 썩 좋진 않았다.

분명 경기가 끝났을 때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계속 걸려 있었는데 말이야.


“박 코치도 상황을 알아야 무슨 말이라도 할 것 아닙니까.”

“···.”


상진이 어머님은 대답 대신 눈물을 훔치며 감독실 밖으로 향했다.


“박 코치 미안해. 오자마자 많이 놀랐지? 나도 어머님이 바로 박 코치한테 달려갈 줄은 몰랐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인 겁니까?”

“하아,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려나···.”


감독님이 말끝을 흐리며 고민에 빠졌다.

그러기를 잠시.

‘그냥 처음부터 얘기해줄게’라고 말한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상진이 어머님은 내가 없으면 신건우의 실력이 떨어져 아들인 박상진이 다시 시합을 뛸 수 있을 줄 알았단다.


마침 내가 뒷돈을 거절한 찰나라 나에 대한 악감정도 있었기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해 나를 내쫓으려 했다고.


“그런 일이 오늘 있었다고요?”


그 얘기를 들은 나는 짐짓 놀랐다.

내심 ‘저번에 있었던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데 설마 진짜로 그랬을 줄이야.


“그래. 경기 중에 관중석에서 조금씩 그런 얘기를 퍼뜨렸나 봐. 그래도 박 코치 평소 행실 덕분이 일이 엄청 커지진 않았어.”

“제가요? 저 뭐 특별히 착하게 사는 것 같진 않은데.”


그냥 평범하면 모를까.


“그런 거 말고 코치로서의 행실. 들어보니까 애들이 박 코치 절대 그런 사람 아니라고 강력하게 어필했다네?”

“애들이요?”

“신기하지?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상진이 어머님 거짓말이 들통난 거더라고.”


이제야 전체적인 상황이 이해가 된다.


“그럼 어머님이 저렇게 우시는 건···.”

“계속 발뺌하길래 내가 상진이 전학 보낸다고 했거든. 내부에서 팀 분위기 해치는 사람이랑 같이 지낼 수 있겠어?”


그러면 저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겠네.

말이 전학이지 이번 경우는 사실상 퇴학이나 다름없다.

보통 모종의 이유로 선수가 전학을 갈 땐 감독의 인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아는 감독이 있으면 바로 꽂아달라고 하면 되는데, 아무래도 그러긴 쉽지 않으니.’


그런데 사고를 치고 내쫓기는 처지에 감독의 도움?

그런 건 당연히 바랄 수 없을 테고, 그나마 지방에서라도 야구를 하려면 소문이 나질 않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한국 야구판이 생각보다 훨씬 좁아서 누가 조금만 입 열면 일파만파 퍼지는 건 금방이거든.


괜히 옛날 감독들이 애들 패고 뒷돈 받고 해도 학부모들이 꼼짝 못 한 게 아니다.

‘그 선수 싸가지 없어요’, ‘선수 학부모가 좀 극성이라 쟤 데려가면 피곤할 걸요?’ 따위의 소문 하나에도 자식 야구 인생이 꼬일 수 있으니.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나한테 그럴 권한이 있나 싶더라고. 실질적으로 피해 본 건 박 코치잖아. 안 그래?”


신 감독님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제대로 사과 받는 건 당연하고. 상진이 어머님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박 코치 말에 따를 테니까 편하게 얘기해 봐.”


그렇다면···.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상진이 어머님이 연신 고개를 꾸벅이곤 사라졌다.

그 모습을 봐서 알겠지만, 내 선택은 당연히 박상진을 전학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솔직히 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냥 가만히 있다가 자기 엄마 때문에 야구 못하게 생긴 건데.

선수가 잘못한 거면 몰라도, 최소한 주변 인물 때문에 쫓기듯 야구를 하게 할 순 없었다.


“박 코치. 괜찮겠어?”

“예 괜찮습니다. 사실 크게 신경 쓰이지도 않아요.”


무슨 소문을 퍼뜨리려 했는진 모르겠지만 내가 그걸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신경 쓸 필요가 있나.


그리고 상진이 어머님도 이번 기회로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자신 때문에 아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 번 다시 그러지 않는 건 당연하고, 박상진이가 졸업할 때까지 조용히 지낸다는 약속을 받았으니 별문제 없을 터였다.

무엇보다.


“전 좀 뿌듯한데요?”

“···뿌듯하다고? 뭐가?”


신 감독님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럴 만도 했다.

누가 보면 사건에 휘말리고도 기뻐하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테니.

하지만 내가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애들이 절 믿어줬다면서요? 아직 한 달 정도밖에 안 되긴 했지만, 제가 코치로서 잘 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지도자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종종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선수들의 생각을 알게 되니 그러한 의심이 싹 사라진다.


“어후, 진짜 박 코치 멘탈 하나는 장난 아니야. 괜히 2군에서 7년씩이나 버틴 게 아니라니까.”


신 감독님은 짐짓 감탄한 표정을 짓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욕 봤어. 코치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생기냐.”

“액땜했다 치죠 뭐. 그리고 이런 일 겪고 나면 좋은 일 찾아오지 않겠습니까? 마침 중요한 시합도 앞두고 있는데 잘됐네요.”

“하하하! 그것참 듣기 좋은 소리네.”


내 말에 감독님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곤 내 어깨를 두들겨주며 말했다.


“이제 어서 가 봐. 내가 휴가 주고 너무 오래 잡고 있었네.”



***



“이게 얼마 만이야 아들!”

“오랜만이에요 엄마.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죄송은. 우리도 학교 코치들 바쁜 거 다 아는데 뭐.”


집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어머니가 나를 반겨주었다.


“왔냐.”


뒤이어 아버지가 소파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다가왔다.


“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전혀. 어째 날이 갈수록 네 엄마 잔소리가 느는 거 같아. 집에 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니까?”

“그럼 당신이 잔소리 들을 짓을 하지 말든가. 어떻게 결혼한 지 수십 년이 됐는데 옷 벗어놓고 세탁기에 넣을 줄을 몰라!”

“···거 코치 생활은 할 만 하냐?”


말문이 막힌 아버지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나는 아버지를 도와드릴 겸, 어머니가 무어라 말을 더 하기 전에 바로 그 말을 받았다.


“쉬는 날이 좀 없긴 한데 선수 때보단 확실히 몸은 편해요.”

“하긴. 넌 선수 때도 쉬는 날 없이 운동만 했잖아.”

“그런 얘기할 거면 서서 하지 말고 밥 먹으면서 해요. 아들 밥 안 먹었지?”

“네.”

“조금만 기다려 봐. 안 그래도 너 온다고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잠시 뒤 각종 음식들이 차려진 식탁.

나는 부모님과 식사를 하며 코치로 지내며 겪은 일들을 풀었다. 괜히 걱정하실까 오늘 일은 빼고.


“건우란 애는 얘기 들어보니까 프로 갈 수 있겠네?”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요. 피지컬도 워낙 타고난 친구라.”

“태완이는 짠하네. 어떻게 보면 옛날에 너 보는 거 같아. 처음에 대학도 고민했었잖아.”

“그랬죠.”


드래프트에 뽑히지 못하긴 했지만, 나도 어찌어찌 대학에 갈 수 있을 실력은 됐었다.

단지 일찍이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어 드래곤즈의 신고 선수가 되는 길을 선택했을 뿐.


“그래도 코치 되자마자 선수 두 명이나 키우고 대단한데? 우리 아들 코칭에 재능이 있나 봐.”


어머니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재능은요. 애들이 잘 따라와 준 건데.”

“그것도 앞에서 잘 끌어주니까 가능한 건 거야.”

“네 엄마 말이 맞다. 우리도 너 키우면서 이런저런 아마추어 선수 다 봤지만, 걔네 키우는 게 어디 쉽냐?”


아버지는 팔짱을 끼더니, 어머니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여보. 내가 옛날부터 늘 말했지? 우리 아들은 대기만성형이라고. 아무래도 코치로서 빛을 보려고 지금까지 그 고생을 했나 봐.”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가려고 그 고생을 한다더니?”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내가 봤을 땐 훗날 우리 아들이 엄청난 명장이 될 거야. 벌써 이런데 그러지 말란 법 있어?”


솔직히 코치 된 지 이제 막 한 달 된 사람 앞에서 명장 얘기는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가만히 앉아 들었다.

부모님께서 즐겁게 야구 얘기하시는 건 또 오랜만에 보는지라.


“표정이 왜 그래 당신. 나 못 믿어?”

“당신은 못 믿고 우리 아들을 믿지. 선수든 코치든 뭐가 중요해. 항상 열심히 해서 뭘 해도 잘 할 텐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삼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경지고 애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하는.



***



벌컥!


“음? 뭐야. 성우 있었네?”


코치실 문이 열리더니, 윤철이 형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누워 있는 나를 바라봤다.


“형 오셨어요? 휴가는 잘 보내셨습니까?”

“아주 잘 보냈지. 진짜 간만에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던 거 같아.”


그는 메고 있던 가방을 옆에 내려두고는 시계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너 되게 일찍 왔다? 몇 시에 온 거야?”

“아, 저는 어제 왔어요.”

“잉? 휴가가 어제까지였는데 굳이? 아무리 그래도 집에서 자는 게 여기보다 낫지 않나?”

“다른 게 아니라 평고 연습 때문에요. 며칠 쉬니까 어째 감이 좀 떨어지는 거 같아서···.”


몸이 좀 근질근질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끝을 흐리며 어깨를 붕붕 돌리자, 윤철이 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젠 뭐 놀랍지도 않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참. 형 이거 받으세요.”


나는 구석에 있던 보따리를 윤철이 형에게 건넸다.


“이게 뭔데?”

“영양제랑 홍삼이요. 저희 어머니가 형 가져다주래요. 취업 걱정 없게 해줘서 고맙다고.”

“아니 어머님께서는 뭘 이런 걸 다 챙겨주시냐. 감사하게.”


윤철이 형의 입가에 선명한 호선이 그려졌다.


“어머님 지금 시간에 바쁘시냐?”

“아뇨.”

“그럼 지금 후딱 전화 좀 드리고 와야겠네.”


그는 그렇게만 말하곤 휴대폰을 꺼내 밖으로 향했다.

그러기를 잠시.

시간이 흐르고 선수들의 훈련이 시작됐다.


“쉬다 왔으니까 몸 확실히 풀어.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선수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김 코치님의 말에 대답하고는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덧 다가온 수비 훈련 시간.


“박 코치 옆에서 애들 봐줘. 내가 칠게.”

“알겠습니다.”


휴가 후 첫 훈련인 만큼 오늘은 시작부터 김 코치님이 펑고 배트를 들었다.


따악!


“이것들이 쉬고 왔으면 날아다녀야지 왜 이렇게 굼떠?”

“너 내가 저번 주에 분명 공 잡을 때 자세 낮추라고 하지 않았냐? 엉덩이가 아주 하늘로 솟구치겠다?”

“쉬고 오라 했다고 설마 진짜 푹 쉬다 온 거야? 최소한 몇 시간은 내서 개인 훈련 정도는 했어야지!”


이유야 당연히 훈련 분위기를 다시 잡기 위함.

아무래도 쉬고 오면 조금 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자세가 예전으로 돌아온 선수들도 몇몇 보인다.


‘이건 어쩔 수 없지.’


모든 운동이 다 그렇겠지만 원래 다 저렇다.

당장 오늘 배운 것도 다음 날 되면 안 될 때가 많은데 며칠씩이나 쉬다 오면 오죽하겠는가?

괜히 프로선수들조차 똑같은 훈련을 매일 수백 번씩 반복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한양고와의 시합까지 시간이 있다는 것.

오늘내일은 애들이 살짝 아쉬운 모습을 보일 수 있어도, 조금만 믿고 기다려주면 금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었다.


틱!


“야아아악! 신건우! 너 내가 무슨 말 할 거 같아!”


···넌 오늘 개인 훈련 시간 때 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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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검은색 (2) +2 24.09.05 3,701 82 12쪽
10 검은색 (1) +3 24.09.04 3,730 80 13쪽
9 기회는 잡는 것 (3) +2 24.09.03 3,753 85 12쪽
8 기회는 잡는 것 (2) +3 24.09.02 3,815 78 14쪽
7 기회는 잡는 것 (1) +1 24.09.01 3,899 7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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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빛 (2) +2 24.08.30 3,851 8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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