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나 천재 아역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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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플
작품등록일 :
2024.08.27 14:44
최근연재일 :
2024.09.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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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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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흥신소 (2)

DUMMY

이태명은 망설이지 않았다.

당장 그날 밤, 복면을 쓰고 사채업자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간 것이다. 


낡은 건물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는 이태명에겐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팟, 팟, 팟!


카메라는 건물의 창문을 비췄다. 1층부터 차례차례 센서 등이 켜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됐고. 


짤랑짤랑—


효과음과 함께 장면이 전환됐다.

다분히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이 이태명에게 쏟아졌다.


“이름이 뭐더라··· 아, 윤재. 여기 윤재 있어?”


늦은 밤, 복면을 쓴 남자의 등장에 분위기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사내들이 조용히 눈빛을 주고받았다. 


“있어, 없어.”

“······”

“죽었어?”

“허 참. 누군데 이 시간에 행패야? 그 애새끼 삼촌이신가?”


이태명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눈앞의 남자는 둘. 이태명의 시선이 건들거리는 남자를 지나 한곳에 멈췄다. 


“흐으···”


자신이 나타나자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남자에겐 켕기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삼촌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를 향해 빙긋 웃은 이태명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근데 돈놀이하는 놈들이 위험한 걸 갖고 있네···” 


그리고 아까부터 자신을 겨누고 있던 날붙이를 눈으로 가리켰다.


따지고 보면 이상한 점은 한 둘이 아니었다.

늦은 시간에도 불 꺼지지 않는 사무실, 대뜸 칼부터 들이미는 남자, 퀴퀴한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게 번듯한 사내들의 차림새. 


“아니면··· 이건 부업이냐?”


이 모든 것을 종합해 결론을 내린 이태명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을 때였다.


푸욱—


눈앞의 남자가 들고 있던 칼이 이태명에게 제대로 박혔다. 

그 순간 남자의 눈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약간의 희열, 그리고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사람을 찔렀다.

이 일을 시작하며 수차례 각오한 일이지만 정말 실행에 옮긴 것은 처음이었다. 남자는 이다음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공기 중으로 퍼지는 피의 향. 남자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런 남자를 위로하듯, 칼을 쥔 손 위로 따뜻한 온기가 더해졌다.


“너.”


끼기긱. 남자의 목이 부자연스럽게 꺾였고.


“사람 죽여본 적 없구나.”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이태명의 눈과 마주했다.


“어, 어, 어······”

“거기 말고 더 위쪽을 찔러야 죽지.”

“······”

“뭐, 안 죽을 수도 있지만.”


생 살을 찢고 들어간 칼이 천천히 빠져나왔다. 이태명은 부들부들 떠는 남자의 손에 다시 칼을 들려줬다.


“자. 이번엔 잘할 수 있지?” 


남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칼을 쥔 손에 힘이 풀리고 동공이 흔들린다.


“으, 으으······ 으아아악!”


사내들은 결국 현장을 벗어나는 것을 택했다.


쨍그랑!


홀로 남겨진 이태명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었다.


“거, 더럽게 아프기만 하네.”


방금 전 중상을 입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기색이었다.

게다가 어딘가 실망한 투다.


“칼 맞아 죽는 건 실패.”


털썩. 의자에 앉은 이태명이 손에 휴지를 둘둘 감았다. 그 휴지로 피를 슥슥 닦던 손이 점차 느려졌다.


방금, 기척이 느껴졌다.


“흐음.”


이 공간에 자신 말고 누군가 있었다. 



*



“와. 때깔 미쳤다.”

“피디님 편집실에서 아예 살았다더니··· 완전 칼 가셨네.”


젓가락질도 멈추고 첫 방송을 지켜보던 ‘오죽남’의 스탭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내부 시사에 참석한 사람보다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그리고 구치승 PD가 끝까지 편집실에 남아 최종의 최종의 최종본을 남발하는 통에 조금씩 바뀐 부분도 많았다.


“근데 블러가 너무 허술한 거 아니에요? 칼 형태 다 보이는데?”

“가편엔 거의 없다시피 했어. 위에서 하도 뭐라고 하니까 더 칠한 게 저거야.” 


조금씩 숙덕이는 스탭들과 달리 배우들은 화면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었다.

특히 첫 주연을 맡은 피준호는 TV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고 했다. 


“락원이 나왔다.”

“키야, 우리 윤재. 잘 생기고 연기도 잘 하는 우리 윤재!”

“쉬잇.”


이태명은 창고의 녹슨 구조물을 파헤쳤다. 그러자 더러운 천막 아래에서 떨고 있던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빠···?”


구치승 PD는 누구랄 것 없이 경악하는 스탭들을 보며 속으로 킬킬 웃었다.


‘나야 편집하면서 이미 면역이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충격적인 비주얼이었다. 미술팀이 한껏 꼬질꼬질하게 꾸며줬음에도 얼굴이 분장을 뚫고 나왔다.


‘고놈 진짜 잘 생겼다, 잘 생겼어.’


촬영 당시 모니터로 볼 때부터 느꼈지만 보통 인물이 아니다.

완벽한 피사체만 골라 찍는 자신의 눈에 이렇게 보인다면, 일반 시청자들의 반응은 안 봐도 뻔했다.


“피디님, 혹시 락원이한테 CG···”

“안 했어. 필터 빼곤 원본이야.”


스탭의 질문에 구치승 PD가 고개를 저었다.


영화, 드라마에서 CG는 안 쓰이는 곳이 없다.

건물이 폭발하거나 차가 불타는 씬, 그리고 대규모 인원이 등장하는 사극씬에만 CG가 쓰이는 게 아니다. 


팔자주름을 지워달라.

여드름 자국을 다 가려달라.

동안처럼 보이게 얼굴을 다 밀어달라. 등등.


배우가 직접 CG를 요청할 때도 있고, 극 중 설정에 맞춰 PD가 후작업을 자처할 때도 있다.


하지만 구치승 PD는 락원의 얼굴을 따로 만지지 않았다. 여기서 보정까지 했다간 혼자 너무 둥둥 뜰 게 뻔했다.


“···아빠는요?”


거기에 NG 없이 한 번에 OK를 받아낸 연기는 또 어떻고.


극 중 이태명은 아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


난 네가 죽었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네가 찾는 아빠란 작자는 널 버렸다고.

그 사람은 너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고.


그 어떤 것도 눈앞에 있는 아이에게 말하기엔 너무 잔혹한 진실이었다. 


이태명이 주저하자 윤재의 표정이 천천히 바뀌었다.

이 장면에서 이윤희 작가가 쓴 대본에는 단 한 줄의 지문뿐이었다. 


-아빠에게 버림받은 사실을 깨닫는 윤재.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


반짝이던 윤재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텅 비어버린 아이의 눈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


아빠가 날 버렸다.

세상의 전부이던 아빠가, 날 찾지 않는다.


극 중 윤재가 조짐을 느꼈던 순간들이 플래시 백으로 스쳐 지나갔다. 


“···여기 숨어 있던 거야?”


피준호는 이 씬을 찍던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해석한 이태명은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이다.


그의 목적은 오직 이 땅에 귀속된 연결고리를 끊고 죽는 것이다.

스스로 죽지 못하기에 남의 손을 빌려 죽고자 하는 것.

그 밖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남자다.


“집이 어디야? 아저씨가 데려다······ 아.”


그래서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이 장면이 잘 와닿지 않았다.

그가 아는 이태명이라면 살아있는 아이를 확인하고 자리를 떠야 했다. 

갈 곳 없는 아이의 처지를 깨닫고 난처해하는 건, 이제껏 그가 보여준 성격과는 괴리가 있었다.


그런데 촬영장에서 하윤재로 변한 락원을 보자 이윤희 작가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하윤재는 이태명이 잃어버린 순수함이에요. 그리고 스스로를 투영한 대상이기도 하고요. 본능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죠.’


그 말 그대로였다.


“아저씨.”

“응.”

“아빤··· 잘 있어요? 무서운 아저씨들이 안 괴롭혀요?”


락원의 얼굴이 벽걸이 TV 화면을 가득 채우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윤재의 모습이 안타깝고도 서글펐으니.


하지만 상대역이었던 피준호에게 이 씬은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진짜 재밌었지.’


중간에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락원도 안 낸 NG를 자신이 먼저 낼 뻔했다. 

그만큼 아이는 촬영이 시작되자 무섭게 극에 몰입했다.


락원은 연기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피준호도, 그런 배우와 함께하는 촬영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아저씨 안녕!”


피준호는 화면 속 손 흔드는 락원이 사라지고 우락부락한 마 형사가 나타나자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와, 자기 씬 끝났다고···”


오종우의 투덜거림엔 손짓으로 대충 사과했다.


“피디님, 락원이 나오는 씬은 이제 없어요?”

“허 참.”


피준호가 눈을 빛내며 말하자 구치승 PD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촬영 때부터 묻더니 아직도야? 그리고 그걸 나한테 왜 물어? 이 작가한테 물어봐야지.”

“에이, 피디 님은 알고 계실 거잖아요.”

“진짜야. 나도 몰라!”


구치승PD는 연출만 잘 하지 연기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괜히 딴청 피우는 그를 보며 피준호가 중얼거렸다.


“모르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뭐가 있는데···”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



‘오죽남’의 1화는 여러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대게 긍정적인 이슈보다는 부정적인 이슈의 확산 속도가 빨랐다.


[15세 관람가 ‘오죽남’ 잔인 VS 케이블 특성]


먼저 15세 관람가치고 잔인한 수위가 도마에 올랐다.

극 중 이태명이 칼에 찔린 부위를 지나치게 자세히 보여줬고, 흥건한 피도 (블러 처리가 들어가긴 했지만) 거의 그대로 노출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구치승 PD는 그런 논란을 진작에 각오했다. 


“까짓거 수트 입으라면 한번 입어주지 뭐.”


방송국 사람들이 수트를 입을 때는 징계를 받거나 그에 준하는 사고를 쳤을 때다.


“안 입을 것 같긴 한데··· 흐흐흐.”


하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면 정상참작 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포문 연 OGM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도 죽는 남자? NO! 오늘은 죽고 싶은 남자!]

[‘오죽남’ 1화 최고 시청률 2.5% 평균 시청률 1.9% 기록!]


가장 중요한 시청률이 잘 나오면 장땡이다.


일반적으로 케이블 TV의 시청률에 10을 곱하면 지상파 시청률이라고 본다.

그렇게 계산하면 ‘오죽남’은 무려 평균 시청률 19%로 시작했다는 말이 된다. 


케이블 TV, 심야, 장르물.


이런 장벽에도 불구하고 웰메이드 드라마를 원하는 수요가 충분하다는 걸 입증한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오죽남’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락원아아아아아!”

“윤재야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은, 유락원의 평화로운 학교생활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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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월척이다 +1 24.09.01 289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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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으면 복이 와요 24.08.30 346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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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엔딩 크레딧 +2 24.08.30 498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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