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쌀먹충은 탑에서도 쌀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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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유
작품등록일 :
2024.08.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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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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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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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나는 쌀먹충이 아니다

DUMMY

갑자기 무력화된 괴한.

재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야! 왜 가슴에서 저런 게 튀어 나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심장 대신 아크 원자로라도 심어진 건가?

황당한 표정으로 가슴팍을 더듬거린 재호였다.


“끄윽! 윽! 끕!”


그때 죽은 줄로만 알았던 괴한이 가슴을 부여잡고 앓는 소리를 냈다.

가슴이 완전히 꿰뚫린 게 아닌 모양이다.


가까이 다가가 살피자 괴한의 옷을 뚫고 뭔가 들어간 흔적이 보였다.

둥그런 몸체의 황금빛을 내는 벌레.

황금충이었다. 황금충은 괴한의 가슴팍에 착하고 달라붙어서 입에 달린 집게를 오물오물 움직였다.


“가만히 잠만 자는 줄 알았는데. 황금충에 이런 능력도 있었나?”

“이, 이것 좀! 이것 좀 제발-!!!”


괴한은 맨살을 뚫고 들어가는 황금충을 끄집어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황금충은 속을 파고 들어갔다.


“끄아아아아악!!!”


일단 재호는 괴한에게 다가가 무기를 걷어차버렸다.

그리고 품을 뒤져 쓸만한 물건들을 전부 꺼냈다.

유저 인벤토리는 타인이 접촉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꺼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뭐야? 14골드 밖에 없어? 하긴 15층이면 이게 정상인가?”


오히려 14골드 정도면 굉장히 아낀 경우겠지.

포션이나 장비를 사는데도 돈이 꽤 많이 드는 편이니까.

그 외에도 소지품 중에 튼튼한 밧줄 하나가 나와서 그것으로 괴한의 팔다리를 묶어버렸다.


“으윽! 윽!”


괴한은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버둥거렸다.

재호가 표정을 찡그리자 황금충이 다시 괴한의 가슴을 갉아 먹었다.

마치 재호의 생각을 읽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끄아아악! 끄륵! 윽!”

“오, 내 의사도 알아차리는구나.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건가?”


이 정도면 아이템이 아니라 소환수나 펫으로 분류해야 할 수준.

고작 20골드 달성 보상으로 이런 귀중한 녀석이 나왔다는 게 정말 행운이었다.


이 정도면 황금충이 갉아먹은 7골드 정도는 이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만큼 황금충이 일을 해준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황금충이 당신을 경애합니다.]

[황금충이 당신에게 보상을 바랍니다.]


“뭐? 보상? 설마 이거?”


방금 재호가 괴한의 품에서 꺼낸 14골드를 요구하는 황금충이었다.

황금충은 그게 맞다는듯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재호의 눈동자가 짜게 식었다.

조금 전까지 귀중한 막둥이를 보는듯한 시선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속 썩이는 장수생 아들을 보는 듯 했다. 


“이건 내가 번 내 돈이야. 네가 클 때까지 이미 많이 지원해 줬잖아. 네 돈은 네가 알아서 벌어. ”


아무리 대단한 귀물일지라도 절대 자신의 돈에는 손대지 못한다.

그건 깨지지 않는 피의 철칙이었다.


위잉.


황금충이 실망했는지 날개를 펴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내 하늘을 날아 저편으로 사라졌다.


“···설마 저대로 가출하는 건 아니겠지?”


만일 그게 맞다면 끝까지 찾아내서 박제로 만들어야지.

아직 7골드만큼 일을 시키지 못했으니까.


“자, 그럼 우리도 슬슬 시작해볼까?”


단검을 손에 쥔 재호가 괴한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황금충이 갉아먹은 상처는 조금씩 살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런 거 보면 진짜 신기해. 현실감이 없다니까? 꼭 게임 같잖아?”

“흐으으···그냥 죽여 이 새끼야.”

“말하는 거 보면 꼭 조폭 조직에라도 들어가 본 줄 알겠어. 무슨 말을 그렇게 살벌하게 하냐. 너 그냥 타오판 하던 방구석 게임 폐인 탑숭이 아니야?”

“큭큭, 지는. 너도 똥겜하다가 운 좋게 여기 들어온 놈이잖아.”

“일상 생활하다가 갑자기 납치당했는데 운이 좋아?”


마인드부터가 글러 먹은 놈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운영자도 포기한 똥겜을 여태까지 즐기고 있었겠지.

괴한이 악에 받쳐서 소리 질렀다.


“그럼 운이 안 좋아?! 여기서는 사회에서 어떻게 지냈건 간에 뭐든 될 수 있어! 기왕 선발대로 탑에 들어왔겠다, 먼저 탑을 올라서 앞으로 떵떵거릴 일만 남았는데 너 때문에!”

“야, 이 쓰레기 새끼야. 건실하게 살아 건실하게. 밖에서 게임 폐인이었던 놈이 능력 좀 생긴다고 사람들이 다르게 볼 줄 알아?”


재호가 혀를 쯧쯧 찼다.

괴한이 열받았는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소리 질렀다.


“너는 어디 다른 줄 알아! 어차피 너도 타오판하던 게임 폐인이잖아!”

“이 자식아. 이 형님이랑 넌 당연히 다르지. 나는 건실하게 돈 벌려고 한 거지 너처럼 단순 취미로 게임을 한 게 아니라고.”

“뭐야? 니가 무슨 타오판 스트리머라도 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현금 거래로 목돈을 조금···.”


재호의 말에 괴한이 갑자기 광소를 터트렸다.


“푸하하! 이 새끼! 온갖 고상한 척은 다 하더니 뭐야! 그냥 쌀먹충이었잖아! 남한테 뭐라 하기 전에 너나 똑바로···윽!”


퍽!


괴한은 가슴팍을 거세게 걷어차였다.

재호는 다시 한번 괴한에게 사커킥을 걷어차더니 악에 찬 말투로 외쳤다.


“쌀먹충이 아니야! 산업 역군이라고! 이 새끼야!”


빠각!


감정이 물씬 실린 발차기가 괴한의 얼굴을 가격했다.

코피가 주르륵 흘렀지만 재호는 봐주지 않고 계속 응징했다.


빠악! 빠각!


“나 같은 산업 역군이 열심히 재료나 물자 공급해주면 너 같은 유저들이 약간의 대가를 지불하고 받아 가는 거잖아! 그게 어떻게 쌀먹이야! 내수 경제 활성화지!”

“악! 악! 그만! 그만 때려!”

“아무것도 모르면서 감히 내 희생을 비난해! 내가 게임 경제를 활성화해줬는데 은혜도 모르고! 운영자도 나한테 뭐라고 안 했어!”

“끄악!”


살벌한 타육음(打肉音)이 뒷골목의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후욱 후욱.


괴한을 실컷 두들겨 패느라 힘이 빠진 재호가 숨을 거칠게 들이마셨다.


“후,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


손에 쥔 날카로운 단검이 눈에 들어왔다.

똑같이 확 해치워버려?

잠시 고민하던 재호는 금방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울 리 없지.”


사실 죽이려 마음먹었다면 오거의 근력을 조금이라도 발휘하면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사후 처리도 골치 아팠으며, 무엇보다 살인 같은 끔찍한 일을 행하기에는 너무나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고민하던 그때 윙하는 날갯소리가 들렸다.

금세 돌아온 황금충이었다.


“뭐야, 이렇게 빨리 올 거면서 어딜 갔다온···.”


순간 재호의 뇌리에 불길한 상상이 들었다.


어딘가 만족한 표정으로 돌아온 황금충.

묘하게 반짝거리는 껍질, 쩝쩝대는듯한 집게.

포식을 하고 와서 배부른 것처럼 만족스러운 날갯짓.


“설마 또···? 아니지?”


[황금충이 포만감을 느낍니다.]


“아아악! 또! 또 훔쳐먹은 거냐!”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한번 도둑질을 한놈이 두 번이라고 못할까.

괴한을 상대하느라 잠깐 정신이 팔려있던 탓이었다.


“설마 위병을 달고 왔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잠시 골목에서 나가 주위를 둘러봤으나 그런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재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들키지 않으면 된 거다. 공짜로 밥도 먹이고 오히려 좋을지도···.”


혹시나 꼬리가 잡혔을까 두려워 주변을 살피던 재호는 뜻밖의 메시지를 보게 됐다.


[황금충의 포만감이 가득 찼습니다.]

[껍질의 강화도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껍질을 강화할 수 없습니다.]

[자가 복제를 시작합니다.]


“뭐?”


어느새 재호의 어깨에 내려앉은 황금충이 몸을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이내 황금충의 몸에서 손톱만한 작은 금덩이 하나가 떨어졌다.


“그렇게 골드를 많이 처먹더니 고작 이거 하나 나온 거야?”


재호는 금덩이를 주워들었다.

어디 가서 팔지도 못할 정도로 작았다.

한숨을 쉬려던 그때 금덩이에 금이 가더니 황금충의 알이 빠직하고 깨졌다.


웅.


그리고 황금충과 똑같이 생긴 황금충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미니 황금충은 재호가 주인이라는 걸 아는지 재호의 팔뚝에 몸을 비벼댔다.


“그래, 귀엽긴 한데 그래서 이걸 대체 어디에 써먹으라고···.”


그때 재호에게 기가 막힌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현재 눈앞에 닥친 골치 아픈 상황을 해결하고, 잘 써먹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새롭게 태어난 황금충을 보고 재호가 씨익 웃었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금충이다. 우리 금씨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해주마.”


금재호와 금충이.

썩 잘 어울리는 네이밍 아니던가?

이어서 재호는 어떻게든 포박을 풀기 위해 버둥거리는 괴한을 보며 마찬가지로 웃었다.


“그리고 아야. 인쟈부터 니 이름은 춘식이여.”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재호의 미소가 굉장히 불길해진 괴한이었다.


*

“끄아아아악! 제발! 제발 그만 하세요! 제발!”


무수한 발차기 세례에도 반항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던 괴한이었지만, 황금충 맛을 몇 번 보자 금세 고분고분해졌다.

덕분에 재호는 물어보지 않아도 괴한에 대해 여러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견디다 못한 괴한이 자신에 대해 이것저것 정보를 털어놨기 때문이다.


“이름이 정윤식이라고? 윤식? 별로 안 어울리는데? 그냥 춘식이 해.”

“예! 예! 맞습니다! 제 이름은 춘식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그의 말로는 사실 오늘 재호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고 한다.

단지 그냥 적당히 몸에 칼자국 좀 내주고 돈이나 뜯을 목적으로 재호에게 접근했다는 소리.

신발을 팔지 못하게 모든 돈을 다 빼앗아 버리고 목숨을 위협하면 일이 해결될 거라 믿었던 정윤식이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칼을 던져놓고 그걸 믿으라고?”


재호의 게슴츠레한 눈을 본 정윤식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


“지, 진짜예요! 정말로 신발만 못 팔게 그냥 협박만 하려고 한 거라니까요! 무기도 그냥 잡화점 기본 단검이잖아요! 탑에서 얻은 무기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하긴 너 같은 탑숭이가 사람을 죽여봤겠어 뭘 해봤겠어.”

“······.”

“어쭈? 눈깔 봐라? 왜? 탑숭이라고 불려서 기분 나빠?”

“···저도 나름 타오판에서 랭커 길드에 속해 있던 사람입니다. 그냥 생각 없이 재미로만 즐기던 건 아니라고요.”


고통에는 바로 굴복하면서 이상한 곳에서 발끈하는 정윤식이었다.

랭커 길드라는 말이 나오자 재호가 흥미를 느끼고 턱을 쓰다듬었다.


“길드? 어딘데? 유명한 곳에라도 들어갔었냐?”

“···버스터즈요.”


정윤식이 은근히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말투로 말했다.

재호가 눈을 반짝였다.


“오. 거기 타오판 상위 10프로만 들어갈 수 있는 곳 아니야?”

“훗, 예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이야. 버스터즈 오랜만이네. 머슬탱크맨은 잘 지내냐? 그 자식이 예전에 나 하나 잡겠다고 60층 일대 싹 다 통제해서, 진짜 골치 아팠던 적 있었는데.”


머슬탱크맨은 정윤식이 가입한 버스터즈의 길드장 닉네임이다.

호기로운 닉네임답게 그는 길드원들에게 나름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해주던 호인이기도 했다.

정윤식은 그리운 닉네임을 듣자 훈훈한 추억에 잠겼다.


머슬탱크맨님···.


‘집에 경조사 생기면 길드 출석 빼먹어도 용서해주셨지. 게다가 레이드 불참까지 허용해주셨고. 다시 생각해봐도 진짜 착한 사람이었어.’


직접 경조사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대신 조의금으로 골드까지 챙겨주셨던 이 시대의 멋진 영웅이다.

그런 인성 좋은 참된 사람이 고작 유저 하나를 잡기 위해서 사냥터를 통제했다고?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고서야 상상하기 힘든 일 아닌가?


‘길드장님이 유저 하나 잡겠다고 사냥터를 통제한 적이 있었나? 유저 반발이 장난 아닐 텐데? 대체 언제 그런 사건이···.’


문득 정윤식은 자신이 길드에 가입하기 전, 버스터즈에서 벌어졌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버스터즈가 공개적으로 탑의 사냥터 통제를 선언한 사건이었다.

그것도 고작 쌀먹충 하나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문제는 버스터즈의 통제가 시작되자 오히려 일반 유저들까지 피해를 받아버렸다.

그것 때문에 당시 수많은 유저들이 버스터즈에 항의를 하고 길드전을 신청하는 등, 

인터넷 뉴스에까지 실릴 정도로 한동안 타오판이 떠들썩했다.


‘그 자식 하나 잡겠다고 길드가 엄청난 손해를 봤는데 결국 잡지도 못했다고 했지.’


한명의 악질 쌀먹 유저 탓에 버스터즈의 대대적인 이미지가 완전히 실추된 사건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악질 쓰레기 유저와 눈 앞 남자의 행적이 겹쳐 보인다.

정윤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드장을 열받게 한 악질 쌀먹 유저의 이름을 내뱉었다.


“서, 설마 캐시 파머99?”

“어? 뭐야? 나 알아? 이야. 꽤 오래전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네.”

“···모를 리가. 캐시 파머 때문에 타오판 아이템 가격이 얼마나 폭망했었는데··· 게임 물가 제대로 조져버린 쌀먹충 닉네임을 어떻게 몰라···.”


정윤식은 아까부터 이어진 고문 탓에 정신이 멍해져서 그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재호의 얼굴이 매우 험악해졌다.


“이 새끼가 또 유언비어를 퍼트리네? 넌 진짜 안 되겠다. 금충이 맛 좀 약간만 봐라.”

“아, 아닙니다! 제가 실수했어요! 산업 역군! 산업 역군인데에···!”


사각 사각.


“끄아아아악!!!”


이번 고문은 다른 때보다 유독 길었다.

수십 분의 고통이 이어지고 나서야 재호는 황금충을 멈췄다.


재호가 다시 물었다.


“내가 누구라고?”

“산업 역군! 게임 경제를 성장시켜주시고 재화 순환을 도와주시는 유명 경제 전문가십니다!”

“그래그래. 내 노고를 이제라도 알아줘서 다행이다. 자 그럼 가볼까?”

“예? 어, 어디를···?”

“일하러 가야지.”


재호가 정윤식을 구속하던 밧줄을 전부 풀어줬다.

하지만 여전히 정윤식의 가슴팍에는 재호가 조종하는 황금충이 부착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도망치거나 날 공격하려고 하면 바로 금충이가 일을 시작할 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

“이번에는 맨살만 파고드는 게 아니라 정말 끝장을 볼 거니까 궁금하면 한번 해봐.”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생각 안 하겠습니다.”


황금충의 모체가 재호에게 있는 이상 언제든 자식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재호가 마음만 먹으면 멀리서도 얼마든지 원격으로 정윤식의 심장을 터트려 죽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정윤식을 데리고 뒷골목에서 나온 재호는 어떤 아줌마가 위병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누군가 했더니 아까 전 재호에게 보상을 내놓으라고 가짜 경찰을 데려온 그 아줌마였다.


“아니 글쎄! 내 전 재산이 사라졌다고! 그게 얼마인지 알아! 도둑놈이 있다니까 왜 말을 못 알아먹어!”

“진정하시오 소환사. 우리도 열심히 수사 중이니.”

“여기 주머니에 구멍까지 뚫어가면서 대놓고 훔쳐 갔다고! 너희들이 치안 담당이면 당장 책임지라고!”


이제 보니 아줌마는 아까 재호에게 했던 짓을 위병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줌마의 돈주머니 밑에는 벌레가 들어갈 수 있을법한 작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재호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인과응보지. 그러게 마음씨를 곱게 먹었어야지. 저렇게 하늘의 벌을 받았잖아.”


재호는 혹시나 위병에게 황금충을 들킬까 무서워서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아줌마가 위병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아무튼 물어내! 너희들이 내 골드 다 물어내라고! 내가 며칠 동안 모은 건데!”


퍽!


“아이고!”


계속되는 도발에 위병도 화가 났는지 아줌마를 걷어차버렸다.

강한 힘에 밀려난 아줌마는 길을 데굴데굴 굴렀다.

위병이 창날을 들이밀며 엄중히 경고했다.


“이봐 지구인. 우리는 너희들을 위해 이곳을 지키는 게 아니다. 더 이상 소란을 피운다면 즉결처형 해주마.”

“···어, 어머 내 정신 좀 봐. 아까 물 올려놓고 나온걸 깜빡했네.”


아줌마는 겁에 질려 새파란 얼굴로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본 재호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역시 사람을 잘 다루는 데는 저것만 한 게 없다니까?”


이후 여관으로 돌아온 재호는 정윤식에게 실과 바늘을 내밀었다.


“너 바느질 할 줄 알아?”

“예? 바느질이요? 고등학교 가정 시간에 한 번 정도 해봤는데··· 별로 자신은 없습니다.”

“걱정 마, 앞으로는 자신을 가질 수 있을 거야. 자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거야.”


재호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소름 끼치게 빛났다.

정윤식은 그 모습을 보며 불길함에 절로 진저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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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황금충 24.09.01 75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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