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쌀먹충은 탑에서도 쌀먹합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민들유
작품등록일 :
2024.08.28 21:25
최근연재일 :
2024.09.09 07:2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810
추천수 :
55
글자수 :
87,268

작성
24.09.04 12:20
조회
43
추천
2
글자
16쪽

안녕, 캐시 파머99

DUMMY

재호는 정윤식에게 본격적으로 바느질을 전수할 생각이었다.

사실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최소 몇개월에서 최대 몇 년이 걸릴 정도로 바느질은 깊이 있다.

하지만 재호가 정윤식에게 바라는 건 자신 정도로 숙련된 바느질 솜씨가 아니었다.


“자 춘식아. 네가 할 일은 간단해. 내가 신발 모양을 잡고 전체적인 틀을 완성시킬 거야. 그러면 너는 가장자리 가죽만 약간 정리하고 바느질 마감 정도만 하면 된다.”

“예?! 하지만 전 바느질 같은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요?”

“어, 걱정하지 마. 내가 알려줄 거니까. 정말 기본적인 작업만 하면 된다.”

“그래도···.”

“아잇 시팔! 왜 이렇게 말이 많지? 황금충 맛 좀 볼래?”

“하, 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켜만 주십쇼!”


재호는 의자에 걸터앉더니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신발 초벌본을 만들어냈다.

재호의 솜씨를 보고 뭐라도 배우려 했던 정윤식은 입을 쩍 벌리고 감탄했다.


“혹시 바느질 장인이셨습니까? 도저히 못 따라 하겠는데요?”

“게임 캡슐 기능 중에 직업 체험 기능도 있잖아. 거기서 바느질 하나 잘하려고 하루 종일 살았었지.”


모든 건 수월한 쌀먹을 위해서.


“어차피 넌 당장에는 마무리 작업만 하면 돼. 여기에 신발 구멍 뚫고, 이쪽 가죽 튀어나온 부분 다듬어서 바느질로 묶어버려.”


재호는 정윤식에게 친절히 방법을 알려줬다.

바느질을 처음 해보는 사람이 능숙하게 작업을 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뾰족한 바늘에 찔린 정윤식의 손은 어느새 너덜너덜해졌다.

하지만 황금충에 심장이 갉아 먹히는 것보다는 손에 바늘 몇방 찔리는 게 더 나은 삶이다.


“예! 맞습니다! 맞습죠! 형님 말이 다 맞습니다!”

“검사할 거니까. 오늘까지 다 해놔라.”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정윤식을 뒤로하고 재호는 상태창을 불러냈다.


[고유 특성] : (골드 러쉬!) - 당신은 보유한 재산만큼 업그레이드됩니다! (단계 : 10골드, 20골드, 50골드, 100골드, 500골드, 1000골드···)


정윤식의 돈을 뜯어내 완성한 돈, 무려 77골드.

이제 세 번째 골드 러쉬 보상을 수령할 수 있는 재호였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보상을 클릭했다.


[축하드립니다! 보유 재산 50골드를 돌파하셨습니다!]

[보상 : 구품 천사의 성스러운 낙인]


[낙인이 새겨집니다.]


치이익.


“!!”


재호의 날갯죽지에 어느새 성스러운 흔적이 새겨졌다.

방 안에 고기 굽는 냄새가 울려 퍼지자 정윤식은 바느질을 하다 말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재호는 애써 모르는척하며 새로운 보상을 살폈다.


[일반 특성 : 구품 천사의 성스러운 낙인(D) - 모든 악 성향 공격에 약간의 저항력을 보유합니다.]


재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D등급 일반 특성치고는 생각보다 쓸만한 특성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천사의 낙인은 진화가 가능한 스킬이지.’


탑에 존재하는 5가지 낙인을 전부 모으면 S등급 특성으로까지 진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높은 특성이었다.

무엇보다 천사의 낙인은 A등급까지만 진화시켜도 스킬 [천사의 날개]를 사용할 수 있다.

속도와 범용성 측면에서도 최상위권 스킬이지만 재호가 노리는 건 따로 있었다.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 그것만 있으면 엘릭서를 제조할 수 있어!’


어째 푸른 탑에서 얻는 것들이 죄다 돈과 관련된 특성이어서 기분이 묘해진 재호였다.

그때쯤 정윤식도 자신이 만든 신발 하나를 들고 기분 좋게 외쳤다.


“돼, 됐다! 다 만들었다!”


하지만 신발을 본 재호의 반응은 너무나도 싸늘했다.


“너 지금 장난하냐?”

“예?”

“너 같으면 이딴 신발 사려고 60실버나 내겠어? 장사가 장난인 줄 알아?! 금충아 물어!”


“끄어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의 나날이 이어졌다.

5일 후.

재호는 정윤식이 마무리한 가죽 신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 이제 제법 봐줄만 한데? 그래봤자 마무리 작업일 뿐이지만.”


어느새 정윤식의 바느질 솜씨는 처음과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재호의 실력을 계속 옆에서 지켜본 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실패하면 죽음의 고통을 선사하는 황금충의 존재가 컸다.

재호는 새삼 폭력의 위대함을 느끼며 자신이 준비한 신발 초벌본을 내려놓았다.


“자, 나갔다 올 테니까 이거 전부 작업하고 있어. 혹시라도 도망치거나 신발 가지고 튀면 알지?”

“무, 무, 무슨 말씀이세요. 절대 그런 일 없으니 걱정 마세요. 헤헤.”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정윤식이 몸을 부들거렸다.

재호는 황금충의 존재를 정윤식에게 확실히 인지시키고 나서 여관을 떠났다.


“장사는 신발 물량이 쌓이고 나면 그때 가서 하자.”


어차피 많이 준비해서 가도 사람들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미 늪지 지대를 재호의 신발 없이 공략한다는 건 사람들 사이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5층의 수문장을 모든 사람이 돌파하지 않는 이상 재호의 가죽 신발은 계속해서 수요가 넘쳐날 것이다.


오늘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슬슬 재호도 탑을 공략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 것이다.


“고작 15층 공략자인 정윤식도 꽤 강했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빨리 레벨을 올려놔야겠어.”


황금충 덕분에 15층 공략자도 손쉽게 제압 가능한 재호다.

하지만 탑 1층에 죽치고 사는 재호가 골드를 긁어모은다는 소문이 퍼지면 언제 또 지난번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약자에겐 재력도 사치였으니까.

신발 마무리 작업은 정윤식에게 맡기고 당분간 탑 공략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지.”


어차피 탑 공략에는 별 관심 없다.

이번에 탑을 오르는 이유도 골드를 지킬 무력을 얻기 위해서니까.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 때만 탑을 공략할 생각인 재호였다.


마을 중심의 제단으로 향하자 위병들이 재호를 아는 체했다.


“오늘은 장사를 안 하는 모양이군?”

“예? 저 아세요?”

“그럼 당연하지. 소환자들이 자네가 만든 신발 구하겠다고 그 난리를 치는데 말이야. 왜 그걸 우리한테 따지는지 원. 지구인들은 참 이상해. 오늘도 장사하러 가는 거지?”

“아닙니다. 오늘은 저도 탑 등반을 시작해보려고요.”

“그래? 부디 죽지 말라고.”


죽는다.

재호는 그 말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 자칫 잘못하면 죽는다. 이건 게임이 아니야.’


타오판을 플레이하던 시절처럼 무작정 머리를 박아가며 탑을 오를 수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최대한 몸 사리며 탑을 올라야 한다.

어차피 탑 클리어는 괴물 같은 그 타오판 랭커들이 해줄 것이다.

자신은 그냥 예전처럼 탑 내수 경제 활성화에 힘쓰면 그만이다.


‘···음 그것도 너무 심하면 좀 그렇지. 적당히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하자.’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하지만 아버지 사업도 그렇게 망할 줄은 몰랐지.

만약을 대비하려면 더 많은 여윳돈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면 과하게 잘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모으자.’


마음을 다잡은 재호가 1층으로 향했다.

텁텁한 늪지 공기가 재호의 입장을 환영했다.


[늪지 지대 1층]

[목표 : 늪지 구렁이 10마리 사살]

[제한 시간 : 12시간]

[퇴장 조건 : 사망 혹은 후퇴]


막 구렁이 사냥을 시작하려던 그때 재호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이 다가왔다.


“어? 며칠 안 보이더니 오늘은 오셨네?”

“저 계속 기다렸어요! 신발 한 켤레만 주세요! 안 사고 버텨보려고 했는데, 세상에 5층까지 늪지 지대일 줄이야.”

“저도 하나만 주세요! 일행이 그거 없어서 힘들어해요!”


순식간에 몰리는 인파.

재호는 웃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물량이 준비되지 않아서요. 오늘은 팔려고 온 게 아닙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물러났다.

남자 한명을 제외하고.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재호를 바라보다가 사람들이 없어지자 슬쩍 다가왔다.


“이봐, 당신 신발 그거 말이야. 혹시 협업할 생각은 없어?”

“협업이요? 무슨···?”

“수익을 나눌 생각은 없냐고. 우리가 재료를 준비하고 작업도 어느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 사회에서 수공업 하던 사람 몇 명 있으니까.”


‘우리?’


이 접근이 개인의 의사가 아니라 단체의 뜻이라는 건가?

혹은 이 남자의 수하들일 수도 있고.

벌써부터 탑에 세력이 생기는 모습이 보이자 재호는 어딘가 떨떠름해졌다.


“죄송하지만 이윤을 나눌 생각은 없습니다. 게다가 물량은 지금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서요.”

“그러지 말고 같이 하자고. 그쪽도 혼자 장사하려면 여러 가지로 불안한 게 많잖아. 언제 으슥한 곳에서 뒤통수 맞을지 모른다니까?”


어쩐지 그 말이 자신들과 협업하지 않으면 뒤통수를 후려주겠다는 말처럼 들려서 불쾌해졌다.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아 거 존나게 까다롭네. 그거 신발 만드는 거 우리라고 못 할 줄 알아? 나중가서 같이 하자고 빌지나 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가뿐히 무시했다.

지난번에 가짜 경찰을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박살 내버려서 은근히 재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예 대놓고 자신을 도발하는 사람이 생길 줄은 몰랐다.


“저런 사람들 상대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재호는 은근슬쩍 소매로 황금충을 내보냈다.

황금충 한 마리가 그 남자의 등에 달라붙는 것을 보며 재호가 사악하게 웃었다.


[황금충이 포만감을 느낍니다.]


잠시 후 황금충이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 그 남성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씨발! 누구야! 누가 훔쳐 갔어! 내 돈!”


남성은 구멍 난 제 돈주머니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눈에 핏발까지 서서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는 게 꽤 많은 돈이 들어있던 모양이다.


“어쩐지 묘하게 배불러 보이더만.”


재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황금충을 쓰다듬었다.

비록 잘못하다가는 내 골드도 뜯길 걱정이 있지만, 잘만 사용하면 남의 돈도 없애버릴 수 있고,

집에 멍청한 탑숭이 노예 한명도 마련할 수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용도로 쓸모가 많은 녀석······잠시만.”


그때 재호의 뇌리에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일단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해 최대한 늪지를 걸었다.

그리고 이쯤이면 괜찮겠다 싶을 때 쯤 황금충을 꺼냈다.


“공격 수단으로 사용 가능한 건 이미 한번 보여줬잖아. 그럼 그 강도를 더 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재호는 황금충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명령을 내렸다.

가장 빠른 속도, 가장 강한 위력으로.

적을 잡아 죽여라.


위이잉.


황금충이 허공에서 진동하더니 총알 같은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목표물은 진흙 안에서 마음껏 헤엄치고 있는 구렁이였다.


피슝!


황금 궤적을 남긴 황금충은 순식간에 구렁이의 몸을 뚫고 밖으로 나왔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주변에 있는 구렁이를 확인한 황금충은 사냥을 시작했다.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 구렁이를 즉사시키는 속도.

황금충이 허공에 수십가닥의 황금 궤적을 남겼다.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사이에 구렁이의 사체 수십마리가 진흙 위로 떠올랐다.


[푸른 탑의 1층 공략을 S등급으로 성공하셨습니다.]

[S등급 달성 보상 : 레벨 업, 초급 장비 강화의 비석]


“생각보다 더 대단하잖아!”


재호는 황금충의 위력에 감탄했다.

이렇게 황금충을 발사하는 방법을 진작 알았다면 정윤식 5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전부 죽여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S급 보상은 랭커 중에서도 하이 랭커들 정도나 가능했던 등급인데.”


반응속도와 동체시력이 인간 최정상급에 오른 괴물들.

그 괴물 같은 하이 랭커들도 1층부터 S등급을 달성하진 못했을 것이다.

거기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물통이나 현질도 불가능하니 더욱 어려운 조건이다.


“이 정도면 랭킹 1등 아닐까?”


문득 지금 소환된 한국인들은 어떤 기록으로 1층을 공략했는지 궁금해진 재호가 상태창을 불러냈다.


“푸른 탑 1층 공략 기록.”


팟!


[푸른 탑 1층 공략 기록]


[1위 블랙맘바 A등급]

[2위 김춘배 A등급]

[3위 노란 우산 A등급]

[4위 이거 닉네임 몇 자까지 가능 A등급]

.

.

.


“역시 상위권은 대부분 A등급이구나. ···근데 블랙맘바라고? 저 양반도 같이 소환됐나 보네.”


푸른 탑, 하이 랭커 블랙맘바.

무려 한국인 중에 전체 랭킹 5위를 차지하는 타오판의 강자였다.


“저 사람도 어지간히 게임 폐인이었는데 오랜만이다.”


그는 재호를 볼 때마다 걸쭉한 욕설을 내뱉던 욕쟁이 유저였다.

타오판 초창기에는 말도 착하게 하고 매너 있는 유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재호만 보면 발작을 일으켜댔다.

그런 블랙맘바를 볼 때마다 불쌍한 사람 보듯 필드에 동전을 하나씩 떨구고 가던 재호였다.


“근데 공략 기록에 자기 닉네임을 새기다니. 어지간히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인가 보구만.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팟!


[1층 최고 기록을 달성하셨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푸른 탑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재호는 새로 떠오른 메시지를 가볍게 저 멀리 보내버렸다.


“어차피 이름은 입력하지 않으면 익명으로 처리되니까. 굳이 입력할 필요는 없지.”


캐시 파머라는 닉네임은 굳이 밝혀서 좋은 것이 없는 이름이다.

S등급 공략 기록은 익명으로 남겨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여러모로 재호에게도 이득이었다.


“아쉽긴 하지만, 캐시 파머99하고는 이제 작별이다.”


앞으로 푸른 탑에서는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 금재호로 살아갈 예정이었다.


팟!


재호가 과거에 작별을 고하는 사이 1층 공략 보상이 나타났다.


“좋았어! 장비 강화 비석은 꽤 쓸만하지.”


비록 지금은 사용할만한 장비가 없지만, 나중에 가서 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걸 그대로 가져다 팔기만 해도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터.

생각보다 탑 공략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오늘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올라가자!”


재호가 의지를 가지자 푸른 탑이 그를 2층으로 인도했다.

푸른 빛이 재호를 감싸 안았다.


*

재호가 떠나고 난 뒤.

본래 소환사가 사라졌으니 소멸했어야 할 메시지창이 계속해서 허공에 점멸했다.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

.

.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

.

본래 재호의 의도대로라면 공략 기록은 이름을 입력하지 않으면 익명 처리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름을 입력해야 할 소환사가 사라졌음에도 메시지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푸른 탑에 오류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광경이었다.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치지직-


돌연 전자음 같은 노이즈가 발생하더니 상태창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 을? 이름이? 를? 를? ···]


계속해서 소음을 내뱉던 상태창이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그리고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름.]

[푸른 탑이 사용자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캐시 파머99의 이름이 푸른 탑에 기록됩니다.]


번쩍!


이내 1층의 공략 기록이 갱신되었다.


[푸른 탑 1층 공략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1위 캐시 파머99 S등급]

[2위 블랙 맘바 A등급]

[3위 김춘배 A등급]

[4위 노란 우산 A등급]

[5위···]

.

.

.


그 시각 재호는 1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신나게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다.


[푸른 탑의 2층 공략을 S등급으로 성공하셨습니다.]

[S등급 달성 보상 : 레벨 업, 오리건의 은팔찌]


“이거 너무 날먹인가? 뭐 어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나 같은 쌀먹 유저가 S등급 달성해보겠어!”


3층으로 올라가 버린 재호의 뒤로 새로운 공략 기록이 떠올랐다.


[푸른 탑 2층 공략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1위 캐시 파머99 S등급]

[2위 블랙 맘바 A등급]

[3위 토끼 검사님 A등급]

[4위 충남 아산 곽두팔 A등급]

[5위···]


탑에서 조용히 돈을 벌어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재호의 바람과는 달리,

탑의 저층 기록이 자신의 예전 닉네임으로 순식간에 갈아치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재호였다.


탑을 오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파란이 일었다.


“뭐야 이거? 캐시 파머99? 이 사람은 뭔데 S등급이지?”

“캐시 파머라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거물급 쌀먹충은 탑에서도 쌀먹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종탑 거주지의 스킨헤드 +1 24.09.09 21 3 14쪽
12 인계동 사거리 연합 +1 24.09.08 28 3 13쪽
11 100골드 보상 +1 24.09.07 29 2 13쪽
10 신발 장수 24.09.06 33 2 13쪽
9 사실 날먹이 맞아 24.09.05 42 2 14쪽
» 안녕, 캐시 파머99 24.09.04 44 2 16쪽
7 나는 쌀먹충이 아니다 24.09.03 55 3 16쪽
6 사다리 걷어차기 +1 24.09.02 73 6 16쪽
5 황금충 24.09.01 75 7 16쪽
4 골드 러쉬의 선물 +1 24.08.31 84 6 15쪽
3 늪지의 기적 24.08.30 96 4 12쪽
2 쌀먹은 날먹이 아니야 24.08.29 105 6 16쪽
1 게임에서 돈 벌지 말고 제발 나가서 일을 해 +1 24.08.28 126 9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