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쌀먹충은 탑에서도 쌀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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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유
작품등록일 :
2024.08.28 21:25
최근연재일 :
2024.09.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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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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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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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0골드 보상

DUMMY

최근 재호의 나날은 더없이 순탄했다.

밤새 열심히 만든 제품을 사람들 앞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이따금 재호에게 덕담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그는 유명 인사가 되어있었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호는 금세 다음 골드 러쉬 보상도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빰빠빰!


팡파레 소리와 함께 빛나는 보상이 허공에 떠오른다.


[축하드립니다! 보유 재산 100골드를 돌파하셨습니다!]

[보상 : 신경계 강화의 물약]


과연 100골드짜리 보상에 걸맞는 물약이 튀어나왔다.

탑에서 공격 포지션을 담당하는 딜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신경계 강화 물약이다.

저층 등반자부터 고층 등반자까지 모두가 구하기를 소망하는 아이템이라는 뜻.

타오판에서도 흔히 고래라고 불리는 과금 유저들은 새 캐릭터를 만들면 꼭 신경계 강화 물약을 먼저 구매하곤 했다.

하지만 물약을 획득한 재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근접 딜러나 전사 포지션에는 아주 훌륭한 포션이긴 한데···나는 아니란 말이지.”


재호가 등반한 탑의 층수는 10층.

사실 황금충 덕분에 1층부터 10층까지 모든 층을 S등급으로 돌파했다지만, 재호의 능력을 따지고 보면 애매한 점이 많았다.

오거의 근력은 가지고 있다지만 그에 걸맞는 스킬이나 특성은 전무한 수준.

지금이야 저층 몬스터들이 주먹 한 방에 나뒹군다지만 상층으로 갈수록 까다로워질 것이다.


1층부터 10층까지 원래는 스킬이나 특성 개화 주문서 하나쯤은 나올 법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현물로만 보상이 등장했다.

돈을 벌 수 있으니 기분 나쁘진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포지션이 애매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래서 초반 기본 특성에 따라서 육성 트리를 짜야 하는데 말이야.”


그 기본 특성을 개화시켜주는 주문서는 진작에 매각한 지 오래다.

한번 판매한 주문서를 다시 사들이기 위해서는 원래 가격의 두배가 필요했다.


“8골드에 팔아넘긴 주문서를 굳이 16골드에 되찾아오라고?”


생돈을 그런 식으로 잃을 바에는 차라리 골드를 씹어 삼키는 게 나은 재호였다.

게다가 주문서를 산다고 해서 오거의 근력과 어울리는 무언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탑의 알고리즘은 타오판 시절부터 모두에게 공평하게 불공평한 거로 유명했다.

예를 들어 궁수 포지션 유저에게 [독날 단검] 스킬을 준다던가.

근접 전사 유저에게 [고양이 발재간] 같은 특성을 준다던가.

이 불리한 요소들을 잘 조합해서 써먹을 수 있는 자들만이 하이랭커로 불릴 자격이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고래로 불릴 만큼 현질을 한다던가.


“나 같은 유저들한테 물통을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지.”


하지만 이제 탑은 현실이다.

물통도 현질도 게임을 편하게 하는 어떤 편법도 불가능하다.


“한번 육성 루트를 정하면 돌이킬 수 없어. 이쪽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이유로 근접 딜러 계열로 성장 루트를 정하기엔 아직 주저하고 있는 재호였다.

신경계 강화의 물약이 나와도 마냥 기쁘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재호의 지금 포지션은 근접 딜러라기보다 황금충 소환사에 가까웠으니까.

중구난방으로 여러 가지 보상을 건네는 [골드 러쉬] 특성이 오히려 이럴 때는 골치 아팠다.


잠시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옆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옆방에서 노예 생활···이 아니라 피고용인 신세를 지고있는 정윤식이었다.

재호는 익숙한 비명소리에 고개를 휘휘 저었다.


“또 황금충 떼어내려고 헛짓거리하고 있나 보네.”


사실 지난주부터 정윤식에게 탑 등반을 허락한 재호였다.

오거의 근력으로 시험을 해본 결과 황금충의 강도가 굉장히 튼튼하다는 걸 시험해봤기 때문이다. 

적어도 30층을 넘어가지 않는 이상 황금충의 껍질을 작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장담했다.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는 정윤식은 황금충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탑 등반을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레벨을 올려서 황금충을 떼어내려고.

하지만 보다시피 결과는 이렇다.


“끄아아아악!”


벽 너머로 고통스러운 정윤식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눈빛이 불순해 보여서 황금충에게 따로 명령을 내린 참이다.

일정 강도 이상의 충격이 감지되면 바로 파고들어 버리라고.

이 사실을 모르는 정윤식이 아무래도 방금 탈출 시도를 한 모양이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마른걸레처럼 쫙 쥐어 짜내주마.”


감히 칼을 들고 설친 대가였다.


그때 재호의 머릿속에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재호는 그 길로 망설이지 않고 신경계 강화 물약을 마셔버렸다.


꿀꺽!


“어차피 아끼면 똥된다. 지금 제값 주고 사줄 사람도 없으니까.”


물약은 마시자마자 효과가 있었다.


[반사신경, 동체시력, 신체 협응력, 깊이 지각 능력을 습득하셨습니다.]


재호는 갑자기 시야가 확대되는 것을 느꼈다.

멀리 새겨진 여관 벽의 흠집부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의 흐름까지.

평생 안경을 안 쓰던 사람이 처음 안경을 썼을 때처럼, 세상을 보는 창구가 180도 달라졌다.


“바로 확인해보자.”


재호는 지금 얻은 능력을 확인해보기 위해 옆방으로 향했다.

단검을 들고 있던 정윤식은 재호를 보자마자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혀, 형님 무슨 일 입니까? 저, 저,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가슴이 간지러워서 좀 긁으려고 했을 뿐인데···.”

“됐고. 시험해 볼 게 있어. 나한테 그 단검 좀 던져봐.”

“예? 이걸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레벨이 있는데 이걸 던지는 건···!”


그때 주저하던 정윤식의 눈빛이 변했다.

아까보다 묘하게 흥분한 듯한 분위기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정윤식의 눈동자 뒤에 숨겨진 불순한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아, 안 됩니다! 형님이 다치기라도 하면 황금충이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아, 그게 걱정이야? 알았어. 잠깐 풀어줄게.”


붕.


정윤식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황금충이 재호의 손짓에 떨어져 나갔다.

재호는 피식 웃었다.


“자, 이제 걸리는 거 없지? 온 힘을 다해서 던져봐.”

“···정말 원망하기 없는 겁니다.”


정윤식은 그렇게 말하고 품에서 새로운 단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표면이 까만색으로 칠해진 날카로운 단검이었다.

재호는 슬쩍 그가 꺼낸 새로운 단검을 살폈다.


‘흑요석 단검? 10층 대에서 나오는 보상 중에 거의 최상위권 보상 아닌가? 열심히 클리어 했나 보네.’


재호의 추측은 사실이었다.

정윤식은 17층을 등반하면서 운 좋게 A랭크로 탑 공략을 완수한 사실이 있었다.


‘17층 공략 랭킹권! 그것도 무려 9위에 이름을 올린 초 하이 랭커! 쉐도우 워커가 바로 나라고!’


17층 A랭크 달성 보상 흑요석 단검.

이 단검의 효과는 매우 심플했다.

단검으로 가하는 모든 종류의 물리 충격 20% 증가.

과연 A랭크 보상답게 충격적인 성능의 무기였다.


‘네가 아무리 10층까지 S랭크로 돌파한 캐시 파머여도 이건 못 막을 거다!’


영원히 재호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절망한 적도 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넌 네 자만심 때문에 죽는 거다!’


“죽어엇!”


17레벨의 초인적인 근력을 일점 집중시킨 흑요석 단검이 그의 손을 떠났다.

단검이 지문의 피부에 마찰을 일으키며 손가락을 떠나는 환상적인 감각!

어부가 낚시대를 통해 짜릿한 손맛을 느끼듯 정윤식 역시 이번 공격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을 느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여기에 [투사체 강화]까지!’


원거리 딜러 스킬이기에 뽑을 당시에는 꽝이라고 생각했던 B급 스킬.

지금은 사람 하나를 죽이기에는 더없이 적절하다!


퍽!


그의 모든 힘을 담은 공격이 재호의 목에 꽂혔다.


“!!!”


정윤식의 뇌리에 그동안의 고생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끝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 부로 완전한 자유의 몸이다.

정윤식의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웅혼한 외침이 튀어나왔다.


“해냈다! 내가 해냈어!”


“해내긴 뭘 해내?”

“아?”


분명히 목을 찢어발겼어야 할 흑요석 단검이 재호의 손가락에 잡혀 있었다.

정윤식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대, 대체 어떻게···?”

“끝까지 지켜보다가, 손가락으로 잡았지.”

“불가능해! 고작 10층 공략자 주제에 어떻게 단검을 잡은 거야!”


재호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10층부터 20층까지의 모든 공략자 닉네임을 살펴본 그였다.

아무리 S랭크로 탑을 등반한 전적이 있다지만 이건 말이 안 됐다.


“설마 10층에서 레벨 노가다라도 한 건가? 하지만 그러면 신발 장사는 어떻게···.”

“내가 능력 향상 포션을 먹었을 수도 있잖아.”

“말도 안 돼! 여긴 물통이나 현질도 안 되는데 무슨 수로 이 타이밍에 그걸 먹는다는 거야! 분명 무슨 속임수가···!”


현실을 부정하는 정윤식을 두고 재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효과 확실하군. 17레벨의 공격이 느리게 보일 정도였어.’


이어서 재호는 황금충을 비행시켰다.


부우웅.


소름끼치는 날개 소리를 들은 정윤식은 재빨리 벽을 타고 달아나려 했다.

그때 재호의 지시를 받은 황금충이 허공에 금빛 직선을 만들었다.

예전보다 훨씬 신속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이었다.


이전까지는 일직선상의 직선 돌격 공격만이 가능했다면, 지금의 황금충은 다르다.

직선에서 다른 직선, 또 다른 직선까지.

각도를 틀고 돌진을 준비하는 대기 시간이 거의 소모되지 않았다.


‘신경계 강화의 물약 덕분이지.’


물약을 먹기 전에는 황금충의 움직임을 시선이 따라잡지 못해서 정교한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금빛 궤적을 남기는 황금충의 몸놀림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초 단위로 황금충의 발사 각도를 컨트롤하는 재호였다.


‘역시 통한다! 좀 더 복잡한 움직임도 가능할 것 같아!’


쉬식!


황금충이 순식간에 허공에 육망성을 수놓는다.

그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라서 마치 육망성이 갑자기 공중에 등장한 것처럼 보였다.

황금충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창문을 넘으려던 정윤식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커억!”

“그래도 이제까지 정이 있지. 사람보고 죽으라고 하면서 검을 던지는 게 말이 돼?”


고통을 호소하던 정윤식은 뚜벅뚜벅 걸어오는 재호를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 하하! 조크! 조크인거 아시죠?”

“그래 뭐, 재밌는 희극이었어. 근데 이제 난 비극이 보고 싶다.”


.

.

.


“끼아아아악!!!”


접시를 닦던 여관 주인은 방음 마법을 뚫고 위층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어휴, 저런 개진상 새끼들. 찾아오는 손님만 많았어도 바로 내쫓아버리는 건데.”


손님이 더 찾아올 수 있는 번화가에 여관을 짓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었다.

한숨을 내쉰 그는 신세를 한탄하면서 저녁 식사를 준비할 뿐이었다.


*

2주가 지났다.

이제 신발 장수에 더 익숙해진 재호가 인상을 찌푸렸다.


“흠···좋지 않은데.”

“예? 뭐가요? 돈도 잘 벌리고 아주 입이 찢어지겠구만 뭐가 안 좋아요?”


어쩐지 묘하게 가시 돋친 정윤식의 말투가 돌아왔다.

어젯밤 한숨도 안 재우고 신발 작업을 시켰더니 성질이 날카로워진 모양이다.


‘이 자식. 며칠 전만 해도 황금충 맛보여주면 아주 자지러졌었는데. 금충이한테 명령 한번 내려?’


“···왜 그렇게 무섭게 보세요. 제가 잘못이라도···.”


불길함을 느낀 정윤식이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재호가 아니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자식 요즘 왜 이렇게 빠졌지? 너 군대는 갔다 왔냐?”

“당연히 갔다 왔죠.”

“현역으로? 거짓말 같은데? 너 솔직히 말해봐 현역 아니지?”

“···공익이요. 공익도 군인 맞잖아요.”

“하하하! 이래서 탑숭이 평균은···.”


웃음을 터트리려던 재호는 금세 멈췄다.

생각해보니 자신도 가정사 때문에 군대를 면제받지 않았던가?

그래 놓고 타오판 유저 평균을 따지기에는 너무 양심이 없어 보였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오늘 수익 얼마 나왔어?”

“40골드요.”

“흠···역시 한참 모자라.”


현재 재호의 총재산은 약 240골드. 탑에서 획득한 S급 보상들을 처분하고 요 며칠 사이 신발 장사까지 성실하게 마쳤더니 어마어마한 거금이 손에 들어왔다.

여기에 오늘 얻은 수익 42골드를 포함하면 총 280골드가 넘는 떼돈을 보유한 사람이 재호였다.

이 정도면 푸른 탑의 대부호라고 불려도 모자라지 않을 수준이었지만, 재호의 눈에는 아직 한참 부족할 뿐이었다.


“어제는 얼마 벌었더라?”

“55골드요. 근데 이 정도 오차 정도는 충분히 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신발 장사를 한 지도 한 달 가까이 되어가니 슬슬 구매자가 줄어드는 것도 정상이다.

아무리 늪지 지대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그들도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 상층을 지향할 테니까.

하지만 재호의 눈에는 최근 들어 부자연스럽게 꺾이는 구매율이 신경 쓰였다.


“꼭 누군가 신발 장사를 방해하는 것 같단 말이야.”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아무렇지 않게 뒷정리하는 정윤식을 보면서도 어쩐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재호였다.

그 의심이 사실로 밝혀진 것은 며칠 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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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붉은기린
    작성일
    24.09.07 17:45
    No. 1

    안녕하세요~오늘 선호작하고 1화부터 여기까지 추천들 하고 잘 보고 가요~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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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쌀먹충은 탑에서도 쌀먹합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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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종탑 거주지의 스킨헤드 +1 24.09.09 21 3 14쪽
12 인계동 사거리 연합 +1 24.09.08 29 3 13쪽
» 100골드 보상 +1 24.09.07 30 2 13쪽
10 신발 장수 24.09.06 34 2 13쪽
9 사실 날먹이 맞아 24.09.05 43 2 14쪽
8 안녕, 캐시 파머99 24.09.04 44 2 16쪽
7 나는 쌀먹충이 아니다 24.09.03 56 3 16쪽
6 사다리 걷어차기 +1 24.09.02 74 6 16쪽
5 황금충 24.09.01 76 7 16쪽
4 골드 러쉬의 선물 +1 24.08.31 85 6 15쪽
3 늪지의 기적 24.08.30 96 4 12쪽
2 쌀먹은 날먹이 아니야 24.08.29 106 6 16쪽
1 게임에서 돈 벌지 말고 제발 나가서 일을 해 +1 24.08.28 126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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