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휴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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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생일
작품등록일 :
2024.08.31 23:00
최근연재일 :
20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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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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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좋은 일은 의심할 것

DUMMY

삐비비빅! 삐비비빅!


전자시계의 알람이 귀를 때렸다.


수백 번이 넘도록 들은 익숙한, 그러나 몇 번을 들어도 짜증이 솟구치는 소리다.


몸을 한번 떤 도형은 눈을 떴다. 어째서인지 평소와 다른 서늘함을 느껴서였다.


그의 시야에는 낡아빠진 석면 천장이 보인다.


움직임도 없이 멍하니 누워있던 그의 입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염병···.”


일반적인 현역으로 복무하는 병사라면 비속어를 달고 사는 것이 당연하며, 그들에게 있어 매일 아침은 욕설을 수백 번은 내뱉는 복습의 장이겠으나,


지금 그가 나지막이 내뱉은 저 말은 다른 의미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처한 매우 골 때리는 상황의 내력을 안다면, 십중집(十中十)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렴, 골 때리지. 골 때리고 말고. 아주 징징 울린다.’


도형은 예비군 훈련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군무원 교관들과 함께 예비군들을 훈련시키는 조교의 일이다.


그런데.


명절이 지나자마자 들이닥쳐야 할 예비군들이 오지 않았다. 예비군들만 오지 않으면 다행일까.


간부들 또한 마찬가지로 오지 않고 있다. 그것도 장장 일주일이 넘도록.


오늘이 바로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된 날이었다.


초반에는 소대원들도 좋다고 미쳐 날뛰었다.


‘현재 시점에도 그렇지만.’


그들의 주둔지는 서울에 있으나 첩첩산중이었다. 대부분 인원이 주둔하는 본부중대에서 포장도로로 산을 오르면 예비군 훈련장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비포장도로를 20여 분 달려 올라오면, 이곳에 근무하는 이들이 대부분 존재도 모를 예비군 훈련대의 숙소가 위치한다.


애초에 그들 이전에 세대에, 예비군 소대의 소대장과 훈련대장이 감사를 편하게 보내기 위하여 훈련대의 존재 자체를 서류상 애매하게 숨겼다. 그리고 당시 훈련대장이 부 여단장으로 승격하면서 그 암수는 더더욱 견고해졌다.


소대원들은 긴가민가했으나, 이는 사실이었다.


오죽하면 소대장이 소대원들에게 말하기를 “전쟁 나도 너희는 여기 짱박혀 있으면 된다!”고 했겠는가.


즉, 그들의 행동 범위는 산 중턱의 훈련장과 생활관 건물뿐이었으니 잘만하면 그들은 쥐 죽은 듯이 사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소대원들은 결의했다. 자신들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기로. 단체로 결식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설 명절 전에 본부중대에 위치한 식당 옆 PX에서 대량으로 구입한 식량을 까먹으며 지냈다.


예정된 업무가 갑작스레 사라져 생긴 휴일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비록 어디서 뭘 잘못 건드렸는지 Tv와 스마트폰 통신이 먹통이 되었으나, 이미 질리게 한 그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소대는 며칠간 그간 이루지 못했던 휴식으로 침전된 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식량도 서서히 바닥을 보이자, 그들 중 몇몇은 이상함과 동시에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저번 주 목요일, 58인의 소대원들은 한곳에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지금 상황이 매일 순번 정해서 훈련장 다녀오고 있잖아. 근데 올 낌새가 아예 안 보여. 예비군이나 간부들이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첫째, 즐길 만큼 즐겼다. 본부중대로 내려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하자.


-이거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덤터기 쓸 수도 있어. 최악에 경우는 영창까지.



둘째, 이대로 대기하고 있자.


-지금 우리 소대는 거의 유령 소대야. 감사 편하게 넘어가려고 존재를 숨겼다잖아. 내려갔다가 혹시 다른 데서 눈치까면 그게 더 위험하지 않겠냐? 최소 영창일걸?


양쪽 모두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고, 또 나름대로 탄탄했다.


결국 두 의견은 합의점을 만든다. 소대원들이 명절 전에 꿍쳐놓은 라면이나 냉동이 상당하니. 일주일, 딱 일주일만 더 버티다가 그 이후에도 상황이 유지되면 여단 본부까지 내려가 보자는 것.


그리고 오늘이 8일째, 인원 대부분 먹거리가 바닥났다. 이제 선택지가 없다. 가야 한다.


여단 본부까지 내려갈 일원은 임기응변에 능한 이들이 가게 되었다.


의외로 그들은 큰 불만은 없었다. 이미 충분히, 질릴 만큼 쉰 것도 있지만.


그들이 군대에 와서 느낀 점이라면, 여긴 얼간이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서울대생도 군대에 가면 바보가 된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다. 도형은 그 말에 절실히 공감하게 되었다.


불안하게 다른 사람에게 맡기느니, 이런 중요한 일은 직접 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사태 파악하는 게 너무 늦지 않느냐고?


너무 욕하지 말라. 그들은 규정을 잘 지킨 것뿐이니까. 근무지 이탈은 아주 크나큰 중죄다.


하물며 갑작스레 찾아온 천금과도 같은 행운, 쉴 기회가 제 발로 굴러들어왔다.


그들이 머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니고, 미쳤다고 일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겠는가.


군 생활 불변의 법칙 중 하나, 일이 없다는 것을 티 내지 말 것. 일은 만들고자 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만들어진다.


‘간부가 기꺼이 나를 위한 일을 만들어 줄 테니.’


또 한 가지, 일을 찾아서 하지 말 것.


‘다음부터는 말 잘 듣고 성실한 일꾼으로 항상 네가 선택될 테니.’


실제로 그나마 가장 제정신 박혀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도형을 포함한 첫 번째 의견을 낸 이들도 3일 정도가 지나서야 현 상황에 대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우리도 정줄 놓고 즐기긴 했지만.’



* * *



혹시 오늘은 예비군들이 올지 모른다. 도형은 한동안 입지 않고 관물대 구석에 처 박아둔 군복을 꺼내입었다.


양손으로 잡아 올린 군복의 오른쪽에는 세 개의 검은 막대가, 왼쪽에는 병사의 이름 석 자가 새겨져 있었다.


김도형. 이번 달에 막 진급한 상병, 1호봉이었다.


아직도 후임이 없다는 점과 위로 50여 명의 선임들이 있다는 점을 알고 나면, 누구도 그가 꼬인 군번임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목에 칼라는 반듯하게. 바지를 군화 위에 고정하는 고무링, 군화 매듭 끈은 양말 안에 넣고, 붉은 조교모까지.


내려갔다가 예비군이 오거나 간부를 마주쳐도 언제든 변명할 수 있도록 완벽히 준비를 마쳤다.


세수나 양치는 패스. 귀찮다.


소매를 올려 군인의 필수품, 카시오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6시 25분. 도형은 중앙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어째서인지 복도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하지만 도형은 굳이 켜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거니와. 그는 반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건물의 같은 경로를 매일매일 걸었던 군인.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1층에 가득 찬 한기, 도형은 출입문이 열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출입문 앞에 서서 그 한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가장 먼저 내려온 인원이 소대에서 가장 짬이 낮은 도형이 아니라니, 의외였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일찍 나오셨습니다.”


김예찬 병장. 회의 때 강력하게 상황을 파악하자고 주장했던 도형의 선임이다.


“전혀. 말년에 무슨 일이냐, 이게···. 잠이 안 와서 좀 일찍 나왔어.”


김 병장은 우울한 어조로 답했다. 그럴만하다. 전역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그로서는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두 사람은 남은 인원이 내려올 때까지 아직 어둠에 잠긴 연병장을 바라보았다.


“넌 어떻게 생각하냐? 오늘은 올 거 같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래에 뭔 일이 났다고 확신합니다.”


“왜?”


뚜벅 뚜벅.


도형이 막 이야기를 하려던 차에 누군가의 군화 소리가 계단 위에서 들려왔다.


‘소리가 겹친다. 인원은 두셋 정도.’


우리 소대에 둘 있는 운전병 중 하나인 서글서글한 인상의 권민서 상병, 그리고 후덕한 인상의 윤두현 상병이었다.


윤 상병이 두상에 비해 작은 편인 입을 벌리며 하품하자 김 상병도 따라서 두상에 비해 큰 편인 입을 쩌억 벌렸다.


도형은 먼저 인사를 건넸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둘은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아니.””


역시 단짝답게 둘의 호흡은 잘 맞았다. 아마 저 둘은 사회에 나가서도 가까이 지내리라.


권 상병은 이마를 쓸어올려 원숭이 같은 헤어라인을 드러내며 특유의 가벼운 목소리로 김 병장에게 말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병장의 감으로, 오늘은 올 거라고 보십니까?”


김 병장은 도형에게 그랬듯이, 근심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나도 몰라, 인마. 이런 상황을 겪어 봤어야 알지.”


윤 상병은 유쾌하게 말했다.


“뭐, 좋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액땜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렵니다. 복무하면서 총 한번 안 쏴보는 부대가 어디 또 있겠습니까? 체력 평가에다 진급 평가도 안보고 말입니다.”


그 말에 김 병장도 피식하며 실소를 흘렸다.


“그래, 그렇긴 하지. 따로 훈련도 안 하고, 우리 부대가 꿀이긴 꿀이야.”


“이제 가십니까?”


“가자.”


“차 키 가져오겠습니다.”


도형은 복도 끄트머리에 있는 소대장실로 발길을 돌렸다.


소대장실 앞, 혹시 모르니 문을 노크하며 들어갔다.


똑똑-!


“소대장실 용무 있어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혹시나 했지만, 침묵이 이어졌다. 역시나 오늘도 안 온 건가···


문을 열고 어두운 소대장실로 들어가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눌렀다.


달깍-


하지만 소리만 울릴 뿐, 불은 켜지지 않았다.


달깍- 달깍-!


“이 뭔··· 이젠 전기까지 맛이 간 건가?”


도형은 조용히 투덜거렸다.


왼쪽 가슴팍 주머니에서 작은 전등을 꺼내 서랍을 뒤져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복도 쪽에서 “쟤는 불을 켜고 찾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기 나갔어, 이것들아.’


도형은 속으로 답했다.


중앙현관으로 돌아왔을 때, 윤 상병과 권 상병은 버스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도형이 군에 와서 알게 된 점이 흡연자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대략 60~70%.


‘비흡연자가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저게 뭐 좋다고 저리 태우는지, 원···.’도형은 권 상병에게 차 키를 건네면서 김 병장을 향해 말했다.


“저희 전기도 나간 거 같습니다.”


“뭐···?”


김 병장은 중앙현관으로 다시 들어가 스위치를 딸깍거렸다.


“진짜네? 이런 씨···.”


“어젯밤에는 불 들어왔으니, 밤사이에 나간 것 같습니다.”


김 병장은 미간을 두 손가락으로 누르다가 버스 쪽으로 걸어갔다.


“하, 일단 가자.”


권 상병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와서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저희 운전하려면 간부가 동승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래도 되겠습니까?”


“아, 그거.”


김 병장은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고는 말을 이었다.


“소대장이 명절 전에 그러더라. 이제부터 간부 대신 분대장이나 병장급이 인솔해서 가라고. 우리도 어지간히 가라(일 처리를 날림으로 한다는 뜻의 군대 은어) 부대야.”


“···.”


김 병장은 버스로 가던 발길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후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야, 그냥 우리 간부 차 타고 가자. 운전 가능하지?”


간부가 영내에서 차량이 따로 있었다. 5인용 픽업트럭이었는데, 출근할 때는 본인 차를 끌고 오고 주둔지 내에서는 이 차량을 끌고 다녔다.


권 상병은 열쇠 꾸러미를 뒤지며 말했다.


“운전은 할 줄 압니다. 근데 저 차 열쇠가 어떤 건지를 모릅니다.”


“내가 알아.”


“···?”


“2소(대장)가 알려줬어.”


도형은 생각했다.


자신이 속한 부대가 정말 가라 부대임이 확실하다고.



* * *



부-우우웅-!


빛이 없는 산길은 어두웠다.


아무리 구석에 박힌 막사라도 전력은 연결되어 있는지라, 평소에는 길을 따라 작은 조명들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방이 껌껌한 어둠뿐.


그 어둠을 밝히는 게 고작 차량의 조명뿐이다 보니 도리어 빛이 닿지 않는 곳의 어둠이 더 짙어지는 악영향이 나타났다.


티를 내지 않았지만, 도영은 오싹함과 동시에 뒷덜미에서부터 내려오는 한기를 느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와, 그냥 버스 타고 오는 게 나았으려나.”


김 병장은 결정을 후회하는 듯했다. 덩치가 큰 버스는 크기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던 듯했다.


“거의 다 왔습니다.”


탈것에 약한 도형도 슬슬 멀미가 올라왔다.


권 상병은 군 생활 내내 사소한 사고 한번 낸 적 없는 운전사였다. 지금 일행이 느끼는 이 진동은 비포장 산길 문제인지라 별수 없었다.


차의 속도가 점차 주고 흔들림이 멎어갔다.


예비군 훈련장에 도착한 것이다.


조수석에 있던 도형도, 심지어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권 상병도 포장도로로 진입하기 직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정도로 어두웠다.


원래는 곳곳에 조명이 비추고 있어야 하는데.


숙소만 전기가 끊긴 게 아니었단 말인가? 이래서야 예비군이 온다 한들 훈련도 하지 못할 것이다.


입소 처리도 교육도 전부 전기가 있어야 컴퓨터든 교육 영상이든 돌릴 게 아닌가.


“이거 위에만 정전된 게 아닌가 봅니다.”


“돌겠네. 이거 여단 본부 쪽까지 정전인 거 아니냐?”


김 병장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차라리 좋은 거 아닙니까? 여단 전체가 정전이면 복구하려도 여기저기서 달려들 테니 빨리 처리될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도 긍정을 표하는 권 상병. 그는 참으로 사람이 긍정적이었다.


“아, 모르겠다. 일단 차 타고 사무실로 가보자. 거기 군무원이나 하사 있으면 무전 쳐서 애들 부르고. 없으면 여단 본부까지 내려간다.”


김 병장이 피곤이 그득그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있어라. 하사든 교관이든. 본부중대까지 가기 귀찮단 말이다.’



* * *



‘젠장!’


갓 성인이 된 도형이었지만, 그가 22년간 살아오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세상일은 대부분 자신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중학교 1학년 시절, 13개의 문제를 모두 한 번호로 찍었음에도 단 한 개도 맞지 않았던 일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세상을 믿지 않았다.


‘아, 이랬으면 좋겠다.’ 하면 ‘에이씨!’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가 살아온 세상.


“가자···.”


두 상병이 말했다.


“···담배 한 대만 태워도 되겠습니까?”


“그래, 피우고 출발하자.”


담배를 꺼내는 둘을 뒤로하고, 도형은 김 병장과 차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도형의 머리를 스쳤다.


이게 무슨 일인가.


먼저 휴가 가버린 형은 뭔가를 알고 있었을까?


붙잡아서라도 물어봤어야 했나?


침착하자. 아직 여단 본부로 내려가 보지 않았다. 별일 아닐 수도 있는 거야. 나도 참, 잔걱정이 많아서 큰일이다. 겨우 이 정도 가지고···.


“김 병장님.”


“왜.”


“저도 참 걱정이 많아서 큰일입니다. 겨우 이 정도 문제를 가지고 나쁜 생각이 막 듭니다그려. 하하하.”


조수석에 앉은 도형은 허리를 돌려 뒷좌석을 보았다. 이게 별것 아닌 일인지, 김 병장의 반응으로 예상할 생각이었다.


“나도 그래. 군 생활을 가라로 해서 그런가, 이런 일은 처음이라.”


김 병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답했다. 별 게 맞는 모양이다.


“우리 소대장들이 어떤 사람들이냐. 여기, 자기 사무실을 아지트로 여기는 사람들이야.”


그렇긴 했다. 집보다 부대를 좋아하던 사람들이었다. 자기 당직도 아닌 주말에 와서 죽치고 있을 정도였으니···.


2소대장만 해도 제 아내 몰래 산 자기 물건을 이곳에 보관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 사람들이 안 왔어. 우리가 모르는 훈련이 있어도 거의 다 2박 3일일 텐데. 거기에 동원됐다 해도 시간이 한참 지났다고. 난 뭔 일 있다고 본다. 크던, 작던.”


“그렇습니까···.”


과연 어떨는지···.



* * *



‘음···.’


‘음···.’


“햐···! 조졌네, 이거.”


일행은 본부중대까지 내려왔고, 아무도 없었다.


최소한 여기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본부중대, 주둔지에서 제일 큰 건물. 간부, 군무원. 그리고 여단장까지 가리지 않고 일하는 곳.


그런데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다.


심지어 여기도 정전이다. 전화고 무전이고 되는 게 없었다.


‘어차피 군용무전기는 우리가 다룰 줄도 모르긴 하지만.’


그들은 3층짜리 건물의 모든 곳을 샅샅이 뒤졌다.


철컥-! 꽝!! 철컥-! 콰앙!!


모든 문을 열어젖히고.


“···갑니까?”


“······고.”


“진짜 병장님이 책임 지시는 겁니다?”


“내가 진다고, 어차피 전역 2달도 안 남았어.”


“진짜 엽니다?”


“열어!”


똑똑!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뇌와 간덩이를 잠시 빼놓고 여단장실까지 방문했다.


“으아아아아아!!!무도! 안계십니끄아아아아!!!!”


자포자기하고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며 날뛰기까지.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결과는 허탕.


김 상병이 숙소에 연락하기 위해 무전기를 꺼냈다. 군용이 아닌 예비군 훈련 때 사용하기 위해 군무원들이 따로 구입한 장비였다.


삐비빅-! 치지지지-!


“아, 아, 들리냐?”


치지지지지-!


‘대충 예산 맞춰서 샀을 테니 당연한 건가.’


거리가 멀어 통신이 되지 않는 듯했다.


“야, 이거 안된다. 김 병장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


김 병장이 계속 침묵하자 윤 상병이 거들었다.


“일단 전체적으로 한번 돌아보십니까? 탄약고나 유류 창고, 정비대 같은 곳은 아직 안 돌아보지 않았습니까.”


김 병장이 천천히 손을 가리고 있던 입에서 뗐다.


“그래. 그렇게 하자.”


‘결국 이리되는군.’


도형은 한탄했다. 그나마 아직 안 가본 세 곳으로 가는 방향이 같아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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