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휴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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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생일
작품등록일 :
2024.08.31 23:00
최근연재일 :
20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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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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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9-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DUMMY

도형은 달려드는 노인의 얼굴에서 만반의 미소를 보았다.


저 노파가 지금껏 살아오며 지었던 미소 중 가장 밝을 것이라고, 적어도 도형은 그렇게 확신했다.


모두가 납득할 정도로 간단하고 합당한 이유가 있었으니.


정말 큰 미소였으니까.


입이 찢어지도록 웃는다는 비유적 표현을 넘어, 이미 진작에 찢어진 입에서 시작되어 볼을 타고 벌어지는 너른 미소.


눈웃음을 찌푸리는 것을 넘어, 얼굴 전체를 찌그러뜨리며 짓는 강렬한 미소.


그런 미소였다.



* * *



시선의 충돌을 뒤, 육체의 격돌이 이어졌다.


쿠당탕!!


캬아아아아아-!!


노파는 움썩대고 있던 음식물 통을 뒤엎으며 돌진해 왔다.


마치 오랫동안 굶은,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굶은 이가 갓 조리된 음식을 발견한 듯한 모습이다. 모든 행동, 반응을 오롯이 그 음식을 취하기 위해 집중한 상태인 것이다.


문제는 그 음식이 바로 도형이라는 점.


‘씨-빠알!!’


파악-!


자세를 낮추고 있던 도형은 노인과 충돌하기 직전 빠르게 몸을 일으키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더럽게 빠르······!’


하지만 대응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만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노인이 코 앞까지 근접해 있으니, 실로 귀신같은 속도였다.


도형에게 다다르기 직전, 노인은 자신의 사지를 휘둘러왔다. 그 모습을 본 도형은 무의식적으로 양손을 비우고 그중 하나를 저지하는 것을 택했다.


태-앵-!


도형이 놓친 마체테가 떨어지고.


뻐-억-!!


도형과 노인이 격돌했다.


충돌과 동시에 도형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곤 본능적으로 전신에 근육을 긴장시켰다. 충격을 전력으로 상쇄하기 위한 대응이었다.


꾸-우웅-!!


충격이 도형의 전신을 강타했다. 뼈마디가 덜걱대고, 근육이 욱신댔으며, 내장이 울렁거리는, 강력한 충격이었다.


“끄흐으으읍······!!”


충돌 후, 두 사람의 몸은 서로에게 고정되었다.


도형은 이를 들이대려는 노인의 목을 왼쪽 팔뚝으로 틀어막고, 긁으려 휘두르는 왼팔은 남는 오른손으로 붙들어 당기고 있었다.


노인의 팔과 목 간에 거리를 신체가 허용하는 한 최대한 벌린 것이다. 노인의 저항 탓에 지속적인 근력을 요했으나, 이로써 가장 경계해야 할 입으로 행하는 후속 공격을 방어할 수 있었다.


미처 막지 못한 노인의 오른손은 등판을 긁어댔으나 상당한 방호력을 가진 방상외피가 그 위를 덮고 있었다.


기껏해야 퇴화할 대로 퇴화한 인간의 손톱이다, 단시간은 문제없을 터.


다만.


“미친···!!?”


노인의 힘은 도형의 예측을 아득히 벗어났다.


다 쭈그러들어 노쇠한 몸. 그 몸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힘을, 노인은 발하고 있었다.


캬아아아아-!!


그극-! 그그그극-!!


도형의 몸이 서서히 밀려날 정도.


“이··· 미친 거···!”


거의 모든 투기(鬪技) 종목은 체급별로 경기를 나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체급이 싸움에서 매우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설령 체급이 작은 쪽이 순수 근력에서 약간 우위를 점한다 해도 서로를 붙들고 밀어낸다면 체급, 질량의 차이로 도리어 작은 쪽이 밀려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도형은 체급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쥐고 있음에도 밀리고 있다.


이게 어째서 가능한가, 그렇다면 체급의 우위를 상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은 힘이다.


더 강한 힘. 그냥 강한 것이 아니라 더 압도적인 힘.


이로 보아 현재 노파는 도형을 압도할 정도의 힘을 내고 있다고 봐야 했다.


‘내 완력에다, 질량에다가, 거서 나오는 마찰까지 씹는다고?’


지속적으로 목을 밀리고 있는 그 상태에서도, 노인은 악취가 나는 입을 들이밀었다.


크아-갸갸갹!! 갸가갹!


딱-! 딱-! 따닥-!!


날카로운 치아와 치아가 미친 듯이 맞부딪쳤다. 어느 부위든 입에 닿는 순간 물어뜯겠다는 강렬한 욕망 느껴졌다.


도형은 곧바로 대응을 시작했다. 원래는 일단 붙들어 둔 다음 주변을 살피고 대응할 생각이었으나.


‘충격이 심하다. 게다가 예상보다 힘이 너무 강해. 오래 못 버틴다!’


도형은 오른손으로 붙들고 있던 노인의 왼팔을 쳐낸 다음 연속해서 왼쪽 옆구리에 보디 샷을 때려 박았다.


퍽! 퍼억-! 쩌억-!!


분명히 탄성이 있으면서도 단단한 어떤 것이 부서지는 느낌이 도형의 주먹에 확실하게 전해졌다.


도형은 그것이 늑골이라 예측했다.


‘이 미친 늙은이가!’


그러나 노인은 변함이 없었다. 아예 통각에 대한 반응이 없다.


최소한 몸을 움찔대든지 하는 미약한 반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노인은 여전히 가드를 뚫으려 발악하고 있다.


‘통각을··· 못 느끼나···!?’


물론 무게 중심이 뒤로 넘어간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지라 제대로 자세도 못 잡고 초 근거리에서 날린 펀치라고는 하지만···


전투(너클) 장갑을 끼고, 사활을 걸고 때린 만큼 결코 약한 충격이 아니었을 터.


퍽-! 퍽-!


퍽-!!


퍼-억!!


어떻게든 자세를 만들어서 몇 방을 더 꽂아 넣어 확인한 뒤에야 도형은 확신할 수 있었다.


타격이 아예 안 먹힌다.


‘돌겠네, 이거···!’


이는 이 노인을 제압할 수단이 극단적으로 축소됨을 의미했다.


꾸구국-


뒤꿈치에 뭔가 닿는 느낌이 왔다.


빠르게 후방을 확인한 도형은 식겁했다. 밀리고 밀려 길 가장자리, 도랑 양쪽 가드레일 기둥에 닿은 것이다.


만약 기둥이 아닌 조금만 옆으로 발이 밀렸다면 곧바로 균형을 잃고 무너졌을 것이다.


사냥감이 궁지에 몰렸음을 본능적으로 알기라도 한 것인지, 밀어붙이는 노인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는 듯했다.


‘아니면 내 힘이 빠지고 있던가!’


도형은 팔 힘이 서서히 빠지는 동안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대문을 나왔을 때는 굳어있던 머리가, 지금은 미친 듯이 핑핑 돌아갔다.



타격은?


안 먹힌다.


흘리고 옆으로 뛰는 건?


완전히 밀착해 있는 상태야. 뛰어도 자세 잡기 전에 달려들 거다. 아예 대응할 수도 없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 그대로 돌아올 거다. 어차피 난간이다.


아예 밀착해서 니킥은?


가드가 뚫린다. 너무 위험해.


엘보로 후리는 건?


이 각도에서 저거 머리통에 2/3가 아가리야. 스스로 팔을 입에 넣어주는 꼴이다. 이미 주먹 타격이 안 먹히는 시점에서, 자세도 못 잡은 엘보도 큰 차이가 없을 거야.


박치기?


아까랑 똑같지. 뜯기고 싶으면 해보던가.


씨발 놈이?!



얼굴을 타격하는 건 물릴 위험도가 너무 높다. 그렇다고 안전을 보장하고 취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도형은 다시 한번 꾸역꾸역 자세를 옮기고는 한계까지 몰린 근육을 극한까지 쥐어짰다.


“흡!”


짧은 기합 소리.


도형은 그와 동시에 노인의 정강이 아래로 파고들었다. 여전히 목을 틀어막은 왼팔이 삐걱거린다. 왼발을 뒤로 오른발을 앞으로 전환, 오른손으로 노인의 왼쪽 정강이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팔로 틀어막고 몸을 최대한 낮췄다고는 하나 목덜미를 노출하는 위험도 감수했다.


도형은 다시 한번 근육을 마지막으로 폭발시켰다.


“후웁!”


진짜 마지막이다.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다. 실패든 성공이든 이번에 결정 난다. 더 이상 힘도 없다. 그러니 마지막이다.


앞으로 질주하던 스스로의 힘과 거기에 들어 올리려는 도형의 힘이 더해져 노인은 가드레일 위로 튀어 올랐다.


아니, 튀어 올라졌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제법 깊은 도랑 아래로의 추락뿐.


그 도랑 바닥에는 크고 작은 바윗돌들이 가득했다.



* * *



뻑!



도형의 등 뒤로 단단한 무언가가 으깨지는 소리가 울렸다.


일상 속 다양한 곳에서 들을 수 있는, 흔해 빠진 소음. 하지만 소리의 발생원을 알고 있는 도형에게는 더없이 끔찍한 소리다.


후읍! 흐으윽!


도형은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저 허리를 숙인 상태로 무릎을 짚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호흡을 어느 정도 돌아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머리는, 이성은 당장 뒤를 돌아 노파의 상태를 살피라 외치는데, 만에 하나 무력화되지 않았다면 시뻘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몰랐는데.


결국 빠르게 시선을 돌리며 스치듯이 확인하는 것으로 스스로와 타협했다.


“저건 확실하다.”


설령 저 상태로 살아있어도 도형을 쫓아오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전부.


도형은 짧은 소감을 끝으로 더 이상 이 일과 관련된 말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뻐근한 왼팔을 추스르며 빠르게 걸어갔다.


쏟아진 음식물 냄새가 지독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날 것이다.


도형은 비위가 약했다.



* * *



그 후로는 별문제 없이 목표로 했던 어린이 병원 입구로 도착했다. 하늘이 도운 듯했다.


‘그래, 양심이 있으면 도와야지. 저런 거랑 또 씨름할 힘 없다.’


휴가 때는 도형은 이 앞에서 차를 기다렸다. 그때 도형은 화장실이 급해 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었다.


그때 뜬금없이 입구로 들어선 군인을 보고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던 경비. 도형은 그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살았을까?


‘아니지. 살아는 있으니.’


제정신일까?


‘···내 알 바가 아니지. 자, 이제···.’


도형은 저번 휴가 때 경비가 고개를 내밀었던 창문을 따고 들어갔다.


입구와 딱 붙어있는 경비실이라 깊게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소대장의 마체테는 귀하디귀한 호신 수단이니 안전하게 모셔뒀고.


절단기를 꺼내 들었다. 도형의 몸통이 간신히 통과할 만한 창문. 창틀과 창문 테두리가 모두 플라스틱이다.


조금씩 깎아내서 절단기 손잡이 부위를 끼워 넣을 두 개의 구멍을 만들었다. 거기에 절단기를 끼워 놓고, 발에 무게를 더해 지그시 밟았다.


끼기기기-긱-!


따앙!


마침내 잠금장치를 부수고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배낭을 먼저 안으로 던지고, 낑낑대며 창문에 몸을 구겨 넣은 도형은 앞으로 한번 구르고서야 관리실에 완전히 들어올 수 있었다.


기껏해야 한두 평짜리 방이다. 안전하다.


도형은 창문을 닫고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방과 마찬가지로 낡은 의자는 뒤로 기울어졌다.


“후···.”


도형은 의자의 목 받침에 머리를 떨궜다.


이 사이 사이에 오물이 낀 채로 달려들었던 노인.


‘아··· 생각하기 싫은데.’


흉악했던 노인의 상태를 떠올리니 아직도 몸이 움찔한다. 여전히 그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도형은 간신히 구역질을 억눌렀다.


노인의 이가 기이할 정도로 뾰족했던 것을 떠올랐다.


자신의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고, 기억은 변질되기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하자···’


맨 처음 마주했던 소대원들을 보라. 그들 중에는 내장으로 추정되는 것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던 이도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죽거나 최소한 행동 불능 상태여야 할 인간을 정상 상태의 인간보다 월등한 육체 능력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그게 세균이든 바이러스든 나노로봇이든. 차라리 이빨을 더 자라나게 하는 것이 더 현실성 있다.


‘치아 재생은 실제로 연구되고 있으니까···.’


노인의 치아 중 기존 이를 밀어내고 덧니처럼 날카로운 이가 솟아 있기도 했다.


‘기존 이가 임플란트인가?’


밀려난 이 뿌리 부분에서 금속질을 본 것 같기도 하다.


노인의 상태를 곱씹으며 얼마를 보냈을까. 아직도 지독한 냄새는 코를 떠나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도형은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하···.”


냄새가 코를 떠나지 않은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나고 있었다.


아까 충돌 때 묻은 노인이 먹고 있던 음식물쓰레기다. 방상외피 곳곳에 잔뜩 묻어 있다.


방상외피를 벗고 배낭에서 꺼낸 물티슈를 그 위로 벅벅 문질렀다. 심히 짜증이 섞인 몸짓이었다.


오물이 묻은 물티슈를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넣고는 다시 의자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외부에서 훑어본 병원은 인기척 없이 조용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크게 데인 적이 있는 도형은 병원을 탐색한다는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뭐, 갇힌 사람 구출할 것도 아니고.’


이마를 한번 쓸어내린 도형은 책상 위 종이에 이것저것 끄적이기 시작했다.


너무 지쳐서 머리가 안 돌아간다. 생각하기도 귀찮다. 그냥 이대로 이 차가운 바닥에 눕는다 해도 바로 잠들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야 했다. 머리를 굴려야 했다.


지금 하는 이 필기는 조금이나마 생각을 도울 것이다.


자, 기존 계획은 이 어린이 병원에 도착, 자전거 보관소에서 상태 좋은 자전거를 하나 꼬불쳐 타고 인천으로 이동하는 거였다.


하지만 워낙 급조된 계획인지라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걸 허점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있는 마당에.’


허점. 잘못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요소. 여기서 ‘잘못’이라는 것을 주목하자. 이 개념은 ‘잘’이 존재할 때 성립한다.


마치 진실이 존재해야 거짓이 성립되듯이.


도형은 현 상황에 대해 대부분 아는 것이 없다. 부대원들이 모종의 이유로 미쳐버렸고, 오는 길에 만난 노파도 마찬가지. 그리고 부대가 비워지고, 전기, 전화, 인터넷, 기타 통신이 전부 맛이 갔다는 것. 뭔가 커다란 일이 터졌다는 것 등이 전부였다.


‘그래도 꼴에 아는 게 몇 개 되긴 하는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도형의 계획은 저 몇 안 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예측이었다. 사실상 이쯤 되면 예측이라기보다는 창작 수준.


그래도 도형은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려 생각한 바를 불완전하게나마 정립했다. 지금은 그런 창작이라도 해야 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니까.



첫 번째, 이 모종의 사태가 급작스럽게 발발한 경우.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이 없었을 테니, 광인들이 도심지에 여전히 밀집해 있을 것이고. 서울을 무조건 벗어나야 했다.


두 번째, 이 사태가 순차적인 단계를 거쳐 발발한 경우.


이 경우는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을 테니 적절한 대피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아까 그 노파는 대피 소식을 못 들었거나 해서 남겨졌을 수도 있지.’


누군가는, 어쩌면 대부분은 두 번째 경우가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나, 역설적으로 도형은 두 번째 경우를 더 걱정해야 했다.


이미 사람들이 대피했다면 엄마와 동생을 찾아 인천으로 가는 도형의 행위는 헛수고로 확정되기도 하거니와,


만약 대피가 해외로 이루어진다면, 도형으로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행기로는 한계가 있으니, 배를 주로 사용하게 될 텐데······.’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가 인천항.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렸다면 도형의 앞길은 광인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을 것이다.


‘아닌가? 한강···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네. 한강도 서해랑 연결되어 있지 아마···. 맞나?’


도형은 부디 첫 번째 경우이거나, 두 번째 경우이더라도 사람들이 남쪽으로 대피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 닥칠 위험을 조금이라도 덜 테니.



* * *



쫙-! 촥-! 촥-!


자전거 보호소에서 자전거를 뽀렸다.


종류는 MTB, 디스크 브레이크. 대충 귀티 나고 비싸 보이는 걸로 골랐다.


도로 주행에는 로드바이크가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구성은 MTB가 더 나을 것이다. 뭣보다 내 이전 자전거가 로드였는데, 매일 같이 펑크 나는 걸 보고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마 거기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걸 거다. 돈은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진실을 말해주니.


절단기는 이번에도 훌륭히 활약했다. 안 챙겨왔으면 어쩔 뻔했는지. 이게 진짜 말 그대로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촤- 촤- 촤--


염병할.


하지만 아무리 자전거가 좋아도 오르막길은 힘들다. 고가도로를 왜 이렇게 지어 놓은 거냐.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답은 알고 있다. 최소한의 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만들기 위함이겠지. 그냥 해본 한탄이다.


자··· 이제 도박이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은 인천과 정 반대에서 시작되는 길. 통행량이 많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인천으로 이동했다면 중간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의 경로와 합류하게 될 거다.


그때는··· 하···씹···. 욕이 절로 나오네.


모르겠다. 내가 아는 길은 이 루트뿐이다. 사실 이 길도 찾아보면 차가 아닌 자전거로 가기 굉장히 비효율적인 길일 거다. 목표의 정 반대 방향으로 하는 출발이니 어련할까. 자전거로 가기 효율 좋은 길이 따로 있긴 할 텐데······.


길 안내나 지도 앱을 쓸 수 있게 데이터가 됐더라면 이딴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스마트 폰 데이터만 됐더라도! 젠장. 말해 뭐해···.


후우······


겨울이다. 날이 춥다. 넥워머에 비니까지 둘렀지만,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칼날 같다.


이게 말 그대로 칼바람인가.


체온이 좀 더 오르고 땀이 나면 살만하겠지. 허벅지에 힘을 더했다.


“빡세다. 빡세···.”


한탄이 절로 나온다.


친할머니가 생각난다. 한숨이나 한탄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입 밖으로 내면 복도 같이 나간다고 하셨는데.


정말 절에 다니셔서 그런지 부처 보살 같은 분이시지만. 이 일은 유달리 콕 집어 말씀하셨지.


내가 그 정도로 한숨을 많이 쉬었던 건지.


봐줘요, 할머니. 상황이 이 모양이잖아요.


그렇게 자잘하게 나가는 복 아무리 아끼고 쪼여도 답 없을 거 같아.


진짜로요.

스크린샷 2024-09-08 042113.png


작가의말

상상한걸 급하게 그린거라 민망하네요. 감상에 조금이나마 몰입을 도울 수 있다면 좋겠고, 오히려 몰입을 해치는게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더 높은 수준의 그림을 그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림은 주기적으로 리메이크 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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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좋은 일은 의심할 것 24.09.02 21 0 18쪽
1 0-어느 상병의 일기 24.09.02 26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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