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휴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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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1 23:00
최근연재일 :
20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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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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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좋은 일 뒤에는 대부분 나쁜 일이

DUMMY

유류 창고에는 역시 인원이 없었다. 정비대에서 필요할 때만 들르는 장소이니만큼,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현재 일행은 정비대에 도착했다. 훈련대의 숙소보다 조금(사실 많이) 좋은 3층짜리 건물이다.


유리문을 열고 1층 당직실로 들어갔다.


‘썩을. 이 패턴도 지친다, 이젠.’


여기도 사람은 없다. 정전 또한 마찬가지.


“2층 가보자.”


김 상병과 도형은 2층의 병 생활관을, 김 병장과 윤 상병은 3층을 돌아보기로 했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언제나 근무 시간에는 자리해야 하는 당직 사령이 없는 마당에, 병사가 있을 리가 없었다.


도형은 의문을 가졌다.


훈련에 동원되거나 한 것 같은데, 좀 이상했다. 무슨 훈련 규모가 이리도 크단 말인가?


도형과 윤 병장은 다시금 둘이서 차량에 탑승했다. 두 상병은 흡연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김 병장님 여쭐 게 있습니다.”


도형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복무하는 이곳은 여단의 일을 보조하는 동시에 덤으로 예비군 훈련장이 있는 곳이었다.


특히 그가 속한 소대는 전문성이 높은 예비군 훈련대라서 그런지(전문성은 있는데 범용성은 떨어지는, 대체하기는 힘든데 그렇다고 그 인원을 다른 데 써먹지는 또 못하는) 별다른 훈련은 아예 하지 않고 예비군 훈련에만 집중해왔다.


도형은 자대로 와서 사격은 물론 심지어 진급 평가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


물론 예비군 소대 말고는 정상적으로 훈련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규모 훈련을 한다 해도 여기를 싹 비울 수가 있습니까?”


여단 산하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이들이 전부 자리를 비운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지원을 받는단 말인가? 최소 인원은 남아있거나 쪼개서 훈련하는 게 정상이었다.


김 병장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모르겠다. 나 복무하는 동안 이런 적이 없어서. 전기랑 Tv에 폰까지 차단하는 훈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김 병장은 그것까지 훈련의 일환이라고 보는 건가. 도형은 김빠진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그건 그렇습니다. 이거 전쟁이라도 난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병장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대꾸했다.


“설마···.”



* * *



탄약고에 도착했다.


“아···?”


도형은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냈다.


탄약고는 무기고와 함께 부대에서 가장 철저히 관리되는 시설 중 하나다.


게다가 도형이 복무하는 이 주둔지의 경우, 무기고 규모가 정도로 매우 작았다. 딱 형식상 필요해서 만들어 놓은 정도.


더군다나 안에 있어야 할 화기는 각 건물 무기 보관실에 비치되어 있는지라 무기고는 거의 비어있었다. 때문에 경계도 필요 없는 무기고보다는 탄약고가 실질적인 1순위라고 봐야 했다.


총이 수백, 수천 정이 있다고 한들, 탄약이 없다면 그저 휘두르기도 불편한 둔기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러한 탄약고의 철문은 언제나 굳게 닫히고 잠겨 있었다. 들어가기 위해서 출입구의 벨을 누르면, 안쪽 감시 소초에 있는 인원을 호출하고, 그들이 문까지 나와 열어준 뒤에 출입 기록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나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관리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활짝 열려있었다. 게다가 탄약을 보관하는 창고들 또한 마찬가지.


‘훈련이··· 많이 급했나···?’


당황한 나머지 도형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훈련이 있더라도 경계 근무 인원은 투입한다.


‘아니. 훈련이 급하다고 탄약고 관리를 저따위로 할 리가.’


일행은 황량하게 열린 정문을 지나, 높게 세워져 있는 망루형 초소를 향해 경사면을 올랐다. 그들 중 김 병장의 발걸음이 유난히 빨랐다.


‘저 양반 조급해하는 건가?’


초소에 도달, 계단을 올라갔다. 문은 잠겨 있는데, 도형이 난간 뒤로 돌아 창문 안을 확인하니 역시 아무도 없었다.


“···야.”


“부르셨습니까.”


김 병장이 지시했다.


“이거 창고 확인 좀 해보자. 두현이 니가 1번 라인, 내가 2번, 민서 3번 도형 4번. 잠겨져 있는 곳 있으면 몇 번인지 기억 해두고.”


“···?”


두 상병도 당황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항상 나른하던 양반 왜 이러지.


‘뭐, 까라면 까야지.’


어차피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



* * *



잠시 뒤, 도형과 일행은 정문에 모였다. 그들은 자신이 확인한 창고의 상태를 이야기했고, 창고 문이 잠기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된다.


모든 창고가 텅 비어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정말 단 한 개의 탄약함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수선한 내부.

일정하지 않고 흐트러진 콘크리트 바닥의 흙먼지.

다수가 작업한 듯한 창고 앞 흙길의 움푹 팬 발자국.


그리고 각 창고 책상 위에 올려진 탄 분출 기록을 보고 일행이 깨달은 것은.


1. 매우 ‘긴급한 상황’이 터졌고.


2. 그 때문에 탄환을 모조리 분출했으며,


3. 분출 기록 직성 또한 잊어버렸다.


‘그것도 모든 창고에서 탄환을 날랐던 이들이 전부!’


많이 양보해서 생각해도 최소한 한 명 이상은 그 기본 절차를 준수했을 법도 한데···


이를 바탕으로 귀납적으로 추론해 보자면


1. 그 ‘긴급한 상황’은 당연히 단순한 훈련 규모를 넘어갈 것이고.


2. 최소한 북한 침공 이상의 것이다.


여기까지 대화를 나눈 일행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입을 모았다.


““X발···!””



* * *



일행은 곧바로 차량에 올라타 액셀을 때려 밟았다. 영내 속도 제한 따위는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기억들 나십니까? 본부중대 생활관 돌았을 때, 2층에 총기함은 전부 비어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훈련 갔나 싶어서 넘어갔는데, 뭔가 있기는 한가 봅니다!”


“두현이랑 내가 돈 3층은 일일이 총기함을 확인해보지는 않았는데, 함에 눈이 갔던 생활관은 전부 비어있었어! 다 비었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아.”


“병장님, 훈련 중에 탄환 쓸어가는 경우도 있습니까? 탄약고 박박 긁어서?”


“북한군이 쳐들어와도 최소한의 양은 담긴다. 그리고 북한이 쳐들어온 건··· 아닌 거 같다, 내 생각이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전쟁 시작하면 미사일부터 날려서 주요 시설 다 날리고 시작할 텐데, 최소 하나는 서울에 떨어졌을 거고, 아무리 우리가 첩첩산중이라지만 진동이든 버섯구름이든 느꼈어야 맞습니다.”


“아니, 그럼 이게 뭔 일이냐고! 전쟁은 안 일어난 것 같으니 안심해도 되는 겁니까?”


“나도 몰라 인마! 아까부터 뭘 자꾸 물어봐, 나도 모른다니까.”


김 병장은 계속되는 물음에 역정을 냈다. 평소 서글서글하던 그가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으니, 이번 일은 정말로 규격 외의 일이었다.


“김 상병님! 저쪽이랑 무전 닿는 거리인지 좀 확인해 주십쇼! 아니, 운전 중이시지, 잠깐 가슴팍 좀 뒤지겠습니다!”


도형은 무전기를 손에 쥐고 전원을 켰다. 곧 훈련장에서 내려오는 T자형 갈림길이 나온다. 진선 거리로 가장 가까운 그곳에서 무전을 날려볼 생각이었다.


“상병 김도형입니다, 들리십니까?”


“···.”


답변은 없었다. 들리는 소리로 보아 무전 송신은 정상적으로 된 거 같은데···


“야, 걔들 안 받는 거에 내가 담배 한 갑 건다. 지금 다들 퍼질러 자고 있을걸?”


도형은 김 상병을 흘깃 쳐다보고는 다시 무전을 쳤다. 이 양반이 급한데 자꾸 초 치는 소리를···.


“김도형입니다! 들리십니까!”


띠리릭-!


“···!”


[커흡-! 어, 도형 무슨 일이야···?]


‘최주형 상병인가.’


잠에 취해 걸걸한 목소리였지만 도형은 간신히 상대방을 알아차렸다.


김 상병이 주섬주섬 내미는 포장된 담배 한 갑을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사양하고는, 도형은 현재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최 상병에게 전달했다.


도형의 보고를 다 들은 상병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X된 거 아니냐, 우리?]


“···일단 저희는 여기서 좀 더 찾아보고 가겠습니다.”


.

.

.


“···일단 말은 그렇게 했습니다마는, 여기서 뭘 더 할 수가 있습니까?”


““없지.””


세 상급자가 동시에 단언하자 도형은 당황했다.


“···뭐라도 좀 생각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말도 있는데.”


그들 중 윤 상병이 도형의 어깨에 부드럽게 팔을 걸쳤다.


“그래, 막내야··· 맞는 말이야.”


상병은 말하며 고개를 가볍게 주억거렸다.


다음 말을 내뱉기 전까지.


“다른 부대였다면 말이야.”


도형은 이 인간이 또 무슨 소리를 하나··· 하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른 부대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더라. 그리고 기거서 온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키겠지. 근데, 우리 부대를 봐라.”


윤 상병은 손을 펼치고는 보라는 듯이 사방을 크게 훑었다.


“1년 365일을 예비군들만 상대해. 우리가 훈련을 하니 뭘 하니···. 소대장들부터가 전역 앞둔 양반들이라 두려울 게 없는 양반들인데.”


“아···.”


도형의 입에서 김이 빠지는 듯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짬이 쌓여도 철저하게 예비군 훈련에 국한해서 쌓이지. 예비군 선배들 잘 구슬리는 말빨이나 짱박힌 예비군 잘 찾기 같은 거.”


도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납득할 수 밖에 없다. 저 선임의 말은 그 어떤 반론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근거를 갖추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합니까? 저희 먹을 것도 오늘 내일이면 다 떨어질 텐데.”


“그건 가서 애들이랑 상의해 봐야지. 근데 걔도 별수 없을 거야 아마.”



* * *



어둠과 한기가 서린 밤, 도형은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12시 20분.


생활관에서 자거나, 아무 광원이든 켜 두고(정전 때문) 책을 읽거나, 아무튼 생활관 건물에 있어야 할 시간에.


도형은 소대원들과 병사 식당 앞에 무리 지어 있었다.


그것도 덜덜 떨면서.


철컥-철칵!


“돼따!!”


누군가의 환호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안 된다고 한 셰끼 누구냐!”


식당 안에서는 검은 때가 잔뜩 묻은 생활복을 입은 병사 하나가 당당한 표정으로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반대편 손에는 생수병 하나를 들고서.


저것. 저것 때문이었다. 소대원들이 뜬금없이 야밤에 식당을 털러 온 이유.


그것은 식량이 아닌 물!


전기에 이어 수도까지 끊어진 것이다.


‘햐··· 이걸 생각 못했네.”


도형은 탄식했다. 이걸 놓치다니, 단순히 전기가 끊겼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 끌어오는 펌프도 전기로 작동하지··· 젠장.’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단수 사실을 알아챈 소대는 다시 한번 들썩였고, 그 대책을 강구했다.


가끔 나눠주는 보급품으로 나눠주는 생수가 남아있을까 싶어 창고를 열어봤지만, 얼마 전에 이미 생수는 보급이 나왔고 당연히 창고에 생수는 없었다.


-와! 이거 발전기 아니야? 무전기 같은 거도 있어! 나중에 연결해서 건물 전체에 노래나 틀자!


-야, 물이나 찾아보라고!


갈증에 지친 그들은 생수 문제와 덤으로 식량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한다.


식당을 터는 것!


-언제?


-우리 내일까지 버틸 수 있겠냐?


-아니.


-답 나왔네.


-오케이, 지금!



그리고 현재.


문이 열리자, 소대원들이 물밀듯이 식당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반나절 가까이 갈증에 시달린 그들은 식당 창고를 따자마자 페트병의 물부터 들이켰다.


벌컥! 벌컥!


콸콸콸!!


한동안 식당은 쏟아지는 물소리로 가득 찼다.


“이거 이래도 되겠습니까?”


한참을 물을 들이붓던 도형은 정신줄을 붙잡고 이성을 되찾았다.


“이젠 모르겠다, 나도.”


옆에 있던 김 병장은 텅 빈 500ml짜리 생수병을 집어 던지며 대꾸했다.


김 병장은 다른 생수병을 까서 반쯤 더 마시고는 무릎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적당히들 마셨으면 슬슬 옮기자, 어차피 내일이면 먹을 거도 다 떨어지는데.”


소대는 식량을 챙겨서 버스로 옮기기 시작했다. 전기가 나가 식품을 냉장, 냉동 보관할 수가 없었다. 상하기 쉬워서 빨리 먹어야 하는 것부터 순서대로 담았다.


그래도 대부분 진공 포장 상태로 밀봉되어 있어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한다면 다 먹기 전에 상할 일은 없을 듯했다.


‘눈까지 와서 날도 추우니. 더 오래가겠지. 아예 눈 더미에 묻어버리자고 할까.’


“여까지만 올리자. 우리 탈 데 없겠다.”


들고 있던 상자를 마저 버스에 실은 도형은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지금 소대원들이 있는 곳은 식당. 그중에서 본부중대와 훈련장 사이에 위치한 병사 전용 식당이었다.


아직 중대로 승격하지 못했으나, 훈련장이 2개 구역으로 이루어진 만큼 거기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을 편하게 구분하기 위해 훈련대를 1소대 2소대로 구분 지어 부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인원은 2소대 인원, 남은 절반인 1소대는 간부 전용 식당으로 향했다. 승패를 결정하는 유서 깊은 전통 게임에서 진 대가였다.


간부 식당은 병사 식당보다 멀기에 본부 중대를 넘어가야 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지질 말았어야지.’


“새삼스럽지만 훈련대에 배정된 버스가 두 대라 다행입니다.”


그 덕분에 인원을 찢어서 가는 게 가능했으니까.


“너도 참 긍정적이다.”


“···?”


“우리 자대 버스 단체로 갈 때, 처리 못 한 구식 던져준 건데···. 아랫동네 애들은 전기 버스 타고 다닌단다. 우리보다 크고, 소음 없고, 흔들림 없는 걸로.”


“···.”


도형은 이미 몇 번이고 깨달은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그래,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게 군대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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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좋은 일 뒤에는 대부분 나쁜 일이 24.09.02 21 0 14쪽
2 1-좋은 일은 의심할 것 24.09.02 20 0 18쪽
1 0-어느 상병의 일기 24.09.02 26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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