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휴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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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생일
작품등록일 :
2024.08.31 23:00
최근연재일 :
20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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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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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선준비, 후경고

DUMMY

“뭐···?”


“대답부터 해주십쇼.”


의문을 표하는 짧은 말조차도 자른 도형은 당장에 답을 요구했다.


‘시간이 없다.’


당황했지만, 그래도 선임은 답은 해주었다.


“있어봐···전력 질주··· 라는 가정 하에는 15분 걸리는 버스보다 빠를 거야. 경사 오를 때 변경하는 기어가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는 않거든. 근데 사람이 그 전력 질주 속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지. 그러니 도보보다는 버스가 빠르···”


대충 들은 도형은 말을 자르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 생활관까지는, 전력 질주로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여기서 생활관까지? 어··· 그때는 도보가 더 빠르겠지. 길이 험하고··· 중간중간에 차가 둘러 가는 길에 걸어서는 직진할 수 있는 샛길이 있으니까···20분 미만? 근데 왜?”


뿌드득-!


이 가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아랫입술을 악문 흉악한 표정은 덤이었다.


도형의 이러한 모습은 두 선임이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항상 무표정하거나 덤덤한 얼굴이었는데···.


‘누가 뭐 잘못했나?’


“우린 갈굼 같은 거 없는 줄 알았는데···.”


두 손으로 최 병장의 팔뚝을 옥죄이던 도형의 오른손이 김 상병의 왼 팔뚝으로 옮겨갔다.


각각 두 상, 병장들의 팔뚝을 강하게 잡은 도형은 여전히 흉악한 표정을 유지한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두 분,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 말 마시고 저와 생활관으로 최대한 빨리 복귀해 주십시오.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쳐서인지, 물기라곤 없는 쩍쩍 갈라진 목소리는 두 사람의 반론을 허용치 않는다 말하고 있었다.


“김 상병님, 사회에서 SUV 몰아보셨다고 했습니까?”


“으-응! 내가 아버지 차 타고 많이 쏘다녔지?”


“그러면 운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능한 최대로 때려 밟아 주십쇼.”


“잠깐! 이거 우리 버스는 어쩌라고!?”


도형은 선임의 눈을 또렷이 마주하고는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문장을 끊어 명확한 발음으로 답했다.


“두고, 갑니다.”


“응···.” “그, 그래···.”



* * *



“······.”


“···.”


침묵하는 두 선임. 그러나 도형은 그들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침묵이 곧 대답이었으니.


‘미친놈 취급하겠지.’


도형은 조수석에 앉아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고 몇 가지 생각을 돌리고 있었으나, 그들의 힐끔대는 시선은 대놓고 느껴졌다.


“압니다.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시는 거.”


“응.”


“맞아.”


도형은 조용히 오른손 손목을 풀었다.


만약 여기서 두 사람이 차를 멈추고 난동이라도 피운다면 도형은 즉시 둘을 제압하거나 버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충분히 할 만큼 했으니까.’


다행히 차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제가 정신이 맛이 갔거나, 아니면 제가 말한 게 현실이거나.”


“···.”


“하지만 지금은 믿어주십쇼. 어차피 거짓이라도 잃을 게 없지 않습니까. 말씀드렸듯이 저 두 분 때문에 죽을 뻔했으니 그거 갚는다고 생각해 주십쇼.”


저 죽을 뻔했다는 전제 또한 도형의 말이 진실이어야 성립되는 헛소리에 불과했으나 지금 도형은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챙길 수가 없었다. 일단 되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그로서도 도저히 이 상황을 설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누가 믿겠는가? 소대 단위로 미쳐버렸다고.


“이참에 사회 나가서 풀 썰 하나 쟁여둔다고 생각하십쇼. 어디 이런 일이 흔하겠습니까? 이런 중증 정신병자랑 군 생활을 해본 일이?”


“너 정말 그 말 진ㅉ··· 아니다. 알았어.”


마침내 두 사람도 일단은 도형의 말을 들어주기로 한 듯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은 말이다.


“이게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가자마자 두 분에서 지금 있는 인원들을 전부 깨워 주십쇼. 소음을 일으키든, 두들겨 패든, 유리창을 깨부수든. 수단 방법 가리지 마시고 전원 중앙현관에 모아주십쇼.”


도형은 그동안 자신이 할 일을 생각하며 말했다.


“설명은 제가 하겠습니다.”



* * *



도착하자마자 나는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내가 할 일을 하기 위해서.


선임 둘은 소리치며 생활관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는 위층으로 향했다.


지금 가는 곳은 2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3층 옥상으로 나가기 직전에 있는 출구를 소대장은 합판을 이용해 다락으로 만들어서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소대장은 마누라 몰래 구입한 물건들을 전부 그곳에 보관하지. 그리고 그 물건들은 대부분 캠핑용품.


그리고 얼마 전에 소대장이 주문한 칼도 그곳에 있다. 확실하다. 내가 봤다. 같이 갔으니까.


콰-앙-!


감속 없이 그대로 몸뚱이를 문에 들이받아 열려고 했으나, 소대장이 잠가 둔 모양이다.


“쯧!”


팔꿈치에 충격이 좀 있었군.


하지만 기껏해야 합판. 충분히 부술 수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금 신고 있는 건 앞꿈치가 단단하게 경화돼 있는 군화다.


나는 생각과 동시에 발을 내질렀다.


빠악-!


빠악-!


빠아악-! 쩌억- 콰앙!!


세 번째 발길질에 문고리 부분이 박살 났다.


우선 배낭.


적당한 크기가 중요하다.


아까 꼴을 보아하니 달려야 할 일이나 잽싸게 움직여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옷장을 열었다. 이곳에 소대장은 물건을 보관했다.


빼곡하다.


젠장, 이렇게 보니 다 챙겨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많다.


최대한 수를 줄여야 한다.


우선, 주머니칼.


전등, 헤드램프를 챙기자.


불은? 들어온다.


건전지는 소대장실에서 몇 개 쌔비고.


그리고 마체테. 이건 꼭 챙긴다.


하, 에너지바··· 세 통. 한 통당 8개라···.


다 챙긴다.


혹시 모르니 장갑도.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로프는··· 됐다. 이 정도만 챙기자. 너무 무거워진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배낭을 메고 소대장실로 달린다. 식수, 식수를 챙겨야 한다.


오는 길에 보니 선임들은 아직이다. 2/3 모인 건가?


2L짜리 하나를 배낭 깊숙이 박아 넣었다. 남은 자리가 얼마 없다. 500ml 하나 더 챙기는 정도겠군.


행군을 해본 적은 없지만, 무거운 건 가장 아래에 넣어야 한다고 등산 좋아하시는 아부지한테 들었다.


젠장. 훈련소에서는 전염병 때문에 격리만 했지. 그때는 창밖으로 훈련하는 놈들 보면서 좋아죽었는데. 그때 업보가 이리 돌아오는구만.


건전지도 챙긴다.


내 생활관에 도착했다.


블루투스 이어폰, 보조 배터리, 전투 장갑···.


날이 춥다. 비니, 넥워머. 휴가 가버린 선임 형 관물대에서 사재로 쌔볐다.


덤으로 그 형 과자 상자에서 식량이 될 만한 것도.


보급으로 나온 핫팩을 쌓아둔 상자에서 핫팩을 최대한 챙겼다.


패딩과 모포도 챙긴다.


다행히 배낭에 원통형 물체를 걸 수 있도록 끈이 있다. 그리고 패딩, 모포 모두 잘 접어서 원통으로 만들 수 있다.


점퍼는 이미 그렇게 해 두었고, 모포만 굴려서 접으면 된다. 최대한 빠르게···!


마스크도 챙겨야 할까?


‘그것’들이 변한 이유, 공기 전염일지 모른다. 몇 개만 챙기자.


됐다.


배낭의 지퍼를 잠금과 동시에, 최 병장이 속도를 못 이겨 미끄러지며 문 앞으로 왔다.


“도형! 다 모였어!”


“알겠습니다!”


이제 됐다.


내가 살 길은 최선을 다해 마련했다.


이제 자비를 베풀 때다.



* * *



소대원들은 피곤하다는 듯이 중앙 현관에 서 있었다.


어제, 밤늦도록 각자의 시간을 즐기다 새벽에 잠든 탓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뭘 잘못 먹었는지 상, 병장 둘이 뛰어다니며 급하게 깨우기에 일단 나와는 봤지만, 소대 말단인 도형이 하는 말만 듣고 다시 침상에 뛰어들 예정이었다.


복도에서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도형과 김 상병이 나타났다.


도형은 생각했다.


그 어떤 말을 갖다 붙인다 한들, 이 중에서 믿을 놈은 믿고 안 믿을 놈들은 안 믿을 것이다.


그래서 도형은 간결하게 정리했다.


“아침에, 훈련장 확인을 가려던 차에 1소대가 단체로 사라졌음을 확인했습니다.”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저는 어제 식량을 가지러 간부 식당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자신도 사실 믿기지 않으니까.


“그래서 훈련장 확인을 마치고 본부중대까지 내려가서,”


어쩌면 내가 미친 걸지도 모른다.


“간부 식당으로 확인하러 갔습니다.”


1소대가 아니라, 내가.


“그리고 1소대랑 마주쳤습니다.”


그래도 상관없다.


“곳곳에 뜯긴 상처들이 있었습니다.”


미쳤다면 그린 캠프든 의가사든 할 것이고.


“피부는 생기 없는 회색이었고, 의식이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그 또한 경험이 될 테니, 나쁘지 않은 일이다.


“제게 달려들기에 죽다 살았습니다.”


선임들은 침묵하며 도형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황당함을.


누군가는 의심을.


누군가는 걱정을.


누군가는 두려움을.


수많은 종류의 감정들이 담긴 눈빛이 도형에게 꽂혔다.


‘역시 대부분 의심하거나 미친놈 보듯이 보는군.’


예상한 일이다. 도형은 주눅 들지 않고 담담히 말을 이었다.


“일단 기괴해도 언어를 사용하긴 했으니, 약간의 이성은 남은 것 같고. 제가 도망치는 걸 봤으니, 생활관으로 쫓아오리라 예상합니다.”


그는 사회적인 성격이 아니기에. 이들에게 미친놈 취급을 받아 관계가 끊기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전역하고서도 연락할 생각도 없었고. 그리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맷집이 굉장히 강해진 것 같고 통각도 둔해진 듯합니다, 직접 때려본바 말입니다.”


요컨대 잃을 것이 없었다.


“따라서 건물을 끼고 농성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현관부터 창문까지. 전부 유리로 되어있다. 그걸 남은 시간 안에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당장 장난을 쳐도 반응이 싱겁기 짝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도형이 아닌가. 평소에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도형이 갑작스레 저런 장난을 칠 이유가 없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기까지 생각을 뻗은 인원은 거의 없었다.


딱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까지.


그럴만했다.


당장 그것들을 코앞에서 직면한 도형조차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지 않던가.


심지어 직접 접촉까지 했음에도.


김예찬 병장.


본래 군대에서는 가장 친해지기 쉬운 이들은 짬찌와 병장이라 하지 않던가. 서로 다른 의미에서 사회와 가장 가까운 이들이기에.


그는 소대원 중 도형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 중 하나이자, 그렇기에 도형을 소대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고.


그렇기에 선술한 마지막 의문까지 생각을 뻗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도형에게 물었다.


“그래··· 그래서, 도형아. 네 말이 사실이라 치자. 일단은.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선택해야 합니다.”


“뭔 선택?”


“여기서 버티든, 도망을 치든 선택 말입니다.”


탈영을 한다고?


김 병장은 입가를 움찔대며 경악했다.


‘이 새끼 이거 진심이다.’


그제야 김 병장의 눈에는 도형이 짊어진 각종 짐들이 보였다.


“예. 참고로 누가 뭐라 하든 전 여기서 나갈 겁니다.”


저 후임의 말이 ‘진실’인지는 확실치 않았으나, ‘진심’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저는 저희가 지금까지 즐긴 ‘휴일’이 저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부도, 예비군도 오지 않는다.


탄약고는 텅 비었고, 부대도 마찬가지다.


김 병장의 머릿속에서 지금껏 그가 확인한 사실들이 퍼즐 맞추듯이 종합되고 있었다.


“다들 선택하셔야 합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그것들의 상태 그리고 거기서 여기까지 도로포장 상태 등을 고려 하면, 곧 들이닥칠 겁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도형은 그 말을 끝으로 도형은 발걸음을 옮겼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의 빠른 발걸음. 거기에는 도저히 연기라고는 볼 수 없는 다급함이 담겨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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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좋은 일은 의심할 것 24.09.02 20 0 18쪽
1 0-어느 상병의 일기 24.09.02 24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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