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휴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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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생일
작품등록일 :
2024.08.31 23:00
최근연재일 :
20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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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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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지금 도형이 목표로 삼은 것은 서울 탈출. 목적지는 역시 집.


‘집으로 가는 길을 내가 기억하나? 그 거리를?’


도형은 머리가 좋은 편이 절대 아니었다. 최소한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의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시험 중 하나인 수능을 꼬라박고 느꼈던 허탈감을,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나름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노력이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때문에, 그는 확신한다. 절대 자기 머리는 좋은 편이 아니라고.


그럼에도


‘할 만하다.’


그 이유는 도형이 기억하기로,


오늘 겪은 일련의 사건으로 머리를 다치지 않았다면, 혹은 강한 정신적 충격으로 기억회로가 진짜 맛이 간 게 아니라면,


집으로 향하는 길이 모두 큰 길가, 혹은 고가, 고속도로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나간 휴가, 그 귀한 시간을 생생히 기억하기 위해, 도형은 집으로 가는 내내 창밖을 둘러보았다.


공기가 틀렸다.


부내 안과 밖의 공기가.


대략 그때 지나간 길이 기억났고, 기억나지 않는 길도 일단 보면 선택할 수는 있을 거 같았다.


‘주관식과 객관식 문제 간에 차이랄까.’


무엇보다 여긴 서울이다.


‘서울 공화국, 이 허리가 절단난 반도 남쪽의 중추, 인간이 개 때처럼 바글바글한!’


도형은 인구수 같은 건 쥐똥만큼도 관심 없었고 잘 몰랐지만, 이것만큼은 확신했다.


여길,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엇보다 그가 살고 느낀바, 그의 집 주변은 인구수가 그리 많지 않았으니, 게다가 제법 가깝기까지 했으니, 목표로 잡기 충분했다.


그 일대 길은 대충 다 알고 있다.


근처까지만이라도 어찌어찌 간다면, 길을 잘못 들어도 곧장 서쪽으로 직진해서 어떻게든 바다에 닿을 수 있다면, 해안선을 따라 집에 도달할 수 있다.


그의 집은 포구 주변에 있으니.


언젠가 전역하는 날을 기념해 도보로 집으로 가볼까 생각했다. 그때 찾아본 도보 시간은 약 11시간.


당시 그걸 본 도형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하지만 기구한 상황은 도형에게 그 계획을 시행하라 말하고 있었다.


도형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13시 11분··· 13시?’


막 팔을 내리려던 찰나 도저히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한 번 더 확인했다. 물론 시계에는 변함 없이 13시 11분이 박혀 있었다.


‘미친.’


오늘 있었던 일들이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벌어졌다니.


도형의 팔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궈졌다.


점점 더 뻐근해지는 뒤통수를 몇 번 주무르던 그는 깊게 감았던 눈에 힘을 주고 강하게 떴다.


‘간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달리 방법이 없다. 서울 구석 첩첩산중에 있는 그의 부대에까지 저딴 일이 일어났다면,


‘밖은 아예 광인들이 드글대는 마굴이 됐다고 봐도 무방할 터.’


그런데


‘같이 나온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긴지 짧은지도 모를 시간이 지난 뒤, 도형은 입을 열었다.


“어찌하십니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일행이 곧바로 답이 없기에, 도형은 이것들이 다 기절했나 생각했다.


그 생각을 하던 와중에 최 병장이 입만 움직여 되물어왔다.


“넌 어떡할 건데···?”


“전 집으로 갈 겁니다.”


“집? 가족들 다 인천에 있다고 했던가?”


“예. 지금은 동생이랑 어머니가···어머···니···어머······”


거기까지 말한 도형의 몸은 대부분의 움직임을 멈췄다. 단순한 행동부터 눈의 깜빡임, 눈동자의 움직임, 심지어는 호흡까지도.


유일하게 동작하는 입에서는, 아까부터 한 단어가 흘러나온다.


“엄···마······.엄······”


선임들이 ‘갑자기 얘가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눈은 커다랗게 떠 흰자를 드러냈고, 그 눈동자는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살짝 열린 입에서는 부정확한 발음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뒤 도형은 한 단어로 말을 마무리했다.


“씨발···!”



* * *



도형의 몸이 튕기듯이 일어났다. 그 갑작스러운 격렬한 모습은 다른 이들은 순간 어깨를 움츠렸다.


도형은 이곳에 도착하고 늘어지며 느슨해진 것들을 다시 팽팽히 쪼였다. 소매, 깃에서부터 벨트, 군화 끈 그리고 정신까지도.


그가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할 수 있는 한 가장 강하게.


원하는 바를 이루기 전에는 풀리지 아니하도록.


“전 지금 출발합니다.”


“뭐?”


“차는··· 알아서 하십쇼. 저는 필요 없습니다.”


전기차면 모를까,


진즉에 퍼졌어야 할 차의 명줄을 억지로 이어 붙들어 놓았으니, 차의 소음은 장난이 아니었다.


아니더라도 저걸로 씨름할 시간 없다. 차는 제법 탐나는 자원이니까.


챙겨갈 게 있나 싶어 집 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없군.’


망설임 없이 밖으로 향하려는 도형을, 김 병장이 다시 한번 멈춰 세웠다.


“예.”


“야, 진정해. 일단 계획을 세우···”


“아니.”


마침내 도형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다. 간신히 한 줄이 간당간당하게 버티고는 있지만, 목소리가 무의식적으로 진득하게 깔리는 것은 그로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지금 저 사람들이 왜 미쳤는지, 왜 이 달동네에 아무도 없는지, 부대는 왜 텅 빈 건지.”


신랄한 도형의 말에, 그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하물며 문제를 푸는 것도 기본을 알아야 가능한 법입니다. 지금 우린 아는 게 하나도 없잖습니까. 백날천날 고민해봤자 나오는 건 없을 겁니다.”


그러니


“난 가야겠습니다. 집으로.”


그리고 확인해야 한다. 부모님이, 그리고 동생이 있는지.


현대의 아파트, 현관문이라는 게 그리 쉽게 돌파할 수 있는 장애물이 아니다. 도형은 차라리 가족들이 조금 일찍 올라와 집에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만약 고향에 있다면, 그것도 외가에 있다면···.’


도형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다.


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재난이 전쟁이라 생각했건만, 그래서 가족을 지방으로 내려보냈건만.


이 썩을 놈의 세상이 이딴 식으로 또 뒤통수를 갈길 줄이야.


“뭔 이따위 말도 안 되는······!”


마치 좀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 아닌가.


빠드득-!


“빌어 처먹을···!”


도형이 다시금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은 핏대가 돋아 시뻘겋게 보였다. 그 모습은 완전히 맛이 가버린 광인들의 눈과는 또 다른 공포를 자아냈다.


분노에 좀먹히고 있는 눈이 선임들을 돌아보았다.


“어차피 다들 각자 집으로 돌아가자고 할 거 아닙니까?”


도형은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들으나 마나일 테니.


문을 열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때까지도 세 사람은 마땅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떠나가는 도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고, 목적지가 다르니.


의논은 의미가 없고,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 낭비일 뿐이다.


집 안에서 나온 도형은 짧지만 강하게, 한번 고개를 흔들었다.


온갖 잡념이 휘몰아치는 머릿속을 어떻게든 추스르기 위한, 그 나름의 조치였다.


하지만 여전했다. 여전히 그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멀쩡했는데, 그 반동이 지금 오는 모양이었다.


‘씨발, 씨발!!’


언제나 이랬다. 언제나.


학창 시절, 수능에 응시했을 때도, 토익 시험을 치렀을 때도. 그의 머리는 언제나 그의 기대를 배반했다.


‘어떻게 뭐가 막히기만 하면! 막히기만 하면 이런 거냐!’


도형은 양 손바닥으로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딱-! 딱- 딱-!!


‘멈춰, 멈춰, 씨발!!’


퍽! 퍽! 퍽-!!


‘생각해 제발. 생각 좀 해!’


퍼-억! 퍼-억! 뻐억-!!


‘생각!! 생각을 좀!!’


쩌-억! 쩍! 쩍!!


도형은 마지막으로 머리를 치고는 손톱을 곤두세웠다.


부우-욱!


장갑 너머의 손톱이, 그의 이마에 붉은 자국을 남기며 내려갔다.


눈썹까지 긁고 내려간 손. 그제야 도형의 머리는 진정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이제, 됐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생각에 무리가 없다.


도형은 붉은 눈으로 대문을, 그리고 그 너머를 노려봤다.


지금 단기적인 목적지는 이 달동네를 내려가 큰 길가에 위치한 어린이 병원이다.


이는 크나큰 도박이었다. 이 사태에 병원이 잘 대처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그 사태의 심각성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났으니.


도형은 후자일 것이라 생각은 했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외출도 별로 하지 않았고, 하더라도 주로 버스타고 시내로 나가 행동했으니 이 주변 지리를 잘 몰랐다.


‘일단, 지금 사태를 파악할 만한 데가 이 주변에서 병원뿐이다.’


게다가 저기까지 가는 것도 문제였다.


거리는 매우 가까운 편이다. 이 달동네를 다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근데 어디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어떻게 알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 *



자-박, 자-박.


도형은 제법 깊고 넓은 도랑을 왼편에 끼고 경사를 내려갔다. 물론 최대한 발소리를 줄인 상태로.


스쳐 가듯이 본 도랑의 존재를 기억했고, 대문을 나오자 곧바로 그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도달한 곳은 주택가의 가장 끄트머리.


애초에 가구 수가 많지 않은 동네라 이것이 가능했다.


양쪽으로 뚫려 있는 골목을 일일이 경계하면서 이동하느니, 차라리 오른편만 경계하는 것이 낫다.


‘젠장, 전투화 대신 생활화를 신고 왔어야 했나.’


하지만 소음을 줄이는 과정에서 동작이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정말 얼마 안 남았다. 도랑의 끝이 보이고, 저 끝에서 좀 더 걸어가 있는 계단만 내려가면 끝이다. 양옆에 골목이 없는 계단. 손잡이로 쓰기 위한 안전바도 울타리처럼 양쪽에 설치되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뇌고는, 다음으로 나오는 골목을 조심스레 살폈다.


각도상 고개만 살짝 나오도록 하여 살피는데, 장애물 탓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일반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커다란 초록색 쓰레기통. 그것이 골목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있다.


도형은 혀를 차며 몇 걸음 더 나아가서 고개를 한 번 더 내밀었고,



다음 순간 두 시선이 충돌했다.



조용히 골목을 살피려던 군인의 시선과



큰 장애물 뒤, 음식물 쓰레기통의 뚜껑을 내팽개치고, 거기 든 오물을 집어삼키고 있는 한 노파의 시선이.


히-죽-!


노파의 입이 곡선을 그리고.


“하··· 염병.”


도형의 입은 욕설을 토해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훤했으니, 한탄이라도 내뱉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작가의말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데,,, 아직 완성이 안 돼서. 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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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6 ka*****
    작성일
    24.09.05 20:02
    No. 1

    현실감 느껴지며 재미있네요^^ 역순으로 사건을 서술하는 부분이 좀 더 줄어들면 몰입감이 더 있을듯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개미생일
    작성일
    24.09.06 02:41
    No. 2

    첫 댓글 감사합니다! 역순으로 사건 서술...이해가 어려워서 혹시 본문에서 예를 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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