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휴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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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생일
작품등록일 :
2024.08.31 23:00
최근연재일 :
20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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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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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그 일도 굳이 내가 할 필요는 없으니

DUMMY

팍팍팍--! 파바바바박--!


흙을 강하게 박차는 소리와 함께, 그로 인한 흙먼지와 함께,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쟤들 이 거리를 달려 온 거야···?’


김 상병이 중얼거렸다. 이때까지는 그것들이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거리도 거리거니와, 도형이 말한 그들의 모습은 못 해도 근거리, 못해도 중거리에서 관찰해야 볼 수 있는 것들이었으니.


그 광인들은 조금의 감속도 휴식도 없이, 망설임도 소음도 없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우측 현관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두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현관으로 서른 가까이 되는 인원이 제 몸을 꾸역꾸역 욱여넣으며 사라져갔다.


지옥의 아귀가 저런 모습일까?


도형은 피부로 돋아오는 소름을 느꼈다.


그 과정이 소름 끼치도록 조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도형이 저 건물에서 대기하다가 낌새가 느껴지면 도주하는 것을 택했다면, 쪽도 못 쓰고 당했을 게 분명했다.


분명 처음 조우 했을 때는 괴성을 질렀던 것 같은데. 어째서?


기준이 있는 건가, 사냥감에 따라 취하는 행동 양식이 다른가?


기준도 없이 무작위로 반응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번거롭긴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고요한 습격이 이루어졌고.


그 무리가 생활관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추고 잠시 뒤.


끄아아아아아아-아--!!!


이어지던 침묵을 깨는 비명을 시작으로 각종 소음이 터져 나왔다. 어찌나 큰지 한참 떨어져 있는 일행의 귀에도 들릴 정도.


챙-! 와장창!! 쨍그랑-!!


일 층 곳곳의 창문들이 깨져나갔다, 그중 몇 곳에서는 팔과 다리가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누군가 안에서 끌어당기기라도 한 듯이.


날카롭게 깨진 유리에 자상이라도 났는지 그 창문에는 적지 않은 양의 피가 맺혀 흘렀다.


병사 하나가 용케도 중앙 현관으로 튀어나왔다.


온몸을 피로 칠갑하고, 한쪽 손으로 전완이 사라진 팔을 부여잡고, 절뚝대며 달려가던 병사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뒤따라온 광인들에게 붙들려 뜯기며 다시 건물로 끌려 들어갔다.


일행은 그 참상을 지켜보면서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눈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도형이 그랬듯이.


“······”


저게 말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


“······다!”


후임이 했던 말이 진짜였다고?


“정···들···리십···!”


저게 진짜라고?



* * *



“가셔야 합니다!”


몇 번을 부르고 말을 걸었음에도, 선임들은 반응도 없이 저 아래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눈을 떼지 못했다.


“씨-이빨 새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나, 지금은 이동해야 했다.


‘옛 성현들의 말씀 중에 이게 있었지, 아마.’


자고로 말귀를 못 알아먹는 자에게는


‘메가 약이다.’


짜-악-!


도형은 옆에 있던 김 병장의 뺨을 후려갈겼다.


꽤 강하게 쳤음에도 그의 선임은 화를 내기는커녕 이제야 꿈에서 깬 듯, 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정줄 놨던 게 빤히 보이더만.


김 병장이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나머지 둘도 정신을 차렸다.


도형은 남을 둘을 위해 치켜들었던 손을 다시 내렸다. 이제 필요 없을 듯했다.


이제 안에 있던 인원들이 건물 밖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붙잡힌 이들이 당하는 동안 간신히 탈출한 것이 분명했다.


마치 벌집을 건드렸을 때 쏟아져 나오는 벌들과 같이.


다만, 다른 점은 벌과 달리 그들은 도망치는 쪽이라는 것.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공격에 나서는 벌과 달리 말이다.


그들은 사방팔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따로 작전을 짠 것도 아니다. 미리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다.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광인들의 주의가 몰려 있는 다수에게 향할 것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그 덕에 도형은 더 다양한 경우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 경우들을 빠르게 훑은 도형은 조용히 손가락 끝으로 언덕 위, 차량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가자, 가야 한다.


도형은 거부하는 이들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설득을 위한 주먹을 말아쥐었으나,


다행히도 전우를 버리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은 없었다.


일행 중에 그리 정의로운 사람은 없었으니까.


각박한 세상 속, 자의도 아닌 타의로 맺어진 인연이란 이토록 가벼운 것이었다.



* * *



끼이익


간신히 차를 세운 김 상병은 양손 핸들에서 떼지 못하고, 그 위에 이마를 댔다. 고개를 숙인 그의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이라는 단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차 정면의 유리 너머로, 낡고 녹슬었으나, 그럼에도 견고한 철문이 보였다. 두꺼운 걸쇠와 마찬가지로 두꺼운 자물쇠로 잠긴 철문이다.


그걸 본 김 병장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떻게 나가···?”


철걱-!


도형은 그 말에 행동으로 답했다.


철문 앞으로 다가간 도형은 배낭을 뒤졌다.


배낭에서 나온 그의 손에 들린 물체는 절단기. 창고에서 이런 상황을 대비해 챙겨온 것이다.


무게와 부피 탓에 제법 작은 축에 속하는 걸로 골랐지만, 어지간한 것은 절단할 수 있다.


도형은 절단기 주둥이 끝을 자물쇠에 단단히 박아 넣었다.


끼기기긱-


거슬리는 금속 마찰음이 울리고,


파캉!!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자물쇠 고리의 한쪽이 끊어졌다.


그것을 한 번 반복하자 마침내 자물쇠는 떨어져 나갔다.


도형은 녹슨 빗장 열었다.


철문은 바닥에 고정하는 하단부 빗장도 당겨 올린 뒤. 문을 강하게 밀었다.


끼기기기긱-철컹-!


‘거 소리 한번 더럽게 거슬리는군.’


곳곳에서 녹가루가 떨어지며, 문이 열렸다.


“이제 어떡해?”


차로 돌아온 도형은 김 병장의 물음을 들었다. 딱히 도형을 지정한 것은 아닌 듯했지만, 지금 대답할 정신이 있는 사람이 그뿐이었으므로.


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던 도형은 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도형은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복기했다.


저것들도 최소한의 지능이 있는 것 같다.


‘맨 처음, 어눌했지만 언어를 구사했다.’


도형이 시야에서 사라졌음에도 그를 쫓아 생활관까지 왔으니.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여기는 못 올 것이다.’


이 통로를 사용한 것은 단 한 번. 그리고 그때 인원은 소수.


하지만


‘그때 나랑 같이 나간 사람 중 몇은 광인이 되었을지 모른다. 죽었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들이 과연 여기 있는 넷이 사라졌음을 인식하고, 이곳을 떠올려서, 여기까지 올 정도의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가 있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도형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판단했다.


‘맨정신이라도 줄 서서 복명복창하지 않는 이상은 알아차리기 힘들 테니.’


생각을 마친 도형은 입을 뗐다.


“우리가 나갈 수는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었다. 눈앞에 떡하니 출구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밖 상황이 어떨지를 모르겠습니다.”


“······.”


“여기로 나가 본 사람이 우리 중에 저뿐입니까? 김 상병님 이쪽으로 나가 보셔서 아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나도 어쩌다 들은 거야. 내가 직접 나간 건 아니고.”


“그렇습니까···.”


쯧!


도형은 혀를 차며 휴가 때를 다시금 곱씹었다.


당시에, 내가 휴가를 나갔을 때 이쪽 구조가 어땠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지랄맞아서 그렇지, 일단 이 문을 나가서 산길로 좀 가면 제법 큰 주차장이 나온다. 그 앞에 있는 결혼식장 소유인 걸로 안다.


달동네라고 해야 할까, 시골에나 있을 법한 단층 주택이 몰려 있는 한가운데 삐가번쩍한 결혼식장이라니, 이질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일단 그중에 골라서 숨어야겠군.’



* * *



차를 입구 밖으로 뺀 뒤, 혹시 몰라 입구를 다시 닫아 두었다.


창살 너머로 빗장을 다시 잠그는 것이 어지간히도 번거로웠지만, 어쩌겠나. 괴인들이 쫓아올지 모르는데.


우선 숨을 곳이 필요했다.


결혼식장은 사방이 유리라 안전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사방이 탁 트인 이곳에서 쉴 수도 없다.


언제 광인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당에 달동네 깊이 들어갈 수는 없다. 일행은 주차장에 붙어 있는 곳 중 쉴만한 장소를 찾았다.


잠깐의 수색이 이어지고, 제법 괜찮은 집을 찾아냈다. 앞뒤로 길을 끼고 문을 내놓았다.


담벼락은 크게 금 간 곳 없이 견고했고, 그 위에 철제 못과 깨진 유리 조각을 꽂고 시멘트로 굳혀 방법용 담을 만들어 두었다.


‘고향에서나 봤던 건데.’


효과는 나쁘지 않지만, 보다시피 그 이상으로 집의 외견을 살벌하게 만드는 탓에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었다.


물론 일행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안이 비어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대문은 살짝 당기니 열렸다.


끼익--


금속의 마찰음과 함께 도형의 이마가 구겨졌다. 어쩐지 뭐라도 하나 쉽게 되는 일이 없는 거 같았다.


다행히도 별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도형은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김 상병님, 그거 주십쇼.’


‘뭐, 이거?’


도형은 길바닥에 굴러다니던 돌멩이를 건네받고는 곧바로 대문 안으로 던져넣었다.


휙- 딱-따다닥-!


마당 한복판에는 제법 큰 돌멩이를.


휙- 팅-!


그리고 창문에는 깨지지 않을 정도로 작은 돌멩이를.


여전히 반응은 없다.


발걸음을 최대한 죽이고 대문을 넘어 마당에 들어섰다.


끼이이이이-!


‘···!!’


대문에서 나는 소리에,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를 움츠렸다.


실내로 향하는 문. 미닫이 구조, 자물쇠로 잠긴 상태다.


고작 자물쇠. 서울에 이런 달동네라니.


‘아무리 구석이라 해도, 서울에 이런 데가 있긴 하구나.’


저번에 나왔을 때, 도형은 결혼식장과 달동네 간의 괴리에서 이질감을 느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이 달동네 자체에 느낀 걸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문이면 모를까, 현관은 다른 집도 대부분 잠겨있을 것이다. 일행은 이 집을 뚫기로 했다.


도형은 왼팔에 챙겨온 생활복을 한 번 더 감아 두텁게 만들었다. 방상외피만 해도 꽤 수준 높은 방호를 보장하겠지만, 혹시 모를 일. 손에도 가죽 장갑 위에 곰 장갑을 덧씌워 꼈다.


최 병장이 도형이 건넨 절단기를 쥐고 문에 다가갔다. 일행 중 가장 마른 그는 문을 따는 역할을 맡았다.


-나, 나보고 하라고?


-다른 거 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쇼. 다들 얼마든지 바꿔드릴 용의가 있을 겁니다.


최 병장은 차 트렁크에 굴러다니던 빠루 따위를 쥐고 준비하는 다른 이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냉큼 수락했다.


-알았어!


통-토도동통-!


통통통-!


여러 번 문을 두들겨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도형은 두텁게 두른 왼팔을 앞세웠다. 남은 손으로는 소대장의 마체테의 줄을 손목에 걸고 단단히 움켜쥐었다.


뭔가 나온다면,


‘바로 족친다.’


끼기긱-!


까앙!


끼릭끼릭끼리-


빠르게, 그러나 조용히 열어젖힌 김 병장은 네발로 바닥을 기며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도,


무언가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았다. 적당한 원룸 정도, 가구들도 모두 적당한 크기, 뭔가 숨어 있을 장소도 없다.


안심이다.


일행은 조용히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문 오른쪽에 문틀의 길이와 딱 맞는 막대가 세워져 있었다. 문 사이 간격과 딱 맞는 것을 보아, 내부에서 문을 잠그는 데 쓰는 모양이다.


막대를 걸쳐 미닫이문을 봉쇄하고, 뒷문까지 잘 잠겼나 확인한 뒤.


“하아···!”


털썩!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폐 깊숙한 곳에서부터 공기를 내보내며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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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좋은 일 뒤에는 대부분 나쁜 일이 24.09.02 20 0 14쪽
2 1-좋은 일은 의심할 것 24.09.02 20 0 18쪽
1 0-어느 상병의 일기 24.09.02 26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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